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66)
66. 이곳에 제 터전과 삶이 있으니까요.
쏴아아아아! 후두두둑!
대수림 날씨가 또 변덕을 부린다.
습기에 눅눅해진 마차는 블랙힐 기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만 좀 쳐다보십시오. 얼굴 뚫어지겠습니다.”
내 말에 찰스 그레빌 정보국장이 턱을 매만졌다.
“타일러 중령, 가디언 제국의 귀족이 된 소감이 어때?”
“뭐, 어깨에 힘 좀 들어가는 거 빼면 나머진 똑같습니다.”
“그래? 아무리 루이스 황자의 목숨을 구했어도, 적국의 중령에게 라이언 크로스 훈장이라니, 저들의 노림수가 있나?”
난 가슴에 달린 훈장을 쳐다봤다.
“정말 이 훈장 하나로 제가 가디언 제국의 남작이 된 겁니까?”
“아까 가디언 기사들의 표정을 보지 못했나?”
“부러워하더군요.”
“라이언 크로스는 가디언에서 세 번째로 영예로운 훈장이네. 전장에서 큰 공을 세우거나 황족이나 원수급 인물을 구했을 때만 받는 훈장이지. 그거 하나만 있어도 가디언 제국에선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네.”
“오! 그래요?”
루이스 황자가 생각보다 좋은 선물을 줬다.
라몬 아라곤 후작이 똥 씹은 표정을 할 만했다.
“국장님, 앞으로 저 섭섭하게 하면 확! 전향합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네?”
“그럼 가디언 제국의 귀족이 우리 스파이가 될 테니까.”
찰스 국장의 말에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절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닙니까?”
“자네보다 자네 상황을 믿는 거지. 전향하기엔 우리 제국에 너무 많은 것을 벌이지 않았나? 헬다임에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있다고 들었네. 게다가 대수림에 난민들의 전진 기지도 만들었고, 엘프들을 하사관으로 만들고, 이번에 안당고낙을 사육하겠다고 일을 벌였고, 게다가 영지도 산다고 했다면서?”
“영지를 산다는 소문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자네가 바쁠 것 같다고 윌리엄 사령관께서 나더러 좀 알아봐 달라고 하시던데?”
어라? 내가 바쁜 건 맞지만, 사령관에게 그런 부탁을 한 기억은 없는데······.
“윌리엄 사령관님과 국장님은 친하십니까?”
“어떤 의미로 물은 건가? 같은 7황자님 라인이냐고?”
“네.”
“그런 건 아니네. 난 라인 같은 건 없네. 그저 가끔 쓸만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정도지. 정보국 국장 자리에 있지만, 내 입은 상당히 무겁거든.”
살짝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추밀원장이 물어보면 대답해야 하지 않나?
“다른 상관들에게 배운 적이 없나? 정보국에선 정보가 곧 무기야. 난 다른 높은 귀족들과 공유하는 정보가 꽤 있네. 그 때문에 내가 정보국장이 됐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내가 그 정보를 여기저기 마음대로 흘리면 어찌 되겠나?”
“다들 중요한 정보를 말하지 않겠죠.”
“잘 알고 있군. 그러니 자네도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나와 공유하지. 대신 나도 자네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서로 윈윈하자는 거군요.”
찰스 정보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조금씩 정보국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챙긴 정보국 서류에 없는 고급 정보도 얼마든지 있었다.
찰스 국장이 갑자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자네는 7황자님 라인이 아니었나?”
“네, 아닙니다.”
“그렇군. 난 또 윌리엄 사령관께서 하도 챙기시길래 7황자님 라인인 줄 알았네.”
“외부에선 다들 절 그렇게 보겠군요.”
찰스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좀 심각한데······.
“국장님, 이왕 말이 나왔으니, 헬다임 근처에 어디 적당한 영지가 없을까요?”
“영지라······.”
찰스 국장이 잠시 뭔가를 떠올렸다.
“이건 고급 정보는 아니니 그냥 말해주지. 일단 영지를 가지고 뭘 하려고 하는지 용도를 말해보게.”
“그냥 나중에 은퇴하고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살고 싶어서요.”
찰스 국장이 잠시 고민하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게 그렇게 한숨을 쉴 일입니까?”
“당연하네. 영지란 것은 그냥 땅 하나 얻는 게 아니야. 그리고 자네 말대로 다른 사람 눈치 보고 살지 않으려면, 그만큼 막강한 기간트 군단과 군사력이 있어야 하고, 보급 물자를 뒷받침할 금화도 있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후원자도 있어야 하네.”
나도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은 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영지민도 많아야 하고, 영지도 넓어야 하고, 영지민을 먹여 살릴만한 일감도 있어야 하고, 황제 폐하께 세금도 꼬박꼬박 내야 하지.”
“쉽진 않군요.”
