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64)
64. 황자를 구하라(2)!
엔리크 소령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쯧쯧! 곧 죽을지도 모르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네······.’
엔리크는 술도 약하면서 왜 굳이 나와 같이 마시려고 했을까?
술만 주고 가도 될 텐데.
아! 엔리크란 이름도 가짜겠네.
지금이라도 사황자나 라몬 후작에게 계획을 말한다면 놈들을 잡아들일 수 있을까?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누가 일개 호위 기사의 말을 믿을까?’
그들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면 끝이다.
나보단 자국의 장군들과 기사들 말을 믿겠지.
‘그리고 미리 말해봐야 내가 구해준 거 티도 안 나겠지?’
아마 십중팔구 사건 자체를 무마하려 할 것이다.
이왕 황자를 구해주고 생색을 제대로 내려면, 확실하게 구해준 티를 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뭔가 얻어낼 수 있을 테니까.
[주군, 건물 앞으로 병사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벌써?’
옆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는 내 자동인형 알리만이 알려왔다.
‘혹시, 마장기도 있어?’
[비숍급 마장기 한 대와 나이트급 마장기 한 대가 양쪽 통로를 막고 있습니다.]‘병력은 몇 명이나 되지?’
[대략 300명쯤 되는 것 같습니다.]300명이나?
쩝! 짧은 시간에 많이도 몰려왔네.
하지만 나도 지난 몇 개월간 놀고 있진 않았다.
나름 근력과 체력도 키웠고, 일반 스킬 레벨도 올렸다.
물론 인형의 집에서 암 드로운만 불러도 상황은 간단히 타개된다. 하지만 그럼 내 능력이 만천하에 알려질 테니, 좋은 시절은 끝이다.
그러니 이번엔 몸으로 좀 때우자.
위기는 아니지만, 최대한 위기처럼 보여야 한다.
‘오랜만에 손맛 좀 즐기겠어.’
무기를 챙겼다.
‘알리만과 네자드는 마장기에 타고 근처에 대기하고 있어. 내가 명령을 내릴 때까진 공격하지 말고.’
[네! 주군.]다행히 놈들은 마장기를 이용해 공격하진 않았다.
마장기로 건물을 공격하면, 우리에게 뒤집어씌운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자신들이 공격했다는 것이 알려질 테니까.
놈들은 암살에 성공하고 싶지, 죽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스르릉!
백색의 검신을 뽑고, 물 한 컵을 엔리크에게 뿌렸다.
촤아악!
“앗! 차가워?”
엔리크가 벌떡 일어났다.
“엔리크 소령, 적이다!”
“네?”
“누군가 우리를 죽이려고 건물을 포위하고, 병력을 잔뜩 끌고 왔다!”
“그,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엔리크가 얼굴에 물기를 소매로 닦고는 술을 깨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설명할 시간이 없다. 무기를 들어라!”
콰앙!
난 방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적이다! 적습이다! 아베르크 제국의 기사들은 집결하라!”
끼익!
“타일러 중령님, 무슨 일입니까?”
내 목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나온 것은 로제 소령이었다.
“로제 소령! 정체 모를 자들의 습격이네. 어서 7황자님과 정보국장님을 깨워 3층 회의실로 모시게!”
“네? 네! 알겠습니다.”
로제 소령이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파이컬 중령과 호위 기사들이 뒤늦게 검을 들고 복도로 우르르 몰려왔다.
“타일러 중령, 무슨 일인가? 적습이라니?”
“적이 공격했습니다!”
“적이라니?”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모두 방어 대형을 갖춰야 합니다.”
그때였다!
“으악!”
“기습이다! 막아라!”
아래층에서 소란스러운 병장기 소리와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젠장! 모두 검을 뽑아라!”
“어떻게 이런 일이? 누가 감히?”
술이 살짝 깬 엔리크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은 것 같았다.
이 녀석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내게 떨어질 게 많다.
가디언 제국과 협상도 유리하고.
“엔리크 소령, 내 뒤로 서라!”
“네? 네.”
엔리크를 뒤로 보내고 난 검을 겨눴다.
