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19)
‘이럴 수가?’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전자가 조작된 사마귀 인간이 너무도 허무할 정도로 비참하게 죽어갔다.
적어도 시간은 어느 정도 벌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이건 격차가 너무 심했다.
‘대체 얼마나 심후한 내공을 지녔기에 무형의 기운인 진기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이능력자라고 오인했을 것이다.
변호영은 사파인이라서 무림협회의 무인들처럼 명성을 날리지 못했지만, 그의 무공 실력은 화경의 경지에 이를 만큼 뛰어났다.
‘저 자는 괴물이다.’
그랬기에 진기만으로도 천여운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염해균 놈.’
변호영이 속으로 청도시 무림협회의 부협회장인 염해균을 욕했다.
그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산공 장치와 독만 믿고서 천여운을 처리하고서 그 이익을 챙기려 했는데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어쩔 수 없지.’
상대의 강함을 안다면 선택지는 뻔했다.
장사고 뭐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전 유리문 구속구 해제!”
-위잉!
그의 명령에 홀에 있던 모든 유리문이 열렸다.
1세대부터 3세대까지 29개체의 유전자가 조작된 인간 병기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들을 전부 써먹어서라도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 했다.
그 모습에 임소혜가 다급히 소리쳤다.
“이봐요. 세컨드 마스터 아직 우리 거래가 끝나지 않았잖아요!”
이번 거래는 그녀에게도 매우 중요했다.
방위국 국장의 명을 받고서 이행하는데, 실패한다면 진행되는 플랜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
그런 그녀의 외침에 변호영의 눈이 반짝였다.
영악한 그는 순간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고 여겼다.
“회원님. 저 자는 지금 저희 블랙 아테나의 규칙을 전부 무시하고서 이렇게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칫!”
임소혜가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변호영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저 영악한 너구리가 나와 저 자를 상잔시키려는 구나.’
바보가 아닌 이상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SS급 게이트 키퍼였다.
이능력자들의 정점에 서 있는 세 명인 만큼 그 강함은 증명되어 있다.
변호영은 그런 그녀가 천여운을 막기를 원하는 것이다.
“회원님께서 저 자를 막아주신다면 원하시는 것을 제 능력이 닿는 만큼 들어…”
-부웅!
“헉!”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심후한 진기가 잡아당겼다.
몸이 떠올라서 천여운을 향해 날아가려 했다.
“잔머리 굴리지 마라.”
천여운이 그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둘 리가 만무했다.
‘이런 미친!’
변호영이 내공을 끌어올려 진기의 구속에서 벗어나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러다 꼼짝없이 천여운의 손에 붙잡히게 생겼다.
바로 그때였다.
-쾅!
날아가던 변호영이 밑으로 떨어졌다.
엄청난 압력이 생겨나며 진기로 끌어당기던 것을 막아냈다.
천여운이 시선을 돌려서 임소혜를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요. 모든 일에도 도의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무시한건 당신이에요.”
“방해할 참이냐?”
“방해? 웃기는군요. 저 자와 먼저 거래를 하고 있던 것은 저였어요. 설마 그걸 잊으신 건 아니겠죠?”
그것은 그녀의 말이 옳았다.
중간에 난입한 것은 분명 천여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고서 억지로 밀고 들어온 그가 저 한 마디로 납득하고서 양보를 할 리가 없었다.
‘잘한다! 둘이 치고 박고 싸워라.’
진기의 구속에서 풀려난 변호영이 속으로 이 상황을 반겼다.
서로 실랑이가 시작되면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이에 지하 대피소로 도망칠 작정이었다.
‘마교의 최고수와 SS급 게이트 키퍼가 싸우는 재미있는 광경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살고 봐야지.’
제일 중요한 것은 목숨이었다.
그런데 천여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좋다. 그럼 거래가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리도록 하지.”
‘!?’
변호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바라던 상황은 이게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임소혜가 어처구니 없어하며 화라도 내길 바랐지만,
“신사적이시군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제 거래가 끝나면 부회장님께서 볼일을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녀는 이것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이년이!’
싸우라고 붙여놨더니, 서로 합의를 보자 황당할 지경이었다.
