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25)
25. 얼음 계곡 원정대(1).
[카야킨 사령부 회의실]날 보는 눈길들이 매섭다.
“충!”
출발 전에 작전 회의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크들 때문에 시간이 너무 늦어 버렸다.
자리에 앉자마자, 누군가 말했다.
“타일러 중위, 작전 회의가 장난으로 보이나?”
작은 눈에 날카롭게 생긴 인상.
엘다크 소령이었다.
“여기서 자네가 계급이 제일 낮아. 그런데 1시간이나 늦어? 제정신이야? 나 때는 말이야······.”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변명은 하지 않았다.
그럼 잔소리가 더 길어지니까.
내가 잘못하기도 했고.
“그만하게.”
커널 사령관이 끼어들었다.
“타일러 중위는 따로 준비할 게 많아. 그래서 내가 천천히 오라고 했네.”
“아! 그렇습니까.”
엘다크 소령이 곧바로 수긍했다.
다행히 커널 대령이 내 편을 들어줬다.
“타일러 중위가 왔으니, 1차 목적지까지 다시 작전을 점검해보겠습니다.”
보리스 소령이 두 번째 작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 내용은 별거 없었다.
원정대 담당 직책을 설명하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보급 물자는 어디서 받고, 또 전투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법 등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역할은 기간트에 맞춰져 있었기에 병사들은 보급품을 나르고, 보호한다는 간단한 설명만 있었다.
사실 말이 작전 회의지 상급자들끼리 이미 다 정해놓고 커널 대령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
작전 설명이 끝나자, 커널 대령이 날 쳐다봤다.
“타일러 중위 할 말 없나?”
“이동이나 작전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지휘 체계를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무슨 지휘 체계?”
장교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커널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이미 약속된 상황이었다.
“이번 원정대의 총지휘관은 타일러 중위네.”
사령관의 말에 장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엘다크 소령이 손을 들고 말했다.
“보리스 소령님이 있는데, 타일러 중위가 총지휘를 한다는 말씀입니까?”
보리스는 곧 중령 진급을 바라보는 사람이었고, 엘다크는 이제 막 소령으로 진급한 장교였다. 둘이 꽤 친한 선후배 사이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네. 이미 보리스 소령과는 이야기를 끝냈네.”
그때 보리스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정대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은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가령 괴수와 전투 상황이 발생할 때, 기간트의 전투 지휘는 제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상황에 대해서는 여기 타일러 중위가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위가 어떻게 연대 규모와 맞먹는 기간트 부대를 지휘합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타일러 중위는 기간트 기사도 아니지 않습니까?”
장교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물론 엘다크 소령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쾅!
커널 대령이 책상을 내려쳤다.
그러자 장교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이번 작전은 윌리엄 장벽 사령관님과 헬다임 정보국에서 진행하는 것이네. 나도 그대들도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전투 지휘는 보리스 소령이 할 것이니 문제가 없네. 혹여 장벽 사령부의 결정에 의문이 있는 장교는 지금 말하게.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주지.”
커널 사령관의 말에 장교들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다시 말하지. 총지휘관은 타일러 중위고, 전투지휘관은 보리스 소령이네. 혹여 원정 기간 동안 총지휘관에게 실수하는 장교가 있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알았나?”
이미 길잡이도 구했고, 보급과 이동 동선도 모두 결정된 상태였다.
지금 이 자리는 커널 사령관이 내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리였다.
“왜 다들 대답이 없나?”
“충! 알겠습니다.”
이 전진 기지에서 비밀 임무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커널 대령과 나밖에 없었다.
부사령관인 라그르 중령조차 모르고 있었고, 물론 보리스 소령도 우리가 가는 위치는 알아도 우리가 뭘 찾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일은 기밀을 요하는 일이었다.
작전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커널 대령이 개인적으로 물었다.
“엘다크 소령이 불편하면 빼줄까? 진급도 빠르고 능력도 출중한 사람이지만, 너무 고지식한 게 문제야.”
“아닙니다. 비숍급 기간트 기사가 어디 흔합니까. 보리스 소령님이 잘 관리하시겠죠.”
“알았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게.”
“네.”
우리는 다음날 얼음 계곡으로 출발했다.
***
높이 100여 미터의 거대 지하 통로를 이동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 보름 동안 괴수는 만나지 않았다.
울창한 대수림이 펼쳐져 있고, 언제 출몰할지 모르는 괴수를 경계하며 이동하는 것보단 이쪽이 확실히 안전하긴 했다.
하지만 밤낮을 구분할 수 없는 늘 어두컴컴한 시야와 습하고 눅눅한 환경이 사람을 불안하고 짜증 나게 했다.
덜컹!
순간 몸이 붕 떴다.
쿵!
“윽! 글래디스, 마차 좀 잘 몰아. 내 엉덩이 다 아작나겠어.”
“제 솜씨가 아니라 길이 문제입니다.”
마차를 모는 글래디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젠장!”
내가 총지휘관이긴 하지만 특별 대우는 없었다.
