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69)
-치칙!
-하아….하아…진입해라.
거친 호흡에 고통스러워 보이는 금성룡의 목소리.
각 방위 별로 지시를 기다리고 있던 상위육문주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회장님, 아니 도주? 혹시 무슨….”
-어서!
다시 한 번 명령이 떨어졌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암전을 하고 통신 장비를 끊은 것이 의미가 없어지기에 상위 육문주들은 곧바로 진격 명령을 내렸다.
용천그룹의 북쪽 방향은 산등성이들로 막혀 있다.
천연의 요새이지만 이렇게 암전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낙하였다.
이곳을 맡은 블레이드 식스의 총괄이사이자 도성문주 연무견이 선두에서 달려가 뛰어내렸다.
-팔락!
양팔의 겨드랑이로 날개처럼 천이 되어 있어서 뛰어내렸을 때 원활한 방향 조절을 할 수 있었다.
연무견의 뒤를 따라 그들 역시 산등성이에서 뛰어내렸다.
야간 투시경을 착용하고 있는 그들의 눈에는 부지 내부가 훤하게 보였다.
‘방어 체계에 돌입했군.’
역시 곧바로 진입하지 않고서 지체한 대가가 컸다.
용천 그룹 내에 교인들이 전기가 끊기자 횃불을 대신해서 들고서 철통같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내가 선두에서 먼저 치겠다. 우리 도성대가 먼저 북쪽을 정리한다!”
상위 육문주들은 서로 경쟁에 돌입했다.
그들은 천마신교가 17년 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약해졌다고 믿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화르르륵!
‘!?’
낙하하는 그들을 반긴 것은 수백여 개의 불꽃 구였다.
북쪽 지점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천여운의 제 일의 심복인 허봉이었다.
가장 지키기 어려운 곳을 맡은 그였다.
“어딜 본교를 노리려고.”
-팟!
허봉이 들고 있던 손을 펴자, 화기로 응집된 불꽃들이 사방에 분사되었다.
-슈슈슈슈슈슉!
“빌어먹을!”
-우웅! 촥! 파아아앙!
선두로 뛰어내린 도성문주 연무견이 도강을 일으켜 날아오는 화염의 구를 막아냈다.
폭죽이 터지듯이 불꽃이 터졌다.
뛰어난 무위를 지닌 그는 이를 수월하게 막았지만 다른 도객들은 아니었다.
-화르륵!
“끄아아악!”
불꽃에 맞은 이들의 몸이 활활 타올랐다.
그 덕분에 겨드랑이와 양 다리 사이에 있는 바람의 저항을 일으켜줄 천이 찢어지면서 제대로 낙하하고 말았다.
“쏴라!”
-파파파파파팍!
“커컥!”
“으악!”
그리고 용천 그룹의 북측 후위를 방어하는 다섯 종파는 전부 원거리를 주로 다루는 종파들이었다.
기(氣)가 실린 화살과 장창에 하늘에서 뛰어내린 그들은 과녁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놈들이!”
그대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낙하하는 도객들이 가지고 있는 표창이나 단검들을 던지며 이에 대항했다.
기본적으로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그들이 던지는 병장기들에 교인들 역시도 일부 당할 수밖에 없었다.
-파파파파팍!
“끄악!”
“철우(鐵宇)로 막아랏!”
물론 낙하하는 이들보다는 방어 체계가 잘되어 있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전쟁을 치르는 양측 모두가 무인으로의 자존심이 매우 강해서 총기류나 폭약 같은 것은 어느 측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등성이인 북서쪽과 북동쪽 역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곳은 서쪽과 동쪽 방위였다.
“와아아아아아!”
-채채채채챙!
밀려드는 도객들과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대거 부딪쳤다.
퍼스트 디멘션 게이트 이후로 최대 규모의 무림인들의 전쟁이 이뤄지고 있었다.
“막아라! 누구도 부지로 들여서는 안 된다!”
“충!!!”
중진을 맡고 있는 최상위 종주들의 지휘에 교인들이 병장기를 휘두르며 진입하려 하는 도객들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흐압!”
동쪽을 맡은 상위 육문주 중 일인인 도강문주 구청사가 한 번 도를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도세가 일어나며 교인들의 안위를 위협했다.
“어중이떠중이들 말고 제대로 된 놈들은 없느냐! 크하하하하핫!”
