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81)
181. 거신 대장장이.
데마르 원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그는 온종일 공방에서 틀어박혀 있어,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전체 회의도 잘 참석하지 않고요.”
“그 공방은 어디에 있습니까?”
“도시 북쪽 끝에 만년설에 덮인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그 산 깊숙한 지하에 용암동굴이 있는데, 그 안에 공방이 있습니다. 직접 찾아가 보시려고요?”
“네.”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원로 신분이라 절 만나줄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남았으니, 그를 먼저 만나봐야겠다.
다른 원로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꼭 포섭하고 싶었다.
거신 기사들의 갑옷을 만드는 장인이니까.
그 말은 스텐 뱅커스가 오리지널 기간트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
늦은 밤.
침대가 너무 커서 어색하다.
앞으로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 잠도 오지 않고.
똑똑.
“들어와!”
알리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가 올 것을 아셨습니까?”
“아니, 발걸음 소리가 워낙 커서 다 들려.”
“아! 죄송합니다.”
알리사의 키가 10미터다.
그리고 내 귀가 워낙 좋았기에 복도 끝에서부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왜? 잠이 안 와?”
“그건 아닌데······.”
알리사가 뭔가 고민이 있는 표정이었다.
“잠깐 여기 앉지.”
“고맙습니다.”
알리사는 침대에 앉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녀와 이렇게 단 둘이 차분히 대화한 적이 없었다.
“잠을 못 자는 건가?”
“잠들기가 두렵다고 할까요? 실은 거의 매일 악몽을 꿉니다.”
“그날 꿈을 꾸는 거야? 화산이 터지던 날?”
“네. 그리고 꿈에 레기우스와 불카누스가 자주 나타납니다. 솔직히 전 그놈들을 다시 볼까 두렵습니다.”
하긴, 나도 그 녀석들을 볼까 두렵다.
알리사의 의식에서 본 괴수들!
이데아 제국의 위대한 열두 기사 중에서 여섯 기사와 이십여 명의 거신 영웅들이 초거수를 죽이고, 그곳에서 나온 포자를 마시고 끔찍하게 변했다.
영웅 기사들은 S급 괴수인 대군주로 변했고, 제국의 위대한 여섯 기사는 SS급 멸망급 괴수로 변이했다.
내가 엘프 차원에서 직접 본 멸망급 거신 괴수는 100여 미터의 지네 괴수를 타고 다녔는데, 둘 다 SS급 괴수였다.
하지만 불카누스는 그 멸망급 괴수보다 더 크고 강력했다.
SSS급 괴수!
불카누스는 몸길이가 3km나 됐고 입에서 화염을 뿜어내면 산도 단숨에 녹일 정도였다.
그런 괴물하고 싸우질 않길 바라지만, 왠지 언젠간 싸워야 할 것 같았다.
“잠시 장벽 너머에 내 영지로 가 있는 건 어때?”
“네?”
“내가 볼 땐, 알리사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아. 얼음 절벽에서 깨어난 후로 제대로 쉰 적이 없잖아.”
“하지만 이곳도 곧 그 괴수들의 공격을 받을 것이 아닙니까. 한 명이라도 힘을 모아야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괴수들은 한꺼번에 병력을 공격하진 않아. 엘프와 드워프, 오크 차원에서도 먼저 소수의 병력을 보내서 전력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 병력을 보내는 방식이지. 그러니까 아직 시간은 충분해. 이곳을 공격하기 전에 대수림에 있는 중간 기지들부터 다 박살 내고 올 테니까. 그러니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마법병단을 이끌고 내 영지로 가서 그곳에서 좀 쉬면서 재충전을 가져.”
“알겠습니다.”
알리사도 지쳤을 거다.
사람도 그렇고 거신도 좀 쉬어야 하지.
매일 긴장감을 가지고 살면 병나는 거다.
“혹시 폭발력이 강력한 물질을 찾는데, 아는 것 좀 있어?”
“폭발력이요?”
“빙결의 오브 같은 거 말이야. 화염 능력이 있으면 더 좋고.”
알리사가 잠시 기억을 떠올렸다.
“화염 마도구는 있는데, 빙결의 오브 같은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래? 아쉽군.”
마나 대포의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포탄의 폭발력을 늘리고 싶었지만, 알리사도 아는 것이 없나 보다.
