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179)
184화. 하오문의 전령 (1)
“…….”
칠독문주 모간이 죽었다.
이벽은 눈앞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넘실거리는 불길에 비친 망자의 얼굴은 죽음을 마주하고서도 끝끝내 웃는 낯을 띄고 있었다.
털썩, 털썩.
“무, 문주님…….”
“아, 안 돼… 이럴 수는, 말도 안 돼 이건, 이럴 리가…….”
그리고.
멈춘 시간이 다시 움직이듯, 이벽의 주위를 둘러싼 칠독문의 식솔들이 서서히 기척을 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제자리에 주저앉았고 누군가는 넋을 놓은 듯 중얼거렸으며, 누군가는 오열했다.
“요, 용서 못 해. 감히…….”
“아, 안 된다! 이리 오거라! 얼른!”
“…….”
이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걔중 몇몇은 이벽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으나 채 후기지수라 부르기조차 어려운 아이들이었다.
안팎에서 독단을 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 그리고 이벽이 무너뜨린 전각 안에서 층층이 대기하고 있다 일거에 깔려 죽은 이들을 포함하여.
칠독문의 실질적인 무인들은 거의 다 유명을 달리했거나 혹은 중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아 이벽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의 면면은 대부분 노인과 여자, 아이들이었다.
욱신.
문득 두통이 일었다.
이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창공비검을 펼쳤으나 여력은 충분히 남아있었으며, 물론 몸에는 이렇다 할 상처조차 없었다.
지금의 이벽에게 있어 칠독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성가시되 어렵지는 않은’, 고작 그 정도의 일이었을 뿐이다.
허나.
앞서 중상을 입고 쓰러진 제자들에게 죽음을 명했던 것처럼, 칠독문주 모간은 스스로에게도 죽음을 명했다.
죽기 직전 남은 식솔들을 향해 벌레라는 둥의 폭언을 마구 지껄였으며, 자기 자신의 목숨마저 벌레처럼 유린했다.
‘목숨의 하찮음’을 관철했다.
“흑, 흐윽!”
누군가가 흐느꼈다.
마치 이벽을 힐난하는 듯했다.
“…….”
이벽은 짜증을 느꼈다.
허나 감정을 억눌렀다.
저벅, 이내 발을 떼었다. 남은 식솔들에게로 다가서기 시작하자 식솔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히, 흐억… 으으으……!”
“…묻겠소. 그쪽 문도들이 납치해다 팔아넘겼다던 이들의 행방을 아는 자가 있소?”
“제,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아,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저, 저희는 그냥……!”
허나 제대로 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패배자의 식솔들은 허리를 숙이고 이마를 땅에 닿은 채 바르르 몸을 떨었다.
“…그걸 우리가 어찌 알겠어요?”
허나 그때였다.
웅크린 식솔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가 일어서서 이벽을 마주했다. 여인이라고 말하기에도 어려운 소녀였다.
“우리들은 아버지와 어른들이 하던 ‘사업’에 대해 아는 건 없어요. 그니까…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은 없을 거예요.”
“…….”
아버지.
이벽은 소녀의 원독에 찬 눈빛과 목소리를 이해했다. 은원은 돌이킬 수 없다. 허나 상대는 무림인이라 하기에는 애매했다.
“왜요? 저도 죽일 건가요?”
“…….”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세요. 덕분에 저는 아버지와 형제들을 잃었고 집은 멸문했으니까요. 그 누구도 더는 저를 지켜줄 수 없으니, 어차피 제 미래는 불 보듯 뻔해요.”
울컥.
이벽은 억누른 짜증이 솟구쳤다.
“그래서 나더러 어쩌란 말이오?”
“…차라리 깨끗하게 죽여—”
“그, 그만!”
허나 그때였다.
저만치에서 중년 여인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소녀를 붙들고서 억지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요, 용서해주십시오…! 아직 철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입니다! 부디 목숨만은……!”
“…….”
죽이는 것은 간단하다.
허나 그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강한 힘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목숨을 빼앗는 일밖에 없다.
살리는 것이 더 어렵다. 하지만.
