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65)
65. 라이언 크로스.
“조금만 버텨라! 곧 병사들이 올 것이다!”
검을 휘두르며 반보 앞으로 나아갔다.
달려오는 적들을 먼저 막기 위해서였다.
서걱! 서걱!
후들거리는 팔로 적을 베어 넘겼다.
“로제 소령! 시안 황자님을 지켜라!”
“네!”
내 좌측에 있던 로제 소령이 시안 황자 옆으로 이동했다.
그쪽엔 파이컬 중령이 있었지만, 상처를 입은 몸이라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난 루이스 사황자의 앞을 지키며 필사적으로 막았다.
적들의 공격은 루이스 사황자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내가 있는 중앙이 가장 치열했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나도 점점 힘에 부쳤다.
하지만 버텨야 했다.
여기서 거신인형을 불러내면, 여태까지 노력이 허사가 된다.
“커헉!”
콰앙!
“반역자들을 모두 처단하라!”
회의실 복도에서 우레와 같은 고함이 들렸다.
“으악!”
“크악!”
그리고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왔구나!’
드디어 루이스 사황자를 구하러 온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딱 맞췄네!’
조금만 늦었다면 거신인형을 꺼낼 뻔했다.
얼마나 격렬하게 싸웠는지, 팔과 다리가 다 후들거린다.
오리지널 마장기에 타고 싸울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드네······.
“가디언 제국군 병사들이 도착했다! 조금만 버텨라!”
내가 소리쳤다.
두 황자도 아베르크 기사들도 다들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었다.
퍼억! 쿠웅!
복도에 병사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거구의 사내가 회의실 문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도끼로 눈앞에 병사를 사정없이 찍어 넘겼다.
쩌억!
“반란자들을 모두 죽여라!”
‘응? 세르게이 중장?’
중장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
그는 타고난 무골이었고, 힘 또한 장사였다.
나이가 쉰 살이라고 들었는데, 지금도 현역으로 마장기에도 타고 있었다.
“황자 저하를 지켜라!”
“와아아!”
“반란군을 제압하라!”
문 안쪽으로 호위 기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세르게이 중장과 기사들이 순식간에 회의실 안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을 처리했다.
적을 모두 쓰러트리자, 세르게이 중장이 루이스 앞에 섰다.
쿵!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루이스 사황자 저하!”
바닥이 깨지는 줄 알았다.
세르게이 중장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호위 기사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황자 저하!”
루이스 사황자가 깊은 한숨과 함께 피 묻은 검을 자기 바지에 닦고, 검집에 넣었다.
“세르게이 중장, 나를 죽이려는 자들은 모두 제압했나?”
“아직 일부 반란군들이 마장기에 타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헤수스 준장이 직접 처리하러 갔으니 곧 제압할 겁니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여기 아베르크 제국의 기사들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것이네.”
“송구합니다. 저하!”
“송구합니다. 저하!”
루이스는 고개를 흔들곤 나를 쳐다봤다.
난 검을 집어넣고, 손을 가슴에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라몬 후작이 황족에게 예를 표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루이스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라몬 후작이 안으로 들어왔다.
“루이스 저하!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소. 라몬 경.”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옐레나 소장이 들어왔다.
옐레나 소장은 무릎부터 꿇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정보부가 불온한 자들을 미처 색출하지 못했습니다. 죽여 주시옵소서.”
“괜찮네. 어차피 여긴 내 마음대로 온 곳이 아닌가.”
난 순간 어이가 없었다.
저 미친년 얼굴 두꺼운 거 보소!
이 일의 주모자 격인 옐레나 소장이 기가 막힌 연극을 하고 있었다.
자신만 빠져나가겠다는 수작이었다.
하긴 이 일을 벌인 지휘관 셋만 죽인다면, 자신이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다 봤지.
라몬 후작이 말했다.
“루이스 저하, 아직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알겠소. 여기 다친 기사들을 치료해 주고, 편히 쉴 수 있게 새 숙소를 알아봐 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오늘 사건은 일단락됐다.
물론 나는 아직 남았지만.
우린 루이스 황자를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난 루이스 사황자에게 다가갔다.
“멈춰라!”
루이스의 호위 기사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루이스 황자가 뒤를 돌아봤다.
“그 사람은 괜찮다.”
루이스가 날 향해 손짓했다.
내가 다가가자, 루이스가 말했다.
“타일러 중령, 고맙네. 내가 상황을 정리하는 대로 따로 인사할 것이네.”
“그것이 아니고 잠시 시간을 좀 내주십시오.”
“무슨 할 말이 있는 건가?”
“네, 중요한 일입니다.”
루이스에게 귓속말했다.
난 옐레나 소장에 대해서 알려줬다.
루이스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맙네. 오늘 여러 번 신세를 지는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
“그럼 몸조심하십시오.”
루이스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호위 기사들과 사라졌다.
