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10
210
다음 곡은 너희 둘이서 해라.
이안의 생각을 읽은 진이 놀라서 셔터를 눌러 댔다. 이안은 뭔가 결심한 듯 단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음 곡은 내가 주도적으로 해 본다고 주혁이 형한테 말해 봐야겠어.’
[뭐어?]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굳이? 이대로도 괜찮잖아? 니가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니고.]이주혁이 총괄한다고는 하나 김 현과 이안이 아예 손 놓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진이 보기에는 이안도 충분히 잘 참여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부족해. 나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가 됐다.’
[환장하겠네.]박서담은 해 보지 않았던 랩에 대한 도전을, 김주영도 진지하게 노력하는 것에서 자극을 받았다.
이안은 아위가 되고부터 작곡이나 프로듀싱 같은 것은 다른 멤버에게 맡겨 둔 상태였다.
그룹 일과 연기에 집중하고 싶었고, 작곡에 어느 정도 참여하는 것은 괜찮지만 한 곡을 전부 작곡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맞아.’
사실, 다이아몬드로서 작업했던 마지막 곡이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한 기억이 계속 남아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작곡이 꺼려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 곡도 재탄생했으니 이제 다시 시도해 봐도 좋지 않을까?’
[이해가 안 되네.]인생을 날로 먹고 싶어 하는 진에게는 이안의 다짐이 언짢을 뿐이었다.
* * *
식사 겸 야외 촬영을 마무리하고 각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으어… 힘들다.”
이주혁은 곧바로 침대 위에 누웠다. 다행인 점은 한 곡을 어느 정도 완성하니 잘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가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우리 이거 좀 치우고 잘까?”
내일은 김희상과 이현아가 오는 날이었다. 가요계 대선배와 현재도 국내 기록을 해치우고 있는 독보적인 솔로 가수의 방문이었다. 어수선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어? 옆 방 음악 소리 들린다.”
널브러진 베개를 줍던 김 현의 소리에 이주혁과 이안이 후다닥 창문에 붙었다.
“여기 진혁이랑 서담이 있는 집이지?”
“어.”
세 명이 나란히 귀를 가까이 대고 옆 팀의 소리를 들었다. 변주가 특이했다.
‘…서담인가?’
누군가 웅얼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다. 템포가 빠른 것을 보니 랩을 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듣던 그들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와, 무슨 곡이야 이거?”
“진혁이 형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건 잘 알겠는데….”
“그거밖에 모르네.”
너무 새로운 시도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얘 막 이상한 거 쓴 거 아냐? 곡 길이가 엄청 길다거나….”
김 현은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겠지만, 그게 정답이었다.
그들은 다시 집 안을 청소하면서 다음 곡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 다음 곡은 어떻게 할까?”
“글쎄….”
대략 정리가 되어 가자 이안은 생각해 두었던 것을 말했다.
“주혁이 형.”
“어?”
“다음 곡은 나랑 현이 형이 해 보면 안 돼?”
김 현이 놀라서 이안을 쳐다봤다. 이안과 얼굴을 마주친 이주혁이 뭔가 깨달은 듯,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해 봐.”
“헐.”
김 현이 고개를 홱 돌려 이주혁을 쳐다봤다. 이안이 신나서 모니터 앞에 앉았고, 이주혁도 이안을 도와주려 옆에 앉았다.
“갑자기?”
김 현은 멍하니 서서 그들을 바라봤다.
“갑자기 뭐야 둘 다?”
“현이 너는 그럼 안 할래?”
“아니, 나만 빠질 수 없지.”
그가 이안의 왼쪽에 앉았다.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아 표정을 찌푸렸다.
“…아까 블루믹 형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주혁이 어렵게 입을 뗐다. 이안과 김 현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내 색깔이 너무 강하대. 근데 내가 이 상태에서 다음 곡까지 프로듀싱하면 너네 개성을 살려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이주혁에게는 남은 숙제가 있었다. 최지민이 조언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라는 것과 블루믹이 말한 자신의 색깔이 강하다는 것, 둘 다 의미는 같았다.
