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1)
81. 토사구팽.
[블랙힐 전진 기지]“허! 인근 대수림에서 저 많은 엘프를 찾았다고?”
내 설명을 들은 시안 7황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그마치 500명이 넘는 엘프를 데려왔으니, 놀랄 수밖에.
난 보름 전에 부유석은 모두 분해해 비행석을 챙겼고, 비공정은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기간트로 엘프들을 보호하며 여기까지 왔다.
“일단 저들은 난민 기지로 데려갈 겁니다. 거기서 보호하고 일거리를 줄 생각입니다.”
“난민 관리는 자네 소관이니,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그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나? 자네를 한참 찾았네.”
“저를요? 발굴지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시안 7황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발굴지야 무슨 문제가 있겠나. 곧 큰 전쟁이 일어날 거네.”
“네? 전쟁이요? 설마 가디언 제국이?”
“그건 아니네. 서쪽에 아리칸 공국이네.”
“네?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아리칸의 공국의 병력으로 제국을 공격한다는 말인가요?”
시안 오르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아리칸 공국이 공격한다고 했나? 우리가 저들의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네.”
“네? 우리가요?”
“황제 폐하께선 가디언 제국과 본격적인 힘 싸움 전에 아리칸을 먼저 공격해 피해를 줄 생각이신 것 같네.”
“그런데 아리칸 공국과 우리 제국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서로 원수처럼 대하던데요.”
“이런 자넨, 역사엔 관심이 없군.”
시안 7황자가 피식 웃으며 설명해줬다.
아리칸 공국.
말 그대로 공작이 다스리는 나라를 말했다.
원래 아리칸 공국은 아베르크 제국의 속국이었다.
매년 막대한 조공을 바치고, 대신 기간트를 넘겨받는 거래를 했다.
그들은 기간트를 만들만한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리칸 공국은 서쪽의 탈로스 왕국의 팽창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기도 했기에 제국도 그들이 필요했다.
아베르크는 가디언 제국과 대치 중이었기에 서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문제는 20여 년 전에 일어났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자국의 정보와 인재를 빼가는 가디언 제국이 황제는 늘 눈엣가시 같았다.
그랬기에 보급 물자와 전략 자원을 모았고, 가디언 제국을 공격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서로 전력이 비슷했기에 부담감이 컸다.
그때 아리칸 공국의 젊은 대공이 제안을 했다.
자신들이 도와주고 앞으로 조공도 계속 바칠 테니, 기간트 생산 기술을 전수해 주고, 하나의 왕국으로 독립을 보장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어쩐 일인지 황제는 흔쾌히 허락했다.
가디언 제국만 사라지면 대륙에서 자신들을 상대할 곳은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대신 아리칸 공국의 기사들이 선봉에 서길 요구했다.
마르틴 대공과 아리칸 기사들은 황제의 요구에 응했다.
13미터의 거대한 퀸급 기간트 우가스.
기간트 가슴에 선명한 십자 표시를 한 크루세이더 기사단.
아리칸 공국의 대공과 기사들은 용맹했고,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가디언 제국의 전선을 돌파해버렸다.
전쟁은 크루세이더의 활약으로 아베르크 제국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가디언 제국의 서부 일대를 점령하고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마르틴 대공과 크루세이더들이 활약할수록 제국의 군단장들과 지휘관들의 처지가 난처해진 것이다.
황제는 이렇게 쉽게 적들을 밀어낼 수 있는 것을 왜 그동안 제국의 지휘관들은 하지 못했는지 그들의 능력을 의심했다.
그러자 위기를 느낀 제국의 지휘관들은 교묘히 아리칸 공국으로 가는 보급을 지체했다.
이미 승기를 잡았기에 아리칸 공국의 기간트가 없어도 자신들끼리 충분히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봤다.
크루세이더는 마석 배터리와 식량 등 기본적인 물자들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자,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마르틴 대공이 계속해서 물자를 요구했지만, 제국의 지휘관들은 갖은 핑계를 대며 그들이 버틸 수 있는 물자만 제공했고, 그 틈에 자신들이 공을 세우기 위해 동남쪽 전선으로 대대적인 진군을 했다.
문제는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아베르크 제국군이 너무 적진 깊숙이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디언 제국의 명장 안드레아스 대장이 함정을 팠고, 보급로를 끊어 버렸다.
결과는 아베르크 제국군의 대패였다.
큰 전투에서 패하자 아베르크 제국군은 속절없이 밀렸고, 동북부 전선에 있던 마르틴 대공과 크루세이더 기사들 역시 후퇴해야 했다.
보급로가 끊기면 자신들은 고립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전선은 밀리고 밀려 원래 국경까지 되돌아왔다.
