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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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마 하면 돈이 되긴 해?
아위가 옹기종기 모여 포스트잇을 둘러보았다. 응원의 말이 한가득이었다.
“우리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붙여 주시고 가신 건가?”
“아마 다 모은 다음에 메시지 북으로 만들어서 주실걸? 블랙러시 형들한테서 들었어.”
“와 정성 대박.”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진이 말했다.
[인기 많은 자리네.]‘이 정도면 얼마나 하냐?’
[이 자리면… 아마 500 정도 할걸? 기간 길어지면 더 비싸고.]‘미쳤다….’
이안이 입을 떡 벌렸다. 전광판 가장자리를 보니 작은 글씨로 홈 마스터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보통 이런 건 홈마들이 슬로건 같은 굿즈 팔아서 준비해. 모자라면 사비 보태서들 하지. 보정도 괜찮게 한 것 보니 정성 많이 들였나 보네.]염세적인 진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정말 괜찮은 것이다.
‘근데 홈마 하면 돈이 되긴 해?’
이안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진에게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하나 나열할 때마다 손가락을 접었다.
[대부분은 돈이 안 돼, 음방 출퇴근부터 팬사인회까지 스케줄 올출 해야 하지 해외 투어라도 하는 날엔 그거 따라가야 하지 어쩌다 못 가면 데이터도 사야 하지.]‘그냥 여력 되는 대로 따라다니면 되잖아?’
[그런 사람은 그냥 찍덕이고, 홈마는 올출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탑 시드를 먹냐 아니냐 달라지니까.]‘복잡하네.’
[그래서 보통 대출 많이 해. 슬로건 같은 굿즈 팔아서 충당하기도 하고, 근데 굿즈 팔이는 가수 인기에 따라서도 판매량이 달라지니까.]가수 인기… 이안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김용민 시절, 얼마 없던 스케줄도 따라와 주던 홈마들과 코어 팬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도 빚을 지면서 쫓아 왔었나? 그렇다면 지금 팬들에게 보답하려면 빨리 유명해져야 할 텐데….
‘그럼 홈마 하는 사람들은 다 이윤 없이 뛰는 사람들이네?’
[그건 아니지.]진이 검지를 들어 양옆으로 흔들었다.
[탑 아이돌의 탑 시드 홈마면 진짜 돈 많이 벌어. 마이디어 인기 멤 탑 시드 홈마는 슬로건 하나 팔았다 하면 기본 오천 개는 넘게 팔아.]‘와 그럼 돈이 얼마야?’
[개당 이만 원이라 치면 1억이지? 수량이 많을수록 제작 단가는 낮아지니까 순이익 훨씬 남아돌고.]‘미친.’
알면 알수록 놀라운 세상이다.
[이거 걸어 주는 홈마들이 탑 시드 먹으려고 벌써부터 서포트 하는 것 같은데, 보답하고 싶으면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어.]물론 그 정도 유명해지면 딜레마도 존재한다. 공항 내부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행동이라던가, 같비(같은비행기)라든가. 사생과 다름없는 행동들 말이다.
뭐 직접 겪어 보는 게 빠르겠지. 진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아위는 한참을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뒤에 지나가는 몇 명의 여성들이 설마? 하며 걸음을 멈췄다. 박동수는 몰려드는 인파에 발을 동동 굴렀다.
“동수 형, 우리 인증샷 찍어도 돼요?”
이주혁의 말에 박동수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내가 찍어 줄게.”
마스크를 낀 시커먼 남자들이 전광판 양옆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팬으로 보이는 사람이 꺅 소리를 지르곤 핸드폰을 꺼내 셔터를 눌렀다.
“이제 갈 시간이다, 얘들아.”
“좀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시간 없어. 사람들도 몰려들고.”
아위는 아쉽게 전광판에서 멀어졌다. 소식을 듣고 근처에 있던 팬들이 하나둘 그들 근처로 모여들었다.
“어떡해….”
“얘들아!”
모이는 속도가 박동수의 예상보다 빨랐다. 아위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너무 많이 오시는데.”
아위가 쫄아서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박동수가 팬들의 앞을 막았다.
“여러분 거리 지켜 주세요.”
다행히 선을 넘는 팬들은 없었다.
“진짜 가야겠다.”
“우리 밴까지 내기 고?”
“지는 사람 음료수 사기, 동수 형 먼저 가세요!”
