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41
141
드디어 일을 내는 것인가.
박 감독이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면 뭐 하나. 이안은 드라마를 찍으며 컴백 준비를 병행하는 기간 동안 회사 연습실에서 살았다.
“이안아 옷은 이거면 돼?”
“네 형.”
“이러지 말고 이따 숙소 가서 눈 붙이자.”
“아뇨, 안무 연습 해야죠.”
말 그대로 진짜 살았다. 연습실 한편에 간이침대를 두고 필요한 게 있으면 매니저를 통해 조달했다.
“왔냐?”
“어.”
연습실에는 이미 조태웅과 박서담이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고, 김 현은 거울 앞에 선 채 춤 동작을 추고 있었다. 안무를 빨리 따서 멤버들에게 알려 주려는 생각이었다.
“우리 안무 왔어.”
“오, 대표님이 돈 오지게 썼다는 그 안무?”
듣기로는 큰 거 한 장을 썼다던데. 이안이 신나서 조태웅의 옆에 앉았다. 조태웅은 태블릿 패드를 켰다.
“어, 근데 너 어떡함? 우리 맞춰야 할 부분 개 많아.”
“한번 봐 봐.”
리패키지 앨범에 들어갈 신곡이 많은 편이라 안무 작업할 시간도 빠듯했다. 소속사에서는 외국 유명 안무가에게서 안무를 사 왔다.
이안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와씨….”
“오지죠? 최이안 수면 부족 걸리는 소리 들리죠?”
“너는 바쁜 거 끝났다 이거지?”
조태웅이 깐족거렸다. 그는 바로 엊그제 단막극 촬영을 마치고 컴백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안무는… 좋긴 좋네.’
[돈 쓴 티 많이 나긴 한다.]‘그래, 멋지긴 하겠는데…. 와 이걸 언제 다 맞춰 보지?’
역시 퀄리티는 자본에서 나온다. 돈을 꽤 많이 들인 터라 안무의 완성도가 아주 좋았다. 다만, 동작의 난도마저 많이 높았다는 게 문제였다.
“망했어.”
이안이 바닥에 풀썩 엎드렸다.
박서담이 이안의 등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이렇게 우는 소리를 하다가도 막상 잘하는 형이기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다만… 안무를 돌려 보던 박서담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이 부분은 좀….”
“근데 형들은, 주영이랑 작업실에 있나?”
이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세 명이 보이지 않았다. 이주혁과 박진혁은 곡 작업 때문에 자주 늦어서 별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춤추는 걸 좋아하는 김주영이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
“어, 아까 불렀는데 왜 안 오지?”
“뭔 대단한 걸 만들길래 아직도 안 와?”
“아까 진혁이 형이 주영이 개쩌는 거 만들고 있다고 방해하지 말라고 하더라?”
“김주영이 드디어 일을 내는 것인가.”
말이 나오기 무색하게 작업실에 있던 멤버들이 댄스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주혁이 이안의 옆에 앉았다.
“이안이 왔네? 촬영은?”
“오늘은 끝, 내일 아침에 나가야 해. 바쁘신 몸을 기다리게 하다니….”
“미안 미안.”
이주혁과 박진혁, 김주영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제대로 잠을 못 자 피부는 푸석푸석해도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적성에 잘 맞는 모양이네.’
이안이 김주영의 옆에 붙었다.
“작업 잘돼 가?”
“어, 방금 끝났어.”
“끝났어요? 아, 형 뭐 해요. 빨리 들려 줘요.”
조태웅과 박서담이 벌떡 일어나 김주영의 옆으로 향했다. 멀리서 안무를 익히고 있던 김 현까지 합류했다.
“내일 들려 줄게.”
“오늘이나 내일이나 그게 그거지.”
“쟤 웃는 거 봐라. 진짜 뭐 있나 보다.”
김주영이 의미심장하게 웃자, 그의 옆에 모여있던 멤버들이 김주영을 간지럽혔다.
“악! 하지 마!”
“자, 얘들아 주영이 괴롭히지 말고. 일단 우리 안무연습부터 하자. 이안이 드라마 촬영가야 하니까.”
“넹.”
이주혁의 말에 멤버들은 급격히 자세를 바꿔 태세를 전환했다. 그 짧은 사이 만신창이가 된 채 바닥에 늘어진 김주영이 앓는 소리를 냈다.
