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24)
124. 베르카도 방어전(1).
기이잉! 쿵! 쿵!
[서둘러! 빨리 쌓아라!] [이쪽에 더 높이 쌓아!]지금 아리칸 왕국의 기간트 기사들은 도시로 들어오는 입구에 건물 잔해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쌓고 있었다.
이곳은 수도 서쪽에 도시 베르카도.
이 도시가 함락되면 그다음이 바로 왕국의 수도 엔실루드였기에 아리칸의 기사들은 필사적이었다.
아무리 거대 병기라고 해도 숲을 없애고 산을 넘어올 순 없는 노릇.
진군에 가장 좋은 길은 아리칸 왕국이 닦아 놓은 가도였다.
기잉! 쿵!
비숍급 기간트가 잔해를 쌓다 말고, 시시덕거리며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베르크 제국의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도 좀 돕지 그래?]“뭐?”
[왜 우리만 방벽을 쌓는 거야?]“그걸 지금 몰라서 물어? 지금 우린 너희를 구하러 온 거라고!”
“씨발! 이 먼 타국까지 와서 돕는데 그런 하찮은 일까지 하라는 거야?”
제국의 기사들이 발끈했다.
그들은 제국 1군단의 기사들.
지난 몇 개월간 아리칸 전선에 있었지만, 연합군과 제대로 싸운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케인 황제는 아리칸을 지켜 제국을 협공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라고 보냈지만, 군단장과 기사들은 그렇게 열심히 싸우진 않았다. 계속 밀리고 도시가 파괴되고 있었지만, 적들의 병력도 계속 줄고 있었으니까.
결정적으로 타국에서 죽으면 자신들만 손해였다.
그래서 적당히 싸우다가 밀리면 가장 먼저 후퇴했고, 지금까지 그걸 반복했다.
그랬기에 갈려 나가고, 죽어가는 것은 대부분 아리칸 왕국의 기간트 기사들이었다.
[그래도 같이 작업에 배정됐으니, 조금은 도울 수 있잖아!]이번엔 아리칸 기사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이곳이 밀리면 곧바로 수도였으니까.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전투하려면 든든히 먹어둬야지.”
하지만 아베르크 기사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젠장! 전투도 거의 나서지 않으면서······.] [오블론 소령 그만해! 대장이 제국 놈들은 그냥 머릿수 채워주는 거로 만족하라고 했잖아.] [쳇! 빌어먹을······.]가뜩이나 연이은 패전에 아리칸 왕국 기사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아베르크 제국군은 돕는다고 와 놓고선 가장 뒤쪽에서 싸웠고, 또 가장 먼저 후퇴했기에 동맹국에 대한 불만까지 쌓이고 있었다.
두두두!
그때 전령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충! 리오넬 대령님, 어디 계십니까?”
오블론 소령이 전방을 가리켰다.
[입구 앞쪽으로 가보게.]“네! 이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령이 말을 달렸다.
그리고 도시 입구 근처에 5미터 높이의 커다란 용의 이빨을 내려놓는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의 모습이 보였다.
용의 이빨은 기간트의 전진을 방해하고, 전속력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설치하는 삼각뿔 모양의 방책이었다.
“리오넬 포일란 대령님!”
전령의 목소리에 원탁의 기사 리오넬의 기간트가 몸을 돌렸다.
“지휘관들은 당장 지휘 본부로 집합하라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하아! 적의 공격이 코앞이거늘······.]리오넬 대령이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연합군의 타이탄이 고작 하루 거리에 진군해 있었기에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고 아리칸의 기간트 기사라면 모두 힘을 합쳐야 했다.
[누구의 명이더냐?] [마르틴 국왕 전하의 명입니다.] [뭐? 전하께서? 알았다. 바로 가마.]리오넬은 그 길로 도시 중앙에 있는 지휘 본부로 이동했다.
***
[아리칸 아베르크 동맹국 지휘 본부]한때 베르카도 시청이었던 건물은 비공정을 이용한 연합군의 타이탄 공격으로 일주일 전에 폐허가 되었고, 지금은 그 앞쪽 공터에 커다란 천막이 있었다.
초라하지만 이곳이 지휘 본부였다.
“중대 회의라니? 대체 무슨 일이지?”
“설마, 수도가 함락됐나?”
제국 1군단 지휘관들이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리칸 왕국의 지휘관들이 발끈했다.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시오!”
