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78)
선대 대호법의 마지막 유언이다.
그 유지를 삼십여 년 동안이나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역대 교주들과 대호법들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슉!
마라윤이 자신보다 앞서 가는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뒤쳐져 본 적이 없었는데, 천여운의 경공은 너무도 빨랐다.
그런데 두 사람의 경신법은 매우 닮아 있었다.
‘역시 풍신보를 익혔다.’
천마신교에서 가장 최고의 경신법이라 불리는 풍신보(風神步).
이것은 역대 대호법들에게 풍신(風神)이라는 칭호를 가져다 주었다.
‘2대 천마께서는 본교의 비고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무공을 알고 있다고 들었다. 그 전설이 사실이구나.’
이것을 아는 자는 천여운 재임 시절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느 정도 불타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멀어지자, 천여운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탁!
이에 맞춰 마라윤 역시도 멈췄다.
천여운이 몸을 돌리며 그에게 말했다.
“이제 말해라.”
단 둘이 대화를 원하는 대호법 마라윤의 청을 받고 장소를 옮긴 천여운이었다.
다른 이들은 레스토랑의 주변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지우는 작업을 해야 했기에 그들이 움직였다.
-팍!
마라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휙휙 저었다.
“쓸데없는 격식은 생략하라.”
천여운은 그가 얘기했던 저버렸다는 유지가 무엇이고 어떻게 자신을 알아본 것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천가의 혈족을 비롯해 모든 교인들조차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어느 누가 천 년 전에 행방불명되었던 2대 천마라고 쉽게 떠 올릴 수 있겠는가.
“하오나….”
“됐다.”
“알겠습니다.”
단호한 천여운의 말에 마라윤이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물었다.
“어떻게 나를 알고 있는 거지?”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신의 불충을…”
“사족은 달지 마라.”
잠시 호흡을 고른 마라윤이 말을 이었다.
“……대호법가는 대대로 천마령의 수호자로서 교주님들과 비밀을 공유해왔습니다.”
“알고 있다.”
천여운 시대의 대호법인 마라겸 역시도 그러했다.
그만큼 대호법은 교주의 그림자이자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천여 년 전. 갑작스럽게 천마께서 사라지신 이후, 본교는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 단체를 이끌어가는 수장이 행방불명되었다.
이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천여운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본교에서는 수 년 간 천마를 찾기 위해 그 일대를 샅샅이 수색하고 중원 전체를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천마 조사 이래로 역대 최고의 천마신교를 구축한 교주의 행방불명.
그로 인해 모든 교인들이 통곡을 금치 못했다.
“여기까지가 본교의 사기에 남아있는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비사.
그것이 역대 대호법들이 이어받아온 비밀이었다.
“천마께서 사라지신 후에 본교의 예지가였던 성무천이 한 가지 예언을 했습니다.”
“성무천?”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리며 반문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이에 마라윤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천마께서 요녕성에서 발탁한 인재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내가?”
천여운은 요녕성에서 누군가를 발탁한 기억이 없었다.
대체 누구를 말하는가 이름을 곰곰이 되새기던 천여운의 두 눈이 커졌다.
‘성무천….성무천…..잠깐 설마 천무성?’
그것은 먼 미래에서 온 자신의 후손의 이름이었다.
이름을 거꾸로 쓴 것이다.
당시에 타임 패트롤들에게 추격을 받는 것을 구해주고 무공을 전수해주느라 그는 자신의 원래 시간대로 곧바로 돌아가지 않았었다.
‘본교에 한동안 머물렀던 건가?’
자신이 사라졌으니 다시 원래 시대로 돌아갈 줄 알았던 그였다.
“녀석이 예언을 했다고?”
“그렇습니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는 극도로 삼갔던 후손이었다.
그런 그가 예언을 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해서 뭔가를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축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대체 무엇을 예언했을까?
“그 예언이 대체 뭐지?”
“천마께서 거대한 존재와의 싸움으로 깨달음을 얻어 선계로 가셨고, 천 년이 지나게 되면 다시 현세로 돌아오실 거라고 말입니다.”
“천 년이 지나서 내가 돌아올 거라고 했다고?”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무리 후손이 미래에서 왔다고 해도 시간의 축이 달라졌는데, 무슨 수로 자신의 행방을 알아낸 것인지 의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천여운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아!’
미래의 후손인 천무성에게는 추적기가 있었다.
그 추적기는 천여운의 몸속에 있는 게이트리윰으로 만들어진 나노머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단말기였다.