난 보급품을 실은 마차에 타고 가고 있었다.
그래도 걸어서 이동하는 병사들보단 나았다.
“에테나,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내가 탄 마차 주변은 엘프들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었다.
활과 칼로 무장한 그녀들은 인간보다 야간 시력이 좋았기에 걷기에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기이잉! 쿵! 쿵!
앞서가던 기간트 한 대가 뒤로 오더니 내가 탄 마차 옆에 붙었다.
[타일러 중위님, 너무 천천히 가는 거 아닙니까?]콜벳 대위의 물음이었다.
“트라스의 개와 쿠훌린 용병대는 대수림의 전문 길잡이입니다. 그들이 속도를 줄였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제 식사하면서 보니까. 기간트 장교들이 너무 천천히 간다는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그래요?”
[네, 분위기가 좋진 않습니다.]“참고하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건 단지 핑계일 뿐이고, 근본적인 불만은 나 때문이겠지.
커널 사령관의 강한 경고가 있긴 했지만, 자기보다 계급이 낮은 자가 지휘한다는 불만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랬기에 출발부터 삐걱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보리스 소령과 내가 데려온 콜벳 대위를 빼곤 기간트 장교와는 대화도 식사도 함께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그들과 함께 가긴 싫었다.
나를 믿지 않는 동료들과 위험한 곳에 가는 건 미련한 짓이기도 하고.
하지만 대수림에선 기간트가 꼭 필요했다.
당장 표범 꼭두각시 같은 E등급 수준의 괴수 하나만 나타나도 정신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번 임무까지다.
다음엔 기간트를 타는 내 마법인형과 함께 갈 테니까.
‘어디, 내 새끼들 잘하고 있나?’
인형의 집을 열었다.
치타로 이름 붙인 표범(lv.9) 꼭두각시는 괴수 뼈를 향해 앞발을 힘껏 휘두르고 있었다.
팍! 팍!
표범 괴수의 발톱은 단숨에 사람 몸을 찢어버릴 정도였지만, 살짝 흠집만 날 뿐이었다.
역시 별 3개짜리 괴수 뼈는 정말 단단했다.
이런 부산물로 기간트를 만드니 강할 수밖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표범 꼭두각시의 레벨 오르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는 것이다.
이건 신체 능력이 한계까지 오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현재 내 마법인형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단연 이 녀석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더그 마법인형에게 영혼 이동을 집중하고 있었기에, 이 녀석의 신체 스킬도 배우지 못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야간 시력 스킬은 꼭 배우고 싶은데······.
짹(lv.3) 자동인형은 지금도 아무 말도 없이 구석에서 고독을 씹고 있었다.
사마귀(lv.7)는 여전히 비행 훈련.
이 녀석도 더는 레벨이 오르지 않아 잠정 휴업상태였다.
그래도 비행할 수 있는 꼭두각시는 여러 상황에 유용했기에 훈련은 필수였다.
그리고 마지막 마법인형!
쿵! 쿵!
더그(lv.6)가 탄 기간트 훈련기가 부산물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역시 마나인형이야!
꼭두각시 마법인형 중에서 더그처럼 이 세계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인형을 마나인형으로 부르기로 했다.
처음, 이 마나인형을 훈련기에 태우고 영혼 이동을 통해 조종하려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에 당황했다.
몸속의 마나를 어떻게 흘려보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보리스 소령이 아니었다면 계속 삽질만 할뻔했어!’
그래도 상사 복은 있는지 보리스 소령과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는 지금 내 처지를 이해하고, 내 지시를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잘 따랐다.
그리고 내가 기간트 기사들이 마나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물었을 때, 큰 힌트를 주었다.
기간트 기사는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기간트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석 배터리의 마나를 몸속에 통과시켜 확장 시키는 느낌으로 조종하는 것이라 말해 주었다.
이것은 기간트 싱크로율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가 준 힌트를 통해 등 쪽에서 주입된 마석 배터리의 마나부터 느낄 수 있게 연습했고, 그 마나가 몸에 닿는 느낌이 들면 최대한 자신의 마나와 공명시켜 기간트 주변으로 뿌리는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틈날 때마다 영혼 이동을 통해 연습하자, 드디어 며칠 전 처음으로 기간트 팔을 움직였고, 지금은 내가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더그가 훈련기로 부산물 사이로 빠르게 이동하고 언덕을 오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한 달 안에 폰급 기간트도 조종할 수 있겠어!’
더그는 원래 비숍급 기간트를 움직이는 기사였다.
그러니 마나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문제는 그가 조종할 기간트가 없었다.
그건 헬다임 장벽으로 돌아가서도 마찬가지.
아직 드워프들이 기간트를 만드는 건 먼 이야기였다.
전진 기지의 케네스 영감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거긴 구형 기간트밖에 없었기에 실전엔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기지에서 훔칠 수도 없고, 어디서 주인 없는 기간트 하나 안 떨어지나?
“응?”
“중위님, 무슨 일이십니까?”
