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20)
임소혜가 심장을 움켜쥐고서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그녀는 계속 핏물을 게워내고 있었다.
“아흑……아아악!”
‘팀장님!’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팀원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들의 주변을 떠돌고 있는 수십여 자루의 얼음검들이 잠시라도 움직이면 언제라도 찌를 듯이 위협하고 있었다.
‘대체 저 자는 뭘 하는 거지?’
부서진 엘리베이터 속으로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을 끌고 들어가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짐작하는 바로는 고문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비명소리조차 없었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그들은 엘리트들로만 이루어진 팀이었다.
팀원들 중에 팀장인 임소혜를 포함한 다섯 명만 있어도 A급 알파 위험개체도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는 전력이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정말 무림인이 맞아?’
무림인이 이런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얼마 있지 않아 천여운이 혼자 밖으로 나왔다.
-움찔!
불만에 차 있던 게이트 키퍼들이 눈치를 보았다.
그때 천여운이 손을 슬쩍 휘젓자 얼음검들이 부서지면서 사라졌다.
-파스스스!
천여운이 가까이 다가와 심장을 붙들고서 바닥을 뒹굴고 있는 임소혜를 바라보았다.
붉은 드레스는 바닥을 어찌나 뒹굴었는지 먼지 투성이었고, 그녀는 고통 속에서 어찌나 괴로워했는지 십 년은 늙은 듯 했다.
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안타까워할 만도 했지만 천여운의 표정과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잔인한 놈!’
‘동정심도 없는 자인가.’
그녀의 팀원들은 그런 천여운을 보며 내심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천여운은 적으로 인식한 순간부터는 더 이상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저 적일뿐이었다.
“고통스럽나?”
천여운의 무미건조한 물음에 그녀가 힘겹게 올려다보았다.
일말의 동정도 없는 눈빛.
그녀는 천여운이 자신을 죽이는데 아무 망설임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거의 20분이 넘게 지속된 심장의 격통.
이능력자가 된 후로 처음 겪는 그 일은 그녀의 콧대 높은 프라이드를 부수기에 충분했다.
-팍!
“하아…하아…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임소혜는 더 이상 팀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살고 싶다는 욕망이 체면을 던지게 만들었다.
“내가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나?”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임소혜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역시나 죽일 작정이었다.
그녀의 팀원들 중의 안경을 쓴 이원주라는 청년이 다급히 말했다.
“구, 국방부와 협정을 맺으셨으면 어찌 보면 게이트 키퍼들이 속한 방위국과도 한 식구나 다름없는데, 저흴 죽이기라도 하실 작정입니까?”
“귀찮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딱 질색이라서.”
천여운은 절대로 적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 번 적으로 만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후환거리가 된다.
특히 정부와 관련된 게이트 키퍼들이라면 분명 자신과 엮인 사건들을 위에 상세히 보고할 테고 일만 복잡해질 것이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반드시 함구하겠습니다! 국장님이 물어봐도 절대로 답변하지 않을 테니, 제발 온정을 베풀어주십시오!”
이원주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외쳤다.
이에 다른 게이트 키퍼들도 머뭇거리다 이내 엎드렸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엎드린 그들은 하나 같이 와신상담의 심경으로 이를 악물었다.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훗날을 기약할 수 있었다.
‘두고 봐라. 네놈의 이면을 다 까발리고 국방부와 맺었던 협정도 전부 폐지되도록 만들 테다.’
함구는 무슨 개뿔이 함구인가.
그에게 약점을 붙잡힌 것도 아니었으니 지킬 생각도 없었다.
그때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네놈들은 급수가 어떻게 되지?”
“네?”
“게이트 키퍼도 급수 말이다.”
뜬금없는 물음에 부상을 입은 파진상이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저희 모두 A급 게이트 키퍼입니다만.”
그 목소리에는 어느 정도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하나하나가 한 시에서 대장을 역임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그럼 쓸모없군.”
“뭐요?”
-휙!
천여운이 손가락을 옆으로 까딱이자 파진상의 목이 뒤로 꺾여지고 말았다.
-우드득!
“컥!”
-쿵!
거구의 상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뜬금없이 동료를 죽여버리는 모습에 남은 세 사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들은 그대로다. 네놈들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소리다.”
그 말에 그들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자신들은 살려달라고 요청은 했을지언정 수하가 되겠다는 말을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천여운의 기준에서는 달랐다.
목숨을 구제해준다는 것은 써먹을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우리가 쓸모없다니?’
다른 건 둘째 치고 남은 세 사람은 황당하기마저 했다.