‘그걸로 알아냈구나.’
자신이 사라진 것을 찾기 위해 천무성은 단말기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위치가 천 년이 지난 미래라는 것을 알고 나서 그 역시도 많이 당황했으리라.
“하!”
천여운이 기가 차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걸 알고 나니, 잘도 둘러댔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서 온 그가 직접적으로 뭔가를 알렸을 리는 만무했다.
[전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입니다. 선조님께서는 시공간을 거슬러 미래로 가게 되었습니다.]라고 얘기를 해봐야 실제로 믿기도 힘들고 말이다.
딱 그 시대의 사람들이 그나마 납득할 만한 수준에 맞춰서 이야기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대호법 그대와 옥에 갇혀 있는 교주뿐인가?”
“그렇습니다.”
예언을 굳게 믿은 대호법가는 이것을 대대로 후대에 알렸다.
천여운의 외양과 그의 무위를 귀가 따갑게 선대에게 들어온 마라윤은 천여운의 이기어검의 진기 침식을 비롯해 좌호법을 능가하는 화기(火氣)를 보고서 그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곧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양복에 이 시대에 맞춰서 짧아진 머리 스타일만 아니었다면 더욱 빨리 알아차렸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구전으로만 들었던 존재를 알아보는 것이 쉬운 일인가.
죄스러워하는 마라윤에게 천여운이 개의치 말라고 했다.
“하오나….”
“후대로 내려오면서도 지금까지도 나에 대한 것을 잊지 않고 충정을 이어왔는데, 내가 그것을 탓할 것 같으냐?”
“천마이시여!”
-팍!
마라윤이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대에서 그렇게 들어왔던 천마의 존안을 뵙게 된 것이 너무도 영광이었다.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다.
-쿵!
마라윤이 가면에 금이 갈 만큼 세게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사죄했다.
“신이 선대의 유지를 지킴에 있어서 죄를 지었나이다.”
“아까부터 유지를 지키지 못했다고 하는데, 대체 무슨 유지이기에 계속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
“신은 천마께서 성화의 곁에 가셨다고 불경한 생각을 했나이다.”
“뭐?”
천마신교의 사람들은 교주나 교인들이 죽게 되면 성화의 곁으로 간다는 표현을 쓴다.
그 말인즉 죽었다고 여겼다는 소리였다.
‘흠.’
예언가를 자처했던 천무성은 정확하게 천여운이 돌아오는 시점을 얘기하지 않고 천 년 뒤라고만 두루뭉술하게 예언한 듯 했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그 부분이 미심쩍었지만 당사자가 없으니 확인해볼 길이 없었다.
천여운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마라윤에게 물었다.
“어째서 죽었다고 생각한 것이더냐?”
“그건…..”
마라윤이 머뭇거렸다.
“말해라.”
“현 교주의 아우이신 천우경 이사가 발견했다는 천마의 유해와 유품 때문입니다.”
“뭐?”
천여운의 한 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신의 부덕입니다. 벌해주소서!”
-쿵!
마라윤이 다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가면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지금 그의 얼굴은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천여운이 이에 혀를 찼다.
“너 같은 남자가 놈에게 놀아나다니. 쯧쯧.”
“송구스럽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상세하게 고해라.”
지금으로부터 열흘 전.
대호법으로서 천마신교의 수장인 교주를 비밀 감옥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중원 곳곳을 헤매고 다니던 그는 큰 회의감에 봉착했다.
충심으로 허비한 27년 동안 천마신교는 와해된 상태를 벗어나질 못했다.
세 파벌로 이뤄져서 벌이는 전쟁은 교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교주께서 아직 성화의 곁으로 가지 않았는데, 저희 호법가의 입장에서는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파벌 전쟁에 호법들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영영 천마신교가 재건되지 못한 채 멸망의 길을 걸을 것만 같았다.
“불경하게도 저는 새로운 교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천마령의 수호자인 그에게는 천마신교에 위기가 닥쳐 교주가 부재할 시, 신임 교주를 발탁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그렇다고 자격이 없는 분을 교주로 모실 수는 없었습니다.”
마라윤은 두 파벌의 수장들을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정했다.
“두 파벌?”
“천유성 이사와 천유장 본부장입니다.”
의외로 세 파벌이 아니었다.
