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38)
검은 인영의 무리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 중 가장 선두에 있는 삼인.
한 쪽 눈을 감고 있는 긴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지고서 깃털 같은 신형으로 계곡의 수풀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그 양옆으로 근육질에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탱크톱을 입고 있는 대머리의 노인, 썬글라스를 끼고서 바바리 코트를 나부끼고 있는 댕기머리의 노인이 비슷한 속도로 나뭇가지를 사뿐히 밟으며 경공을 펼쳤다.
썬글라스를 낀 노인의 이름은 양혼청.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나라 황가의 명맥을 이은 제양검문(帝陽劍門)의 계승자이자,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검법을 익혔다고 호언하는 자였다.
“조 장로. 아무래도 왕 장로가 부상을 입은 듯 허이.”
그의 말에 근육질의 노인이 답했다.
“그렇구만. 기운이 이렇게 줄어든 것을 보면 말이야. 크헐헐, 그러게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손을 섞지 말라고 누차 경고했건만.”
겉모습과 어울리는 호탕한 목소리.
그는 한때 팔백여 년 전에 녹림패왕이라 불렸던 호산군의 십삼대 후손인 호철우라는 자로 그의 등에 차고 있는 거대한 두 개의 도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신력을 지녔다.
백칠십 년 평생을 외공에 매진하여 금강불괴를 완성했다.
썬글라스의 노인 양혼청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다 늙어서 옛날 만큼 기운이 없을 줄 알았더니, 초 노사가 여전히 펄펄 나는 것이 아니오?”
“아니면 그 사요기란 젊은 녀석일 수도 있겠지. 크헐헐, 누가 뭐래도 천살성이 아닌가.”
이들에게 있어서 백세의 연배는 한창 젊은 나이였다.
양혼청이 혀를 찼다.
“쯧쯧, 말세요. 말세. 보는 즉시 죽여야 한다는 천살성이 두 놈이나 이리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다니 말이오.”
이들의 계속되는 잡담에 가운데서 한 쪽 눈을 감고 있던 긴 백발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제 조용히 하게. 다와 가네.”
“흠흠. 알겠소. 고 장로.”
“크헐헐.”
이 태도만 보더라도 이 노인이 이들 중에 가장 높은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백발 노인의 이름은 고주령.
그들 조직에서도 가장 수위 급에 해당하는 삼성(三成) 장로들 중의 일인이었다.
지금쯤이면 초 노사도 눈치 챌 거라 여긴 고주령이었다.
‘흠.’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었다.
자신의 기감이 확실하다면 만리추향이 맡아지는 최종 목적지에는 익숙한 두 기운 이외에 한 사람의 기운만이 느껴졌다.
‘고작 한 명뿐일 리가 없을 터인데.’
그렇다면 두 가지를 가정할 수 있다.
초 노사가 자리를 비웠거나 혹은 보지 못한 구십 년 새에 더욱 괴물처럼 강해져서 기운을 감지할 수 없거나 말이다.
‘그 괴물 같은 노인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림주나 그분을 보좌하는 일성 장로가 아니면 상대할 자가 없었으니.’
지금 이 전력은 그가 더욱 강해진 것을 상정한 구성이었다.
삼성 장로인 자신을 포함한 양 옆의 사성 장로 두 사람, 그리고 다른 방위로 접근하고 있는 오성 장로 두 명과 육성 장로 세 명.
그 외에 림(林)에서 손수 키운 정예 무인들이다.
하나하나가 절정 이상의 고수들로 소림의 백팔나한진을 승화시킨 백팔검진을 익힌 대 절세고수 전을 위한 전력이었다.
‘이 정도라면 초 노사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암. 여차하면…’
고주령이 자신의 감고 있는 눈을 매만졌다.
그때 뒤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스승님. 다 와간다고 하니, 한 번만 더 약조를 말씀드립니다. 부디 제게 먼저 사요기란 자와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자신감 있고 정기가 넘치는 목소리.
고주령이 살짝 고개를 돌리자 회색 무복을 입은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곱슬머리의 잘생긴 사내가 보였다.
“크헐헐, 향이 이 녀석. 아주 전의가 가득하구나.”