이때 제국의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패전 책임을 면하기 위해 마르틴 대공과 크루세이더 기사들이 너무 적진 깊숙이 들어가 병력이 나누어져 패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그러나 황제는 지휘관들의 문제임을 간파했고, 그들을 처벌했다.
“하지만 이미 마르틴 대공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본국으로 돌아갔지. 물론 황제께서는 그들에게 기간트 생산 기술도 넘겨주지 않았고, 독립을 시켜 주지도 않았네.”
“어째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제국이 나쁜 것 같나?”
“솔직히 그렇습니다.”
“나도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정치란 때로는 너무 가혹하지. 그렇다고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고, 크게 손해만 봤는데, 아리칸 공국을 독립시켜줄 수도 없으셨겠지. 아무튼, 과거의 일이라네. 그리고 가디언 제국의 대대적인 반격을 막은 것이 제국의 젊은 장교들이었지. 윌리엄 사령관과 자네 아버지인 개리 백작이 활약한 것도 이때였네.”
씁쓸한 이야기였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고,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큰 의미가 없었다.
그저 지금 당장 누가 내게 도움이 되고, 누가 싸워야 할 적인지 구별하는 게 나아 보였다.
“그런데 이젠 우리가 아리칸 공국을 공격하는군요.”
“아리칸 공국의 병력이 이미 국경에 집결한 것을 자네도 알지 않나. 아마도 가디언 제국과 모종의 거래를 했을 것이네. 그리고 가디언 제국의 마장기와 탈로스 왕국의 타이탄이 아리칸 공국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도 발견됐지.”
“가만히 있다간 좌우에서 협공을 받겠군요.”
“그래서 아리칸 공국을 먼저 치려는 것이겠지.”
시안 7황자 역시 아리칸 공국의 이야기를 씁쓸한 표정으로 알려줬다.
“아! 그래서 자네의 정보가 더 필요하네. 대수림에 있는 아리칸 전진 기지의 병력 움직임을 최우선으로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있네.”
“네, 알겠습니다. 서둘러야겠군요.”
어차피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내가 막을 순 없다.
그렇다면, 내 터전이 있는 아베르크 제국이 이기도록 도와야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최대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쟁은 누군가에겐 큰돈이 되니까.
“아! 혹시 바이마르 사냥팀이 여길 들렸습니까?”
“벌써 4개월은 됐을 거네.”
말하고 있는 시안 황자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웨슬리 백작이 안타깝군. 아리칸 공국과의 전쟁에 큰 도움이 됐을 텐데······.”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웨슬리 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거대 괴수의 습격을 받아 케니스 사냥팀이 행방불명 됐다고 들었네.”
“행방불명이요?”
‘그럴 리가······.’
엘프 차원으로 무사히 도착하고 비행석 광산으로 이동할 때까지도 웨슬리 백작의 사냥팀은 모두 무사했다.
엘프 차원엔 비행 괴수가 사라졌고, 힘멜족 엘프를 공격했던 엠벌럭 괴수 무리가 공격했다고 해도 100기가 넘는 기간트 대군 앞에선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럼 대수림에 돌아와서 당했단 말인가?
대수림 최고의 사냥팀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야.”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가게.”
시안 황자에게 경례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설마, 토사구팽인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심증은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
비행석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기껏 대수림과 차원을 넘어서까지 안내해줬지만 돌아온 것이 배신과 죽음이라니!
‘라디프 공작! 실로 악독한 놈이로구나!’
비행석의 비밀 때문에 대수림 최고의 사냥팀을 공격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시안 황자에게 말한 것처럼 케니스 영지엔 웨슬리 백작의 사냥팀이 괴수와 싸우다가 사라졌다고 말하면 끝이었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내가 이래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영지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솔직히 내 일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적어도 웨슬리 백작은 이렇게 죽을 사람은 아니었다.
나이도 젊고 오리지널 룩급 기간트에 탈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
웨슬리 사냥팀은 대수림 최고라고 알려졌다.
그랬기에 기간트에 타고 있을 땐 기습할 수 없었을 거다.
다들 자는 밤중에 공격했겠지.
웨슬리 백작은 기간트에 타지도 못하고 당했을 것이다.
바이마르 영지의 비열한 수법에 치를 떨었다.
‘이 이야기를 7황자에게 말해줘야 하나?’
아니다!
지금 시안 7황자는 발굴 작업을 해야지 다른 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하는 일도 가디언 제국과 경쟁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럼 정보국장이나 윌리엄 사령관에게 말해야 하나?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도 아니다.
‘지금은 모른 척하는 게 좋겠어.’
그랬다간 내가 괜히 호엘 삼황자와 라디프 공작의 타겟이 될 수도 있었다.
역시 힘이 필요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한 힘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많았다.
기간트도 만들고, 오크 해병대도 만들고, 비공정도 만들고. 기사도 늘리고, 마법인형도 더 늘려야 했다.