“맞소. 수도는 마르틴 국왕 전하께서 지키고 계신 곳이오. 쉽게 함락될 리가 없잖소.”
제국 기사들이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저들의 비공정이 7척이오. 타이탄을 한 번에 70기나 옮길 수 있어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비공정 하나의 병력으론 다 막을 순 없소.”
“황궁에도 기간트가 있소. 그러니······.”
아리칸 지휘관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제국의 1군단장인 에리히 레더 중장과 부군단장인 티아스 준장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마르틴 국왕께서 회의를 요청하셨다고?”
“그렇습니다.”
“왜지? 수도에 무슨 변고가 생겼나?”
에리히 중장도 방금 제국의 지휘관과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아리칸 기사들은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는 이곳 제국군 수장이었기 때문이었고, 자신들은 제국의 기간트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비공정이다! 비공정이 온다!”
유난히 아리칸 병사들의 목소리가 컸다.
마르틴 국왕이 비공정에 타고 오는 것이었다.
양측의 지휘관들이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뭐야? 비공정이 왜 5척이야!”
“뭐지? 2척은 연합군 비공정인데?”
“저건 마르틴 전하의 비공정이야!”
1군단과 아리칸 지휘관들은 순간 혼란에 빠졌다.
“기, 기간트에 타라! 전투를 준비해라!”
지금 다가오는 것이 적인지 아군인지 헛갈렸기에 에리히 군단장이 소리쳤다.
그런데!
“자세히 보십시오. 아리칸 왕국의 깃발입니다.”
연합군 비공정 선미 돛대 위에 백색 바탕에 검은색 십자가가 펄럭였다. 그건 아리칸 왕국의 상징이었다.
“군단장님, 뒤에 있는 비공정은 우리 제국의 깃발입니다!”
“그래?”
그리고 가장 후미에 있는 2척의 비공정엔 제국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아! 황제 폐하께서 비공정을 보내셨구나!”
“와아아!”
제국 지휘관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고오오오!
5척의 비공정은 지휘부 상공 100미터 지점에 멈췄다.
그때 마르틴 국왕의 비공정만 지상으로 내려왔다.
위이이잉!
그리고 지상에 도착한 비공정 안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한 사람은 거구의 마르틴 국왕.
그런데 옆에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은 누군지 몰라 양측 지휘관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타일러 준장?’
1군단 부군단장인 티아스 준장이 타일러를 바로 알아봤다.
티아스는 에리히 군단장에게 귓속말로 타일러에 대해 말했다.
거구의 마르틴 국왕이 다가오자, 아리칸 왕국과 제국의 기사들이 가슴에 주먹을 대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어서 오십시오. 마르틴 전하.”
“모두 안으로 듭시다.”
에리히 군단장이 마르틴과 지휘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르틴 국왕의 왼쪽에 타일러가 함께 들어가자, 에리히는 미간을 좁혔다.
***
양 군의 지휘관들이 차례로 들어오고, 다들 간이 의자에 착석했다.
회의 시작 전에 에리히 중장이 나를 보고 말했다.
“타일러 준장, 자네가 비공정을 가지고 온 건가?”
난 에리히 중장을 보고 말했다.
“비공정을 가지고 온 건 맞지만, 전 이제 준장이 아닙니다. 6개월 전에 제대했습니다.”
“뭐?”
“지금은 발레리온 영지의 영주로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황제께서 비공정을 제국군 소속도 아닌 자네에게 줬단 말인가?”
에리히 중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난 피식 웃어줬다.
“에리히 중장님, 전 이제 제국군 소속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자꾸 실례하시네요.”
“뭐라?”
“전 지금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후작의 작위가 있는 제국의 대귀족입니다. 그런데 마치 아랫사람처럼 대하시면 큰 실례를 범하는 겁니다.”
“자네, 아니 그대가 후작이라고?”
“그렇습니다.”
난 대귀족의 상징인 보라색 인장 반지를 살짝 들어 보여줬다.
“그리고 비공정은 황제 폐하께서 주신 것이 아니라, 저희 발레리온 영지의 것입니다.”
에리히 군단장은 영문모를 표정을 지었다.
에리히가 티아스 준장을 쳐다봤지만, 그 역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마르틴 국왕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만 회의를 시작합시다. 먼저 오늘 우리 동맹군에 아주 좋은 소식이 있소. 다들 방금 보아서 알겠지만, 여기 타일러 후작께서 개인적으로 영지의 비공정 2척을 가지고 오셨소.”
