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18)
326화. 화정봉의 시험 (4)
만류일원진.
등천에 이른 절대지경의 힘마저도 묶어버리는 전대미문의 진법을 남겨둔 채, 검존과 무존은 어둠이 내린 화정봉을 떠났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진법 속에서, 이벽은 청성제일검 공능자를 상대하게 되었다. 허나 이벽의 나뭇잎은 제힘을 내지 못했고.
고로 이벽은 나뭇잎을 발판 삼아 극쾌의 속도와 안정성을 얻는 ‘쾌보의 응용’을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서걱.
“하핫! 어째 자네 혼자 돌덩이를 짊어지고 싸우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구만 그래!”
이내 이벽의 몸에 자잘한 상처가 늘어갔다. 간신히 그 속도에 발을 맞추고는 있으나.
결국 쾌보만으로는 끝끝내 도가를 대표하는 쾌검을 따라잡을 수 없음은 이미 아미에서 겪어본 바였다.
하물며 예의 진법은 등천의 힘뿐 아니라 육신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벽은 쾌보가 지닌 본래의 속도조차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었다.
“그러지 말게나 젊은이들. 흘흘!”
한편, 일전을 지켜보던 공손수는 이내 파진성에게 전음을 보냈으나 그 순간, 매화검선 소청이 입을 열었다.
“…….”
공손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와 파진성은 조금 전, 양호명이 점혈에 당해 쓰러진 이후부터 줄곧 검선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검존이 남기고 간 말마따나.
눈앞에서 가부좌를 튼 채 운기 중인 노인이야말로 이벽을 고전케 하는 진법의 핵심이자 동력원임을 이해했다.
고로 노인의 운기를 막는다면.
진법을 멈출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절대자의 귀는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닌 전음마저 능히 감지해내고 만 모양이었다.
찌릿.
“하지 말라고. 정말 죽고 싶어?”
다시 송영영의 시선이 공손수를 향했다.
그녀는 조금 전, 공손수와 파진성에게 ‘허튼 생각 하지 말라’며 날이 선 경고를 했다.
“아, 괜찮다네. 이쪽 젊은이들은 내가 알아서 타이를 터이니… 도우께선 이 늙은이에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네. 흘흘!”
“…흥.”
다시 검선이 말했다.
휙, 송영영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 젊은이들. 아마 지금은 그냥 몸이 좀 무겁게 느껴지는 정도겠지만… 자네들 같은 경우 이 진법 안에서 함부로 내력을 썼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전음을 들킨 이상, 꿍꿍이를 부인한들 아무 의미도 없다. 이내 공손수가 되물었다.
“조금 전 검존이 한 말처럼, 진법이 발동 중인 이 일대의 기운은 더 이상 자네들의 내력이 되어주지 않을 걸세. 즉.”
검선이 말을 이었다.
“단전에 있는 내력을 소모하고 나면… 진법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는 말이네.”
“……!”
“…케헤. 뭐 그딴 게 다 있어?”
공손수의 표정이 흔들렸다.
파진성이 헛웃음을 흘렸다.
본디 자연의 기운이란 공기와 같아 굳이 심법을 운기하지 않더라도 호흡을 통해 무인의 몸 안에 스며들며, 소모된 내력을 서서히 회복시킨다.
그것은 상식이었다. 허나.
흘끗.
매화검선이 턱짓을 했다.
한켠의 혁대웅을 가리켰다.
“저기, 자네들 우두머리를 보게. 실로 천고의 무골을 지닌 젊은이이네만… 회복은커녕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잖나?”
“…허억, 헉!”
말마따나.
조금 전, 창공을 가르며 서천무존 정룡을 상대하던 혁대웅은 진법이 발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해버렸다.
이렇다 할 외상이 없었음에도.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소모된 내력이 돌아오지 않기에, 창대로 몸을 지탱한 채 그저 호흡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었다.
허나 안색은 창백했다.
그 모습은 마치… 호흡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숨이 더욱 가빠지는 듯했다.
그리고.
암영각주 천막심조차 넘어선 혁대웅이 저렇게까지 약해진 모습을 보는 것은 공손수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저 젊은이조차 진법 안에서는 저런 처지일진대… 자네들이 나선들 대체 뭘 할 수 있겠나?”
“…….”
“아, 물론 단 한 방에 이 늙은이를 제압할 자신이 있다면 또 모르지만 말일세. 흘흘!”
노인이 눈을 찡긋했다.
“…하아.”
공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의 정체가 다름 아닌 천하십대고수, 매화검선 소청임은 물론 그녀 역시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비록 그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한들, 자신과 파진성이 어찌 할 수 있는 수준의 상대가 아니다.
하물며.
전음의 내용마저 들켜버렸으므로, 이제 와 기습을 가한들 사실상 무의미한 시도로 끝날 터였다.
콰아앙, 콰아아앙―!
