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23)
123. 어려울 때 친구.
위이이잉! 철컹!
치이익!
13미터의 퀸급 오리지널 기간트 해치가 열리더니, 마르틴 국왕이 내렸다.
그리고 뒤쪽에 있던 기간트에서도 해치가 열리며 기사들이 내렸다.
마르틴 국왕은 기사들과 나를 향해 다가왔다.
‘실물은 저렇게 생겼구나!’
짙은 눈썹과 꽉 다문 입술.
키가 190은 되는 듯했고, 가슴과 어깨가 넓고, 흰색 제복을 입고 있음에도 온몸이 근육질인 것을 알 정도였다.
마르틴 국왕이 어깨에 살짝 반동을 주며 걸어오는데, 마치 호랑이 한 마리가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뒤를 따르고 있는 크루세이더 기사들 역시 체격이 크고 강인해 보였다.
‘우리 기사들도 벌크업 좀 시켜야겠네······.’
마르틴은 올해 나이가 50은 됐다고 들었는데, 실제론 30대 후반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바로 오른쪽에는 아주 젊은 기사가 하나 있었다.
마르틴 국왕이 가까이 다가오자, 난 가슴에 손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마르틴 페드로 국왕 전하를 뵈옵니다.”
마르틴이 내 앞에 서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뒤에 선 기사들도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경과 부하들이 아니었다면, 오늘 큰 낭패를 볼뻔했소. 고맙소.”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일단 인사부터 하는 것을 보니, 마르틴 국왕이 예의가 없는 사람은 아니군.
“그리고 내 백성들을 도와주어 고맙소.”
“그거야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백성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마르틴이 고개를 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가 타이탄을 처리하고 비공정을 쫓아 준 것보다 자기 백성들을 구하는 모습을 더 인상 깊게 본 것 같았다.
“저 비공정의 기간트는 내리지 않는 것이오?”
“연합군의 비공정이 언제 다시 올지 몰라 대기 시켰습니다. 그보다 전선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아! 실례했소. 일단 안으로 듭시다.”
난 마르틴 국왕과 나란히 걸으며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갔다.
우린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는 커다란 홀이었다.
홀 정 가운데 커다란 원탁이 있었고, 12개의 의자가 삥 둘러 있었다.
우린 큰 창문이 있는 벽 쪽 테이블로 향했다.
“이곳이 내 집무실 겸 회의실이자, 알현실이오. 가끔 침실일 때도 있고.”
마르틴이 손짓했다.
“여봐라! 의자를 가져와라!”
테이블 앞에 의자 2개가 놓였다.
“잠깐 여기 앉아 계시오. 금방 돌아오겠소.”
“네, 감사합니다.”
에테나와 난 자리에 앉았고, 마르틴 국왕은 밖으로 나갔다.
“왕도 그렇고 기사들도 좀 정신이 없네요.”
“왕궁과 수도가 공격받았으니 그랬겠지.”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홀을 천천히 살폈다.
홀 내부는 깔끔했으나, 장식물이나 조각도 하나도 없었고, 그 흔한 그림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마르틴은 겉치레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는 않는 것 같았다.
중앙에 있는 원탁은 자세히 보니 돌을 깎아서 만들어진 것이었고, 테이블 중앙에 “원탁의 기사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의자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응? 크롬웰?’
익숙한 이름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누군지 바로 떠올랐다.
내가 살루스 전진 기지를 차지하고 있을 때, 그곳을 노리고 온 아리칸 공국의 부대를 이끄는 자가 바로 크롬웰 대령이었다.
‘그가 원탁의 기사였군.’
그때 난 우리 기지를 공격한 그들을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기사들은 모두 죽었고, 일부 기사는 내 마법인형이 되었다.
지금은 다들 내 자동인형이 되었고.
생각보다 나와 아리칸 왕국이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것도 안 좋은 일로.
‘내가 아리칸 공국의 계획을 두 번이나 막은 거였네.’
끼이익!
마르틴 국왕이 한 기사를 데리고 홀로 돌아왔다.
“미안하오.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오느라고 늦었소.”
“아닙니다.”
