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70)
천마를 배알한다는 말에 우호법 섭형과 고왕현 부장의 인상이 동시에 굳어졌다.
백종서가 귀가 따갑게 말했던 그 존재인 것이다.
‘천마? 이 자가?’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당황해서 곧바로 대응하지 못했던 섭형이 다급히 도집에서 도를 뽑았다.
-챙!
그리고 벤의 천장에 서있는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얇은 도신의 광무도가 나비가 움직이는 것처럼 팔랑거렸다.
-사사사삭!
접무도법의 삼 초식 접무칠연(蝶舞七聯).
일곱 식이 연달아 이어지는 초식으로 날렵한 쾌도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었다.
지금 같이 상대가 더 높은 고지에 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초식이기도 했다.
‘단번에 제압한다.’
상대는 달리던 벤 차량마저 강제로 멈춰 세우게 할 만큼 대단한 내가고수였다.
무조건 쾌속함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팍!
“아닛?”
섭형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초가 미처 발휘되기도 전에 일 식 만에 이변이 일어났다.
‘이럴 수가…’
그의 도가 천여운의 손가락에 막혀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베이긴 커녕 오히려 광무도가 파르르 떨리면서 도신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빼내야 돼.’
섭형이 다급히 도신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천여운이 번개와 같은 손놀림으로 도신을 잡아채더니, 이내 도를 빼앗아버렸다.
-휘릭!
“광무도. 오랜만에 잡아보는군.”
천여운이 빼앗은 광무도를 반갑다는 듯이 살폈다.
이쪽 시대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정말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색이 일부 바랬지만 도혼이 살아있었다.
“도를 내놓아랏!”
무인에게 있어서 무기를 빼앗긴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모욕감을 느낀 섭형이 다시 도를 빼앗으려 했다.
-우웅!
섭형이 수도에 도강을 일으켜 천여운을 팔목을 노렸다. 하지만 그의 도강이 미처 닿기도 전에 어느새 광무도가 그의 목을 겨냥하고 있었다.
-척!
“헛?”
목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예기에 섭형의 수도가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바로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느리구나. 접무도법은 극쾌를 추구하건만.”
“어….어떻게?”
“어떻게 하긴. 이렇게다.”
-솨르르륵!
천여운이 쥐고 있는 광무도의 도신이 나비가 날개 짓 하는 것처럼 잔상을 일으켰다.
선글라스 속 우호법 섭형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이, 이건!’
“까분 대가는 받아야지?”
“대가?”
그 순간 잔상을 일으키며 흔들리고 있던 광무도가 도강을 일으키고 있는 섭형의 손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촥!
손목에 붉은 선이 생겨나며 이내,
-툭!
벤 안으로 잘린 그의 오른손이 떨어졌다.
이를 보고 있던 벤 내에 있던 교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끄아아아악! 내, 내 손이!”
손목이 잘려나간 우호법이 비명을 질러댔다.
“이자가 감히!”
이를 지켜보던 고왕현 부장이 노기가 서린 얼굴로 거구의 몸을 일으켜 세우며, 천여운이 밟고 있는 벤의 천장을 향해 속사포와 같은 권강을 날려댔다.
-파파파파팍!
강기에 의해 남아있던 천장이 전부 부서져버렸다.
그러나,
‘닿지 않았어.’
고왕현이 인상을 찡그렸다.
맞았다면 감각이 있었겠지만 천장밖에 부순 느낌밖에 없었다.
천여운이 가볍게 위로 떠오른 모습이 보였다.
“놓칠 것 같소!”
-팟!
거구에 육중한 그가 뛰어오르는 바람에 벤 전체가 흔들거렸다.
허공으로 뛰어오른 고왕현은 천여운을 향해 단번에 마권종의 독문무공인 마가심권의 3초식인 권독십삼격(拳獨十三擎)을 펼쳤다.
-파파팍!
연달아 펼쳐지는 권격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초식이다.