그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옐레나 소장을 의심은 하겠지.
이로써 두 황자를 구하는 내 할 일은 다 끝냈다.
‘휴!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일을 끝냈군.’
오랜만에 몸을 쓰고, 스킬을 연거푸 사용했기에 체력이 바닥이었다.
“오늘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로제 소령이었다.
“다친 기사들은?”
“파이컬 중령님만 팔을 좀 다쳤고, 다들 큰 부상은 아닙니다.”
“다행이군.”
“아까 보니까, 지휘 능력이 대단하시던데요!”
난 피식 웃어줬다.
인형술사는 원래 지휘자이자 지휘관이었다.
전생에 S급 헌터로 올라섰을 때는 항상 수백 명의 마법인형 군단을 지휘하며 괴수와 싸웠다.
그러니 지휘야말로 내 특기이자, 일상이었지.
“나보다 로제 소령 검술이 더 대단하던데.”
“아닙니다. 언니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우리도 그만 가서 좀 쉬지.”
온몸이 녹초가 됐다.
이대로라면 이틀은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동하면서도 쉴 순 없었다.
그럼 이제 나도 좀 챙겨볼까.
‘암 드로운, 그쪽 상황은?’
[창고를 지키던 마장기들과 룩급 오리지널 마장기가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누가 이기고 있지?’
[오리지널 마장기가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그러면 거기도 곧 끝나겠군. 거신 갑옷은?’
[이미 모두 챙겼습니다. 주군.]‘잘했어. 그럼 들어와!’
난 암 드로운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상황이 어수선한 틈에 거신 갑옷을 챙길 생각이었다.
사황자를 죽이려는 준장의 부대가 거신 갑옷을 지키는 부대라는 것을 알기에 암살이 실패하면, 이들을 잡으러 마장기가 올 것이고, 난 그 틈에 창고를 털 생각이었다.
그럼 거신 갑옷을 그들이 훔쳐 간 것으로 생각할 것이고, 그들이 아무리 변명을 해봐도 사황자를 죽이려 했기에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시각에 루이스 사황자를 지키고 있었으니, 완전 범죄.
‘힘들게 고생했는데, 이 정도는 챙겨도 되겠지?’
고생했으니, 보상은 내가 직접 챙기자.
윌리엄 사령관도 허락했고.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루이스 사왕자도 살리고, 나도 좀 챙기고.
이번 전투로 마장기 1대가 또 파손됐다.
이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기체가 단 3대밖에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거신 갑옷을 3개나 확보했으니까.
그것도 사이좋게 비숍급 1개, 나이트급 1개, 폰급 1개였다.
이걸로 오리지널 기간트를 만들면 나도 타고, 타냐와 트라스의 개 기사들에게 좋은 당근이 될 것이다.
물론 내 자동인형에게 줘도 되지만, 그들은 인형의 집을 활용한 전투 방식이 효과적이었기에 기간트의 질보단 양이 많아야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필요했다.
늘 출장이 많은 나니까.
‘이제 나도 좀 쉬어야겠다.’
두 황자를 지킨다고 체력과 머리를 너무 썼다.
***
협상은 바로 다음 날 재개됐다.
상대 제국의 협상단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뿐만 아니라 황자의 목숨까지 빚졌으니, 자존심이 상해 협상을 오래 끌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덕분에 귀환 시기도 앞당겨질 것 같다.
자리에 앉았는데, 왠지 허전하다?
내 옆에서 항상 떠들던 엔리크 소령이 없으니, 좀 심심했다.
사람이, 드는 표는 안 나도 나는 표는 난다고 하더니······.
“충!”
회담장으로 들어선 시안 황자에게 기사들이 경례했다.
나도 경례했고.
시안 황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례를 받더니, 내게 다가왔다.
“타일러 중령, 어젠 잘 해주었네. 로제 소령에게 들으니 날 제일 먼저 보호하라고 했다고?”
그냥 보호하라고 했을 뿐인데?
제일 먼저란 말은 로제 소령이 추가한 것 같았다.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아베르크 제국의 장교가 아베르크 제국의 황자님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윌리엄 사령관께서 제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황자님을 보호하라고 특별히 명령하셨습니다.”
“윌리엄 사령관께서? 역시, 그랬군.”
시안 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다.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지 눈도 충혈됐고.
“휴! 나는 너무 급히 달려왔어. 주변에서 자꾸 내 후계 서열이 오른다고 말하니, 어쩌면 내가 황제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한 것 같네. 어제 루이스 사황자를 보니, 지금 내 자리는 단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자리임을 깨달았네.”
“······.”
“고맙네. 타일러. 내 기사들과 날 지켜줘서.”
“아닙니다.”
시안 황자는 내 어깨를 한번 두드리더니, 회담장 테이블로 향했다.
‘뭐지? 사람이 조금 달라졌네. 진짜 성장한 건가?’