“아! 광부들이 마석 광산을 캐다가 너무 단단한 바위를 만나면 폭발을 시킨다고 들었습니다.”
“광부라고? 거신들도 광부가 있어?”
“네! 마석을 캐는 광부가 있죠.”
“그럼 폭탄도 있겠군.”
실마리가 생겼다.
문제는 이데아 제국 발굴지에서 광부들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거다.
“폭탄은 매우 위험해 황궁에서 특별 관리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황궁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
“네. 위험한 물질이라 마법 실드가 처진 지하 창고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데아 황궁에 다시 가 봐야겠다.
전에는 거신 갑옷을 챙기고 제국으로 급하게 돌아간다고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혹시나 제조법이 있을 수도 있고.
생각난 김에 안드레아스에게 들은 지하 신전에 관해서 물었다.
“지하 신전이요? 그건 저도 처음 듣는데요.”
“그래? 그럼, 거기도 직접 가봐야겠군.”
“혹여 암흑 마법사들의 본거지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곳곳에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암흑 마법사도 있어?”
“네 원래는 저희의 마법 계열은 암흑 마법까지 일곱 가지였는데, 그들의 마법은 너무 위험하고, 다른 차원의 괴물을 불러들이기도 하기에 배척당했습니다. 특히 초거수의 등장이 그들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데아 제국에서 쫓겨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신전이 암흑 마법사들 본거지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야 이데아 제국과 마법사들은 신을 믿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암흑 마법사들은 다른 차원에 신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소환이나 차원 마법진을 계속 만드는 거죠.”
“차원 마법진을 만든 게 암흑 마법사들이야?”
“네! 그래서 이데아 제국에선 차원 마법진의 이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차원 마법진의 유례를 알았다.
그리고 입구가 신전과 비슷하다고 했으니, 어쩌면 암흑 마법사들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하 깊숙이 만든 것을 보면,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고.
“혹시 그 신전이 암흑 마법사들의 본거지라고 하면, 문을 열 방법이 없을까? 기간트도 열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잠겨 있다고 하던데, 열쇠 구멍도 없고. 이상한 문양만 가득하고.”
“그 정도면 암흑 마법사들의 본거지가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엔 암흑 마법을 사용해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제로 문을 부순다면 함정이 발동되거나 무너질 수 있으니, 절대 삼가야 하고요.”
“암흑 마법이라, 들어가긴 틀렸군.”
“저도 암흑 마법은 잘 몰라서 도움을 드릴 순 없군요.”
“알았어. 오늘은 여기서 잘래?”
“네?”
알리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군주님과 한 침대에······.”
“난 소파에서 잘게.”
“아!”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피곤했는지 알리사는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거신 마법사가 아기처럼 잠자고 있었다.
홀로 살아남은 이데아 제국의 마지막 생존자.
얼마나 외롭겠나.
암 드로운도 거신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는 내 마법인형이었고, 거신 용병들이나 코린트 왕국의 거신들은 그녀보다 까마득한 후대 사람이었다.
낯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일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녀와 난 공통점이 많았다.
소파에 누워 나도 잠을 청했다.
그렇게 코린트 왕국의 첫날이 저물었다.
***
뱅커스 가문의 공방까진 한참을 이동해야 했다.
괴조인형을 타거나 비공정을 이용했다면 순식간일 텐데.
기차도 없고 별다른 이동 수단도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이동해도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
마치 죽은 자들의 도시 같았다.
거신들은 수명이 매우 길었고, 최근에 사망한 사람이 없었기에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에 내게 죽은 거신들이 많으니, 그만큼 다시 아이를 낳겠지······.’
아이를 낳는 걸 통제하다니, 씁쓸한 일이었다.
“다 왔습니다. 저깁니다!”
데마르 원로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좀 많이 걷긴 했다.
주변에서 가장 큰 산의 아래쪽에 공방의 입구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건물과 다르게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데마르 원로가 다가가 뭐라고 말하자, 병사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젊은 여자 거신이 밖으로 나왔다.
“데마르 원로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스텐 뱅커스 원로와 긴히 할 말이 있소.”
젊은 여자 거신은 뒤에 있는 알리사와 나를 쳐다보았다.
