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58)
# 47장 원흉 (3) #
대호법 마라겸은 천여운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해주었다.
그는 교주 천유종이 일부러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여운을 수차례나 지켜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천여운은 그 말만으로 모든 것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교주는 어머니인 화 부인이 죽었을 때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냉혈한이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교주를 찾았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 교주에 대한 원망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더군다나 여러 차례 자신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를 그저 패로 여겼던 자가 사실은 보호했던 거라고?’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과연 대호법의 말대로 정말 교주가 역혈마공으로 인해서 이지를 상실하고 정신이 피폐해져서 그런 것이라면 그것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그 입으로 직접 듣겠다.’
마라겸과 연무화가 운기조식으로 내상을 치료하는 사이에 천여운은 호법을 서준다고 한 뒤에 죽은 이 장로 경본기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나노. 시신을 분석할 수 있지?’
[지정한 대상의 신체를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법으로 스캔하겠습니다. 머리부터 발목까지 손바닥으로 천천히 훑어주시기 바랍니다.]지금까지는 역혈마공을 쓴 자들의 시신을 회수해가면서 분석해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을 분석한다면 뭔가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적어도 역혈마공으로 인해 미쳐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대호법이 말한 멀쩡했던 교주를 만나게 되리라.
“켁켁….”
정체를 알 수 없는 중년인이 숨이 막혔는지 바둥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이 상황을 믿기 힘들었다.
역혈대라신공은 한 번 발동되면 내기가 역류하기 시작해서, 시전자가 죽거나 혹은 폭주해서 그 힘을 다해야만 멈출 수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발동되는 도중에 강제로 막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 대체 이놈은 뭐란 말인가?’
당혹스러워하는 중년인에게 천여운이 한 번 더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고 물었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대체?”
-꽈악!
“케케켁!”
천여운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자 중년인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대전에 있는 동안 최대한 조용히 있었는데 자신을 붙잡고서 정체를 물으니, 순간 전음이 아니라 실수로 입을 열었던 건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그의 정체를 밝힌 것은 옆에 있던 다른 중소종파의 종주였다.
“처, 천마시여. 그는 부주검종의 종주인 여불위입니다.”
“부주검종?”
부주검종이라는 말에 천여운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환의를 통해서 그들이 검마종 산하에 숨겨진 암검이종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교주에게 전음을 보내서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라는 말을 했다.
그 전음을 듣자마자 교주가 더욱 혼란스러워하더니 그것을 펼쳤다.
천여운은 대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안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서 전음 도청 모드를 상시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여불위가 걸려든 것이었다.
“켁켁, 처, 천마시여. 대체 왜 이러시는 건지?”
여불위는 최대한 발뺌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아무 것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는데 이래봐야 천여운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웅성웅성!
실제로도 종주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여불위의 얕은 수작에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전음을 보냈다.
[역혈대라신공으로 눈앞의 적을 물리치고, 남은 세 종파의 수장들의 목을 베어 신교를 바로잡아라. 네놈이 교주에게 한 말일텐데.]“!?”
전음을 듣는 순간 여불위의 두 눈이 커졌다.
그것은 자신이 아까 전에 교주에게 전음을 보냈던 내용이었다.
천여운은 폭주하려고 하는 교주 천유종과 겨루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자신의 전음을 듣는단 말인가?
‘그, 그럴 리가 없다. 세상에 전음을 듣는 자가 어디에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떠한 높은 경지에 오른 자도 전음을 도청할 수는 없다.
그런 그의 생각이라도 읽었는지 천여운이 다시 전음을 보냈다.
[왜? 네놈의 전음을 들어서 놀랐나? 나더러 역모를 꾸몄다고 지껄이더니 이제는 모르는 척 발뺌하는 것이냐?]‘헉!’
그 전음을 듣는 순간 여불위의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 했었다.
그러나 확실했다.
‘마, 말도 안 돼! 이놈은 정말로 전음을 도청할 수 있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능력이었다.
전음이라는 수단은 직접적인 소리를 내뿜지 않고 특정인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읽을 수 있다면 전음 하나만 잘못 보내도 계획이 노출된다는 의미였다.
‘아,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전음을 보내라고 해선 안 돼.’
여불위는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쳤다.
전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면 다른 동료에게 알려서 이것을 방비해야 했다.
“켁…켁! 저, 전음을…”
“누구 마음대로 지껄이라고 했지.”