난 원탁을 보며 물었다.
“원탁의 기사들은 다 전장에 있습니까?”
“나와 함께 다니는 크루세이더 기사단에 셋이 있고, 나머진 전선에 있소.”
그중에 하나는 내가 죽였는데, 거기까진 모르는 것 같았다.
마르틴 국왕이 자리에 앉자마자, 날 쳐다보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미안하지만 경의 이름이 뭐라고 했소?”
“아직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렇군. 내가 오늘 정신이 없소.”
마르틴 국왕도 왕궁을 공격받아 정신이 없었다.
“전 발레리온 영지의 영주 타일러 빈스 후작입니다.”
“응? 타일러? 혹시 우리 구면이지 않소?”
마르틴 국왕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일전에 기간트에 타신 모습은 한번 뵀습니다. 아베르크 제국의 황궁에서요.”
“아! 이제 기억나는군. 우리 병사들을 수십 명이나 죽였다는 그 기사로군.”
“맞습니다. 전엔 그렇게 생사를 다투며 싸웠는데, 오늘 이렇게 마르틴 전하를 돕게 되는군요.”
“그러게 말이오.”
마르틴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내가 아베르크 황제를 죽였다면, 우린 진작 연합군 놈들에게 밀렸을 것이오. 어찌 보면 경이 우리를 구했는지도 모르겠소.”
지금 아리칸 왕국은 아베르크 제국의 도움 없이 전선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내가 큰 도움일 준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적 비공정을 몰아낸 것도 그렇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었군요.”
마르틴 국왕은 살짝 허무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20여 년 전 자신들과 아베르크 제국이 힘을 합쳐 가디언 제국을 몰아쳤으면, 최소한 가디언 제국 서부 지역은 아베르크 제국이 가져갔을 것이고, 자신들은 약속대로 진작에 왕국이 되었으며, 기간트 생산 공장도 지어져 기간트 숫자가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그럼 지금 이런 상황도 없었겠지.
하지만 황제는 처음부터 사냥개에게 고기를 줄 생각이 없었다.
그걸 떠올렸기에 마르틴 국왕의 허무하고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전선 상황은 어떻습니까?”
“연합군이 우리 왕국 깊숙이 진입한 것은 알고 있을 것이오. 오늘처럼 수도가 직접 공격받을 정도로 말이오. 그리고 점점 남쪽으로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소.”
“전선이 더 넓어졌군요.”
“연합군의 타이탄 숫자가 우리 동맹군의 기간트보다 배가 많으니, 전선을 넓혀 우리가 대응하기 힘들게 하려는 것이오. 기동력도 비공정이 있는 저들이 앞서 있고.”
마르틴 국왕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기동력은 이제 우리도 갖췄습니다. 제가 비공정을 가져왔으니까요.”
“그건 다시 한번 케인 오르도 황제에게 감사드리겠소.”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뭘 말이요?”
“전 지금 아베르크 제국군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뭐요? 경은 아베르크 제국의 사람이 아니오?”
“그건 맞습니다만, 이곳에 비공정과 기간트를 가지고 온 것은 발레리온 영주인 제 의지로 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전쟁의 참전을 대가로 마르틴 국왕 전하와 아리칸 왕국에 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르틴 국왕이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받고 싶다?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오?”
“동맹입니다.”
“이해할 수가 없군. 우린 지금 아베르크 제국과 동맹 상태요.”
“아니요. 제국이 아닌 저와 아리칸 왕국의 동맹을 말하는 겁니다.”
마르틴 국왕이 날 쳐다보며 엄지손가락으로 왼쪽 관자놀이를 비볐다.
지금 내 말뜻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르틴 국왕께서는 이미 한번 아베르크 제국의 배신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제국이 아리칸 왕국을 돕는 것도 자신들이 협공을 받을 위험 때문에 돕는 거고요.”
“그거야 나도 너무 잘 알고 있소. 힘이 없다면, 언젠가 우리 뒤통수를 칠 거라는 것도.”
“그래서 드리는 제안입니다. 아리칸 왕국과 우리 발레리온 영지가 동맹을 맺어, 나중에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에 서로 함께 대응하고 협력하자는 뜻입니다.”