A급 게이트 키퍼라면 각 시에서 모셔가지 못해서 안달이 난 존재들이었다.
그런 자신들을 완전 쓰레기 취급하고 있었다.
그때 천여운이 손을 슬며시 위로 들어올렸다.
-우웅!
가슴을 붙잡고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임소혜의 몸이 떠올랐다.
확실히 SS급 게이트 키퍼답게 뇌의 사용량이 극대화된 인간인 그녀의 정신력이 강하기는 했다.
의지의 검인 심검에 당하고도 아직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지간한 수준의 능력자라면 심검에 당하면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할 텐데 아직까진 버텼다.
“살고 싶나?”
천여운의 그 물음에 임소혜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제발….제발 살려주세요.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아니 소화 언니처럼 키퍼를 그만두고 당신을 모실테니, 제발….제발 목숨만은….”
그녀는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심장의 격통 때문에 약해졌기에 어떤 식으로든 목숨만은 부지하고 싶었다.
“소화처럼 되고 싶다?”
“하아…하아…네.”
“그래. 좋다.”
“아!”
흔쾌한 그 말에 임소혜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순간 천여운의 손가락이 그녀의 가녀린 목을 살짝 파고들었다.
-푹!
“악!”
뭔가가 스멀스멀 몸속을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임소혜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대, 대체 무엇을?”
“나노 폭탄이다.”
“나노 폭탄!”
그녀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나노 폭탄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있었다.
자신들이 조사를 하고 있는 그 기관에서 예전에 만들었던 물건으로 암거래로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지금 나노 폭탄들이 네 뇌부터 시작해서 체내의 각 부위로 퍼졌다.”
-딱!
천여운이 손가락을 튕기자 임소혜의 왼손 손바닥 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팡!
“아악!”
손바닥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새까맣게 탄 흔적이 손바닥에 남아 있었다.
“이게 뇌에서 터지면 어떻게 될까?”
그 말에 그녀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뇌에서 터지게 된다면 꼼짝없이 죽게 되는 것이었다.
“다, 당신을 모신다고 했는데 어째서?”
“소화처럼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 그럼 언니도?”
천여운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유소화가 게이트 키퍼를 그만둔 이면의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탁!
천여운이 진기로 들어 올렸던 그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심장에 박혀 있던 심검을 제거했다.
격통을 일으키던 고통이 사라지자 한결 편해졌지만, 다음 천여운이 하는 말은 그녀로 하여금 최악으로 몰아갔다.
“내 사람이 된다니 첫 번째 임무를 주지. 전부 죽여라.”
천여운이 가리킨 자들은 그녀의 남은 팀원들이었다.
“어, 어떻게….그걸….”
말조차 떨릴만큼 당황한 그녀에게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네 충성심을 증명해라.”
‘내….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제야 임소혜는 자신이 최악의 악수를 두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녀의 팀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천여운은 잔혹한 선택지를 준 것이었다.
“팀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사, 사 년이나 함께 일하지 않았습니까? 제발….”
팀원들이 그녀에게 애원을 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서 천여운을 바라보았는데, 어느새 손가락을 튕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시선은 자신의 머리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젠장! 젠장! 젠장!’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했다.
차라리 명예를 지키고 이들과 같이 죽음을 선택한다면 수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가진 것도 많았고 목숨을 버릴 만한 배짱이 없었다.
임소혜가 눈시울이 빨개져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
팀원들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사과의 단 한마디.
그것은 그들을 향한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두 눈을 감고서 손을 뻗자, 무릎을 꿇고 있던 세 사람의 몸이 강렬한 풍압에 휩싸였다.
* * *
-저벅저벅!
천여운이 숨겨진 지하 통로로 내려왔다.
이곳은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이 도망치려고 했던 통로였다.
블랙 아테나의 웬만한 간부들도 모르는 정보 중 하나가 바로 이곳 지하 7층에 관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비밀 통로에 그 숨겨진 입구가 있었다.
-촥촥!
원래는 보안 인식을 해야 했지만 천여운이 숨겨진 입구를 갈랐다.
갈라진 그곳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걸어 내려가자 얼마 있지 않아 또 다른 홀이 나타났다.
어두운 홀에 자동 인식 기능으로 불이 켜졌다.
“이곳인가.”
홀에는 여러 금고들이 있었다.
이곳은 변호영이 뒤로 빼돌린 여러 재화들을 모아놓은 곳이었다.
그를 고스트로 만들어 기억을 살피면서 이 장소에 있는 금고들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전부 알게 된 천여운이었다.