-콱!
“끄윽!”
천여운이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어 여불위가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 빌어먹을!’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였다.
어차피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이상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더라도 그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야만 했다.
여불위가 내기를 역류시키려는 찰나였다.
[큭! 계획은 실패했다. 어쩔 수 없다. 여 단주. 소교주와 동귀어진해라. 그 사이에 그곳을 정리하고 철수하겠다.]여불위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신공을 펼쳐서 천여운의 손에서 벗어난 뒤에 전음을 쓰지 말라고 외치려고 했는데, 그것을 하기도 전에 미처 저질러버렸다.
‘비, 빌어먹을 설마?’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천여운의 시선이 단번에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그는 대전의 입구 쪽에서 호상화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호위전의 수장인 패현이었다.
‘아뿔싸!’
조급해진 여불위가 빠르게 특정 경맥으로 내기를 역류시켰다.
그의 상체와 팔뚝이 부풀어 오르며 근육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목에도 핏줄이 곤두서서 반탄력이 일어났다.
-팡!
그의 목을 쥐고 있던 천여운의 손이 뒤로 튕겨나갔다.
천여운이 다른 동료인 패현을 잡기 전에 그를 붙잡고 동귀어진을 시도해야 했다.
하지만,
-팍!
“헛?”
“멍청하군. 통하지 않는다는 걸 봤을 텐데.”
천여운이 그의 머리를 붙잡고 가슴에 손을 얹고는 교주에게 했던 것처럼 전기를 발산하고 역류하는 기를 잡아두려고 했다.
-파치칙!
“크윽!”
천여운의 손에서 하얀 빛의 전격이 튀자, 여불위가 오른팔로 머리를 붙잡던 손을 밀쳐내고서 왼손 주먹으로 가슴에 일격을 날렸다.
‘움직였어?’
천여운이 빠르게 몸을 젖혀서 이를 피해나자 여불위가 뒤로 보법을 펼쳤다.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였다.
-타타탁!
보법을 펼치는 와중에 여불위의 상반신 옷이 찢어지며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가슴에 핏줄이 불끈불끈 올라오는 모습이 징그럽기마저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분명 역혈마공을 펼치는 것 같은데 그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지 않았다.
‘다르다. 백회혈과 옥당혈을 제압했는데 움직이다니.’
내기가 역류하는 경로가 다른 듯 했다.
그 증거로 여불위는 역혈마공을 펼치면서 나오는 특유의 짐승 같은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다소 거친 느낌은 원래의 것과 동일했다.
천여운의 그런 짐작은 정확했다.
‘부작용이 있는 그런 역혈마공 따위와 같은 줄 아느냐. 흐흐흐. 이것은 진정한 역혈대라신공이다.’
교주 천유종이나 이 장로 경본기가 익힌 것과 다르게 제대로 완성된 역혈대라신공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부작용을 없애고 신체를 강화시키고 공력을 폭증시킨 것이다.
단지 단점이 있다면 시간제한이 극명하다는 점이었다.
반각도 정도 밖에 지속되지 않고 한 번 쓰게 되면 탈진하지만 천여운과 동귀어진 하여 그를 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 역혈마공!”
“천마님의 짐작이 맞았어.”
“당장 제압해랏!”
근처에 있던 종주들이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않고 나섰다.
교주가 아닌 자가 역혈마공을 쓴 것이라면 당장 제압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대전이라 병장기를 들고 들어올 수 없었지만 그들 역시도 절정에서 초절정 이상의 실력을 지닌 고수들이었다.
-팟!
다섯 명의 종주들이 무공을 펼치며 달려들자, 여불위가 빠른 몸놀림으로 그들의 공격을 피해낸 뒤에 오히려 반격까지 가했다.
-파파파팍!
“크헉!”
“무, 무슨 공력이 이렇게?”
여불위의 권각에 맞은 종주 두 명이 뒤로 튕겨나갔다.
방어를 했지만 그것을 무시할 만큼 엄청난 공력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
“받아랏!”
상위 종파의 환검종의 종주 묵연이 검강을 일으켜서 여불위의 뒤를 노렸다.
그의 검강이 단숨에 여불위의 날개 뼈 쪽을 찔렀지만,
-치치칙!
“큭! 비, 비켜랏!”
-파팍!
“아닛! 모, 몸이?”