“와 여기 이 부분 뭐야?”
“이거 해도 되는 거야?”
태블릿 패드 앞에 모여 안무가가 보내 준 안무 영상을 보던 이주혁과 박진혁이 입을 틀어막았다. 아까 박서담이 인상을 찌푸렸던 바로 그 구간이었다.
[이건… 느낌을 안 살리면 민망하기만 한 ‘그 춤’이군.]호들갑을 떠는 멤버들을 보면서 김 현과 김주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동작은 은근히 많이 하고 있었다. 사실, 더 심한 동작도 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체 여기 잡는 동작은 왜 있는 거야?”
박진혁이 양손 검지의 방향을 아래로 향했다. 그 이상한 손 각도에 멤버들이 못 볼 걸 봤다는 듯 실눈을 떴다.
“진혁이 형, 그렇다고 형의 그곳을 대놓고 가리키지 않아도 돼.”
“이거 해 준 안무가가 미국인이래.”
“여윽시 천조국….”
역시 더 큰 나라 미국인가. 멤버들이 무심코 고개를 돌려 이안을 쳐다봤다. 갑자기 시선이 몰려서 이안이 고개를 뒤로 뺐다.
“뭐야?”
“우리 미국인은 생각이 어떠십니까?”
“우리 미국인이라니, 정 없게. 그냥… 아무 생각 없는데?”
이게 그렇게 이상한가? 신경을 아예 안 써서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니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이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그의 안에서는 보수적인 유교맨의 영혼이 남아 있었다.
“근데 나도 이 동작은 좀… 별로다.”
“그렇지? 니가 봐도 숭하지?”
“댄서분들은 되게 느낌 있게 추는 거 같은데 우리가 하면….”
충격과 공포가 따로 없다. 이안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그나마 메인 댄서인 김주영과 김 현이 덜 민망하게 출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이건 바꾸자.”
사타구니가 아닌 바지의 벨트 부분을 잡는 것으로 합의한 멤버들이 벌떡 일어났다.
“일단 앞부분은 내가 땄으니까 한번 맞춰 보자.”
“현이 형 멋져!”
“여윽시 우리 메댄이다.”
김 현을 가운데 두고 그의 지도를 따라 느릿하게 춤 동작을 춰 보던 멤버들의 눈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번 더 해 볼게. 원, 투 쓰리….”
“얘들아 잠깐만.”
연습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박동수가 멤버들을 불러모았다. 박동수의 표정이 유난히 밝아 보였다.
“연습 중에 미안한데, 이건 너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뭔데요?”
“거리 두기 할 거라 얼마 못 받기는 하는데…. 우리 이번 쇼케이스에 좌석 열 거야. 팬들 받기로 했어.”
아위 멤버들은 무관중 무대를 하는 동안 팬들의 응원 없이 무대 하는 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멤버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박동수였다.
“진짜요?”
“와 미친 얼마 만이야.”
“드디어!”
멤버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며 연습실을 뛰어다녔다. 예상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에 박동수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좋지?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어.”
“넵.”
“오랜만에 팬들 보는데 대충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연습 잘하고.”
“네 형 먼저 들어가요.”
박동수가 안심한 얼굴로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연습실에는 CCTV가 늘 켜져 있었다. 소속 가수들이 연습생 때부터 연습을 빼먹고 일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는데, 이제 멤버들도 알아서 열심히 하니 볼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음악 틀고 맞춰 보자.”
“좋아.”
순식간에 의욕이 상승한 멤버들이 쉬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 * *
새벽 늦게까지 안무 연습을 하던 이안은 연습실에서 쪽잠을 잤다.
“촬영 가냐?”
아침, 드라마 촬영을 위해 복도로 나온 이안이 화들짝 놀라 등을 돌렸다. 머리에 까치집을 단 김주영이 하품을 쩌억 했다.
“뭐야, 너도 여기서 잤어?”
“어, 마무리할 게 있어서.”
잔 게 아니라 밤샌 건가. 김주영의 손에 든 에너지 음료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야 그래도 잠은 오래 자라. 활동하면 잠잘 시간도 없잖아. 그 음료수도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네 아빠. 근데 작업 진짜로 끝났어, 오늘로 완전 끝.”
