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1)
111. 속이 좀 풀리네.
‘모두 다 나와라!’
자동인형들도 모두 인형의 집에서 꺼냈다.
그들이 탈 기간트도.
하지만 괴수인형은 다시 넣었다.
사실 드라우켄과 괴조 인형만 풀어놔도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 내가 챙길 마장기는 대부분 고물이 될 것이다.
아직 섬세한 컨트롤은 불가능했으니까.
그리고 내 꼭두각시들을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투 경험이 필요했다.
지금 내 자동인형들은 모두 기간트 기사 출신들이었고, 모두 기간트에 타고 전투를 하다가 자아를 각성했다.
“주군, 제가 기사들을 지휘해도 되겠습니까?”
웨슬리 자동인형이 물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그가 부 기사단장이었고, 난 꼭두각시들을 조종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자동인형이 10명이나 됐기에 양동작전을 시험해 보기에도 적당했다.
“웨슬리, 자넨 기사들을 이끌고 서쪽에서 공격하게. 그리고 동굴 입구를 확보하게. 난 꼭두각시들과 동쪽에서 공격하지.”
“네! 주군.”
“그럼 전 뭘 하죠?”
에테나가 물었다.
“저기 보면 동쪽 진영 위쪽에 마장기 8대가 세워져 있어. 1대는 보초고, 다른 마장기 기사들은 그 옆쪽 천막에 있지.”
“네, 보입니다.”
그녀도 세계수 열매를 먹어서인지, 눈이 매우 좋았다.
그랬기에 폭우 속에서도 목표 지점을 알려주기 편했다.
“보초 마장기를 처리하고 기사들이 마장기에 타지 못하도록 막아. 할 수 있겠어?”
“네! 맡겨 주세요.”
에테나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오리지널 기간트는 빠르고 날렵했기에 이번 임무에 적격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마장기 숫자는 저들이 많았지만, 우린 쏟아지는 비를 엄폐물 삼아 기습할 것이고, 마장기에 타지 않은 기사들도 많았기에 실질적으론 우리 병력이 더 많은 편이었다.
이 정도면 우리에게 매우 유리한 전장이다.
물론 내가 관여한 줄도 모를 테고.
그리고 전리품도 싹 다 챙길 생각이었다.
[자! 가자!]쿵! 쿠쿠쿠쿵!
빗속을 뚫고 기간트가 질주한다.
쾅! 콰직!
웨슬리가 검으로 단번에 울타리를 부숴버렸다.
자동인형 기사 10명이 진지 서쪽을 공격했다.
[뭐, 뭐야?] [적이다!] [적습이다! 막아라!]굉음을 뿜어내는 거대 병기들이 빗속에서 서로 검과 창을 맞부딪쳤다.
쾅! 콰콰쾅!
육중한 것들이 디디는 바닥은 움푹 파이고, 거침없이 검과 창을 휘두른다.
태앵! 태태탱!
위력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내 자동인형들은 두려움이 없다.
[물러서지 마라! 우린 주군의 검이다!]콰앙!
[크악!]그 시각 내가 이끄는 꼭두각시들도 동쪽에 도착했다.
콰앙!
[공격하라!]쿠쿠쿠쿵!
나와 꼭두각시들이 보초 마장기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에테나! 지금이다!] [네!]그녀의 오리지널 기간트 로렐라이가 위쪽으로 달렸다.
그때 순찰하던 마장기들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단숨에 제압하라!]커다란 검과 창이 거침없이 휘둘리고 찔러진다.
난 룩급 마장기의 검을 옆으로 밀어내고, 안으로 파고들어 어깨로 가슴을 받아버렸다.
콰앙!
나보다 4미터나 큰 룩급 마장기가 두 걸음이나 밀려나며 휘청거렸다.
‘덮쳐!’
쿵쿵! 팟!
옆쪽에서 비숍급 기간트가 몸을 날렸다.
콰앙!
룩급 마장기가 그대로 쓰러지고, 내가 달려가 해치를 향해 검을 찔렀다.
콰직!
그리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저쪽은 벌써 끝났군.’
웨슬리와 자동인형 기사들은 꼭두각시처럼 일일이 누굴 공격하고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됐다.
그들의 움직임은 이미 생전의 능력을 되찾았고, 조금씩 발전해 가는 중이었다.
‘에테나는?’
그녀의 로렐라이는 이미 보초 마장기를 처리했고, 마장기들 앞에 서 있었다.
그랬기에 기사들은 감히 탈 생각도 못 한 것 같았다.
쾅! 쿠웅!
두 대의 비숍급 기간트가 마장기를 넘어뜨렸고, 검을 찔러 마무리했다.
우리 쪽 꼭두각시들도 마지막으로 저항하던 마장기를 쓰러트렸다.
처음부터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우린 10대씩 두 그룹으로 뭉쳐 있었지만,
저들은 떨어져 있었기에 각개격파 당한 셈이었다.
병사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미 빗속을 뚫고 대수림으로 도망쳤다.