목숨이 하찮아선 안 된다. 그것은 결국 모간의 말을 인정하는 꼴임을 이벽은 생각했다.
“흐, 흑시……!”
그때 중년 여인이 외쳤다.
“흑시(黑市)를 찾아가십시오! 그 이상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정말로요!”
“아, 안 돼요, 어머니!”
소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모녀의 모양새는 퍽 애절했다.
“…남의 혈육을 팔아먹은 돈으로 살아온 것치고는 혈육끼리 참 정겹군 그래. 뭐, 그 또한 무림의 일면이겠지.”
이벽은 돌아서려 했다.
허나 그때 소녀가 쏘아붙였다.
“다, 당신 따위가 뭘 안다고……!”
“소저, 정말로 죽고 싶소?”
이벽이 돌아섰다.
훅, 그리고 살기가 솟구쳤다.
허리를 숙인 식솔들이 일제히 경련했으며 이벽을 마주한 소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으… 으윽……!”
“허나 나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죽이지는 않겠소. 그러니… 정말로 죽고 싶다면 칼을 들고 이리 나오시오. 내 ‘적’이 되시오.”
원독에 찬 눈이 흔들렸다.
허나 이내 눈빛은 무너졌고,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두 뺨에 눈물이 뚝뚝 흐르기 시작했다.
“흑, 흐윽… 흑, 아, 아버지……!”
“…….”
짜증을 넘어 화가 나려고 했다.
이벽이 생각하는 한, 칠독문의 식솔들은 그런 눈을 해선 안 된다. 허나 그에 대해 이벽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훅.
“크… 크아아앗!!”
“아가씨! 마님! 피하십시오!!”
그때였다.
등 뒤에서 암기가 날아들었다.
줄곧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듯, 무너진 잔해 속에서 무인 두 명이 튀어나온 것이다.
채앵.
이벽은 암기를 튕겨냈다.
그리고 내심 안도를 느꼈다.
감정을 억제하기 힘든 순간, 비교적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는 누군가가 남아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크아아악, 죽어라 이 괴물—!!”
상대는 전각의 붕괴로 인해 이미 중상을 입은 듯했으나 죽음을 결심한 듯 이벽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훅, 퍼억.
“…커억!”
허나.
그 돌진은 이벽에게 닿기도 전에 도중에서 멈추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복부 한켠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풀썩.
무인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검을 거두세요, 공자.”
그 등 뒤에서 낯익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은 분을 칠한 듯 새하얬으며, 손에는 한 자루의 철필(鐵筆)이 들려있었다.
“공자는 오늘 충분히 많은 피를 봤으니… 더 이상은 그만두는 게 좋아요. 다른 누구도 아닌 공자 자신을 위해서요.”
“…….”
우르르.
그리고 일련의 무리가 이벽에 의해 파괴된 칠독문의 정문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이벽은 검을 거두었다.
훗, 그제서야 사내가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공자.”
* * *
불현듯 나타난 하오문도들은 칠독문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수습을 자처했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수습’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조차 이벽은 알 수 없었다.
허나.
어찌 되었건 이벽은 물러섰다.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고, 남아있는 칠독문의 식솔들에 대해서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이벽은 피로를 느꼈다.
칠독문을 떠난 뒤, 하오문도들에게 안내된 어느 외진 산속의 산장에서 새벽을 보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에는 정오 무렵이었다. 간소하게 차려진 식탁을 사이에 둔 채 낯익은 사내와 마주 앉았다.
“자, 시장하죠? 어서 들어요.”
사내, 초연서가 가볍게 웃었다.
그는 하오문 수호대의 일원으로서, 일찍이 호남 무적파에서 양호명을 비롯한 점창의 후기지수들과 맞설 때 불현듯 나타나 이벽을 도왔던 바로 그 사내였다.
또한.
이벽에게 만월무변심공과 팔절구궁필법의 가르침을 전수해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
이벽은 해야 할 말을 생각했다.
퍽 많은 이야기들이 머리를 스쳤으나 우선은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되짚었다.
“…대협께선 혹 ‘흑시’라는 집단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이벽은 칠독문의 중년 여인이 꺼냈던 말을 기억해냈다.