그렇단 말이지? 이안이 김주영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누가 들으면 안 되는 비밀 얘기를 하듯이 속삭였다.
“명진이 형 오기 전에 시간 좀 비는데, 나 먼저 들어 보면 안 돼?”
“…그럴래?”
김주영이 빈 음료 캔을 휴지통에 던지고 작업실로 향했다. 이안이 신나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작업실 의자에 앉은 김주영이 곡을 재생했다. 스피커에서 그가 작업한 매시업 음원이 울려 퍼졌다.
‘와… 좋다.’
[괜찮은데? 감각 좀 있네. 김주영 얘도 은근 재능충이란 말이지.]‘맞아.’
김주영 본인이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지.
칭찬에 인색한 진도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이안이 고개를 흔들며 음악에 빠졌다. 이주혁과 박진혁이 만든 풍부한 사운드 소스를 섞고, 듣는 귀가 타고난 김주영의 적절한 완급 조절이 돋보였다.
“야….”
순식간에 3분 40초가 흘렀다. 말없이 듣고만 있던 이안이 손을 내밀자 김주영이 씨익 웃으며 이안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했다.
“대박이다.”
* * *
아위의 리패키지 앨범 컴백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아위덤 장민희와 이다솔이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언니 이번에 영통 팬싸 응모할 거에요?”
“당연히 해야지, 너는?”
“적금 깨서 돈은 있는데… 컷 100장은 넘겠죠?”
“첫 팬싸 시작하고 한번 봐야 할 것 같아. 유입 많이 돼서 저번 팬싸보다 많이 뛸 것 같더라.”
이다솔은 고민에 빠졌다. 돈도 돈이지만 배송 오게 될 앨범 박스를 생각하면 한숨밖에 안 나왔다. 그녀가 빨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돈도 너무 많이 나갈 거 같구… 앨범 오면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어요. 기부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앨범? 그거 업자한테 팔면 되잖아?”
“업자? 그런 것도 있어요?”
장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애들 정도면 해외에서 잘나가니까 미개봉 앨범 장당 5천 원은 넘게 줄걸? 그것만 해도 절반은 세이브한다?”
“와….”
이다솔이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그것도 모르고 처치 곤란인 앨범을 기부 총대한테 보내고, 도저히 둘 데가 없어 마지못해 버리고 죄책감을 느꼈던 것인가. 역시 주변에 덕질을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편해진다.
“나중에 업자 알려 줄게. 그리고 지금 이안이 1집 포카 10만 원 넘게 팔고 있거든 그거로도 메꿀 수 있어.”
“하지만 포카까지 팔기는 싫은데….”
“1집 포카 한 장만 있니?”
“아뇨 세 개….”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되잖아.”
망설이는 이다솔을 보며 장민희가 잔잔히 미소 지었다.
“다솔아 잘 들어.”
장민희는 다이아몬드를 덕질하던 시절, 쌓여서 처치 곤란이던 앨범을 다 갖다 버려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심해 중 심해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기부도 안 받을뿐더러 업자가 사지도 않았었다.
“쌓여 있는 앨범과 포카는 집 안에 둬 봤자 쓸모가 없어. 팔아야 돈이 돼.”
물론 그녀도 서랍 안에 잠들어 있는 김용민의 포토 카드를 처분도 못 하고 묵혀 두고 있었다. 임태우가 트로트로 빵 터지게 되면서 예상외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까운데…. 이다솔은 포카 바인더에 얌전히 꽂혀 있는 최애의 포카가 눈에 아른거렸다. 너무도 애지중지해서 한 번 펼쳐 보고 책장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편한 덕질을 해야지 너무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어. 여유 안 되면 그런 방법이라도 써야지.”
맞는 말이다. 생각에 잠긴 이다솔이 턱을 괴고선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을 쳐다봤다.
“팔면 애들 영통 팬싸를 한 번 더 할 수 있어. 그래도 간직할 거야?”
“…그렇긴 하죠. 나중에 돈 부족하면 그거라도 팔아야겠네요.”
순간 장민희와 이다솔의 핸드폰에서 동시에 알림음이 울렸다.
“어?”
“티저 떴나?”
그녀들이 아위의 마이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알림은 김주영이 작업한 매시업 곡이 방금 전 업로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아위AWY – [Mirage] Mash up Video
Mash up by Ju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