자리에 앉자, 근처에 앉아 있는 호위 기사들이 날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맞은 편에 앉은 가디언 제국의 기사들까지 날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왠지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기분이네.
회담장 반대편 문이 열리고, 가디언 제국의 대표들이 나왔다.
그런데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옐레나 소장의 자리에 루이스 사황자가 앉았다.
어제 내 조언을 새겨들었나 보다.
그때 루이스 사황자가 날 보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도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그리고 반대편에 앉은 거구의 세르게이 중장 역시 날 보더니, 손을 살짝 들어 인사했다.
적국의 장군이 저러니, 왠지 부담스럽다.
그렇게 회담은 빠르게 진행됐다.
***
협상은 나흘 만에 끝났다.
‘그래, 하면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
물론 나와 기사들이 사황자를 구한 것 때문에 우리 측에 조금 유리하게 협상이 진행된 것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앞으로 2년간 평화적으로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가디언 제국의 발굴지가 있는 반경 10km 이내에는 침범하지 않기로 했고, 저들은 화산 지대 남동쪽을 우린 화산 지대 남서쪽에서 따로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년 후에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
‘2년 후엔 황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지금 수준으론 힘들어 보이지만, 이제 대 놓고 발굴할 테니,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럼 그 기간 안에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우리도 빨리 발굴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일로 거신 갑옷을 많이 찾아내는 쪽이 국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으니까.
아침부터 서둘러 마차로 짐을 옮겼다.
“우리 기지로 돌아간다니 마음이 놓여요.”
로제 소령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파이컬 중령은 한쪽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기에 시안 군단장과 마차를 타기로 했고, 로제 소령이 중령의 룩급 기간트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제가 룩급 기간트에 탄다니, 조금 떨리네요.”
“로제 소령은 충분히 가능할 거야.”
“휴! 한 번 해봐야죠.”
이건 어쩌면 로제 소령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시안 5군단장도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야 할 텐데······.
출발 준비가 끝날 때였다.
기지에서 우릴 배웅하기 위해 가디언 제국의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가 더 많았다.
저 정도면 당분간 평화는 유지되겠지?
배웅하러 온 사람들 맨 앞엔 루이스 사황자가 있었다.
루이스와 협상단은 먼저 찰스 국장과 인사를 했고, 그리고 7황자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타일러 중령, 이렇게 빨리 돌아간다니 아쉽군.”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지 않겠습니까?”
루이스 사황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땐 적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그럼, 제가 좋은 술 한 병 가지고 가겠습니다.”
“하하! 술안주는 내가 준비하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하니 벌써 군침이 돕니다.”
루이스 사황자가 피식 웃더니, 한 발 앞으로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내 정체는 언제 알았나?”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첫날부터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윽! 그렇군.”
루이스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누가 봐도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럼, 저들의 암살 계획은 어떻게 알았나?”
“그냥 우연이었습니다. 창문 밖을 보니, 갑자기 기사들과 병사들이 몰려오고, 마장기가 길목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협상하고 묵는 건물에 사황자님께서 계셨고요. 이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저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나왔습니다.”
“옐레나 소장은?”
“골목에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장군과 대화를 하는 걸 봤습니다.”
“그래?”
뭔가 석연치 않은 얼굴이지만, 믿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증거도 없었고, 내 알리바이는 사황자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자네 말대로 암살자들의 지휘관을 추궁하려고 지하 감옥에 가둬 놨더니, 옐레나 소장이 직접 죽이러 오더군.”
“함정을 파셨군요.”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정보부 소장을 증거도 없이 범인으로 몰 순 없거든. 아무튼, 자네 도움이 컸네.”
“뭘요. 우린 밤새 술잔을 나눈 사이가 아닙니까.”
“하하하!”
루이스 사황자가 웃었다.
그가 손을 뒤로 뻗자, 라몬 후작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상자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엔 은색 훈장이 들어 있었다.
“비록 적이긴 하지만 내 목숨을 구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있어야지. 빨리 주려 했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 회의가 길어졌네.”
난 시안 황자와 찰스 국장을 쳐다봤다.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이미 이야기를 끝냈어.”
루이스 사황자는 내 가슴에 은색 훈장을 달아줬다.
중앙에 사자 얼굴 문양이 있고, 두 개의 검이 대각선으로 교차하면서 떠받치는 모양의 훈장이었다.
이왕이면 금색 훈장을 주지.
그래도 이게 어딘가!
적국의 황자에게 훈장을 받다니.
“감사합니다.”
“가디언 제국은 경의 방문을 늘 환영하네.”
“네? 경이요?”
처처처처척!
그 순간 주변에 있던 마장기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가슴에 주먹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 가디언 제국은 라이언 크로스 훈장을 받은 자를 남작으로 대우하지. 축하하네. 타일러 빈스 남작.”
뭐야?
나 방금 가디언 제국의 귀족이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