그리고 돈도 벌어야 했다.
그동안은 내가 돈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대영지를 상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내가 가진 재산은 새 발의 피였다.
그들은 수 대를 이어서 축적한 재력과 재산, 영지, 명성, 인재와 기간트 생산 공장까지 있으니까.
서둘러 난민 기지로 이동했다.
***
[난민 전진 기지]“타일러여!”
“쿠오오오크!”
드워프 지도자 라스칼이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오크들이 나를 보자,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며 반갑게 인사했다.
“허! 어떻게 된 건가? 전진 기지가 대낮처럼 환하군!”
“거신목 곳곳에 빛을 통과하는 장치를 만들었네. 그리고 거울과 반사판을 이용해 지하 도시 곳곳에 비추도록 했지.”
역시 드워프는 드워프였다.
“그런데 저기 뒤에 엘프들은 누군가?”
입구로 마차와 엘프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저 엘프들도 이곳에서 함께 지낼 거야.”
“집이 많이 필요하겠군.”
“뭐? 남는 집이 많을 텐데?”
라스칼이 미소를 지었다.
“다른 드워프 일족이 합류했네.”
“뭐?”
라스칼 옆으로 처음 보는 건장한 붉은 수염 드워프가 다가왔다.
“스켈야스족의 족장 호르갈이다. 그대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반갑다. 난 타일러다.”
우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라스칼이 말했다.
“스켈야스족은 대장장이와 건축일을 잘하는 일족이네. 이곳 지하에 빛을 공급하는 장치를 만든 것도 저들이야.”
“오! 손재주가 좋군.”
호르갈 족장이 말했다.
“타일러여! 그대가 윈데르 전진 기지에서 우리를 구했다고 들었다. 고맙다! 그래서 일족을 모두 이끌고 이곳으로 왔다.”
“잘했다. 우린 언제나 환영이다.”
스켈야스족의 드워프 400명이 합류했기에 거주 구역이 부족해진 것이었다.
“타일러여! 너무 걱정은 하지 말게. 엘프들이 살 집은 금방 만들 수 있다.”
“고맙군.”
스켈야스족은 곧바로 집을 짓겠다며 우르르 도시 외곽으로 몰려갔다.
“저들도 우리처럼 윈데르 왕국의 전진 기지에서 강제로 마석 채굴을 하고 있었지. 이제 자유를 찾았으니,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것이네.”
“근데 대장장이들 실력은 어때?”
“우리 토그족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뛰어난 편이지.”
“그럼 나와 함께 장벽 너머로 갈 수 있게 몇 명을 추려주게.”
“이곳에도 괴수 부산물을 가공하려는 건가?”
“그래, 저쪽 일손이 너무 부족해. 할 일도 많이 생겼고.”
“알았다. 내가 호르갈 족장과 이야기하겠다.”
이곳에 제2의 기간트 공방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크 해병대의 갑옷과 무기도 스켈야스족에게 맡겨볼 생각이었다.
기이이잉! 쿵! 쿵!
그때 기간트 8대가 다가왔다.
위이잉! 치익!
비숍급 기간트에서 타냐가 내렸다.
그녀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주군!”
“축하하네. 한 단계 성장했군.”
“다른 기사들도 제법 성장했습니다.”
“기간트만 봐도 알겠네.”
타냐는 비숍급 기간트에 탈 수 있었고, 대머리 월터와 다른 기사들 역시 나이트급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그리고 폰급 기간트 3대는 작업용 기간트를 다루던 용병들일 것이다.
그들도 기를 쓰고 롤랑의 수련법을 익혔기에 한 단계 성장해 이제 기간트에 타는 어엿한 기사가 된 것이다.
“이제 제법 기사다운 티가 나는군.”
“그동안 열심히 단련했습니다.”
“그래서 룩급 기간트에 탈 순 있고?”
“그, 그건 아직······.”
피식 웃었다.
불과 1년 만에 이룬 성과였으니, 사실 엄청나게 빠른 것이었다.
“저기.”
타냐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은밀히 내게 말했다.
“잠깐 가실 곳이 있습니다.”
“응?”
난 타냐와 내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웨슬리 백작이 누워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블랙힐 기지 주변에 쓰러져 있는 걸 엘프 정보원들이 발견해 데려왔습니다.”
“왜 이리로 데려왔어? 바로 옆에 블랙힐 기지를 놔두고?”
“웨슬리 백작이 그렇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뭐?”
내 엘프 정보원들은 시노우엘이 허락했기에 이제 간단한 제국어 정도는 말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내 이름까지 말하며 난민 전진 기지로 데려다 달라는 웨슬리 백작의 부탁을 들어줬다고 했다.
“타, 타일러 경······.”
때마침 웨슬리 백작이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