“그게 나쁜 말은 아닌 거 아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지.”
“맞아, 그거야. 팀플레이잖아. 너네가 아예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내로라하는 선배 가수들이 멘토로 오는데 이 기회를 썩힐 수 없었다. 지금은 개인적인 것은 접어 두고 팀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선택을 하는 게 나았다.
“너네 작업하는 거 보면 나도 해답이 나올 거 같아.”
사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답답함이 남아 있었는데 이안의 작곡 선언에 생각이 트인 것이다. 이주혁이 이안과 김 현의 어깨를 짚었다.
“그러니까 다음 곡은 너희 둘이서 해라. 가사는 내가 써 볼게.”
이안은 벌써 작곡 프로그램을 만지고 있었고, 김 현은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제 머리를 거칠게 흩뜨려 놓았다.
“아씨, 일찍 자고 싶었는데. 나 뭐 할까?”
“일단 이거 좀 들어 봐. 내가 생각해 둔 게 있는데….”
* * *
하루를 꼬박 작업하는데 몰두한 아위 멤버들은 두 번째 날을 맞이했다.
“다들 꼴이 말이 아니네.”
이종수 피디가 흐흐 웃었다.
아침, 인터뷰를 위해 정원에 집합한 아위는 다들 머리가 뻗친 채 눈 밑은 퀭해져 있었다.
“너랑 현이 형은 왜 그래? 우리 중에서 제일 여유로운 거 아니었어?”
조태웅이 이안의 옆으로 다가왔다. 눈꺼풀이 무거워서 눈을 반쯤 뜬 이안은 영혼이 나간 듯 허허 웃었다.
“우리 다음 곡에서 주혁이 형 작곡 안 해. 우리 그래서 밤샜어.”
“헐, 진짜? 그럼 너랑 현이 형이랑만 하는 거야? 주혁이 형은?”
“가사 쓴대.”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태웅이 허어, 숨을 뱉으며 고개를 기웃거렸다.
“주혁이 형이 작곡 안 한대? 너랑 현이 형이 너무 버스 탄다고 파업했어?”
“아니, 내가 한다고 했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실현하고 있었다. 조태웅이 눈을 가늘게 떴다.
“…김주영도 그렇고 너도 왜 그러냐.”
조태웅은 이안이 갑자기 작곡 도전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너넨 작업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일단 샘플링 곡 마무리하고 다음 곡 바로 해야지. 우리도 별로 못 잤어.”
이안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도 너무 주영이한테 캐리받는 거 아냐?”
“아니거든, 가사 썼거든. 들어 볼래?”
조태웅이 발끈해서 주머니에 넣어 뒀던 가사지를 꺼내고 있을 때, 김주영이 조태웅의 뒷덜미를 잡고서는 질질 끌었다.
“아 나불대지 말라고.”
“미안.”
조태웅이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열 맞춰 서 있는 아위 멤버들을 보며 이 피디가 말했다.
“네, 여러분들 밤은 잘 보내셨나요?”
“아뇨!”
“잘 보내셨군요, 한 가지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아니라는 박진혁의 외침은 가뿐히 무시당했다.
“약 2시간 뒤, 멘토 겸 심사위원분이 오십니다. 그때는 부디 맑은 정신으로 손님을 맞이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저희가 왜요?”
“전에는 탁한 정신이었다는 거예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 피디가 코웃음을 쳤다.
세 팀은 거의 잠을 설쳤다. 곡 작업 때문이었는데, 처음에는 멀쩡했던 멤버들이 하나씩 나사가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 나갈 거 같아!’ 소리치며 갑자기 거실을 활보하질 않나 갑자기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명화 따라 하기를 하질 않나 참 가관이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집단 광기의 현장을 확인한 이 피디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손님은 누구 오시는데요?”
“이현아 씨요.”