그때 한쪽 팔에 흰 손수건을 단 병사들이 계단을 우르르 올라왔다.
“모두 다 죽여라! 생존자를 남기지 마라!”
“와아아아!”
난 달려오는 놈들을 향해 백색의 검을 높이 들었다.
“이야!”
서걱! 서걱!
“크악!”
“으악!”
병사들이 창대와 함께 베어졌다.
[넵프로스의 촉수로 만든 커틀러스(공격력:★★★☆)]괴수 촉수로 만든 레어급 명검.
클린드 부국장이 내게 이 검을 주면서 왜 아까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닿는 순간 조금만 힘을 줘도 그 예리함에 모든 것을 반으로 가른다.
백색의 검신이 휘둘리면 어김없이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야!”
다다닥!
병사가 창을 찌르며 달려들었다.
슬쩍 몸을 틀어 피하고 검을 올려쳤다.
서걱!
“으악!”
병사의 두 팔과 창대가 동시에 바닥에 떨어졌다.
난 비명을 지르는 병사를 발로 차서 계단 밑으로 밀어버렸다.
검을 휘두른다는 감각.
오랜만이었다.
인형술사라고 해서 뒤에서만 싸우고 근접 전투를 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괴수는 그런 거 없다.
그냥 아무나 가까운 사람을 공격하니까.
헌터 시절 나도 마법인형과 함께 괴수와 싸웠고, 또 날 죽이려는 빌런들과도 치열하게 싸웠다.
지금이야 기간트가 있으니 굳이 맨몸으로 싸울 필요가 없었지만, 전생엔 밥 먹고 싸움만 했었지.
‘그래! 이 감각이야.’
달려드는 병사를 베고 조금씩 전진해 계단으로 오르는 병사를 인정사정없이 찔렀다.
병사들은 내 상대가 아니었다.
“뭐 하고 있어! 어서 올라가!”
아래쪽에서 기사들이 소리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계단이 하나뿐이란 것이다.
올라오는 병사들 계속 쓰러트리자, 보다 못한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뒤로 물러서라!”
난 복도로 물러섰다.
그러자 파이컬 중령이 말했다.
“타일러 중령, 좀 쉬게 이제 우리가 하겠네!”
“아닙니다. 아직 힘이 남았습니다.”
그때였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검과 창을 겨누며 반대쪽 복도를 메웠다.
마장기를 다루는 기사들을 이런 곳에 쓰다니, 어이가 없었다.
“멈춰라! 지금 뭐 하는 짓이냐!”
기사들을 보자, 엔리크가 앞으로 나서 소리쳤다.
그런데!
“저기 루이스 사황자가 있다! 무조건 죽여라!”
“사황자를 죽여라!”
“뭐? 뭐라고?”
사황자는 순간 얼이 빠졌고, 가디언 제국 기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난 사황자의 목을 휘감고 뒤로 물러섰다.
“놈들을 막아라!”
내 외침에 파이컬 중령과 호위 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으아아!”
“죽여!”
캉! 카카캉! 캉!
기사들끼리 대결!
3미터의 좁은 복도에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기사들이 목숨을 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엔리크 소령! 정신 차리게.”
이미 그의 정체를 다 알았지만, 난 루이스 사황자를 계속 엔리크라 불렀다.
자기 집 안방 같은 곳에서 자기 부하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으니, 충격이 크겠지.
게다가 자기를 지키고 있는 것이 적국의 기사들이었으니······.
[주군. 진입로에 병사들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마장기가 길을 막고 있어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움직일까요?]알리만이 보고했다.
‘아니다! 더 기다려!’
[네! 주군.]지금 이 건물로 다가오는 병사들은 분명 황자의 호위병들이나 라몬 후작이 소란한 소리를 듣고 보내온 것이다.
하지만 마장기가 양쪽 길을 떡하니 막고 있으니, 마장기를 보내지 않는 한 인간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
“크윽!”
파이컬 중령이 신음을 흘렸다.
왼쪽 어깨에 부상이 생겼다.
그리고 다른 호위 기사들도 교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적들이 워낙 많았기에 하나둘 상처를 입고 있었다.