조태웅이 또 내기를 걸었다. 그의 뒤를 매니저와 다른 멤버들이 이어서 뛰어갔다. 이안도 따라 뛰기 전에 영상을 찍는 팬의 앞으로 다가가 마스크를 살짝 내려 얼굴을 보였다. 팬들이 꺄악 소리를 질렀다.
“전광판 걸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응원도 고마워요.”
이안이 씨익 웃고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갔다.
“흐어… 미쳤어….”
영상을 찍던 팬이 입을 떠억 벌렸다. 뛰어가는 아위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본 주변의 팬들이 영상을 찍은 팬에게 다가갔다.
“영상 찍으셨죠? 꼭 올려 주세요!”
“혼자 보시면 안 돼요!”
“저… 바로 올릴게요.”
그 팬이 이안을 담은 영상을 파랑새에 업로드 했다.
-애들 홍대 전광판 보러 옴ㅠㅠㅠㅠㅜㅜㅠㅜㅠㅠ
-애들 꽁꽁 싸맸는데 피지컬 오져ㅠㅠㅜ
-야 파랑새에 알티타는 영상 봤냐? 미쳤음ㅠㅜㅠㅜ
ㄴ봤다ㅠㅜㅠㅜㅠ이안아ㅠㅜㅠㅜㅠㅜㅠ
ㄴ나 우럭ㅠㅜㅠㅜㅠㅜㅠ
ㄴ얼굴 미쳤어ㅠㅠㅜㅠㅜ
* * *
“최이안 꼴등이다!”
“이런 젠장.”
이번엔 이안을 제외한 6명의 멤버들이 이안을 작정하고 견제했다. 결국 이안이 마지막으로 밴에 앉아 문을 닫았다.
“형! 폰 주세요!”
박동수가 아직도 숨이 차는지 헥헥거리면서 갤러리를 띄웠다.
“동수 형 사진 진짜 잘 찍었다.”
멤버들이 갤러리를 휙휙 넘겼다. 큼지막한 전광판은 다시 봐도 뿌듯했다.
“우리가 이런 광고도 걸리고… 성공했다!”
박진혁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지만, 이안은 사족을 달았다.
“아직 성공을 논하긴 이르지.”
“그럼.”
박동수가 추임새를 넣었다. 이안이 박동수에게 폰을 돌려주면서 이어 말했다.
“적어도 코엑스 파노라마 광고까지 가야 성공한 거지.”
“그 백 미터 광고?”
“와 그거까지 걸리면 장난 아니겠다.”
“근데 저기도 비싸 보이던데 거기까지 걸 어줄 팬들이 생길 수 있을까?”
긴가민가하는 멤버들의 태도에, 박동수가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거 걸릴 만큼 열심히 하면 돼 얘들아, 너네 요즘 추이 너무 좋아.”
“진짜요?”
“그럼! 이사님이 앨범 선주문 얼마나 넣어야 할까 고민하시더라.”
앨범 선주문이 판매량을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팔 자신이 있다는 것이기에, 많은 소속사가 앨범 선주문을 얼마 넣었다느니 언론 플레이를 한다.
“아! 그러고 보니 포스트잇 챙기는 거 까먹었어!”
김주영이 화들짝 놀랐다.
“아냐 안 챙기는 게 맞아.”
박동수가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와서 포스트잇 챙겨 갔다는 소식 들리면 팬들 달려가서 다 붙이고 올걸? 그럼 그거 지저분하다고 팬들이랑 역무원이랑 싸운다. 논란 커지면 기사로도 나갈걸? ‘도 넘은 팬덤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뭐 이런 식으로.”
“진짜 그래요?”
“그럼, 팬들에겐 성지순례 같은 거겠지만 뭐든지 과해지면 잡음이 심해지잖아.”
박동수의 말에 대부분의 멤버가 이해를 못 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동수는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정차했다.
“차차 겪게 될 거야. 일하러 가자.”
“넵.”
전광판 효과인지 다들 의욕이 넘쳤다.
* * *
아위가 컴백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중간에 일정이 바뀌길 반복했다. 녹음도 재녹음을 반복했고, 미리 짜 놓았던 안무는 하루도 못 지나 폐기, 다시 짜기 시작했다.
결국 소속사에서는 설날에 주었던 휴가를 철회했다.
“너네 못 쉬겠다.”
“아… 어쩔 수 없죠.”
멤버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수긍했다. 이안은 원래 집에 갈 생각이 없었기에 설날 당일에 혼자 심심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명절에 집 가는 것보단 일하고 있는 게 좋은 거랬어.”
이안이 진에게 들었던 말을 인용하며 멤버들을 위로했다.