예능적으로는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지만, 아위의 체면을 봐서 멘토를 미리 알려 주기로 했다.
“헐.”
“진짜요?”
“와, 나 안 씻었는데…. 지금이라도 씻을까?”
“누구 헤어스프레이 있는 사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멍하니 서 있었던 멤버들이 퍼뜩 정신 차렸다. 그리고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서로의 몰골을 봐주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았다.
“여러분, 지금 오시는 거 아니에요. 이현아 씨가 여성분이라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건가요?”
“어, 피디님 그 발언 위험해요. 저흰 아이돌이라고요.”
이주혁이 표정을 굳혔다.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의 손에 화장품 샘플이 들려 있었다.
아이돌이 무슨 만능 방패인가, 이 피디는 결국 소리 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성분이고 뭐고 떠나서 선배님이잖아요.”
“저 진짜 그분 노래 좋아하거든요.”
박서담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현아의 노래를 들어 온 팬이었다. 동경하는 선배님이 오신다는데 당연히 추레한 몰골을 보일 수는 없었다.
“맞아요. 얼굴 저화질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아 최이안 니가 무슨 저화질이야!”
“나는 아니고 당신들이요.”
이안이 고개를 치켜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순간 멤버들 전원이 야유를 보냈다.
“아 짜증 나는데 맞는 소리 같아서 더 짜증 나.”
“맨날 쟤만 살아남아 진짜 우리 맨날 오징어 되잖아. 오징어 토템이냐?”
“이안이 형 재수 없어요!”
“야 잘생기면 다냐?”
그렇게 말하는 멤버들도 누구보다 연예인 같았다.
‘저들이 오징어면 나는 뭐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이 피디가 허허 웃었다.
멤버들이 이안을 둘러싸려 했고, 이안은 뒷걸음질 치며 슬금슬금 피했다.
“잡아!”
“매우 쳐라!”
이안이 멤버들을 피해 땅을 박차고 뛰었다. 그 뒤를 멤버 전원이 따라가면서 이 피디가 외쳤다.
“자, 여러분들 그럼 그런 줄 아시고 오늘도 곡 작업 힘내 주세요!”
* * *
아침 운동을 달리기로 시원하게 시작한 멤버들은 팀별로 다시 집에 들어가서 곡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Our time’ 촬영 현장을 방문한 이현아가 스태프들에게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 피디가 벌떡 일어나 한달음에 달려갔다. 음악 예능 전문인 피디답게 역시나 그녀를 팬으로서 좋아했는데, 그는 손을 내밀면서도 좋아 죽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와 줘서 고맙다.”
“뭘요, 피디님 부탁이신데.”
이현아가 배시시 웃으며 이 피디와 악수했다. 그녀도 다른 멘토들과 똑같이 짤막한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이유로 나오게 됐나요?”
“이 피디님의 요청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이종수 피디는 ‘Our time’ 이전에 이현아의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적이 있었다. 끈질긴 섭외 끝에 해낸 일이었는데 그때 이어 온 인연으로, 이현아는 이 피디의 출연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럼 제일 기대되는 팀이 있나요?”
“글쎄요…. 다 기대돼요. 제가 심사위원이 된 건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이라서.”
“아, 그렇죠.”
이현아는 14살 때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로 아직 삼십 대도 되지 않은 젊은 뮤지션이었다.
경력도 차고 넘쳤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가수이자 만능 엔터테이너였지만, 누군가를 평가해 본 적은 아직 없었다.
“그렇다면 아무 집이나 먼저 들어가셔도 됩니다.”
“네, 그럼….”
이현아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향한 집은 바로 조태웅과 김주영의 집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자, 두 남자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와 이게 무슨 노래냐.”
“왜? 나는 괜찮은데.”
“엎을까?”
“나는 괜찮다고!”
“아 안 되겠어. 엎어야겠어.”
“야! 나도 팀원이거든!”
실제로 남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다투는 모습이 남동생들을 보는 것 같았다. 이현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