“죄송하지만,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주 중요한 일이오. 그리고 스텐 원로께서 좋아하실 만한 정보도 가지고 왔소.”
“정보요?”
“하늘을 나는 배 말이오. 여기 이분이 그 배를 직접 만드신 분이시오. 구름 산맥 입구까지 타고 왔고.”
여자 거신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제 데마르가 말하길 요즘 코린트 마법사들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가 바로 하늘을 나는 비공정이었다.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지만, 원로들과 마법사들은 수인족 상공에 나타난 비공정에 대해서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좋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대신 다른 길로 새거나 물건을 만지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우린 여자 거신을 따라 통로로 들어갔다.
데마르 원로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 여자는 누구죠?”
“스텐 원로의 딸인 트레이시 뱅커스입니다. 뛰어난 대장장이자, 마도 공학자죠. 스텐의 뒤를 이을 차세대 원로 후보입니다.”
어쩐지 어깨가 남자 거신들보다 더 넓고, 근육이 장난 아니었다.
트레이시의 키는 11미터에 체격은 알리사보다 2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녀도 오리지널 거신 갑옷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아래로 이어진 길을 한참 내려가자, 곧 커다란 공동이 나왔다.
캉! 캉! 캉!
치이익! 치이익!
망치 소리와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여기가 거신의 공방이구나!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트레이시가 공방 안쪽으로 사라졌다.
난 주변을 둘러봤다.
“이건 수인족의 무기로군.”
공방 한쪽에 수인들 크기에 맞는 무기와 방패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이렇게 많으면서 한꺼번에 주지. 그들이 마석과 괴수 부산물을 가져오면 찔끔씩 내주고 있었다.
“알리사, 누가 오면 말해줘.”
“네! 주군.”
난 마나를 눈으로 뿜어냈다.
“오! 마나 탐색도 하실 줄 아셨습니까!”
데마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신들은 다 할 줄 아는 거 아닙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마나의 재능이 있는 일부 마법사들이나 쓰는 기술입니다. 저도 쓸 수 없고요.”
그건 좀 의외였다.
아무래도 암 드로운이 마나의 재능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영혼 이동을 통해 그걸 내가 이어받았고.
난 마나 탐색으로 주변을 살폈다.
내부에 일하는 거신 대장장이는 모두 열일곱.
생각보다 숫자가 많았다.
곳곳에 거신 갑옷도 보이고, 마석과 무기도 보였다.
그리고 바퀴 달린 거대한 수레가 보였다.
‘훗! 이동 수단을 만들려고 했나 보군.’
옛날에 거신들은 이족 보행 하는 커다란 공룡 같은 파충류를 타고 다니거나 수레를 끌게 했다. 하지만 초거수가 죽고 대수림이 변화하면서 파충류들의 크기가 더 커지고, 사나워졌기에 더는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이곳 대수림에서도 마땅한 괴수가 없었기에 코린트 왕국의 거신들은 그냥 걸어 다녔다고 들었다.
스텐은 거신들을 위해서 이동 수단이나 운송 수단을 만들고 싶은 거 같았다.
그리고 바퀴 달린 수레는 한쪽에 방치된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스텐 뱅커스는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어.’
이동 수단으로 비공정을 이용하면 되니까.
그리고 지상 이동 수단도 비행석으로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면, 안당고낙 같은 작은 괴수로도 얼마든지 커다란 수레를 끌 수 있었다.
“어이! 위험해!”
“저리 비켜!”
거신 대장장이들이 시뻘건 쇳물을 가지고 한쪽으로 이동했다.
그래도 이곳 공방은 코린트 왕국에서 가장 활기찼다.
뭔가를 만드는 것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그리고 13미터의 거신 대장장이가 다가왔다.
“응? 이 작은 인간이 하늘을 나는 배를 만들었다고?”
스텐은 생각보다 더 거구였다.
“그렇소.”
“오호! 신기한 일이로군. 이렇게 작은 인간이 말도 하고.”
스텐은 나를 무시하고 있었다.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인데······.
그래서 인형의 집에서 거대 토우 인형을 꺼내면서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 한 기를 꺼냈다.
계속 올려다보기에 고개가 아프기도 했고.
쿵! 쿵!
“뭐,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이게 무슨 마법이야?”
스텐 뱅커스와 거신 대장장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