검강을 찔러 넣었는데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밖에 들어가지 않고 강한 반탄력이 일어나며 도리어 묵연의 팔이 튕겨나갔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 장로 경본기 만큼은 아니었지만 육신이 굉장히 단단했다.
“합!”
-팟!
다른 두 명이 당황스러워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여불위가 빠르게 경공을 펼쳐서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네놈만 죽이면 된다!’
다른 자들까지 상대할 여유는 없었다.
전음을 듣는 저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진 천여운만 죽여도 원래의 목적에는 실패했어도 그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었다.
-우우웅!
천여운을 향해 쇄도하는 여불위의 손에서 푸른빛 검강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그 크기가 통상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이 장로 경본기가 역혈대라신공을 펼치면서 폭증한 공력으로 형성한 강기의 크기에 버금갈 정도였다.
“처, 천마님!”
종주들이 놀라서 외쳤다.
그를 제지할 틈도 없이 이미 천여운에게로 거대해진 검강으로 검초를 날렸다.
패도적인 위력으로 펼쳐지는 검초는 천여운을 단숨에 압사시켜 고기 조각으로 만들 기세였다.
“죽어랏!”
-촤악! 툭!
“엇?”
날카롭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언가 떨어졌다.
그것은 혈관이 잔뜩 서서 징그럽게 근육이 부푼 여불위의 팔이었다.
“끄아아아악!”
방금 전까지 맨손이었던 천여운의 손에 어느새 검은빛 검강의 서려 있는 천마검이 들려있었다.
여불위는 잘린 단면을 붙잡고서 고통스러워했다.
역혈대라신공을 펼쳤기에 신체가 검강을 견뎌낼 만큼 단단해졌는데, 그것을 단숨에 베어버린 것이었다.
“끄으윽, 어, 어째서 내 팔이?”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당혹스러웠다.
더 상위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 역혈대라신공을 펼쳐도 소용이 없는데, 완성이 되었다고 한들 천여운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비틀거리는 여불위에게 천여운이 무덤덤하게 물었다.
“네놈에게 역혈마공을 거두라고 해도 당연히 거부하겠지?”
“뭣?”
-촥!
“끄아아아아악!”
뭐라고 반문하기도 전에 여불위의 다른 한 팔이 잘려나갔다.
전투 능력을 완전히 상실시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차피 머리와 몸통만 있으면 되잖아.”
“끄으윽, 대, 대체 무엇을 하려…”
-촥!
“끄아아아아악!”
-쿵!
날카로운 예기가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가며 여불위가 뒤로 넘어졌다.
아에 도망갈 수 없도록 다리까지 잘라버린 것이었다.
냉기가 흐를 만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천여운에게서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끄으으으으….이, 이 미친 놈이…..헉…헉!”
교주 천유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냉혹했다.
적을 대함에 있어서 일말의 자비가 없었다.
여불위는 자신의 실력으로는 역혈대라신공을 펼친다고 해도 절대로 천여운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뼛속까지 각인하게 되었다.
‘헉…헉…..이놈은 정말 괴물인 건가. 크윽! 여기까진가. 그래도 패 단주가 철수할 시간을 벌었으니 자결을…’
-쿠당탕!
“크흑!”
팔 다리가 전부 잘려서 고통스럽게 누워있는 여불위의 옆으로 누군가 강압적인 힘에 엎어졌다.
힘없이 고개를 겨우 돌린 여불위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아, 아닛?’
그는 바로 호위전의 수장인 패현이었다.
혈도가 점해졌는지 패현은 무력하게 몸을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읍읍읍!”
“명령하신 대로 그를 잡아왔습니다.”
도주를 시도했던 그를 잡아온 자는 바로 십 장로 연무화였다.
대전 바닥에 엎어져 있는 패현은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서 연무화를 증오스럽게 노려보았다.
“끄으으으으! 이, 이노오옴!”
전음을 보낸 자가 누군지 알아냈는데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을 리가 만무했다.
여불위의 시간 끌기는 결국 헛수고로 끝난 셈이었다.
모든 것이 무산되어 분노하는 여불위를 뒤로 한 채, 천여운이 대전에 있는 모든 장로, 종주들을 바라보며 명을 내렸다.
“당대 천마로서 명한다. 부주검종과 호위전의 무사들을 전부 제압해라. 반항하면 전부 죽여도 좋다.”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에 대전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외쳤다.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