다시금 공손수는 이벽이 고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분명 도가를 대표하는 쾌검의 종주였으나.
물론, 혈마를 상대로 맞싸움을 벌였던 지금의 이벽을 궁지로 몰아넣을 만큼의 강적은 아니었다.
허나.
적의 힘을 극도로 제한하는 한편, 아군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진법의 공능은 급기야 ‘경지의 차이’조차도 뛰어넘게 하고 있다.
그리고.
황보세가를 둘러싼 일대 전체에 이와 같은 진법이 대규모로 펼쳐진다면… 어쩌면 전쟁은 너무 쉽게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
허나 그 순간.
공손수의 뇌리에 작은 위화감이 스쳤다.
콰아아앙, 콰아앙―!
분명 이벽은 고전하고 있다.
허나…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혁대웅과는 달리, 이벽은 어떻게든 내력의 흐름을 유지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같은 진법 안에 있음에도… 두 사람이 ‘영향을 받는 정도’가 서로 다른 것 같은 모양새였다.
“……!”
다음 순간.
검존이 남긴 몇 마디의 말들이 공손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내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확신은 없었으나, 심증이 일었다.
콰아아아아앙!
허나.
그러한 자신의 추측을 이벽에게 알린다고 한들 수세에 몰린 지금의 상황에서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잠깐의 빈틈 정도는.’
이내 공손수의 시선이 다시 파진성을 향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파진성 또한 그녀를 향했다.
“…케헤.”
“…훗.”
그리고 잠깐의 눈짓만으로.
전음을 펼칠 필요조차 없이, 서로의 뜻이 전달되었다. 이제 와 손발을 맞추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것이다.
“흘흘, 그것참 유감일세.”
허나 그때 검선이 말했다. 마치 두 사람의 ‘소리 없는 대화’마저도 전부 알아챈 듯했다.
타아앙.
허나 더는 지체할 수 없다.
두 사람은 동시에 땅을 박찼다.
후욱.
“크읏―!”
공손수의 몸이 검선을 향해 쏘아졌다. 허나 찰나의 순간, 공손수는 예상보다도 더욱 강렬한 압력을 마주했다.
일대의 기운을 찍어누르는 진법의 힘은… 마치 온몸에 족쇄를 달아놓은 듯했다.
훅, 철컥.
“흥, 내가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랬지? 이제 안 봐줄 거야. 엉엉 울어도 소용없어.”
또한 그 즉시 송영영의 검이 뻗어졌다. 허나.
쐐애액.
“케헤헤, 어딜! 너는 이쪽이다!”
다음 순간, 파진성의 신형이 송영영을 향해 쇄도했다. 그물과 같은 격자의 강기가 날카롭게 쏘아졌다.
흠칫.
송영영의 시선이 흔들렸다.
당연하다는 듯 강기를 다루는 파진성의 기세는 물론 예전과는 비할 수준이 아니었다.
“듣자 하니 너도 꽤 강해졌다고 하던데… 어디 누구 짬밥이 더 큰지 부딪혀보자고! 케헤헤!”
“…멍청이가.”
훅.
이내 공손수를 일견한 송영영의 검이 방향을 틀어 파진성을 향했다.
검끝이 원을 그렸다.
태극의 막을 형성했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파진성이 검이 떨어져 내렸다. 허나 그 검은 송영영의 태극 안에 걸려들지 않았다.
“……!”
송영영의 눈이 흔들렸다.
파진성은 추락하는 와중에 검로를 급격하게 아래로 꺾었고, 강기는 애꿎은 맨땅을 파헤친 것이다.
“케헤, 짬에서 나오는 속임수다!”
파진성이 외쳤다.
태극의 묘리는 적의 힘을 이용하여 적에게로 충격을 되돌린다.
허나 그렇다는 것은, 적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돌려줄 힘도 없다는 뜻이다.
“케헤헤헤! 속았지?! 으헤헤! 으헤헤헤! 네 검이 어떤지는 대충 기억하고 있다고!”
“…….”
송영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훅, 다음 순간 태극이 사라지며 실타래가 풀리듯 빠져나온 송영영의 검이 파진성을 파고들었다.
휙, 버둥버둥.
“갸아악, 끼요오옷―!”
허나 그와 동시에 파진성의 신형이 뒤로 무너졌다. 맨땅에서 민첩한 나려타곤이 펼쳐졌다.
서걱.
그리고 송영영의 검이 파진성을 스쳤다. 허나 가까스로 옷자락만을 베어냈다.
“케헤헤, 지금이다 쥐방울―!!”
그리고 파진성이 외쳤다.
훅.
그 즉시 송영영이 시선을 돌려 검선을 향했다. 허나 그곳에 공손수는 없었다.
슥.
다음 순간, 송영영은 자신의 등 뒤로 다가선 그림자와 같이 흐릿한 존재감을 느꼈다.
“…흥.”