당대 교주를 모시는 마라윤의 입장에서 현 교주의 아우인 천우경을 교주로 추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
이미 그는 전대 교주 경쟁에서 밀려난 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마라윤은 교주의 자제들 중에 가장 적임자를 택하여 교주로 추대해 와해된 천마신교가 통합되도록 힘을 보탤 생각이었다.
“하나 제 판단이 틀렸습니다.”
마라윤이 가장 먼저 찾아갔던 자는 바로 천우경 이사였다.
“어째서 놈을 찾아간 거지?”
“교주의 두 자제들 중에 한 분을 교주로 추대하려 한다고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가 방금 전에 말했던 그것이었고, 두 번째가 천우경에게 천마령의 수호자로서 두 공자만이 교주의 자격이 있으니, 헛된 욕망을 가지지 말고 차대 교주를 도와 천마신교의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권하기 위해서였다.
“어리석은 짓을 했군.”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라윤이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신이 천우경 이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그는 천우경이 천마령의 의지를 따를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 방문은 도리어 천우경에게 이용당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
마라윤이 두 후보 중에 교주를 발탁하려 한다는 의도를 밝히자,
“천우경 이사는 제게 천마의 유해와 유품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마라윤은 그때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 동안 다시 천여운이 현세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왔던 대 호법가에게 있어서 절대로 바라지 않았던 소식이었다.
“저는 그때 예지가의 예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라윤은 예언의 진실이 바로 이것이라 여겼다.
천여운의 사라진 유해가 천 년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것이었다고 말이다.
여기서 밝히지 않았지만 마라윤은 그 자리에서 밤새 통곡했다.
“그래서 놈이 자신이 새로운 천마라고 자칭하면서 교주가 될 거라고 하던가?”
“그건 아니었습니다.”
천우경 이사는 영악한 자였다.
그는 대호법의 권한과 뛰어난 무위를 알았기 때문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천마검이 다시 돌아왔으니, 누군가는 새로운 천마가 되어서 천마신교를 다시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죠.”
천우경은 절대로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대호법에게 교주의 두 자제들 중에 자격이 되는 자를 발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때 마라윤은 넘어가고 말았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았던 유지가 무너지면서 심적으로 약해져 있던 그는 천우경의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그때 그 자에게 알려주고 말았습니다.”
“무엇을 말이냐?”
“그것은……”
* * *
황석시(黃石市)의 동남쪽 한백산(寒白山).
시 내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워낙 방벽에 가까운 곳이라 인적이 드물다.
산자락은 그리 험하지 않았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면 어째서 한백산이라 불리는지 그 연원을 알 수 있었다.
계곡 내 절벽들이 얼어붙어 있는 절경이 존재했다.
그곳은 기이하게도 사시사철이 겨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_드르르르!
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절벽에 맺혀 있는 고드름들이 떨어질 만큼 흔들림이 있었다.
지진이라고 보기에는 인위적인 진동에 가까웠다.
가장 안쪽 산기슭으로 들어가면 곡선 형태로 맺혀 있는 얼음 덕분에 그 안쪽이 어둠으로 깔려 있는 곳이 있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 수많은 등불이 밝혀져 있었고, 수많은 작업 복장을 하고 있는 인부들이 한 거대한 동굴에서 얼음 수북이 담은 수레를 밖으로 끌고나왔다.
“거기가 아니잖아. 얼음 잔해물은 저쪽으로 옮겨!”
“네네!”
작업 반장의 외침에 수레를 끄는 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얼음을 채굴하는 작업 현장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천막으로 만든 막사들이 진을 지고 있었다.
그중 한 천막 안.
-툭툭툭!
천막 안의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초조해하는 중년인이 있었다.
회색 패딩을 입고 있는 그는 바로 천우경 이사였다.
테이블 위에는 구형 핸드폰이 올려 있었는데, 천우경은 그것을 짜증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놈들.’
선 지급으로 A등급 코어까지 보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진척 상황조차 보내지 않고 있었다.
‘왜 연락조차 되지 않는 거지?’
지금쯤이면 암살 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고 말았다.
천우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익!
불을 불이자마자 담배를 크게 빨았다가 속에 있는 연기를 내뱉은 그가 중얼거렸다.
‘좋아. 어차피 그놈들한테 큰 기대도 안했어.’
-촥!
천막의 입구를 걷으면서 나온 그가 얼음 채광이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동굴을 바라보았다.
‘천마의 유산만 얻는다면!’
저 동굴의 안에 2대 천마가 남겼다는 유산이 잠들어 있다.