극도신무를 극성으로 익힌 구청사는 엄청난 도객이었다.
그의 도법에 음마종의 종주인 항유린이 부딪쳐 보았으나, 고작 세 초식 만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꺄악!”
“계집 주제에 제법이긴 하다만 멀었다.”
구청사가 양쪽 허벅지를 베여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의 목을 베려했다.
그때 검 한 자루가 날아와 그것을 막아냈다.
-챙!
“이기어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고만장했던 구청사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이기어검으로 자신의 도세를 막아낼 만한 고수가 나타났으니 말이다.
수많은 무인들이 부딪치는 사이로 목갑을 지고 있는 독특한 문양이 그려진 가면의 사내가 보였다.
“풍신!”
그는 대호법 마라윤이었다.
교주의 곁을 지켜야 하는 그였지만 명으로 동쪽 전장으로 참여한 그였다.
마라윤이 오른손 검결지를 위로 들어올렸다.
-슈슈슈슉!
그러자 목갑 안에서 여섯 자루의 보검들이 튀어나와 그의 주변을 둘러쌌다.
“가져가라!”
-챙!
구청사가 보도로 튕겨낸 한 자루의 검이 마라윤에게 날아와 다른 여섯 자루의 사이에 꼈다.
일곱 자루의 이기어검을 다루는 마라윤의 위압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크크크큭. 풍신의 그 유명한 칠검무적을 보는구나.”
풍신 마라윤의 명성을 잘 아는 구청사가 긴장과 동시에 전의를 감추지 못했다.
“본교의 영역에 발을 들인 자는 누구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살기를 풀풀 풍기는 마라윤의 기세에 구청사가 도를 양손으로 붙잡고서 기수식을 취했다.
마라윤이 검결지를 뻗었다.
그 순간 일곱 개의 검들이 번개처럼 구청사를 향해 쇄도했다.
-스르륵!
구청사의 신형이 여럿으로 나뉘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이기어검들을 대항했다.
일곱 자루의 검과 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채채채채챙!
두 고수들의 엄청난 대결로 인해 그들의 주위에서 싸우던 자들이 모두 물러났다.
한편 서쪽 편에서는 상위 육문주 중 일인인 도살문주 양무와 무쌍검종의 종주 왕신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양대 고수 모두가 일반적인 병기보다 훨씬 커다란 거도와 거검을 다루기에 전투가 매우 거칠었다.
-콰콰콰콰쾅!
두 고수가 검과 도를 부딪칠 때마다 사방이 부서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반경 50미터 이내로 누구도 다가오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그들의 대결을 용천 그룹의 본사 옥상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뭐 별로 도울 것도 없네.”
보랏빛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는 그녀는 샤케나였다.
옥상에 있는 자들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교주인 천우진과 대장로 문란영, 그리고 천여운의 두 비서인 유소화와 임소혜 등이 있었다.
최고의 전력이라 할 만한 이들이 관전하듯이 지켜보고 있는 셈이었다.
“흐음.”
천우진 역시도 인상을 잔뜩 쓰고서 부지의 각 방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 이 전장의 킹(King)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나서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다른 이유에서였다.
[방위전은 이들을 제외한 본교의 전력만으로 치른다.] [네?] [이능력자들이나 게이트의 위험 존재들이 아니라 순수 무인들만의 전장이다. 이 정도도 본교의 순 전력으로 막지 못할 이유가 있나?]천여운의 이러한 지시로 이들이 전장에 빠지게 되었다.
북쪽의 경우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불리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허봉이 참여했지만 그것이 다였다.
‘그래. 선조님의 말씀이 옳다. 그분에게 매번 기댈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정도는 본교의 자력으로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 정도 위기는 자력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천여운이 매번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면 본교의 전력은 자연스럽게 쇠퇴할 수밖에 없으리라.
실제로 각 방위 어디도 무너진 곳 없이 적들을 부지 내부로 들이지 않았다.
‘많이 발전했구나.’
천우진이 흐뭇한 미소로 남서쪽 방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소교주인 천유장과 적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도객이 겨루고 있었다.
최근 천여운에게 무공을 전수받고 정제된 코어의 기운을 흡수한 천유장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두 호법들이 보호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문제는…..저곳인가.’
천우진이 남쪽 정문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다른 전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조님께서 직접 나서신 이유가 있구나.’