마르틴 국왕의 표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오늘 경의 비공정과 기간트 기사들의 활약은 잘 보았소. 하지만 동맹은 서로 비슷한 세력끼리 맺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우리가 비록 연합군에게 밀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왕국이오. 그리고 타일러 경은 아베르크 제국 소속인데, 배신을 당할 일이 뭐가 있겠소?”
“제가 힘이 없다면 당할 일이 없겠지요. 그저 황제와 권력자들에게 눈치나 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전 힘이 있습니다. 아리칸 왕국이 전혀 준비하지 못한 비공정이 있는 것만 해도 그렇고. 대수림에도 영지가 있지요. 물론 오늘 제가 보여드린 것은 제 능력의 반의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목표가 있습니다. 다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영지를 만드는 겁니다.”
“케인 황제가 싫어하겠군.”
마르틴 국왕이 피식 웃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힘이 있는 상대라면 우리도 당연히 동맹을 맺고 싶소. 아베르크 제국이 아니라면 더욱 간절하지. 하지만 타일러 경의 힘을 아직 잘 모르겠소. 그러니 일단 그 힘을 확인해도 되겠소?”
“간단합니다. 여기서 바로 보여드리죠.”
“뭐요? 바로요?”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마르틴 국왕이 일어섰다.
그리고 뒤쪽에 서 있던 젊은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나를 보지 말고, 이쪽을 봐주십시오.”
난 창밖을 가리켰다.
“선물입니다.”
마르틴 국왕이 영문 모를 표정으로 창밖을 쳐다봤다.
“어?”
창밖엔 조금 전에 연합군에게 나포한 비공정 2척이 내려왔다.
“어떻게?”
“어떻게 불러왔냐고요? 제 능력의 일부분입니다.”
내 자동인형들이 그 비공정에 타고 있었다.
“그보다 제 선물이 마음에 드시지 않습니까?”
“정말 저 비공정을 내게 준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지금 시기에 비공정 2척을 선뜻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아베르크 황제도 못 할 일입니다. 이제 제 힘이 좀 느껴지십니까?”
마르틴 국왕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점점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1척밖에 없던 비공정이 3척이 되면, 더는 조금 전과 같은 수모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었다.
나야 드워프제 비공정이 다섯 척이나 있었고, 지금 대수림 난민 기지에서 만들고 있는 거대 비공정도 있으니까.
“타일러 경은 힘도 있지만, 배포도 남다르시오.”
“비공정 2척은 선물이고, 진짜 실력은 전선에서 보여드리지요.”
“푸하하! 내가 인생을 아주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타일러 경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소. 오늘 일만 해도 큰 은혜를 입은 것인데, 비공정까지 주다니!”
“그럼 동맹은 성사된 겁니까?”
“물론이오. 그 동맹은 우리 쪽에서 간절히 바라는 바이오.”
비공정 플렉스를 좀 했더니, 대우가 확 달라졌다.
물론 난 그를 100%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상황은 믿을 만했다.
이미 아베르크 제국에 배신을 경험한 그는 언제 다시 제국에게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국 내에 믿을만한 동맹이 생기는 것이니, 반대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어려울 때 돕는 친구야말로 진짜 친구니까.
마르틴 국왕은 비공정을 2척이나 받아서 기분이 좋은지,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쪽은 원탁의 기사이자, 내 장남인 비에르 페르도요.”
“비에르 왕자 저하를 뵀습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비에르 왕자도 고개를 숙였다.
“동맹의 수장이신데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타일러 후작님.”
“하하! 비에르 왕자께서 영민하십니다.”
마르틴 국왕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힘을 쓰는 건 나보다 못한데, 머리는 제법 똑똑하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소.”
마르틴은 은연중에 아들 자랑까지 했다.
왕자를 소개해준다는 것은 이 동맹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뜻일 지도.
“그리고 이왕 전선에 왔으니, 제 활약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좋소! 이제 두려울 게 뭐가 있겠소. 함께 전선으로 갑시다.”
동맹군 5척의 비공정이 그날 아리칸 왕국 서부 전선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