[응? 다쳤나?] [별거 아닙니다.]웨슬리의 룩급 기간트 한쪽 팔에 큰 상처가 있었다.
이제 보니 비숍급 오리지널 마장기를 상대하다가 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 기사는 죽었으니, 승리는 웨슬리의 차지였다.
‘이번에 돌아가면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줘야겠어.’
암 드로운이 처음에 입고 있었던 배에 구멍 뚫린 거신 갑옷을 룩급 기간트로 만들어 달라고 드워프들에게 맡겼다.
그걸 웨슬리에게 줄 생각이었다.
암 드로운은 지금 열두 기사였던 롤랑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어? 여긴 어딥니까?]후후! 미소가 지어졌다.
꼭두각시 하나가 자아를 각성했다.
원래 룩급 기간트를 몰던 기사였기에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도 가장 빨랐다.
첫 전투에 자동인형이 될 확률은 극히 낮았지만, 이번엔 운이 아주 좋았다.
다른 꼭두각시들도 전투 경험을 계속 쌓다 보면 언젠가 모두 자동인형이 될 것이다.
[마장기를 한곳에 모아라!]전리품은 꽤 많았다.
멀쩡한 마장기가 10여 대가 넘었고, 부서진 마장기는 그 2배는 됐다.
괴수인형들을 불러내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인형의 집에 넣었다.
오리지널 비숍급 마장기도 넣었고, 거신 갑옷도 2개 다 챙겼다.
점점 오리지널 기체가 늘어갔다.
그리고 작업용 마장기와 마석 배터리, 식량과 천막까지 진지 안에 쓸만한 물건을 싹 다 챙겼다.
[타일러님, 이제 돌아가실 건가요?] [아니! 여기까지 왔으니 끝장을 봐야지!]난 발굴지 안쪽 입구인 싱크홀까지 들어가 그곳의 장비도 전부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안드레아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될 때쯤이면 우린 발굴지에서 철수했을 테니까.
[제가 선두로 나서겠습니다.] [알았어.]난 그녀에게 비숍급 기간트에 탄 기사 넷을 붙여 줬다.
우린 동굴 속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가다가 만난 순찰팀 마장기들을 에테나와 기사들이 단숨에 제압해 버렸다.
***
‘주군!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동굴 출구에 다 와서 더그 자동인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자!]기이잉! 쿵쿵쿵!
서둘러 웨슬리와 앞으로 달렸다.
입구엔 부서진 마장기 4개와 부서진 기간트 3개가 쓰러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더그 자동인형의 비숍급 기간트는 팔 하나가 잘려져 있었다.
더그는 곧 룩급 기간트로 올려줄 정도로 실력이 좋았는데, 저렇게 당한 것을 보면, 꽤 저항이 거셌나 보다.
난 더그와 다친 자동인형들을 내 인형의 집으로 넣었다.
상처가 심했기에 운명의 실이 많이 끊어진 자동인형도 있었다. 하지만 레벨이 초기화될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기에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운명의 실을 연결하면 된다.
태앵! 탱! 탱!
한쪽에서 싸우고 있는 에테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오리지널 기간트를 저렇게 상대한다고?’
순간 눈이 커졌다.
양산형 나이트급 마장기 한 대가 로렐라이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같은 나이트급이지만, 한쪽은 오리지널 기간트였다.
게다가 에테나는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탈만큼 실력이 많이 늘어 있었다.
[이야!]쉐엑! 카앙!
오리지널 기간트가 검을 찌르자 마장기가 검을 옆으로 밀어내며 뒤로 물러섰다.
로렐라이가 앞으로 구르며 거리를 좁히고,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상대는 검을 올려치며 막아냈다.
그리고 해치를 향해 찔러지는 단검.
그건 또 몸을 옆으로 틀면서 피했다.
마장기의 움직임은 투박했으나, 군더더기가 없는 동작이었다.
아니 에테나가 어떻게 공격할지 알고 미리 반응한 것 같았다.
웬만한 기사였으면, 벌써 해치에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주군! 상대의 실력이 대단하군요. 아무래도 제가 에테나 경을 도와야 할 것 같습니다.]조금 전까진 일방적인 공격을 하고 있던 에테나였지만, 상대 마장기에 밀리기 시작했다.
난 눈으로 마나를 뿜어내며 마장기 기사를 살폈다.
‘허! 마나량이 엄청나잖아!’
옆에 있는 웨슬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왜 나이트급 마장기에 타고 있는 거지?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저 정도 마나량에 저 정도 싱크로율이면 룩급 오리지널 마장기에 타도 충분한 실력이었다.
[웨슬리! 에테나를 도와라!] [네! 주군.]‘상대는 죽이지 말고 생포하도록!’
‘네! 주군.’
웨슬리의 룩급 기간트가 달려들었다.
기이잉! 쿵! 쿵!
[에테나 경! 나도 함께하겠소!]2대1의 싸움.
룩급 기간트와 오리지널 나이트급 기간트가 상대를 몰아쳤다.