“그럼요~ 제가 줄곧 추적하던 놈들 중 하나인걸요. 사람을 포함해 모든 걸 사고팔고 하는 지독한 놈들이죠. 하여간 잘라내고 잘라내도 끝이 없어요.”
초연서가 어깨를 으쓱했다.
“특히… 사패련이 뒤집힌 이후에는요. 당연히 녹림과 얽혀있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이제는 아예 대놓고 양지에서 기승을 부리더군요.”
“…….”
“뭐, 걱정은 말아요, 공자. 어쨌건 팔려나간 촌민들에 대한 일이라면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거고, 이미 해결하고 있거든요.”
초연서가 수저를 들었다.
“그러니 먹어요, 어서.”
꾸벅, 이벽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자코 식사를 시작했다.
까악, 깍.
어딘가에서 산새가 울었다.
산속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그대로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자 이벽은 마치 어제의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허나.
물론 꿈이 아니었다.
직접적이건 혹은 간접적이건, 지난 새벽에 이벽은 스스로 몇 명을 죽였는지조차 헤아리기 어려웠다.
“…….”
문득 피 냄새가 스쳤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냄새였다.
또한 낯선 경험이 아니었다. 이벽은 화정촌을 나선 뒤 처음 살인을 했던 때를 떠올렸다.
탁, 이벽은 수저를 놓았다.
“…입맛이 없나요, 공자?”
하아, 초연서가 한숨을 쉬었다.
“저는… 공자의 올곧은 글씨가 더럽혀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하지만… 결국은 늦건 빠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앞서 초연서는 ‘백정의 칼부림’이 이벽의 검을 어지럽히고 말 거라며, 자신의 무공을 전수해주었다.
허나.
문제는 결국 도살지도도, 적파심공도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청강유엽검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탁, 결국은 초연서 역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유난히 새하얀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공자가 좋아할 만한 소식과 좋아하지 않을 소식이 있어요. 어떤 것부터 들을래요?”
“…어느 쪽이건 괜찮습니다.”
“그래요. 그럼 우선 좋은 쪽부터 하죠. 공자의 동료인 비룡대원들 말인데… 우리 하오문의 보호 하에 있어요.”
“……!”
“막내가… 월향이 퍽 기민하게 움직였더군요. 자세한 소식까지는 모르겠지만 언미희라는 그 아이, 많이 호전된 모양이에요.”
이벽의 눈이 가볍게 흔들렸다.
훗, 초연서가 눈웃음을 흘렸다.
“그러니 당장은 그쪽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괜찮을 거예요. 최소한 우리 하오문이 멀쩡하게 버티고 있는 동안에는요.”
“…그렇군요.”
그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이벽은 마음 깊은 곳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걱정 하나가 서서히 사그라지는 것을 느꼈다.
허나.
초연서의 표정 위에는 여전히 쓴웃음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물론 ‘안 좋은 소식’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짐작이 갔다.
“그리고… 나쁜 소식이군요.”
이내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초연서가 말을 이었다.
“우리 하오문주께선… 신 사패련에 항복 의사를 밝히기로 결정을 내리신 모양이에요.”
* * *
“어쩌면.”
초연서가 말을 이었다.
“몇 년 전, 패왕가가 문을 닫았던 그 날 이후… 패왕가주께선 줄곧 어떤 종류의 ‘내상’에 시달리고 계셨던 것 같아요.”
“…….”
“그리고 아마도 배후에는 혈교 잔당들의 암중모략이 있었겠죠. 우리 하오문은 정황상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어요. 뭐… 이제 와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이지만요.”
패왕가의 갑작스런 봉문.
그리고 패왕가주의 칩거.
그것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비사였다.
허나.
사파무림을 천대하는 정파의 무인들조차 감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천하십대고수 혁군악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쓰러졌고, 사패련 역시 너무 쉽게 장악되었다.
또한.
흑천방의 그러한 움직임은 마치 혁군악이 결코 멀쩡한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다.
“즉, 일전에 안휘에서 공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흑천방과 녹림, 혹은 혈교는 오래전부터 협력관계였다고 봐도 좋겠죠.”