본교의 전력만으로 해결하라 한 천여운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문 쪽은 본인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의아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이해가 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정문 쪽은 무인들의 대결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사방이 초토화가 되고 있었다.
저곳에 다가갔다가는 누구도 살아남기 힘들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천우진의 두 눈동자로 허공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혼탁한 회오리가 보였다.
그것은 일반적인 자연 현상으로 일어난 회오리가 아니었다.
-차차차차차차창!
회오리 속에서 누군가가 오색 빛의 무형도를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쇄도하고 있는 날카로운 예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는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었다.
‘대체….대체!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노인은 이 괴이한 현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찢겨진 공간 전체가 수많은 검이 된 것처럼 날카로운 예기들이 회오리를 치면서 그를 압박했는데, 정신이 분산 되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움직이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자신을 파고드는 예기가 몸을 찢어발길 것 같았다.
보이는 그대로 이 공간 전체가 검(劍)이 된 듯 했다.
‘저놈에게 다가가야 하건만.’
천여운의 가까이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흐아압!”
무형도에 오행의 기운을 모아서 역량을 집중시키면 그것이 날카로워진 공간에 찢겨지며 이내 흡수되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악!”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노인이 분노로 괴성을 질렀다.
그가 심상 속에서 그려왔던 대결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어, 어찌 이런 일이……”
바닥을 주저앉아 있는 금성룡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공간 전체가 검처럼 바뀐 저 말도 안 되는 힘에 의해 부지로 진입하려던 사백여 명에 이르던 도객들이 순식간에 몰살되고 말았다.
베인다 혹은 찔린다는 개념도 아니었다.
휩쓸리자마자 너무도 갈가리 찢겨져서 재가 되고 말았다.
“……일령!”
자연경의 고수인 일령조차 저 공간에 갇혀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자신의 몸을 지키고 있는 것이 다였다.
“도, 도주! 이건 무리입니다. 저건 인간이 어찌할 수 없습니다.”
부상당한 금성룡을 지키는 네 명의 도객들조차 전의를 상실했는지 넋을 놓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그들도 저곳에 휘말릴 뻔했다.
어쩌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일지도 몰랐다.
‘도망…..가야 하나.’
-스스스스스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틀렸던 혼탁해진 공간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격렬하게 몰아치던 예기가 가라앉았다.
‘멈췄어?’
회오리를 치던 공간이 멈춰지면서 미친 듯이 오행도를 휘두르고 있던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숨을 돌렸다.
“하아….하아….하아….”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다가왔다.
노인이 천여운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어째서….어째서 멈춘 것이냐?”
혹시나 자신을 동정한 것인가 싶어 분노를 느낀 그였다.
그런 노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네놈 같은 녀석을 그냥 재로 만들기는 아깝지.”
“뭐?”
노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용만 들으면 마치 자신을 한 사람의 적수로 인정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이놈…….’
자신의 주인인 그분을 죽인 최강의 역량을 가진 남자가 그런 말을 하니, 방금 전까지 치솟았던 노기가 조금이나마 수그러들었다.
냉정을 되찾은 일령이라 불린 노인이 물었다.
“…..지금 펼친 것은 대체 무엇이냐?”
“흠.”
천여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특별히 이것에 이름을 붙이진 않았다.
우주에 대한 깨달음과 공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얻어낸 힘이었다.
“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공간검 정도가 어울리겠구나.”
“공간검!”
공간검(空間劍).
지극히 어울리는 이름에 노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공간 전체를 자신의 마음대로 다뤄서 검처럼 활용한 이것은 너무도 전율적인 기술이었다.
그로서는 겨우 막는 것이 다였다.
‘…….체력을 전부 소진했다면 당연히 죽었겠지.’
승부는 이미 판가름이 났다.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천여운을 이길 방도가 없었다.
천 년 동안 심상 속에서 수도 없이 겨뤄서 얻어낸 승리에 대한 그 희열이 너무도 허무하게 식어버렸다.
-쾅!
노인의 분노가 담긴 진각에 바닥에 균열이 일어났다.
무의 극이라 불린 자연경에 오르면 주인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 모든 것이 무산되고 말았다.
노인이 어둠으로 가득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천외천이란 말인가.’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을 줄은 몰랐다.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내리며 허탈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천여운에게 물었다.
“마신……네놈은 대체 어떤 경지에 이른 것이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