“그것뿐이면 좋게? 기간트에 탈 기사도 뽑아야 하지. 훈련도 시켜야 하지. 영지를 지킬 병사도 뽑아야 하고, 행정관과 세무관도, 치안관과 법무관도 뽑아야 하지. 그리고 영지에 치료소도 있어야 하고, 기본 교육 시설도 있어야 하네. 또 도시와 마을을 잇는 도로도 관리해야 하고, 숲과 하천, 도시에 빈민가와 매춘부들도 관리해야 하고, 술집과 여관, 도박장, 건달들도 관리해야 하네, 물론 영지의 귀족들과 부자, 상인들도 챙겨야 하고, 이번처럼 제국 북부의 영지들은 대수림에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기간트와 병력을 보내야 하네. 아니면 금화를 많이 바치던가.”
찰스 국장이 날 쳐다봤다.
“자! 이래도 영지가 갖고 싶은가?”
“그러니까, 금화와 똑똑한 관리인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네요.”
“응?”
찰스 국장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네. 영지의 대부분 문제는 금화만 있으면 해결되지. 거기에 능력 있는 관리인 한 명이면 충분하고.”
“그런데 열거하신 거 다 잘하려면 아주 능력이 좋아야겠네요.”
“물론이네. 보통 능력으론 어림도 없지. 아마 좋은 영지를 구하는 것보다 똑똑한 영지 관리인을 구하는 게 몇 배는 어려울 거야.”
난 찰스 국장을 빤히 쳐다봤다.
“왜? 날 쳐다보지?”
“국장님이 꽤 능력 있어 보여서요.”
“뭐? 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정보국에 있을 거네.”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하지만 저 같은 능력 있는 놈들이 밑에서 계속 치고 올라오고, 추밀원장님께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으시면······.”
“허! 황당하군. 지금 정보국 중령이 정보국 국장을 회유하려는 건가?”
“그냥 생각난 김에 떠올려 본 것뿐입니다. 어차피 지금 제 영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요.”
“아무튼, 영지를 산다는 건. 엄청나게 큰 문제를 떠안는다는 말이네. 그런 영지를 살 정도 금화가 있으면, 난 그냥 수도에 저택 하나 사고 남은 인생을 편히 살겠네.”
피식 웃었다.
“전 딸린 식구들이 좀 많아서요.”
찰스 국장이 날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추천하는 영지는요?”
“음! 헬다임에서 가까운 영지라······. 갈리에는 영지 크기가 너무 작고, 아밀라 영지는 농지가 너무 부족하고, 카멕은 영지민도 적고 대부분이 산악 지대고, 발레리온 영지는······.”
찰스 국장이 한 번 더 생각하다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거긴 다 좋은데, 비싸. 영주가 팔 리도 없고.”
“오! 발레리온 영지를 사면 좋다는 말이군요.”
“내 말 헛들었군. 거긴 영주가 영지를 팔 가능성이 없네. 서부에서 헬다임으로 연결된 철로와 기차역이 있어서 통행료도 꽤 받고 있고, 영지에 농지도 많아서 식량을 수출하지. 그냥 가만히 놔둬도 남부럽지 않게 살 텐데, 뭐하러 영지를 팔겠나?”
“뭐, 영주가 도박 같은 데 빠지면 팔 수도 있죠.”
“응?”
찰스 국장이 날 의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거 근거 있는 정보인가?”
“아니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허! 자네와 이야기하다 보면, 이상하게 말리는 기분이 든단 말이야. 이번 일도 그래 자네 때문에 내 머리가 터지겠어!”
“저 때문에 머리가 터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찰스 국장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왜 남작의 작위를 받아서는······.”
“아! 훈장이요. 준다는데 그럼 거절합니까?”
“자네, 점점 말이 짧아지네.”
“그건 죄송합니다.”
“아무튼, 자네가 가디언 제국의 황자를 구해 훈장과 남작의 작위를 받은 거야 내 알 바 아니지만, 문제는 자네가 우리 제국의 7황자 저하도 구했다는 거야. 만약 우리가 이걸 그냥 넘어가면······.”
“좀 모양새가 빠지겠죠. 그냥 제게 작위 하나 주면 되죠.”
“그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야······.”
찰스 국장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제가 구한 게 시안 황자님뿐만이 아닐 텐데요.”
“응?”
“국장님의 목숨도 제가 구한 겁니다.”
“······!”
두루뭉술 말을 잘하는 찰스 국장도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제가 뭐, 큰 걸 바라는 건 아니고요.”
“내, 내게 바라는 게 있나?”
“그냥 작은 정보 하나면 충분합니다.”
“정보?”
“혹시 에테나 말고 엘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찰스 국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블랙힐 전진 기지 북부군 사령관실]가장 먼저 협상단의 대표인 찰스 그레빌 정보국장이 먼저 들어갔다.
20분쯤 되자 정보국장이 나오고, 시안 5군단장이 들어갔다.
10분 후에 시안 5군단장이 나오고, 호위 기사들이 한 명씩 들어갔다.
