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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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위는 빼고 다시 하죠.
“진짜 먹어도 돼요?”
“그럼요. 근데 촬영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돼요.”
“네.”
아직 카메라 세팅도 안 됐는데 닭 다리를 집어 든 멤버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치킨을 내려놓았다.
“이거 신제품이라고 그랬지?”
“냄새 맡으니까 깐풍기? 탕수육 느낌 나는데.”
“그 맛 나는데? 역시 쩝쩝박사 김주영이다.”
기어코 한입을 먹어 본 조태웅이 김주영에게 엄지를 척 내밀었다.
“오졌다.”
“존맛?”
어느새 카메라를 세팅을 마친 사진사가 그 순간을 찍고 있었다.
“여러분 방금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그 말을 신호 삼아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닭 다리를 들었다. 광고 촬영이라서 그런지 다른 부위 없이 오직 닭 다리밖에 없었다.
“너무 먹는 데 집중하시지 마시고 표정 상큼하게!”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스태프의 조언은 필요가 없었다. 하도 걸신들린 듯이 먹방을 찍어서 사진사가 주의를 주기까지 했다.
치킨 광고 다음 날에는 화보 촬영이 있었다. 다가올 가을 시즌을 맞이하는 가을 패션 화보였는데, 무려 명품 의류 화보였다.
“역시 명품이라 옷이 날개인가?”
“우리 턱선이 저랬어?”
사진 찍은 것을 다 같이 보던 멤버들이 감탄했다. 조태웅이 자신의 턱을 쓸더니 종이에 베인 시늉을 했다.
“아 따거!”
“죠탱 저거 또 주접 오지네.”
“얼굴 되게 잘 나왔다. 이거도 월투 부스터인가?”
해외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한 탓에 살이 조금 빠지기도 했는데, 살과 함께 젖살도 빠진 터라 결과물이 더 괜찮게 나왔다.
“옷 갈아입고 한 번 더 찍을게요.”
자신감이 붙은 멤버들이 카메라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한껏 멋있는 표정을 지었다.
잡지 화보 촬영까지 마친 아위는 바로 시상식 무대를 준비하러 회사로 향했다.
이안이 멤버들과 함께 김 현이 짜 온 수록곡 안무 시안을 맞춰 보고 있을 때였다.
“이안아 잠깐 회의실로 와야겠다.”
“이안아 올 때 메로나!”
“늦게 와!”
개인이 아닌 단체로 맞춰 봐야 하는 시간이었어서, 멤버들은 쉴 시간이 왔다고 좋아하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신화 미디어 그룹에서 사람이 왔어.”
“진짜요?”
출연 승낙한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직접 찾아왔다고? 벌써?
이안이 회의실의 문을 열자, 회의실 안에 사람이 꽤 많이 앉아 있었다.
“저 부르셨어요?”
이안은 모른 척 서수련 이사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옆에는 보컬 선생인 이희진과 화려한 화장의 여성 앉아 있었다. 그 외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방송사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분들은 우상유니 측에서 오신 분들이야.”
그러면 이희진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이분은 투자자, 예웬리.”
투자자가 직접 왔다.
“*만나서 반가워요.”
예웬리는 영어로 말하며 이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을 잡아 악수를 한 이안이 빈자리에 앉았다.
“*이안씨가 출연 승낙하고 나서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서 제가 직접 왔어요.”
예웬리가 얼굴을 붉혔다. 혹시 출연을 번복할까 봐 확정 짓기 위해서 왔다는 그녀는 트레이너 첫인사 티저를 찍기 위해서 제작진과 함께 한국에 온 것이다.
[그냥 너 보러 온 거 같은데?]‘그런가?’
예웬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이희진과 중국어로 쑥덕거리고 있었다.
“*지금 찍나요? 아직 인사말 제대로 못 익혔는데….”
“*괜찮아요. 영어로 편안하게 말하면 되거든요. 짤막하게 나올 예정이라.”
방송사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때마침 화보 촬영에서 했던 화장을 지우지 않은 상태였다.
스태프가 카메라를 세팅하고, 이안이 그 앞에 서서 마이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아위의 이안입니다.”