저 자의 태도만 보더라도 절대로 우호적이지 않은데, 그 뒤에 볼일을 보라는 것은 죽이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소리가 아닌가.
‘흥! 너구리 같은 놈이 네놈 수작에 넘어갈 것 같아.’
임소혜는 천여운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없는데, 무리해서 싸울 만큼 호전적인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물론 팀원들마저 같은 생각일리는 없었다.
“팀장님! 저 자가 영강을 저 꼴로 만들었는데, 그냥 이렇게 넘어가실 겁니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은 SS급 게이트 키퍼인 임소혜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그녀라면 천여운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대로 넘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눈치가 없기는.’
임소혜가 그들을 노려보며 입에 자크를 잠그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서지 말고 입을 다물라는 의미였다.
불만스러웠지만 그녀의 권위는 절대적이기에 그들은 더 이상 의견을 낼 수가 없었다.
“자 그럼 거래를 계속해보실까요?”
임소혜가 빙그레 웃으며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에게 말했다.
이에 변호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이년과 거래가 끝나자마자 저놈이 나를 족치려 할 게 뻔한데.’
뜻대로 움직일 방법이 필요했다.
잠시 고민하던 변호영이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다.
“별 수 없군요. 그럼 이렇게 하지요. 아까 전에 암거래 시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그렇지 않아도 그것을 이야기하려 했던 그녀였다.
역시나 관심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변호영이 잘됐다는 듯이 말했다.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습니다. 회원님께서 저자로부터 저를 보호해주신다면 암거래 시장에 참석권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시는 상품 다섯 개체도 무료로 드릴 테니 제발 도와주십시오.”
임소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만큼 변호영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방위국에서는 저 유전자 조작 기술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국비를 쓰지 않고서 개체도 얻고, 원하는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아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과는 달랐다.
변호영은 그를 쓰러뜨려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보호해달라고 했다.
해코지만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했으니, 굳이 싸울 필요도 없어보였다.
‘이거라면 가능할 지도.’
방금 전에 대화로 양보해준 것을 보면 천여운이 그리 막무가내가 아니라고 여겨졌다.
충분히 대화로 설득해서 중재를 한다면 일이 쉽게 풀릴 지도 몰랐다.
“좋아요. 약속 지키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임소혜가 몸을 돌려서 천여운에게 다가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천 부회장님.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방위국 소속의 공무원으로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부탁?”
“네. 이곳 블랙 아테나의 세컨드 마스터와 악의적인 관계가 아니라면 부회장님께서도 그의 신변을 보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피를 흘리지 않고 서로 원만하게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녀가 적절한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대로만 된다면 서로 간에 괜한 다툼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에 천여운이 흔쾌히 말했다.
“내가 원하는 정보만 넘긴다면 피를 볼 일은 없을 거다.”
애초에 원하는 정보만 얻는다면 굳이 이곳을 뒤집을 생각도 없었던 터였다.
내심 어떻게 나올지 몰라 하던 임소혜가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 화통하셔라. 언니가 넘어갈 만도 하네요. 호호호.”
원하는 대로 되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 변호영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들으셨죠. 세컨드 마스터.”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길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변호영 역시도 정보만 넘기고 무사히 끝낼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변호영이 천여운에게 물었다.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지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MS그룹에 대한 모든 정보. 그들과 접선할 수 있는 방법. 그들의 은신처 위치.”
그 말에 변호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안도했던 표정이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어지간한 정보를 요구했다면 그 역시도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빌어먹을! 하필 왜 MS그룹을…’
건드려서 안 되는 도화선이나 다름없었다.
괜히 잘못 입을 놀렸다가 블랙 아테나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었다.
‘모르는 척 해야 해.’
어차피 저 자는 자신들이 이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를 터이니, 잡아떼는 수밖에 없었다.
변호영이 최대한 표정을 숨기고서 말했다.
“하….이것 참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정보는…”
그런데 예상지 못한 것이 있었다.
“위에 있던 홀 관리자가 VIP 회원을 담당하는 자만 알고 있다고 하던데.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
이미 위에서 전부 불었던 것이다.