“…….”
“아니,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어쩌면 단순한 협력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흑천방 쪽이 이 모든 일의 머리였을 공산이 커요.”
초연서는 설명을 이었다.
녹림은 사람을 납치하고.
흑시는 그들을 유통한다.
하오문은 줄곧 그 배후를 캐내고자 했으나 쉬이 꼬리를 잡을 수는 없었다.
허나 안휘에서의 사건 이후 흑천방을 주시하기 시작한 하오문은 이내 납치된 이들 중 상당수가 광서무림으로 흘러갔고 그 안에서 행방이 묘연해졌음을 마침내 알게 되었다.
“공자도 대강 알고 계시겠지만… 혈교의 무공이나 가르침이란 것들은 대개 산 사람의 피륙이나 목숨을 제물로 삼아 무언가를 이루는 극악한 사술들이죠.”
“…….”
“그리고… 약 2년 전, 흑천방주 맹철극은 돌연 폐관수련에 들어가서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해요.”
이벽은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어딘가에서 실전된 혈교의 사술을 손에 넣게 된 흑천방주 맹철극은… 이내 음모를 통해 패왕가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정작 패왕이 살아남고 말았다.
그러자 맹철극은 상처 입은 패왕이 두려워 2년씩이나 폐관 수련에 들어갔으며, 배후에서 녹림을 장악하고 조종하여 많은 목숨들을 제물 삼아 성취를 얻었다.
‘혈마’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혁군악을 ‘마무리’했다.
“…정말이지, 그렇게 뒤쫓던 적의 배후가 정작 사패련 내부에 있었다니. 머리가 띵할 지경이에요. 패왕가주께서도 우리 하오문을 좀 더 신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초연서가 푸념 섞인 한숨을 뱉었다.
그것은.
사실이라 확신하기에는 근거가 모자란 이야기였으나… 공교롭게도 정황은 퍽 맞아떨어졌다.
“물론, 너무 늦었지만요.”
그리고 이제 와서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허나 문득, 이벽은 생각했다.
패왕가의 붕괴는 곧 그 힘을 중심으로 짜인 기존 사파질서의 붕괴를 의미했다. 때문에.
사패련주는 허세를 부리며.
나날이 좀먹어가는 몸을 이끌고 련내에 틀어박혀 시시각각 좁혀오는 흑천방의 음모를 견제하고.
마찬가지로 단전을 잃은 ‘아들’이 깨달음을 얻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결국 혁군악은 쓰러졌다.
하오문이 채 꼬리를 물기도 전에 흑천방은 행동에 나섰고, 하오문은 쫓는 입장에서 쫓기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정파의 존재가 있기에 저쪽에서도 우리를 함부로 쳐낼 수는 없다는 점이겠죠.”
녹림과 하오문은 적이다.
허나 사파무림 전체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패왕가가 사라진 이 시점에서 사파는 서로를 적대하며 이 이상 작아질 수 없었다.
그것은 서로가 아는 사실이었다.
“…공자, 별로 놀라지 않네요?”
잠깐의 정적이 지났다.
다시 초연서가 말했다.
말마따나 이벽은 놀라지 않았다.
그것은… 앞서 독왕 당평세에게서 들은 정황에 대한 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를 원망하지 않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벽은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되었건 목숨은 귀하니까요.”
“…….”
초연서가 찻잔을 집어 들었다.
허나 마시지 않고 내려놓았다.
“…맞아요. 목숨은 귀하죠.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거예요. 다만… 이제는 사패련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놈들과 싸워야 할 테고, 더더욱 힘든 싸움이 되겠죠.”
“…….”
“헌데 공자, 공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 사패련으로 향하고 있나요? 정말로… 혼자서 그들 모두를 몰아내는 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나요? 아니면… 독왕, 혹은 의혈맹과 어떤 밀약이 있었나요?”
훅,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벽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것은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섣불리 감을 잡기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초연서의 눈빛은 퍽 간절했다.
“공자, 부탁이에요. 뭐라도 좋으니… 우리 하오문이 공자를 손절하지 않도록 문주님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내게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