천여운이 한 금고로 다가가 손가락을 갖다 댔다.
-위이이잉!
나노가 금고의 보안 장치를 해킹하자 이내 금고의 문이 열렸다.
-덜컹!
금고의 문이 열리자 눈부신 빛과 함께 강렬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놀랍게도 금고 안에는 여덟 개나 되는 코어가 들어 있었다.
그것도 두 개는 C급 코어, 세 개는 B급 코어, 나머지 세 개는 A급 코어였다.
“많이도 숨겨놨군.”
천여운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득이었으니 말이다.
-슥!
천여운이 손을 들어 올리자, 손목의 흑철 보호대가 공명을 일으켰다.
-우웅!
그러자 그의 그림자가 일렁거리며 신비한 변화를 일으켰다.
천여운이 진기를 일으키자 금고 안에 들어가 있던 코어들이 빠져나와 모조리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편리하군.’
그림자 속에 넣으면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코어들을 전부 챙긴 천여운이 다른 금고로 향했다.
금고를 열자 그 안에는 수십 장의 카드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현금을 곧바로 찾아서 쓸 수 있는 카드들이었다.
이 카드들에 담겨 있는 액수만 합쳐도 830억이원이 담겨 있었다.
세탁이 잘 되어 있는 현금이었기에 이 자금을 활용한다면 합병하는데 드는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암거래도 꽤 수익이 되나보군.’
안 될 리가 없었다.
거의 천문한적인 금액이 뒷세계에서 유통되고 있으니 말이다.
카드들을 그림자 속에 갈무리한 천여운이 다른 금고들을 열어서 재화들을 챙겼다.
전부 장물아비에게 처분하면 거의 1700억이원에 달하는 현금을 만들 수 있다고 기억에서 읽었다.
고스트가 된 변호영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빼앗긴 것에 대해 억울함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세 개인가.’
이게 그의 기억에서 읽은 메인 금고들이었다.
두 금고는 다른 금고들과 크기 차이가 없었지만, 하나는 5평짜리 방 하나를 통으로 금고로 만들어놓은 크기였다.
천여운이 작은 금고 하나를 열었다.
-덜컹!
그 안에 다섯 장의 푸른 색 글씨로 MS 마크가 새겨진 초대권 카드가 있었다.
이 초대권은 MS그룹에서 주최하는 경매장의 초대권이었다.
블랙 아테나는 이 경매장을 통해서 MS그룹과 거래를 하는 관계였다.
특이하게도 이 초대권 카드의 뒷면에는 검은색 LED 화면이 있었는데, 이것은 경매가 시작되기 사흘 전에 위치 정보가 뜬다고 한다.
‘나노. 역추적이 가능한가?’
[저쪽에서 발신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안타깝게도 당장에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며칠 후면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 위치를 알 수 있으리라.
-스륵!
천여운이 초대권들을 챙긴 후에 두 번째 금고를 열었다.
변호영의 기억이 맞다면 이 안에는 가장 흥미로운 것이 담겨 있었다.
-덜컹!
금고가 열리자 그 안에 1리터 정도 되는 특수 가공처리 된 유리병이 있었다.
그 안에는 아주 농도가 짙은 붉은 액체가 3분의 2가량 담겨져 있었다.
천여운이 그것을 집어서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이걸 얻게 되다니….”
이 상태의 피를 보는 것은 천여운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것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천여운이 꽤나 관심 깊은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일단은 나중에 확인하고.’
천여운이 유리병을 그림자 속에 담고 마지막 가장 거대한 금고로 다가갔다.
손바닥을 갖다대고서 얼마 있지 않아 금고가 열렸다.
열리는 방식은 다른 것과 달리 자동문이 열리는 것처럼 양쪽으로 개방되었다.
-위잉!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안에서 차가운 김이 흘러나왔다.
안은 냉동고라도 되는 것처럼 얼음 서리들로 가득했는데, 그 안에는 누군가가 양 팔과 다리, 허리까지 구속되어 있었다.
긴 회색 머리카락을 늘어놓고 정신을 잃은 사내는 이 극한의 한기 속에서도 목숨을 잃지 않았는지 숨을 내쉬었다.
“하!”
천여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구속되어 있는 자의 신체는 매우 특이했다.
온 전신이 뱀처럼 흰색에 영롱한 비늘이 돋아져 있었다.
천여운이 그런 그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무기의 피를 복용한 자라….”
놀랍게도 이 자는 오령(五靈) 중 하나인 이무기의 피를 복용한 자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