“천천히 물러나라!”
소리치고 난 앞으로 달려갔다.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양손 내려치기!’
가디언 기사가 검을 수평으로 들며 내 검을 막았······.
촤악!
검이 부러지고, 기사의 얼굴과 몸통이 반으로 갈라졌다.
“헉!”
“뭐야? 사람이 반으로 갈라졌어!”
내 괴력에 마장기 기사들이 경악하며 주춤거렸다.
킹콩 마법인형의 스킬을 여기서 쓰네!
킹콩 괴수가 양손을 모아 내려치는 스킬에 명검의 힘이 합쳐지니, 괴력이 발휘된 것이다.
하지만 팔이 후들거려 많이 쓸 순 없었다.
“부상자를 데리고 3층으로 물러서라! 기사들은 회의실 앞을 지켜라!”
“네!”
호위 기사들이 내 명령을 받고 회의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들어와! 이 새끼들아! 들어와!”
머뭇거리는 기사들을 향해 손짓했다.
“이야!”
한 기사가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나도 검을 마주했다.
‘앞발 후려치기!’
캉! 휙휙휙! 푹!
상대 기사의 검날이 잘리며 천장에 박혔다.
기사는 잘린 검과 나를 보여 한 마디를 내뱉었다.
“제길!”
촤악!
기사의 몸을 긋고는 나도 계단을 향해 달렸다.
“어서 쫓아라!”
“놈들은 힘이 빠졌다.”
‘지금이야! 모두 나와!’
쾅! 콰앙!
내 자동인형들이 문을 열고 복도로 몰려나왔다.
내가 명령했다.
“쓸어버려!”
“주군의 명이시다! 적을 섬멸하라!”
“와아아아!”
촤악! 촤악!
자동인형 다섯이 기사들과 병사들을 옆에서 공격했다.
“으악!”
“뭐, 뭐야?”
내 자동인형들은 원래 살루스 왕국과 아리칸 공국 출신 기사들, 그리고 거신인형인 암 드로운 기사단장에게 혹독한 검술 수련을 받았다.
웬만한 기사나 병사들은 일격을 받기도 힘들었다.
“젠장! 밀리지 마라!”
“멈추지 말고, 계속 들어가라!”
“죽어!”
푹!
한 기사가 내 자동인형의 배를 찔렀다.
“어?”
자동인형은 멀쩡한 모습으로 기사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악!
“크헉!”
기사가 힘없이 허물어졌다.
내 자동인형은 검에 찔리거나 베어도 죽지 않는다.
물론 많이 찔리거나 여러 번 베이면 레벨이 초기화되거나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이 아예 끊어져 마법인형이 해지되기도 한다.
하지만 칼질 몇 번 정도는 버틸 수 있었고, 그걸 상대한 기사들한테는 언데드를 상대하는 것 같은 공포였다.
그렇게 자동인형들이 10분간 활약하며 길을 막았다.
‘됐다! 모두 문 안으로 들어가!’
자동인형들이 복도에서 물러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난 곧장 그들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어? 어디 갔지?”
“사라졌어?”
내 자동인형을 쫓아 들어간 기사들과 병사들은 당황했을 것이다.
그사이 난 3층으로 올라갔다.
“타일러 중령님, 괜찮으십니까?”
로제 소령이 다가왔다.
“시안 저하와 국장님은?”
“일단 회의실 안으로 모셨습니다.”
“엔리크 소령은?”
“그게 지금 패닉 상태라······.”
그때 기사들과 병사들이 다시 3층으로 우르르 올라왔다.
“어딜!”
다다닥!
촤악! 촤악!
로제 소령이 계단에 막 올라선 기사와 병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 역시 대단해!’
검술 실력은 언니인 엠버 대령 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었다.
로제 소령이 적을 막고 있는 사이에 기사들이 지키는 3층 입구로 향했다.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라!”
내 명령에 기사들이 회의장 테이블을 눕히고 의자를 위로 쌓기 시작했다.
시안 7황자가 다가와 물었다.
“타일러 중령, 대체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건가?”
“지금 반역자들이 우리 협상단과 루이스 사황자를 죽이러 오고 있습니다.”