‘뭐지?’
나보다 계급이 낮은 로제 소령도 들어갔다가 나왔고, 내가 맨 마지막이었다.
“타일러 중령님, 들어가십시오.”
안으로 들어갔다.
“충! 타일러 빈스 중령, 다녀왔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손을 들었다.
“오! 이게 누구야? 타일러 남작님이 아니신가?”
“큼!”
윌리엄 사령관이 내게 손짓했다.
“이리 앉으시게, 타일러 경.”
“그만 놀리십시오.”
“내게 귀족 작위를 부탁하더니, 얼마나 급했으면 가디언 제국의 작위를 받아왔나! 푸하하하!”
이젠 아주 배까지 잡고 웃으시네.
날 놀려 먹지 못해서 환장하신 분이시다.
“가디언 제국의 훈장이라니! 크하하!”
“제가 원해서 받은 건 아닙니다.”
“내가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자네 덕분에 실컷 웃었네.”
윌리엄 사령관뿐만이 아니었다.
엠버 대령도 입까지 막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었다.
“지금 이게 웃을 일이 아닙니다. 전 죽을 뻔했습니다!”
“안 죽었지 않나?”
“시안 7황자께서도 돌아가실 뻔했다니까요!”
“자네가 함께 갔으니, 그럴 일은 없었을 거네.”
“절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닙니까?”
“자네가 지금까지 실패한 임무가 없잖은가.”
“그럼 다음 임무는 일부러라도 실패할 겁니다.”
갑자기 윌리엄 사령관이 정색했다.
“어험! 타일러 중령, 그런데 시안 황자께선 어떻게 된 일인가? 조금 전에 대화를 나눠보니, 완전히 다른 분이 되셨던데?”
“그거야 죽음의 위기를 겪고 성장하신 거겠죠.”
“그렇게 긴박했나? 다른 기사들의 말을 들으니, 자네가 적 기사들과 병사들을 다 처리했다던데?”
“제가 좀 많이 죽이긴 했지만, 아주 위험했습니다. 제 제복에 구멍이 몇 개나 뚫렸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디언 제국의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정말 막장까지 갔군. 그래 루이스 사황자는 어때 보이던가?”
“뭐라고 할까요?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입니다. 명령을 받은 것도 아닌데,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대수림까지 일부러 찾아온 사람입니다. 최소 비숍급 오리지널 마장기에 탈 수 있을 정도로 마나량도 풍부하고, 검술도 수준급입니다. 그리고 일선 기사들과 장교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이번에 자네가 큰 실수를 했을 수도 있겠군.”
“네?”
“루이스 황자를 살린 거 말이야. 지금 가디언 제국의 황태자는 알브레 가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네. 지배력은 떨어지고,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지. 그런 사람이 다음 황제가 돼야 우리 아베르크 제국에 유리할 텐데, 강력한 경쟁자가 살아 있으니······.”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응?”
윌리엄 사령관의 미간이 좁아졌다.
“루이스 사황자는 처음부터 전쟁이 아닌 협상을 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병사들을 전쟁으로 모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황태자는 알브레 가문의 꼭두각시니 또 다른 누군가의 힘에 의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큰 혼란이 오면, 권력을 잡은 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언제든 전쟁을 벌일 수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우리나 가디언 제국이나 모두 큰 희생을 치러야 합니다. 그럼, 두 제국에게 모두에게 불행이 찾아올 겁니다.”
“자네 평화주의자였나?”
“그건 아닙니다. 누가 제 것을 빼앗으려 하거나 제 사람을 건들면,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몇 배로 갚아줄 겁니다. 그러니 평화주의자는 절대 아닙니다.”
“흠······.”
윌리엄 사령관이 시가를 들더니, 직접 불을 켰다.
깊게 한 모금 빨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루이스 사황자에 관한 생각은 내가 틀렸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가디언 제국이 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 이미 지난 300년간 큰 전쟁이 7번에 국경 분쟁이 30번이 넘는 것이 그걸 증명해 주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디언의 귀족 작위를 받았다고 해서 루이스 사황자나 가디언 제국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들이 우릴 공격한다면 전 제 모든 능력을 다해 막을 겁니다. 이곳에 제 터전과 삶이 있으니까요.”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다짐이군.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라네. 피곤할 테니, 그만 나가보게.”
“충! 가보겠습니다.”
***
타일러 빈스 중령이 나가자, 윌리엄 사령관이 시가를 다시 들었다.
“이거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나?”
그때 엠버 대령이 말했다.
“방금 들으시지 않으셨습니까. 타일러 중령의 터전은 이미 우리 아베르크 제국에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말이야. 우리 제국 쪽에서 누군가 타일러 중령이나 그의 터전을 건드린다면 어떻게 될까?”
“네?”
엠버 중령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쪽에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니네.”
윌리엄 사령관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남작의 작위론 어림도 없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