천마검과 같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전설이 맞다면 그는 마신의 힘의 근원에 다가갈 수 있다.
‘대호법을 좀 더 구슬릴 걸 그랬군.’
최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세 유산 중 하나의 위치만 얻었다.
좀 더 서두르려고 했는데, 천년빙옥의 강도가 너무 단단해서 전문 장비를 갖춰서 채광작업을 하느라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었다.
‘곧 내 손에 들어온다. 빨리 작업을 마쳐야….’
그때 얼음 동굴 내에서 외침 소리들이 들여왔다.
-웅성웅성!
소리가 워낙 뒤섞여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뭔가 발견한 게 틀림없었다.
-팟!
천우경이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동굴 쪽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동굴의 앞쪽에 도착하자 누군가 다급히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천마이시여!”
-팍!
누군가가 천우경을 발견하고서 고개 숙여 예를 취했다. 인부들과 같은 방한 작업복을 입은 그는 천우경 일파의 해검종의 종주인 하우찬이었다.
동영상 파문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를 믿고 따르는 종주들은 많았다.
“찾은 것이냐?”
천우경이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 것이냐?”
“얼음을 굴착하는 도중에….”
바로 그때였다.
-콰아아앙!
동굴 안쪽에서 거대한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동굴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거렸다.
“지진이다!”
“모, 모두 동굴에서 나왓!”
동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부들이 다급히 동굴 밖으로 뛰쳐나왔다.
해검종의 종주 하우찬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종주들 몇 명이 있습니다!”
-팟!
하우찬이 다급히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 종주!”
동굴 안에는 인부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부들이 유산을 발견하고서 작업 도중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에 종주들 몇 명이 작업 반장을 겸해서 들어가 있었다.
_드르르르르!
천우경이 흔들리는 동굴을 쳐다보았다.
지진이 났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인부들이 뛰쳐나왔지만, 그런 것은 아닌 듯 했다.
뭔가 안에서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칫.”
찰나의 고민 끝에 천우경이 동굴 안쪽으로 경공을 펼쳤다.
며칠 동안 작업이 계속 되었기에 얼음으로 가득한 동굴은 꽤나 깊숙이 이어졌다.
300미터 가량 달렸을 무렵이었다.
-지지지지!
“으읍!”
동굴의 안쪽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찌나 뜨거운지 살갗이 타들어가는 느낌마저 받았다.
‘이게 대체 무슨?’
-화륵!
천우경의 눈에 동굴 안쪽에서 불꽃같은 것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최대한 조심하기 위해서 폭발물은 전혀 들고 오지 않았을 텐데 이상했다.
그때였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천우경이 서둘러 불꽃이 보이는 동굴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동굴의 안쪽에 거대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르르륵!
동굴은 마치 불지옥을 연상케 할 만큼 사방이 불꽃으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런!”
천우경이 호신강기를 펼쳐 열기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공동을 살피는데, 불꽃 속에서 뭔가가 비명을 지르면서 그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
그는 동굴의 안쪽으로 달려갔던 해검종의 종주 하우찬이었다.
옷이 전부 타서 알몸이었는데, 그의 몸은 심하게 화상을 입었는지 피부 전체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화르르륵!
도망치는 그의 뒤로 거대한 불꽃이 살아 움직이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불꽃 속에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아아!”
“끄윽!”
천우경이 귀를 틀어막았다.
포효 소리에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공력이 실려 있었다.
귀를 막으며 당황해하는 천우경을 발견한 하우찬이 소리쳤다.
“처, 천마이시여. 도망쳐야 합니다!”
바로 그때였다.
“천마?”
의아해하는 목소리와 함께 모든 것을 불살라버릴 것 같던 거대하던 불꽃이 수그러들었다.
작아지던 불꽃이 점차 하나의 인영의 형태로 바뀌었다.
-저벅저벅!
전신이 불꽃에 뒤덮여 있는 정체 모를 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윽고 그 자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완전히 연소되면서 모습이 드러났다.
‘사람?’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하게 만드는 긴 붉은 머리카락에 눈썹부터 모든 체모가 붉은 나신의 사내였다.
-고오오오!
불꽃은 사라졌지만 나신의 사내에게선 사나운 폭풍과도 같은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쿵!
이 엄청난 사내가 두 무릎을 꿇더니, 두 눈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천마….천마는….나의…나의 주군이다.”
-부르르르!
전율로 온몸이 떨려왔다.
흥분으로 상기된 천우경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이게……마신의 유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