“반역자는 무엇이고? 루이스 사황자라니?”
“여기 이분이 가디언 제국의 루이스 사황자이십니다. 저들은 사황자를 시해하려는 암살자들입니다.”
“뭐?”
다들 몸을 떨고 있는 루이스 황자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럼, 여기서 도망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망칠 장소가 없습니다. 다행히 루이스 황자를 구하기 위해 호위 기사들과 가디언 제국군이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조금만 버텨 주십시오.”
“알았네.”
시안 오르도가 검을 뽑았다.
“모두 바리케이드를 뒤로 와라!”
회의실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선 로제 소령과 부상한 파이컬 중령이 필사적으로 적을 막고 있었다.
이제 딱 적당한 시기였다.
‘됐다! 알리만, 네자드, 마장기를 공격해 길을 뚫어라!’
[네! 주군!]두 자동인형이 나이트급 마장기를 끌고, 길을 뚫기 위해 달렸다.
이제 곧 병력이 올라올 것이다.
“뒤로 물러서라! 회의실을 지켜라!”
로제 소령과 파이컬 중령이 몸을 돌려 달려왔다.
검을 휘두르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장사도 쉴 새 없이 싸울 순 없었다.
“어서 안으로!”
우리 셋은 회의실 입구에서 적을 맞이했다.
“어서! 뚫어라!”
“시간이 없다! 모두 죽여!”
와아아!
병사들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기사들은 나와서 앞을 막아라!”
바리케이드 옆에 있던 기사들이 달려왔다.
일단 입구에서 최대한 적을 막았다.
하지만 들어오는 숫자는 점점 더 많아졌다.
“죽어!”
팟!
내 배를 검으로 찌른 기사!
“악! 타일러 중령님!”
옆에 있던 로제 소령이 소리를 질렀다.
난 비릿하게 웃으며 검을 내려쳤다!
촤악!
“커헉!”
기사는 힘없이 쓰러졌다.
로제 소령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구멍 난 제복 사이로 조끼를 살짝 보여줬다.
그제야 그녀도 내가 무사한 이유를 알아챘다.
[로트거너의 비늘로 만든 조끼(방어력:★★★☆등급)]난 윌리엄 사령관이 준 레어급 조끼를 입고 있었기에 일부러 검을 맞아준 것이다.
최하급 괴수의 발톱에도 막은 적이 있으니, 인간의 검 정도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전에 카야킨에 정보를 전달하러 갔을 때, 부관에게 찾아오길 잘했어.
역시 이런 건 현장직이 입어야 해!
“죽여라!”
“밀고 들어가!”
“모두 물러서지 마라!”
내가 목청껏 소리쳤지만, 다들 힘이 빠져 자연스레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뚫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병사가 있었다.
“이야!”
촤악!
“커헉!”
“응?”
엔리크 소령, 아니 루이스 사황자가 병사를 죽이고 앞으로 나와 내 옆에 있었다.
“빌어먹을! 내가 루이스 사황자다! 내 목을 가지러 왔느냐?”
촤악! 촤악!
“어서 가져가 봐라!”
루이스는 각성한 사람처럼 무섭게 검을 휘둘렀다.
‘뭐야? 잘 싸우잖아!’
조금 전까진 샌님처럼 굴더니.
사실 그는 원래 뛰어난 기사였다.
마나량이 로제 소령과 비슷한 정도였으니, 마장기 역시 룩급 이상을 몰 것이고, 오리지널 마장기 역시 충분히 탈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오늘은 충격이 컸을 뿐이었다.
“모두 물러서지 마라! 루이스 사황자를 지켜라!”
‘어라? 저 양반은 왜 그래?’
시안 7황자 역시 루이스 사황자 옆에 서서 몰려오는 적을 막고 있었다.
그도 이제야 깨달은 것 같았다.
루이스 사황자가 죽으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을 거라는 걸.
시안 7황자에겐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네요.
윌리엄 사령관 각하!
이건 나름 또 새로운 역사네.
두 황자가 적들을 맞이해 나란히 싸우고 있다.
이질적인 장면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