딱 잡아떼려고 했던 변호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이걸 전부 불었단 말이야! 어떤 새끼가!’
그 새끼는 멈춰있는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변호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걸 불게 된다면 백 퍼센트 그들이 자신과 더불어 블랙 아테나를 멸살시키려 들 것이다.
그들의 손에서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원만하게 거래는 애초에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변호영이 다급히 소리쳤다.
“놈을 죽여라!”
그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었던 1세대에서 3세대의 유전자 개조 인간들이 일제히 변이를 하며 달려들려 했다.
이에 천여운이 혀를 차면서 손바닥을 위에서 아래로 내렸다.
“쯧쯧.”
-쾅! 쾅! 쾅! 쾅! 쾅! 쾅!
그와 동시에 유전자 개조 인간들이 바닥에 무릎이 꿇렸다.
범과 같이 변했던 자부터 시작해 메뚜기 형태의 변이 인간.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강제로 무릎이 꿇려졌는데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변호영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나도 아니고 스물아홉이나 되는 개체들을 동시에 진기로 억눌렀다.
‘대체 이놈 뭐야?’
이건 오대고수가 아니라 그 할애비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진기는 직접 당하지 않는 그조차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할 만큼 방대했다.
“아직도 이런 장난감들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나?”
천여운이 손바닥을 더욱 아래로 내렸다.
-꾸구구구국!
그러자 꿇려져 있던 변이 인간들의 몸이 압축 프레스로 누른 것 마냥 우그러들었다.
심지어 초합금으로 만든 바닥마저도 패이고 있었다.
“끄게게게게게!”
“크와아아아!”
인간이 아닌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으며 변이 인간들이 죽어갔다.
‘안 돼! 안 돼!’
이 광경에 변호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쳐야 한다고 여겼다.
불과 5미터 앞에 비상 탈출구가 있었다.
-팟!
변호영이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미련한 짓이로군.”
천여운이 손을 뻗어서 그를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방대한 진기가 그를 억압하며 발바닥을 고작 10cm 정도 떼지도 못했는데, 다시 천여운을 향해 잡아당겨지려 했다.
‘칫!’
임소혜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원만하게 풀어나가려 했는데, 그 계획이 모두 수포가 되었다.
싸우기 싫어도 싸워야만 했다.
“별 수 없군요. 이것은 전적으로 부회장님이 자초한…”
-욱씬!
“아흑!”
그 순간 그녀의 심장에 엄청난 격통이 느껴졌다.
마치 날카로운 검을 박아 넣은 고통이었다.
그녀가 가슴을 움켜쥐고서 천여운을 바라보았더니, 자신을 향해 검결지를 펼치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심검(心劍)이었다.
“다, 당신! 비겁하게….”
“굳이 공격할 걸 알고 있는데, 계집 네가 하는 말을 전부 듣고 능력을 펼치는 것을 지켜볼 이유가 있나?”
“이….이!”
임소혜의 아름다운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능력을 펼치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아아아아악! 당신 죽여버릴 거야!”
얼마나 분에 겨웠는지 그녀가 핏대가 선 눈으로 악을 지르며 능력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푹! 푹!
그녀의 심장에 또 다시 심검이 연거푸 박혔다.
“꺄아아아아아악!”
임소혜가 격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천여운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년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거든.”
굳이 더 바쁜 용무가 있는 와중에 그녀가 능력을 펼치는 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그였다.
매우 안타깝게도 말이다.
“티, 팀장님!”
그녀의 팀원들이 당혹스러워하며 임소혜를 불렀다.
하지만 누구 하나 발걸음을 떼거나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해볼 테냐?”
그런 천여운의 도발적인 말에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뻔히 절대적으로 신뢰해왔던 SS급 게이트 키퍼가 어처구니 없을 만큼 쉽게 당한 것을 보았는데, 누가 감히 나설 수 있겠는가.
“최소한의 학습능력은 갖췄군.”
천여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변호영의 목이 그의 손아귀에 잡혔다.
-꽉!
“켁켁!”
아등바등 거리며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그를 더욱 세게 움켜쥐며 천여운이 살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보실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