“*잠시만요, 아위는 빼고 다시 하죠.”
그럼 내가 아위 소속이지 뭐라고 해?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제작진을 쳐다봤다.
“*왜요? 아, 한한령 때문에?”
“*네, 자막에는 글로벌 보이그룹으로 나올 예정이에요.”
그놈의 한한령이 뭐라고 소속 그룹도 뭉뚱그려 말하나. 불만스러웠지만 하란 대로 해야지 어쩔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보컬 트레이너로 참여하게 된 이안입니다.”
그 소개말에 스태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영상 촬영을 마친 이안은 이어서 복도의 흰 벽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연습하고 와서 머리가 엉망인데….’
이안은 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기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사가 엄지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좀 찍고 갈게요.”
“*우리 멤버들이랑요?”
“*네, ‘Side Effect’는 중국에서도 유명하거든요.”
“*우리 리더 형이 들으면 좋아하겠네요.”
그룹 이름만 제대로 안 나오면 다른 건 괜찮은 건가? 이안은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과 함께 연습실로 내려갔다.
‘잠깐.’
앞장서던 이안이 돌연 발걸음을 멈췄다. 멤버들이 정상적인 모습이어야 할 텐데.
‘우리 멤버들 지금 뭐 하는지 알아?’
[누가 더 빨리 지렁이처럼 기어가나 시합하고 있는데?]‘하….’
이안이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이걸 어쩌나.
멤버들이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수련과 이희진이 눈빛 교환을 하더니, 이안의 등을 떠밀었다.
“가서 애들 뭐 하는지 미리 보고 와.”
“넵.”
이안이 연습실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이안이 연습실의 문을 벌컥 열자, 연습복 바지를 배 바지처럼 한껏 올려 입은 박진혁이 막춤을 추고 있었다. 벌칙 시간인가.
다른 멤버들과 함께 웃으며 지켜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이안이 크게 외쳤다.
“빨리 방송 모드 해!”
“왜?”
“중국에서 영상 찍으러 왔어!”
“헐!”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김 현과 김주영이 음악을 틀어 안무 연습을 하는 시늉을 했고, 박진혁은 바지를 내려 입고 순식간에 사나운 래퍼가 되었다. 이주혁은 태블릿 패드의 빈 화면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조태웅과 박서담이 그의 양옆에 앉았다.
“얘들아 잠시 괜찮니?”
연습실에 먼저 도착한 서수련이 정상적인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 *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다음 날이 되었다. 아위는 투어를 마무리 짓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계속해서 연습 일정이 있었다.
회의실에서 우상유니의 대략적인 일정을 조율하던 이안이 연습실로 향했다.
“이안아 왔어?”
“네, 쌤. 어디 가세요? 우리 봐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잠깐 옆에 연습생들 좀 보고 올게.”
안무가가 뭐에 쫓기듯 옆 연습실로 들어갔다. 이안이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아위의 연습실 문을 열었다.
“…뭐야? 내가 회의실 다녀온 사이 무슨 일이.”
김 현과 김주영을 제외한 멤버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준영 쌤 어딨어?”
“옆 연습실, 왜?”
“으아악!”
조태웅이 무릎을 꿇고 절규했다. 절규하는 것 보니 안무 시안이 나온 게 분명했다. 이안은 조태웅의 손에 있는 패드를 빼앗았다.
“뭐 이 정도는 무난하지 않….”
이안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격한 아크로바틱 동작은 없었지만, 더 까다로운 안무가 생겼다.
바로 시간차 안무였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전체적인 그림이 깨져 버리는 까다로운 동선과 동작이 포함되어 있었다.
누구 한 명 주목받지 않고 전체 그림을 보는 안무여서 보기에는 멋있게 보였다.
“아니….”
이안이 허탈하게 웃었다.
옆 연습실에서 아위 멤버들의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던 서준영 안무가는 대충 춤 멤버들이 수습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괜히 연습생들의 자세를 봐줬다.
안무가가 자리를 비웠으니 화살은 김 현과 김주영에게로 돌아갔다.
“주영아 너도 이거 짠 거 맞지…?”
“형! 이게 뭐예요!”