“오오!”
“좋았어!”
아리칸 기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동안 비공정이 부족해 마르틴 국왕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타일러 후작께서 수도를 침공한 연합군을 격퇴했고, 비공정 2척을 나포했소.”
“와아아!”
“오! 정말 잘 됐습니다!”
이번엔 양측 기사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동안 승리가 없었기에 다들 사기가 바닥이었고, 오랜만에 들린 승전 소식이었으니 기쁠 수밖에.
“아! 그래서 비공정이 5척 된 거구나!”
“이제 연합군 놈들의 비공정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어!”
지휘관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마르틴 국왕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은 소식은 타일러 후작께서 나포한 비공정 2척을 우리 아리칸 왕국에 선물로 주었소.”
“네에?”
“비공정을요?”
양측의 기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비공정 한 척이 기간트 20, 30대보다 값어치가 높았고, 그런 비공정을 2척이나 그냥 넘겨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타일러 경! 그 말이 사실이시오?”
에리히 중장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제국군에 넘기는 것이 맞지 않겠소? 지금 우리도 비공정이 부족해······.”
“지금은 이곳 전선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나포한 비공정은 제 것이니 제 마음대로 줄 수 있습니다. 물론 황제 폐하께서 허락하셨고요.”
“크흠.”
황제가 허락했다고 하자, 에리히 중장도 더는 따지지 못했다.
마르틴 국왕이 말했다.
“자! 이제 우리에게 비공정도 생겼으니, 지휘관들에게 새로운 작전을 하달하겠소.”
양측 지휘관들이 마른침을 삼키고 마르틴 국왕을 쳐다봤다.
“내일 연합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있을 것이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오.”
지휘관들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은 후퇴하면서도 적 타이탄의 숫자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내일은 무조건 저들의 전진을 막아야 하는 전투였다.
이곳이 뚫리면 수도였고, 수도는 사방이 뻥 뚫려 있었기에 방어할 거점이 없었다.
“작전은 간단하오. 나와 여기 타일러 후작의 병력이 적의 사령부를 치고, 후방 병참 부대를 치겠소. 그러니 여기 있는 그대들이 도시를 사수해 주시오.”
기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작전을 들은 아리칸 지휘관들은 주먹을 쥐고 결전을 다짐했다.
그러나 제국의 지휘관들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티아스 준장이 말했다.
“적의 비공정이 아직 5척이나 있습니다. 그들이 추격하면 전하께서 고립될 수 있습니다.”
“티아스 부군단장의 말이 맞습니다. 자칫하여 전하께서 잘 못 되시면 큰일입니다.”
마르틴 국왕이 피식 웃었다.
“내가 그리 쉽게 죽을 것 같소? 걱정하지 마시오. 적 타이탄을 뚫고라도 돌아올 테니까.”
하지만 마르틴 국왕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에리히 군단장, 이번엔 내 작전대로 해주시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반격할 유일한 기회요.”
“알겠습니다. 저희 군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렇게 베르카도 방어전의 서막이 올랐다.
***
남쪽엔 라이덴 강이 변함없이 흐르고, 북쪽엔 일레이 산이 우뚝 솟아있었다.
산과 강 사이에 끼어 있는 도시 베르카도의 새벽이 끝나가고 있었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쿵! 쿵! 쿵!
지축을 흔드는 발걸음.
아침 햇살을 받으며 푸른색 거대 병기들이 걸어온다.
도시 앞쪽 들판에 타이탄 수백 기가 집결했다.
[허! 더럽게 많이도 몰려왔네!] [남쪽으로 간 병력도 합류한 거 아냐?] [그건 아닐 거야. 그랬다면 남쪽을 지키던 우리 병력도 합류했겠지.] [휴! 막을 수 있겠지?] [그렇겠지······.]너무 많은 타이탄을 보자, 기사들은 벌써 기가 질렸다.
[모두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원탁의 기사 리오넬 대령이 소리쳤다.
그의 비장한 목소리에 기사들도 덩달아 비장해졌다.
도시 입구에 용의 이빨 방책을 몇 겹으로 두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빼곡하게 바리케이드를 쳤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목숨을 다해 지킬 뿐.
지금 이곳엔 아리칸 왕국 기간트 220여 기와 1군단 기간트 160기가 주둔해 있었다.
반면 타이탄은 적어도 700기 이상의 대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