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4)
94. 헬카인, 스바르.
[드워프 차원]‘그러니까, 거신도 처음엔 금속으로 갑옷을 만들었단 말이군.’
지금 보고 있는 책은 불의 탑에서 찾은 것으로 여러 금속 제련법이 적혀 있는 거신의 책이었다.
검이나 창 같은 무기 제조법이 나와 있는 책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금속이나 갑옷은 대부분 아고르 화산섬의 대장간에서 만들었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단단하기도 하고, 대수림에서 구하기 쉬운 괴수 부산물로 자연스레 넘어간 것 같았다.
‘여기서 아고르 화산섬이 또 나오네.’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다.
화염 속성 마석 재료인 마그마도 그곳에 있으니까.
그리고 또 알게 된 사실.
거신도 처음부터 하나로 뭉친 건 아니었다.
각 탑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왕국이 있었고, 속성 마법을 중심으로 국가가 발전한 것 같았다. 그러다가 괴수에 대항해 제국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고.
그 제국이 바로 화산에 삼켜진 이데아 제국이었다.
‘이데아 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헬다임 장벽도 없었겠지?’
장벽이 없었다면 타일러 빈스도 없었을 거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레렉!”
“케렉!”
괴수들의 소리가 더 커졌다.
드워프 차원 균열을 넘자마자 수천 마리의 개렉이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있었다.
여섯 개의 다리와 등 뒤에 솟아난 4개의 촉수 그리고 긴 꼬리까지.
다리 끝엔 낫처럼 생긴 발톱이 있고, 촉수는 늘 먹잇감의 급소를 노린다.
“으! 징그러워.”
개렉이 일제히 촉수를 날름거리자, 옆에 있던 에테나가 기겁했다.
“저것들은 무지막지한 놈들이다!”
글러드 왕자가 선미로 올라와 말했다.
“동물이나 식물, 광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극히 일부지만 스스로 진화까지 하는 놈들도 있다. 그리고 저 밑에 우리를 따라오는 놈들은 신체 능력은 가장 약한 개렉이지만 4개의 촉수 끝을 포처럼 쏘아대기에 포개렉이라고 부른다.”
촉수가 네 개라 포개렉이야?
아니면 촉수를 포처럼 쏴서 포개렉이야?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포개렉은 최소 수천 마리씩 움직이기에 아주 위험한 놈들이다.”
“설마 저 촉수가 여기까지 날아오진 않겠지?”
“놈들의 사정거리는 길어야 40, 50미터다!”
다행히 지금 우린 100미터 상공이라 살짝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수천 마리가 동시에 촉수를 쏘면 이 비공정도 위험했을 테니까.
“그리고 위험한 개렉은 드워프와 융화된 놈이다.”
“뭐? 드워프와 섞인 거야?”
“드워프를 잡아먹고, 진화하는 거다. 진화하는 숫자는 극히 일부지만 체격도 몇 배로 커지고, 지능이 높아 대부분 우두머리급으로 발전한다. 우린 그런 놈들을 군주라고 불렀다.”
“그럼, 그 군주란 놈들이 가장 센 놈이야?”
“아니다! 가장 강한 것은 대군주다!”
갑판에 있던 드워프들이 대군주란 말에 일제히 인상을 찡그렸다. 몇몇은 진저리까지 치는 것이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대군주는 기간트보다 훨씬 크다. 내가 본 놈은 키가 20미터나 됐고, 이족보행을 했다.”
“이족보행이라고? 특이하군.”
대수림에도 킹콩 같은 이족보행을 하는 괴수도 있지만, 그 종류가 많진 않았다.
“그런데 그 대군주도 차원 균열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다. 무슨 일인지 아무리 강한 개렉도 차원 균열 쪽으론 가까이 가지 않는다.”
신기한 일이었다.
엘프 차원을 거의 멸망시킨 괴수들도 대수림과 연결된 차원 균열로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대수림을 두려워하는 건가?
아니면 대수림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건가?
비공정이 방향을 틀자, 개렉들이 한 덩어리처럼 우르르 방향을 틀었다.
“글러드 왕자여! 저기 개렉들이 마치 한 몸처럼 같이 움직이는데?”
“그렇다. 타일러여! 저놈들은 꼬리를 흔들어 괴이한 소리를 내고, 수 킬로미터까지 의사를 전달할 수 있으며, 서로 소통해 먹잇감을 추격한다. 그리고 군주 같은 더욱 진화한 개체가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혹시 날 수 있는 개렉도 있어?”
“다행히 놈들은 날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난 하늘을 나는 개렉 수천 마리와는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개렉은 군체 의식이 있는 것 같았다.