호철우가 호탕한 목소리로 그를 칭찬했다.
곱슬머리 사내의 이름은 백향.
그는 삼성 장로들과 사성 장로들이 공동 전인으로 삼은 차기 림주 후보이다.
양혼청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긴 노부도 천무지체와 천살성의 대결이 궁금하긴 하군.”
놀랍게도 백향은 천 년에 한 번 내릴까 말까 한다는 전설의 신체인 천무지체를 지닌 자였다. 리스크가 큰 여타의 신체들과 달리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육체와 뛰어난 오성을 지녔다는 자가 바로 그였다.
“스승님들의 가르침에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많이 컸군.’
고주령이 듬직한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백향을 발견한 자가 바로 그였다.
원래는 오직 자신만의 전인으로 삼고 싶었으나, 천무지체는 하늘의 뜻이라 하여 림주 후보로 키우라는 명에 아쉽지만 공동으로 가르쳐야만 했다.
“자신 있느냐?”
“하늘이 내린 혈겁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절대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모습에 세 장로들이 하나 같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크헐헐, 말을 해도 어찌 저리 이쁘게 할고.”
“그러게 말이오.”
고주령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그에게 림주 후보로써 다양한 실전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서 데려왔다.
그 제물로 천살성 만큼 어울리는 것도 없었다.
“좋다. 네게 가장 먼저 그 천살성 아이와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오싹!
그때 앞으로 나아가던 삼인의 장로들이 동시에 멈춰 섰다.
그것은 백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스승님. 방금 그 음산한 기운은 대체….”
처음 느껴보는 음산한 기운이 그들이 도착해야 할 장소에서 느껴졌다.
빠른 속도로 증식해나가고 있는데, 대체 무슨 현상인지 알 수 없었다.
양혼청이 썬글라스를 벗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고 장로. 이 기운은 혹시 천살성이 내뿜는 특유의 살기가 아니오?”
고주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천살성의 살기는 이런 음산함 보다는 사악…”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아악!”
비명 소리에 호철우가 다급히 말했다.
“초 노사가 나선 모양이오. 비명이 들린 방향으로 당장 가봅시다.”
“으아아악!”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다른 방향에서 비명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방금 전이 동북쪽이었다면 이 비명소리는 서남쪽에서 들렸다.
고주령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초 노사와 사요기가 둘로 나누어진 모양일세. 한데 뭉쳐 있으면 불리할 거라 판단한 것 같군. 그도 늙긴 했어. 이런 자충…”
“으아아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서북쪽 방향이었다.
고주령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는데, 사방에서 비명 소리들이 퍼져나왔다.
“끄아아악!”
“으악!”
“이, 이게 뭐야? 으헉!”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는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세 장로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살성 둘을 상대하러 온 게 아니라 마치 전쟁이 터지기라도 한 듯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난들 알겠나?”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는 것을 보면 분명 문제가 생겼다.
고주령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대체 다른 장로들은 무얼 하고 있기에 이런….”
“스승님! 저길 보십쇼!”
그때 백향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정면에서 스멀거리는 불투명한 것들이 보였다.
수풀과 나무들을 투과하고서 나오는 존재들.
그것들은 고스트였다.
“유, 유령!”
“아니. 대낮에 무슨 유령이란 말인가?”
본진에 있는 무인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음산한 기운을 풀풀 풍기며 흰 입자의 족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고스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유령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장로들마저도 순간 멈칫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고주령이 외쳤다.
“모두 정신 차리게! 세상에 유령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건 분명 초 노사가 사술을 부린 게 틀림없다. 대응하랏!”
“추, 충!”
그의 내공이 가득한 일갈에 본진의 무인들이 고스트들 향해 쇄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스트들은 무공을 펼칠 줄 알았다.
“아닛? 유령들이 무공을?”
“이건 화산파의 매화검법이 아닌가?”
단순한 유령으로 여겼던 무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대체 이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로 인해 그들은 원래 계획과 달리 발이 묶였다는 것이었다.
“초 노사 이노오오옴!”
호철우가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가 등에 차고 있던 거대한 도끼를 들고서 고스트들을 향해 날렸다.
이기어부강(以氣馭斧罡).