그런데 위태위태해 보이면서도 상대는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웨슬리가 실력을 다 발휘했다면 상대를 빨리 제압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포하라고 했기에 공격이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둘이 하나를 제압하지 못한 것은 상대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와! 검술 실력이 발군이네!’
기간트의 다리 움직임이나 어깨 움직임, 그리고 사소한 몸짓을 보고 동작을 예측하고 막아낸다.
말이 쉽지, 그건 마음먹는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기간트 싱크로율이 100%에 가까운 나도 상대 움직임을 예측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공격하면 거기에 반응해 검을 막고 빈틈을 찾아 공격하고 있었으니까.
‘재미있네. 일단 제압하고 물어봐야겠다.’
왜 양산형 나이트급에 타고 있는지.
그리고 저 기사를 내 마법인형으로 만들어도 상당한 전력이 될 것이다.
스르릉!
나도 검을 뽑았다.
구형 오리지널 나이트급 마장기지만, 오랫동안 사용한 놈이기에 익숙했다.
[나도 간다!]기이이잉! 쿵쿵쿵!
3대1의 싸움.
목숨이 오가는 전투에서 비겁함이란 없었다.
그리고 난 녀석을 꼭 생포하고 싶었다.
캉! 카캉! 캉!
[에테나 옆을 막아!] [네!]에테나의 로렐라이가 마장기의 퇴로를 막았다.
[벽으로 밀어붙여!] [네! 주군!]두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도 한쪽을 막아섰다.
그러자 마장기가 나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달려들었다.
내가 지시를 내린 것을 보고 나를 먼저 제압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머리도 좋네!’
하지만 이때를 기다렸다.
‘그림자 투영!’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드는 마장기의 움직임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려졌다.
괴조인형의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가 내게 투영됐음이다!
달려드는 상대의 머리를 노리고 검을 찌르기 위해 어깨를 움직이자, 벌써 양산형 마장기의 시선이 먼저 알아챘다.
그 순간 내 검의 찌르기를 막기 위해 벌써 상대 마장기가 검을 올려치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내가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당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검의 방향을 머리에서 어깨 쪽으로 틀었다.
‘오호! 이것도 봤단 말이야!’
그 순간 상대 마장기의 시선이 살짝 움직이더니, 올려치는 궤적이 조금씩 옆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양산형 마장기론 오리지널 마장기의 속도를 따라올 순 없지.
촤아악!
상대의 검이 내 검을 위로 밀어내기 전에 어깨를 찔렀다.
콰직!
하지만 어깨를 뚫은 것이 아니라 어깨 장갑을 날리는 데 그쳤다.
그 짧은 순간에 어깨를 비틀어 치명상을 피한 것이다.
보면 볼수록 상대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마나량은 웨슬리와 비슷했지만, 검술 실력은 이쪽이 훨씬 좋았다.
‘내 마법인형으로 만들어도 이런 전투 센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때 상대 마장기가 내 배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의 검은 이미 허공을 스쳤지만, 주먹으로 해치를 때려 충격을 주고 싶었나 보다.
내게 당했지만, 뭔가 갚아주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다.
왼쪽 팔을 내려 막았다.
콰아앙!
공격이 막히자, 놈이 몸을 옆으로 날리는 것이 보였다.
내 실력을 본 녀석이 이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딜!]쿠웅!
그곳엔 이미 웨슬리의 룩급 기간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11미터의 룩급 기간트가 나이트급 기간트의 양어깨를 잡았다.
그 순간 에테나의 로렐라이가 마장기의 다리를 찔렀다.
쉐에엑! 빠각!
마장기의 무릎이 박살 나며 다리가 너덜거렸고, 난 이미 검을 마장기의 손을 향해 내려치고 있었다.
촤아악! 쿵!
[휴! 잡았다!]마장기는 검을 든 팔과 다리 하나를 잃고, 웨슬리의 기간트에 사로잡혔다.
난 주먹으로 해치를 연신 두들겨 줬다.
쾅! 콰쾅! 쾅!
그리고 에테나가 해치를 검으로 열고, 완전히 뻗어버린 녀석을 꺼냈다.
‘뭐야? 꽤 젊잖아!’
나와 비슷한 나이거나 한두 살 정도 어려 보였다.
녀석은 다른 자동인형에게 맡기고.
“이곳을 모두 박살 내라!”
에테나와 웨슬리의 기간트와 꼭두각시들이 탄 기간트가 발굴지 입구를 초토화했다.
발굴 작업을 재개하려면 시간 좀 걸릴 거다.
‘이제야 답답했던 속이 좀 풀리네!’
이곳에서 마장기를 무려 50대나 챙겼다.
그건 저들에게 그만큼 피해를 준 것이었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난 그 길로 블랙힐 기지로 향했다.
이제 비밀 임무를 수행할 차례였다.
‘참! 암 드로운과 거신 마법사는 돌아왔을까?’
1년 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벌써 1년 6개월이나 시간이 흘렀다.
서둘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