김 현이 여유롭게 말했다.
“야 지금 우리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저 새끼 월투뽕이 이상하게 들었어….”
“아 진짜 해 보고 말해. 할 수 있다니까?”
“형 우린 전문 댄서가 아니에요.”
이런 안무를 추면서도 노래를 해야 했다. 박서담이 자신 없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 어떻게 하나… 이주혁이 박서담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말했다.
“얘들아 일단 간단하게 맞춰 보기라도 하자. 이건 어디까지나 시안 안무잖아.”
“그럴까? 어디부터 맞춰 보지?”
좌절하던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난 멤버들을 보며 이주혁이 웃었다.
“일단 이 부분. 여기서 이 동작을 하고 일렬로 모이면 돼.”
동작 자체는 간단했다. 대신, 단 몇 초 안에 일정한 타이밍에 맞춰서 모여야 했다.
“해 보자, 원 투 쓰리….”
포, 이안이 앞 멤버의 뒤를 따라 일렬로 선 다음에 팔을 뻗었다.
“…되네?”
“와!”
멤버들이 환호했다. 김 현과 김주영은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 말이 맞지? 할 수 있다니까.”
“방금 쾌감 오졌다. 한 번 더 해 보자.”
이번엔 음악도 틀고 동영상 녹화 준비까지 한 뒤에 동작을 연습했다. 결과는 완벽했다.
“미쳤다. 야 너 왜 이렇게 잘하냐?”
“그러는 너는?”
박진혁과 김 현이 서로를 쳐다보며 칭찬했다. 복도에서 멤버들의 동태를 살피던 서영준 안무가가 웃으면서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얘들아 형이 봐줄게.”
“쌤! 안무 난도 안 높게 하신다면서요! 우리 월투도 아직 남았는데!”
“아크로바틱은 없잖아.”
아직도 화가 덜 풀렸나. 서영준이 멋쩍게 웃었다.
* * *
사흘을 꽉 채워 연습에 할애한 아위는 홍콩으로 향했다.
‘여기 관객들은 좋게 말해서 자기 주장이 좀… 강하네.’
[눈 안 아프냐?]‘눈은 안 아픈데 정신 사나워….’
중화권 관객들의 특이점이 있다면 공식 응원봉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대신 다른 걸 쓰는데, 멤버들의 한자 이름을 LED 전광판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LED 테러로 유명하지. 같은 한자 이름 모여 있는 거 봤지? 개인 팬끼리 구역 나눠 앉은 거야. 얘네는 한국보다 개인 팬 기조가 겁나 심해.]‘난리다 난리.’
[중국 본토 공연을 못 하니까 이리로 다 몰린 것 같은데.]개인 전광판은 크기도 큼지막해서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걸 무대 위로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와 씨… 위험했다.”
“이안이 괜찮냐?”
다행히 반사신경으로 잡을 수 있었지만 자칫하면 머리에 맞을 뻔했다. 모서리도 뾰족해서 피를 볼 수도 있었다. 이안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여기서도 이럴 줄이야. 씨발… 다음엔 규정 빡세게 해야지.”
이안에게 전광판을 넘겨받은 매니저 박동수가 이를 갈았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콘서트를 이어간 사이에 우상유니의 티저 포스터와 영상이 공개되었다.
[단독] 중국판 프로젝트 아이돌, ‘우상유니’ 트레이너로 아위 이안 출격중프아, 우상유니 트레이너로 아위 이안 출연… 글로벌 대세 입증
-미친 우리애 중프아 트레이너ㄷㄷㄷ
-미쳤다ㅠㅠㅠ 영어발음 개섹시해
-저거 보려면 뭐 설치해야 돼?
-최이안 보컬트레이너 나올 짬 되냐? 데뷔 언제했는데?
└2017년 12월
└노래는 잘하잖아
└노래 잘한다고 누굴 가르칠 연륜이 돼? 중국어도 못하잖아
└└아마 영어로 가르칠듯ㅇㅇ
└근데 한한령인데 나와도 되는거?
└└미국인이잖아
└일본도 그렇고 케이팝 노하우 빼가는거 나만 싫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