-휙휙휙휙! 파파파파팍!
거대한 강기를 머금은 도끼가 회전을 하면서 고스트들의 여러 마리의 몸을 관통하고서 다시 그의 손으로 들어왔다.
-파스스스!
관통 당한 고스트들이 흩어지듯이 사라졌다.
“모두 보았느냐? 저것들도 죽는다! 겁먹지 마랏!”
“오! 죽는다!”
“할 수 있어!”
“와아아아아아아!”
호철우가 부여준 신위에 본진 무인들이 어느 정도 전의를 되찾았다.
죽일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면 무작정 겁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화르르르륵!
그때 어떤 방향의 수풀에서 거대한 불꽃의 기둥이 치솟았다.
양혼청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저긴 서 장로와 강 장로가 있는 방향인데.”
서 장로와 강 장로는 오성 장로들이었다.
그들이 있는 방향에서 치솟은 저 불기둥은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양혼청이 선글라스를 끼고서 고주령에게 말했다.
“저곳에 초 노사가 있는 듯 허이.”
“백팔검진은 이미 실패한 것 같으니 우리가 저쪽으로 합류…”
-고오오오!
말을 하던 고주령의 입이 벌어졌다.
양혼청이 대체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이, 이이익!”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30미터 가량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괴수 형태의 유령이었다.
다른 유령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위압감과 귀기에 모두가 놀라했다.
“이게 대체….”
그때 거대한 괴수가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입에서 푸른빛의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푸슈우우우웅!
“피, 피햇!”
“우와아아앗!”
-콰콰콰콰콰콰쾅!
장로들과 무인들이 다급히 경공을 펼치며 광선을 피했다.
광선이 스친 곳은 땅이 일직선으로 굵게 파여서 열선을 그렸다.
특이한 것은 그 주변의 땅이 새하얗게 변했다.
“끄억.”
“모, 몸이…”
이를 피하지 못한 무인들의 몸도 마찬가지로 하얗게 변해서 그대로 쓰러졌다.
마치 생기를 잃은 것처럼 눈동자마저 하얗다.
“이 괴물 놈이 어디서!”
호철우가 근육질과는 어울리지 않게 빠른 몸놀림으로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 두 손으로 움켜잡은 도끼로 괴수의 안면을 후려치려 했다.
2미터 가까이 뻗은 부강에 괴수의 안면이 잘려나갈 기세였다.
바로 그때였다.
-팍!
“아닛?”
호철우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전력을 다해서 휘두른 두 도끼날을 누군가 잡은 것이다.
검은 정장에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그는 천여운이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조금 위험해 보이는군. 꽤 구하기 힘든 녀석이라 말이야.”
“네, 네놈 강기를 맨손으로?”
호철우가 놀란 이유는 그것이었다.
작은 빌딩 정도는 가볍게 잘라내는 자신의 부강을 맨손으로 잡았다.
강기도 없이 말이다.
-파지지지! 파지지!
그의 강기가 오히려 형태가 일그러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내공이다.’
기를 응집시킨 강기마저 견뎌낼 만큼의 내공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당혹스러워하는데, 양혼청이 소리쳤다.
“천무성? 마교인이 아닌가?”
뉴스와 같은 언론에서 워낙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모를 수가 없었다.
고주령도 의아했는지 중얼거렸다.
“저 자가 어째서 이곳에?”
반면 백향의 두 눈동자는 반짝였다.
‘저 자가 현 무림에서 가장 명성을 떨친다는 마교인?’
그들 집단은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명성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천여운을 보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도끼를 움직일 수 없는 호철우가 노기가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도의 종자였더냐!”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는 마지막 녹림의 수장이었다.
녹림은 옛날부터 천마신교와 척을 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좋다! 그렇게 도끼가 좋다면 가져가랏!”
-파창!
호철우가 공력을 불어넣어 도끼를 강제로 부쉈다.
무기를 부숴서 강기를 실은 그 파편을 천여운의 안면으로 날아가게 만들었다.
-휙!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파편들이 흩어졌다.
하지만 진초는 그게 아니었다.
호철우가 주먹을 뒤로 뻗었다가 모든 공력을 모아서 천여운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
-부웅!