글래디스가 물었다.
“아니야.”
선두의 타냐 블랙과 쿠훌린이 멈췄다.
그러자 뒤를 따르던 기간트들이 정지했다.
지금 난 길잡이 용병들과 엘프들, 그리고 기간트 기사들과 운명의 실을 연결한 상태였기에 그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그때 한 병사가 달려왔다.
“타일러 중위님, 엘다크 소령님께서 모셔오시랍니다.”
“알았네. 자넨 후미로 가서 보리스 소령님을 모셔오게.”
“네!”
일부러 보리스 소령을 불렀다.
엘다크 소령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엘프들과 먼저 앞으로 이동했다.
***
[타일러 중위 왔는가.]이 새낀, 내가 총지휘관인데 계속 반말이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상대는 기간트 기사에 계급도 높았다.
게다가 난 이런 부대를 지휘해본 경험도 없었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길잡이가 갑자기 길을 멈추더니 갈 생각을 안 해!]“네?”
그때 쿠훌린이 코를 벌렁거리며 달려왔다.
“쿠오크! 타일러여! 냄새가 난다.”
“무슨 냄새?”
“쿠오크! 이건 분명 땅굴 벌레 괴수 냄새다. 놈이 근처에 있다. 조심해라!”
“그래?”
오크의 야간 시력은 인간과 비슷했기에 별로였지만, 후각은 매우 뛰어났다.
내가 오크들을 트라스의 개와 함께 맨 앞에 배치한 이유기도 했다.
그가 냄새가 난다면 분명 근처에 땅굴 벌레가 있는 것이다.
기이잉! 쿵! 쿵!
그때 길잡이 타냐의 기간트도 다가왔다.
“타냐 블랙, 왜 멈춘 것이오?”
[진동이오!]“진동?”
[미세하게 느껴지던 진동이 조금씩 커지는 것이 아무래도 불안하오. 돌아서 가야 할 것 같소.] [돌아가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엘다크 소령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타냐가 말했다.
엘다크 소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타일러 중위, 지금부턴 내가 선두로 나서지.]“네?”
[저들은 너무 속도가 느리다! 지금 이런 속도로 가다간 몇 달이 지나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엘다크 소령님, 하지만 길잡이들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괴수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일리가 있긴. 이 진동은 며칠 전부터 계속 있었다. 저들은 너무 겁이 많아.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 빠르게 이동하지.]“저기! 멈추······!”
기이이잉! 쿵! 쿵! 쿵!
엘다크 소령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앞으로 나갔다.
“하아!”
썩을 놈!
‘이 정도면 선 세게 넘었지?’
눈치를 보고 있던 기간트 기사들도 엘다크 소령의 뒤를 따라가려 했다.
아무래도 이대로 놔뒀다간 원정이고 뭐고 개판이 될 것 같았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모두 제자리에 멈춰라!”
내 목소리를 들은 기간트 기사들이 멈칫했다.
“지금부터 움직이는 자가 있다면 명령 불복종으로 군법회의에 회부될 것이다. 그리고 장벽 사령관님께서 주신 권한으로 강제 귀환시키겠다.”
자존심이 강한 기간트 기사들도 군법회의란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엘다크 소령은 혼자서 너무 앞서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워버린 대위가 말했다.
[타일러 지휘관님, 제가 모셔올까요?]“놔둬라! 어디까지 가나 보자.”
그때 후미에 있던 보리스 소령의 기간트가 도착했다.
[타일러 중위, 무슨 일인가?]쿵! 쿠쿠쿠쿠쿠!
갑자기 지하 통로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뭐야?”
“지, 지진이다!”
쿠앙! 파드드드득!
천정에 구멍이 뚫리면서 뭔가 거대한 것이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아아! 콰콰콰콰쾅!
그리고 전방을 휩쓸고 땅속으로 지나가 버렸다.
길잡이들이나, 기간트 기사들, 병사들, 엘프들, 용맹한 오크들조차 너무 놀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지름 100여 미터가 넘는 거대 구멍이 생겼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내, 내가 땅굴 벌레 괴수를 눈앞에서 보다니!]침묵을 깬 것은 타냐 블랙이었다.
[허! 거수다!] [세상에! 우리가 그대로 전진했다면 저기에 다 휩쓸렸을 거야!]기간트 기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엘다크 소령은?]보리스 소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다크 소령은 어디 있나?] [어? 방금 저 앞에 계셨는데······?] [뭐라?]그제야 다들 심각성을 인지했다.
아무리 찾아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내 인형의 집에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마나인형을 늘리고 싶진 않았는데······.’
아니? 기간트 기사들에게 운명의 실을 연결한 것은 은연중에 이런 결과를 바란 것은 아닐까?
방금도 무의식적으로 운명의 실이 검게 변하자마자 기사회생 스킬을 사용했고, 성공하자마자 허수아비(lv.1)를 인형의 집에 넣었으니까.
아무튼, 마나인형이 둘로 늘었다.
그러니.
‘기간트도 2대가 필요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