성동격서(聲東擊書).
이내 송영영은 두 사람의 생각을 이해했다. 감히 검선을 어찌할 자신이 없으므로, 결국 두 사람 모두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 또한 건방진 생각이다.
다음 순간, 파진성을 향해 뻗어졌던 송영영의 검이 물결을 그리듯 옆으로 휘어졌다.
후욱, 서걱.
또한 검로와 한 몸이 된 송영영의 신형이 그대로 뒤를 돌았다. 망설임 없이 등 뒤의 그림자를 베었다.
스르륵.
허나.
그것은 말 그대로 그림자일 뿐이었다. 두 동강 난 공손수의 ‘잔상’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
송영영의 시선이 흔들렸다.
이내 바쁘게 주변을 살폈고, 어느새 저만치로 멀어져 있는 공손수의 신형을 발견했다.
또한 그 몸은 어느덧.
이벽과 공능자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공손수의 목표는 검선도, 그리고 자신도 아니었던 것이다.
후욱.
또한 놀랍게도 그 속도는.
눈으로 좇기조차 쉽지 않은 이벽과 공능자의 쾌속에 얼추 근접하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 무수한 마교도들을 소리 없는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암영각주 무영객 천막심의 절기, 무영환위보(無影換位步)였다.
* * *
콰아아아앙.
“하핫! 예전에도 느꼈지만… 자네의 움직임은 정말로 우리 청성의 것을 쏙 빼닮았군 그래!”
이벽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방적인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또한 예상대로였다.
말마따나 청강유엽공이 지닌 여섯 개의 묘리는 모두 각지의 도가문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쾌의 묘리의 경우.
물론, 청성일 공산이 컸다.
탓, 콰아아아아앙.
급기야 공능자는 이벽의 쾌보가 보이는 궤도를 ‘이미 잘 알고 있는 무공’마냥 읽어내기 시작했다.
허나 사실상 등천의 기예들이 모두 막혀버린 이벽은 그 이상의 다른 수를 내기 어려웠다.
그나마 과거 ‘힘을 잃어본 경험’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렸을 터였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이벽은 생각했다.
어쩌면… 상처를 각오하고 스스로의 몸을 미끼로 던진다면 아직까지는 공능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탓, 타아앙, 콰아아아앙!
허나 적은 공능자 한 명뿐만이 아니며 저만치에는 송영영이 남아있으므로, 결국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방법은… 하나뿐인가.’
이벽은 이내 검선을 바라보았다. 진법의 ‘원동력’이라 하였다.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 검선의 운기를 멈추게 해야만―
흠칫.
허나 그때였다.
이벽은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공손수를 발견했고, 찰나의 순간 눈이 마주쳤다.
훅, 타앙.
그 순간, 이벽은 경신법을 멈추었다. 그리고 쇄도하는 공능자의 검을 제자리에서 맞이했다.
카아아아아앙.
“핫! 드디어 포기했나? 좌우간 미안하게 됐네! 어쨌건 자네들은 우리의 가장 큰 기밀을 알아버렸으니 그냥 보내줄 수는―”
검과 검이 부딪혔다.
찰나의 경합이 일었고 그 즉시 공능자가 다시 검로를 틀며 이벽을 베려던 찰나였다.
훅, 서걱.
소리 없이 다가선 비수가 공능자의 허벅지를 할퀴고 지나갔다. 물론, 공손수의 일격이었다.
“이, 이런―”
비틀.
그것은 스친 상처에 불과했으나, 예상치도 못한 허를 찔린 공능자의 신형이 한순간 흔들렸다.
허나 물론 목천의 시간 속에서 ‘한순간’이란 결코 짧은 순간이 아니었다.
서걱.
그리고 이벽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이벽의 검이 뻗어졌다.
“…커억!”
이내 공능자의 옆구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고통에 찬 표정이 서서히 번져나갔다.
“…서, 설마 똑같은 부위를 자네한테 세 번이나 연속으로 베이게 될 줄은.”
“…….”
털썩.
이내 공능자가 쓰러졌다.
타앙.
“허억… 헉!”
그리고 공손수가 이벽 앞에 착지했다. 허나 이내 거친 호흡을 토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검선의 말마따나 진법 안에서 절기를 펼친 대가로 단전이 형편없이 쪼그라든 것이다.
“…공손수! 괜찮―”
“…오라버니, 잘 들어요. 허억!”
허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의식을 붙들며 공손수는 힘겹게 할 말을 이었다.
“이 진법… 이상해요. 저들이 영향을 안 받는 건 그렇다 쳐도… 오라버니, 그리고 대주님을 비롯한 우리들에게도 뭔가가 다르게 작용하고 있어요.”
“……!”
“애당초 이 진법… 대체 ‘무슨 수로 적과 아군을 구분’해서 오로지 적에게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약을 가하는 걸까요?”
그 순간.
이벽의 눈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