“흐아아아아압!”
-팍!
“엇?”
최대 공력을 발휘한 그의 주먹이 천여운의 손에 잡혔다.
그런데 천여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꽤 거친 주먹이군.”
“이….이놈?”
“그런데 그다지 알맹이가 없군.”
“뭣?”
“주먹은 이렇게 휘두르는 거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여운이 호철우의 가슴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호철우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전신에 힘을 주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는 금강불괴를 이뤄서 육체의 호신에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소용없다. 나는 금강불..”
-퍽!
‘!?’
호철우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금강 뭐?”
-콰지직! 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악!”
가슴에 주먹이 닿는 순간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호철우가 그리 자신만만해하던 금강불괴가 허무하게 부서지며, 그의 가슴이 함몰되듯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다 못해 여지가 남은 힘에 의해,
-팍! 콰콰콰콰쾅!
튕겨나간 호철우가 이십 미터 가까이 바닥을 부수며 구르더니, 이내 고개를 떨궜다.
같은 사성 장로인 호철우의 그 모습에 양혼청이 할 말을 잃었다.
“어, 어찌 이런 일이….”
그가 상정했던 천여운은 양지의 오대고수였다.
그들은 이미 예전에 그런 세속적인 것을 버린 기인이사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그런데 호철우가 완전히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저놈이 그냥 마교인이라고?’
저런 자가 있었다면 마교가 그렇게 쉽게 무림협회에 당할 리가 없었다.
양혼청은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때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백향!’
그들의 공동 전인이자 차기 림주 유망주인 백향이었다.
‘설마 이 녀석?’
백향의 두 눈동자에 전의가 가득했다.
뻔히 스승들 중의 한 명인 호철우가 고작 일격에 저 꼴이 된 것을 보고도 나서는 것에 양혼청이 그를 만류하려 들었다.
“향아 멈췃!”
-팟!
하지만 이미 백향의 신형은 천여운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백향의 두 눈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걱정 마십시오. 양 스승님. 저는 이미 당신들을 능가한지 오래입니다.’
그는 현 무림에서 가장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천여운을 상대로 자웅을 펼치고 싶었다.
자신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였다.
“방금 전과는 다를 것이다. 내 검을 받아보랏! 속세의 강자여!”
백향이 자신의 보검을 들고서 벼락처럼 내리쳤다.
그 기세는 산과 바다를 가를 기세였다.
진정한 신검합일의 경지에 오른 그는 무엇이든 벨 자신이 있었다.
‘대단하다. 저 아이가 언제 저 정도 경지에…’
그를 우려했던 양혼청의 두 눈이 커졌다.
저 정도라면 사성 장로들은 이미 능가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팍!
“엇?”
천여운이 한 손으로 그의 검을 잡았다.
당연히 그의 손과 함께 전신이 베어질 거라 여겼으나, 검이 잡힌 채로 멈춰지면서 그의 자세만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당황해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글쎄. 큰 차이는 없는걸.”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양혼청의 이마에 검지와 중지를 말아 쥐고서 갖다 댔다.
딱밤을 쥐는 자세에 백향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지금 무슨 장난질…”
그 순간 그의 이마에 천여운의 손가락이 강타했다.
-꽈앙!
“끄아아악!”
이마에 둔기로 내리친 것만 같은 고통이 엄습해오며 백향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신형이 뒤로 튕겨나가려 하는데, 천여운이 번개와 같은 손놀림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우드득!
“꺽!”
날아가려던 힘과 붙잡는 힘에 의해 그의 목뼈가 부러졌다.
다행히 천여운이 잘 잡지만 않았어도 부러진 상태로 죽었을 지도 몰랐다.
다만 고통을 이기지 못해서 기절하는 바람에 목이 붙잡혀서 대롱대롱 늘어졌다.
“햐, 향아!”
이에 고주령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런 괴물이 그냥 마교의 교인이라고?’
외부에 알려진 천여운은 용천 그룹의 부회장.
그렇기에 그들은 장로급이나 높은 직위에 있는 교인 정도로 알았다.
고주령이 다소 위축된 목소리로 말했다.
“고, 고인은 대체 누구시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위압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대 천마신교의 천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