“놈들이 뒤처진다!”
포개렉 무리가 우리를 따라오다 멈췄다.
자신들이 우릴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나마 지능이 떨어져서 다행이야.
우린 며칠 동안 드워프 차원을 항해했다.
그리고 드디어 글러드 왕자의 토그족이 피난한 섬을 발견했다.
“어떻게 된 건가? 서, 섬이 사라졌다!”
글러드와 드워프들이 경악했다.
“무슨 말이야? 섬이 사라졌다니?”
“부, 분명 이곳은 섬이었어야 했다. 그런데 섬은 사라지고 육지와 연결됐다.”
“아아! 어찌 이런 일이!”
토그족 드워프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했다.
육로가 연결되어 있다면 개렉 무리를 피할 수 없음이다.
“글러드여! 아직 희망을 놓지 마라! 그대의 일족들은 배가 있으니, 다른 섬으로 갈 수도 있다.”
“아! 타일러여! 그대 말이 맞는다. 다른 섬을 찾아보자!”
우린 해안가를 따라가며, 드워프들이 피신할 만한 섬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스켈야스족이 피신한 섬과 다른 드워프 일족이 피신한 4개의 큰 섬이 이미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고, 드워프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크게 실망한 드워프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지형이 바뀐 것이 아니었고, 섬이 육지와 연결됐다.
괴수가 다리를 만들었다고?
의문을 가지고 육지와 가까운 섬을 뒤지고 있을 때였다.
“타일러여! 저길 봐라!”
글러드 왕자가 망원경을 가져왔다.
“개렉이 돌과 나무를 나르고 있다!”
“뭐?”
그제야 육지가 늘어나 섬과 연결된 이유를 알았다.
수십만 마리의 개렉이 근처 산에서 돌과 나무를 물어와 바다를 메워 다리를 만들고 있었다.
허! 이게 가능하구나!
그리고.
“세상에!”
“대군주다!”
드워프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확연하게 큰 괴물이 서 있었다.
그런데 4족 보행인 개렉이 아니라 그 형태가 인간에 가까웠다.
그리고 온몸에 광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흉측했다.
그 순간 대군주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놈이 이 수십만 개렉 군단을 이끌고 있었다.
펑! 퍼펑! 펑!
‘응? 대포?’
쾅! 콰쾅! 쾅!
쏴아아아! 촤아아아!
“깨릭!”
“께렉!”
포탄이 떨어지자 바다를 메우던 개렉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하지만 놈들은 멈추지 않았다.
죽은 개렉의 사체까지 물어와 바다를 다시 메웠다.
“헬카인족이다! 그들이 살아있다!”
글러드 왕자가 소리쳤다.
“저 대포를 쏘는 것이 드워프들이란 말이야?”
“그렇다! 타일러여! 드워프 일족 중에서 유일하게 대포를 만들어 쏘는 일족이다.”
대포라니!
살짝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금 바다를 메우고 있는 괴수들의 숫자는 수십만에 달했다.
저 많은 숫자를 상대로 대포라니······.
그것도 화약이 터지는 포탄이 아니고, 쇠공이 날아가 직접 타격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제대로 적중하면 1.5미터의 개렉을 한 번에 대여섯 마리씩 쓸어버리긴 했다.
“그런데 지금 위험한 거 아냐?”
이미 섬과 다리 끝의 거리가 겨우 100여 미터로 상당히 가까웠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해안에 30여 대의 대포로 개렉이 쌓아 만든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그어어어!”
그때였다!
대군주가 후방에서 소리치자, 수백 마리의 개렉이 물로 뛰어들었다.
놈들은 허우적거리며 섬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절반은 파도에 밀려 떠내려가고 물속으로 사라졌지만, 절반은 섬에 상륙했다.
“타일러여! 저들을 도와다오!”
“저 섬으로 이동해!”
“네!”
촤르르르르!
키를 잡은 에테나가 비공정을 섬으로 몰았다.
펑! 퍼퍼펑!
한쪽에선 계속 대포가 불을 뿜었다.
그때 파도를 넘어와 살아남은 수백 마리의 개렉이 대포를 향해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케레렉!”
“개렉!”
그러자 갑옷을 입고 커다란 방패와 망치를 든 수십 명의 드워프가 대포를 보호하며 앞을 막아섰다.
그때 유난히 큰 드워프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우린 은빛 철갑을 두르고, 손엔 강철 방패와 불멸의 망치를 든다.”
“우와!”
타앙!
그가 방패에 망치를 부딪치자, 금속 굉음이 울려 펴졌다.