“그래, 또 사골국 사다가 떡국이나 해 먹자.”
“떡 안 돼. 살쪄.”
이주혁의 말을 박동수가 단호하게 끊었다.
* * *
휴가를 가지 않게 되어서 좋은 건 딱 하나였다. 설날 당일 첫 방영되는 ‘전설과 함께’를 다 같이 모니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살찐다는 박동수의 말을 들을 멤버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설날에 집에 가지 못한 것을 먹을 거로 풀었다.
“이거 누가 사 온 김치냐? 너무 짜다.”
“우리 엄마가 해 주신 건데.”
“와… 주영이네 엄마 종갓집이시냐? 짠 김치와 떡국의 조화가 아주 기가 막히게 맛있다.”
“김치는 원래 짜게 먹는 맛이죠, 형들.”
아슬아슬한 대화 끝에 김 현이 리모컨을 들었다.
“슬슬 시작할 때 아니냐?”
“광고 엄청 많이 붙었나 봐. 광고가 계속 나와.”
“와 떨린다. 무대는 다다음 주에 나오지?”
오늘 방영분은 전설과 후배 가수들의 첫 만남과 그들이 무대를 어떻게 꾸며 가는지에 관한 내용이 방영된다.
“시작한다.”
마지막 커피 광고가 끝나고 화면이 전환되면서 ‘전설과 함께’가 시작됐다.
첫 팀은 핑키레이디와 이춘자였다. 아무래도 기가 센 선배 가수와 함께 하는 자리라 핑키레이디가 쭈뼛거리며 의견을 제시했다.
(어떤 컨셉이 좋으세요, 선생님?)
(글쎄? 너희들이 생각해 온 건 없니?)
이춘자의 쏘아붙이는 화법에 핑키레이디가 멋쩍어 웃는다. 핑키레이디가 의견을 제시해도, 이춘자가 맘에 안 든다며 반려한다.
다음에 나오는 플루토와 박성수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플루토가 의욕에 넘쳐 여러 가지 의견을 던지면, 박성수가 중간에 치고 들어와 초를 쳤다.
(여기서 저희가 백 덤블링을 한 다음에!)
(그렇지! 잘한다!)
엠오엠과 이성호 팀은 서로 의욕에 넘쳐서 이것저것 추가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였다.
아위와 김희상 팀이 할아버지와 손자들의 느낌이었다면, 이 팀은 반려견을 이뻐하는 견주 느낌이었다. 당연히 반려견 포지션은 엠오엠이였다.
“와… 저게 즉흥으로 만든 거야?”
“오지네.”
트리플맨과 김정순이 별다른 의견 교환 없이 노래를 몇 곡 부르자 서로 신들린 듯 편곡하는 장면은 음악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근데 방송 다 끝나 가는 데 우린 언제 나와?”
박진혁이 말했다. 그는 방송에 나온다고 친척들한테 한껏 자랑했다고 한다.
“그러게 이제 15분 남았는데.”
“어? 나온다.”
(그리고!)
(최고의 전설이 등장한다!)
내레이터의 비장한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선 아위가 김희상의 작업실로 들어온다.
“와 서담이 저 옷 입으면 안 되겠다.”
“부해 보이죠, 형?”
“어, 살쪄 보여.”
명절 황금 시간대, 공중파 방송에 나온다는 게 긴장이 되는지 멤버들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이제 카메라빨 잘 받네.”
“연예인이다, 연예인.”
자뻑도 잊지 않았다.
아위와 김희상의 훈훈한 현장을 한껏 포장해 주는 자막과 내레이션이 흐르고 방송이 끝날 때쯤이었다.
(선생님 춤춰 보실 생각 없으세요?)
이안의 잘생긴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1회 방영이 끝났다.
“이야 이걸 이렇게 끊네.”
“오늘 엔딩요정은 최이안이다.”
“요정! 요정! 설거지 부탁해!”
“응 개소리~ 가위바위보 해!”
멤버들의 환호를 무시한 이안이 주먹을 내밀었다.
그리고 ‘전설과 함께’ 1화가 방영된 후 커뮤니티 반응은 당연히 폭발했다.
-김희상 ㄹㅇ나오네?
-와 개존잘
-춤ㅋㅋㅋㅋㅋ 김희상 춤추면 레전드각아니냐?
-애들 막던지네ㅋㅋㅋㅋㅋ
-그래서 쟤네 ㄴㄱ?
-김희상 진짜 춤추면 온 커뮤 폭발할 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