열세 번이나 중첩되는 권격은 5미터가 넘는 거대한 바위마저도 부숴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피할 수 없소이다!”
일부러 공중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를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고왕흘의 후예가 아니랄까봐 덩치 하나는 쏙 빼닮았구나.”
“뭐?”
-팍!
“엇?”
천여운이 그의 권독십삼격을 그대로 잡아냈다.
“궈, 권강을 맨손으로?”
권강에다 중첩된 권력이 엄청날 텐데 오히려 초식을 쓴 그의 주먹이 더욱 떨렸다.
“한데 솜주먹이로군.”
“뭣?”
-꽈아아악!
경악해하고 있는데 천여운이 잡고 있던 주먹을 그대로 움켜 쥐었다.
엄청난 악력이었다.
당황한 고왕현이 주먹을 빼내려 했지만,
-우드드득!
“끄어어어억!”
이미 주먹의 뼈가 으스러져버렸다.
천여운이 고통으로 몸을 비트는 고왕현을 도로의 한복판에 집어 던져버렸다.
-휙! 쿠당탕탕탕!
바닥으로 날아간 고왕현은 정신없이 구르고서야 겨우 멈춰 서서 낙법을 취할 수 있었다.
멈춰선 고왕현이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끄웩.”
내상을 입고 말았다.
가볍게 던진 것 같았는데 굉장한 공력이었다.
장장 20미터 가까이나 굴렀다.
‘말도 안 되는 강함이다.’
천마신교에서 십위 권에 드는 고수인 자신과 우호법이 순식간에 제압되고 말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였다.
이런 고수는 난생 처음 겪어보았다.
‘고왕흘의 후예라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때였다.
-우르르르!
“고 부장님을 보호해라.”
-챙! 챙!
그때 1호 벤에 있던 교인들과 뒤집힌 2호차에서 겨우 빠져 나온 교인들이 몰려와 검을 빼들고 포위망을 만들었다.
이들의 리더로 보이는 교인이 소리쳤다.
“검마섬진! 개(開)!”
스무 명의 교인들 중에서 절정 이상의 무위를 지닌 12명의 무인들이 원진 형태로 천여운을 둘러싸며 같은 기수식을 취했다.
-착!
“검마섬진이라….”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검마섬진(劍魔殲陣).
그것은 천마신교에서 희대의 검수라 불렸던 검마(劍魔)가 창안한 검진이다.
이 검마섬진은 검마가 소림의 십팔나한진과 백팔나한진을 상대하기 위해 창안된 검진이었다.
천마신교의 교인들이라면 누구나가 익히고 있는 칠마검으로 펼치는 이 검진들은 평범한 검초로 오묘함을 이끌어낸다.
12명, 36명, 108명 등 검진을 펼치는 시전자의 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그 위력은 일류고수로도 화경의 고수마저 감당할 수 있게 된다.
“후우… 후우…”
기수식을 펼지고 있는 그들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천마신교의 두 고수가 나가떨어지는 것은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 당연히 천여운이 절대고수라는 것 정도는 파악했다.
두렵지만 고 부장과 우호법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물러설 수 없었다.
교인 중 리더가 외쳤다.
“검삼진(劍三陣) 개(開)!”
“검삼진!”
원진을 펼치고 있는 교인들이 동시에 천여운을 향해 칠마검의 검삼 검식을 펼치려했다.
죽음을 각오한 얼굴로 말이다.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려고 했다.
“꿇…”
바로 그때였다.
“멈춰랏!”
그때 검진의 한가운데로 고왕현 부장이 뛰어들었다.
“헛? 고 부장님!”
“모두 멈춰!”
그의 난입으로 검진을 펼치려고 했던 교인들이 놀라서 일제히 검식을 거둬들였다.
그들이 검진을 멈추자 고왕현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공손한 물음에 천여운이 긍정을 표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고왕현이 두손을 모아 공손히 말했다.
-팍!
“고왕흘이라는 이름을 어찌 아시는 겁니까?”