그리고 다른 드워프들도 일제히 망치로 방패를 두들겼다.
그러자 달려들던 개렉의 속도가 줄고,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케레렉!”
거리가 가까워지자, 포개렉들이 일제히 4개의 촉수를 겨눴다.
팡! 파파파팡!
수백 개의 촉수가 날아갔다.
탕! 타타타탕!
하지만 드워프의 커다란 방패에 막히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촉수를 다 쏜 포개렉이 달려들었다.
“우린 죽기 위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저들을 죽이기 위해 살아남은 것이다! 스바르의 형제들이여! 괴수를 죽여라!”
“와아아아!”
“죽여라!”
쾅! 콰콰콰쾅!
괴수의 발톱과 방패가 먼저 부딪쳤다.
하지만 개렉들이 방패에 막히며 뒤로 밀렸다.
그러자 무지막지한 망치가 날아왔다.
부웅!
퍽! 퍼퍽! 퍽!
망치에 맞은 개렉들이 순식간에 피떡이 됐다.
숫자는 개렉이 몇 배나 많았지만, 눈앞에 드워프들은 용맹했고, 또 강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싸워본 솜씨가 아니었다.
“제법이군!”
“타일러여! 저들은 뛰어난 제련사이자, 드워프 최고의 전사 스바르족이다. 아직도 살아남다니 역시 그들답다.”
비공정이 섬 상공에 도착했다.
하지만 드워프를 돕진 않았다.
우리가 없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크하하! 저놈들에게 쇠 맛을 일깨워 줘라!”
“쏴라!”
펑! 퍼퍼펑! 펑!
다시 30여 대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쾅! 콰콰쾅! 쾅!
그리고 개렉들이 돌과 나무를 쌓아 만든 다리에 적중했다.
앞으로 튀어나온 30여 미터 길이의 다리가 파괴되어 파도에 힘없이 쓸려갔다.
하지만 개렉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다리를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다로 뛰어들진 않았다.
병력 손해가 너무 컸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이 틈에 잠시 쉬었다.
“고도를 낮춰!”
우린 헬카인족의 섬에 도착해 비공정을 천천히 내렸다.
글러드 왕자와 드워프들이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자, 드워프들은 우릴 공격하진 않았다.
“반갑다! 난 토그족 왕자 글러드다!”
“난 헬카인족 족장 하버다!”
“난 스바르족 카자론 족장이다.”
“스켈야스족 호르갈이다.”
네 족장이 먼저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글러드가 뒤에 있는 날 인사시켰다.
“이쪽은 타일러다! 우리 드워프를 보호하고 돕고 있다.”
“다른 차원에 사는 종족인가?”
“그렇다!”
“그대들은 자존심도 없는가? 드워프가 다른 차원의 생명체에게 목숨을 의지하다니!”
스바르족 족장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헬카인족 족장 역시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내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다!”
“응?”
“어떻게?”
내가 드워프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자, 두 족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난 괴수로부터 저들을 보호하고, 저들은 괴수와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준다. 그럼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는 것이지?”
두 드워프 족장은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드워프가 무기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나도 싸울 수 없으니, 서로 공생관계라는 것을 바보도 안다.
“보아하니 그대들은 버틸만한가 보군.”
“그렇다! 우린 지난 5개월 동안 저 괴수들과 싸워 이곳 섬을 지켰다.”
“우리 드워프는 강하다!”
순간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두 족장은 버럭 화를 했다.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냐?”
“당장에 허리의 검을 뽑아라!”
난 손을 살짝 들었다.
“미안하군! 하지만 그대들의 말이 웃겨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뭐라?”
“그렇지 않은가? 강하다면서 지금, 이 모습은 뭐지? 괴수에게 쩔쩔매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강한 모습인가?”
내 말에 헬카인족 족장 하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스바르족 족장 카자론은 여전히 화를 냈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나와 한번 싸워보겠느냐?”
카자론이 방패와 망치를 들었다.
“싸움엔 응하겠다. 대신 스바르족 전사들 모두 한꺼번에 덤벼라!”
“뭐라?”
“푸하하하!”
“크하하! 어리석은 것이 망치에 머리통이 깨져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스바르 전사들이 날 비웃었다.
쿵! 쿵!
그때 내 옆으로 암 드로운이 인형의 집에서 나왔다.
“뭐, 뭐냐?”
“괴물이다!”
키 150cm밖에 안 되는 드워프들 앞에 11미터의 암 드로운이 나왔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하지만 암 드로운으로 스바르족 전사들을 상대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정말 불공평하니까.
“너희 상대는 그 뒤에 있는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