고왕흘은 마권종의 17대 종주였다.
원래는 상위 종파였던 마권종은 24대 교주인 마신 천여운의 수족인 육검의 일인이 되면서 최상위 종파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역대 교주들이나 검마와 같은 위인이 아니고는 한 종파의 천 년 전 종주의 이름을 그 종파 사람이 아니고는 기억하는 이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고왕현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나의 육검 중 첫 번째 검이다. 네 녀석의 조상일 테지?”
‘육검!’
그 칭호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권종의 교인들은 이것을 평생의 영광으로 여겼다. 이것을 듣게 되자 고왕현의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정말이었던 말인가.’
백종서가 말할 때 반신반의 했었다.
그건 어쩔 수가 없었다.
최근 천우경 일파에서 고의적으로 흘린 동영상 파문 때문에 천유성 일파 역시도 천마라는 칭호에 민감해져 있었다.
“부디….부디 미천한 교인에게 천마검을 보여주시옵소서.”
“쯧쯧, 보는 것에만 의존하는 구나.”
천여운이 혀를 찼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천여운이 오른팔을 내밀었다.
손목의 흑색 보호대에 천마기를 주입하자,
-차차차차착!
흑철들이 분해되더니 이내 하나의 검의 형태로 조각조각 합쳐졌다.
하나로 변한 흑검의 검신에 천마검이라 새겨져 있었다.
‘천마검이다. 확실한 천마검!’
육검의 일인인 고왕흘의 후손이었다.
천마검이 단순한 검이 아님을 알고 있던 고왕현이었다. 떨리는 눈으로 검을 쳐다보던 고왕현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무얼 하는 것이냐! 모두 예를 갖춰라!”
-팍!
고왕현의 명에 놀란 눈으로 천마검을 바라보던 교인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들과 함께 바닥에 엎드린 고왕현이 외쳤다.
“대 천마신교의 미천한 교인들이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잘린 손목을 붙잡고서 벤 밖으로 나온 우호법 섭형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정말이라니….’
백종서의 말을 끝까지 믿지 못했던 그였다.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려 벤 안에 있는 백종서를 바라보니, 자신을 향해 묘한 눈빛으로 입술을 실룩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순간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만만하게 비웃었었다.
그것도 모자라 백종서의 동료로 짐작되는 자들을 전부 죽이고, 그 모친인 금오윤마저 강제로 납치했던 그였다.
우호법 섭형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 * *
보정시(保定市)의 동남부 도시에 한 고층 빌딩.
빌딩의 벽면에는 천신(天神)이라는 그룹명이 적혀 있었다. 천신 그룹 빌딩의 맨 꼭대기 층의 회장실.
회장실의 창문 바깥을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로 전화를 받고 있던, 검은 양복을 입은 콧수염을 기른 한 중년인이 있었다.
“그래. 알겠다.”
연신 알겠다는 말만을 하던 중년인이 스마트폰의 전화를 끊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이사님, 아니 회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
“아니오. 괜찮소.”
회장이라 불린 콧수염의 중년인이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면서 접객용 쇼파가 있는 곳으로 걸어와 상석에 앉았다.
그 양옆에는 기묘한 문양이 그려진 가면을 쓴 사내와 짧은 적발에 훤칠한 외모를 지닌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귀한 손님들을 앞두고 미안하오.”
“아닙니다.”
“본 회장은 이렇게 두 호법과 함께 하게 되어서 여전히 감사하게 여기고 있소.”
“모든 것은 본교의 통합을 위해서입니다.”
가면의 사내가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탐탁지 않은 듯한 느낌이 역력했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회장이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대호법. 그대가 제의한 교주 취임식 날짜 말이오. 기한을 조금 빨리 당겨야 할 것 같소.”
“그게 무슨 말씀인지?”
의아해 하는 두 사람에게 회장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옥중의 아버님을 대신하여 교주 취임을 공증해주실 귀한 손님이 올 듯하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