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96)
# 94장 장백산을 지키는 자 (1) #
정도 무림맹의 본단.
무림맹의 모든 주요 정책 사항이 결정되는 본단의 대회의장.
삼대 세력 간의 견제 및 주요 역할들로 인해 한 동안 회의장으로 모든 수뇌부와 간부들이 모일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제 사의 세력인 극도육무문이 등장 후로부터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굉장히 오랜만에 대부분의 무림맹 수뇌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무림불가침 조약식이 진행되려고 했던 통허현의 진성에서조차 이렇게 모인 적이 없었다.
중앙의 상석에 자리고 있는 정도 무림맹주 북정도 이목.
그의 양옆으로 외총관 감운서와 내총관 하시진이 오른팔과 왼팔처럼 서있다.
긴 탁자의 우측 첫 번째 자리에 제 일 군사인 유범려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웅주들이 서열 순으로 앉아있다.
일웅주 산서검문의 문주 무구천
이웅주 소림사 방장 각연 대사
사웅주 항산파 장문인 정선 사태
오웅주 무당파의 장문인 현진자
육웅주 화산파 장문인 풍청운
팔웅주 사천당가의 가주 당필연
십웅주 점창파의 장문인 호현자
십일웅주 개방의 방주 홍팔우
십이웅주 공동파 장문인 청수 진인
십삼웅주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용
십사웅주 종남파 적양 진인
십육웅주 진주언가 가주 언영인
십칠웅주 하북팽가 가주 팽구유
그 외에도 무림맹의 전력에 속하는 각 전투단의 단주들이 서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자들은 네 웅주들과 두 단주들뿐이었다.
물론 그들은 참석할 수 없는 이유가 극명했다.
북해빙궁으로 파병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칠웅주 모용강과 북해에서 사망한 십오웅주 황보능, 그리고 진성에서 죽은 삼웅주 남궁경, 강소성에서 극도육무문의 기습 공격에 당해서 전사한 구웅주 보타문주 원매선이 있다.
그리고 참석하지 않은 두 단주는 폐관에 들어간 백원단의 단주 연부소, 북해에서 목숨을 잃은 흑영단의 단주 강소아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구나.’
화산파의 장문인 풍청운이 장내에 감도는 긴장감에 인상을 찡그렸다.
각 파의 문주라 함은 그 문파에서 최고 실력자이다.
그런 자들만 모여 있으니, 장내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다.
‘긴급령으로 이렇게 소집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영문을 모르는 웅주들로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주 이목은 평소와 달리 굳어진 인상으로 각 웅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늦게 도착한 정도 무림맹의 서쪽 사령관 일웅주 만제검 무구천이 착석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먼저 긴급령에 응해주신 모든 웅주분들과 단주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오.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겠소.”
-웅성웅성!
평소와 다른 이목의 태도에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오대고수라는 칭호를 가진 것과 달리 모든 웅주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생각을 우선시하는 이목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들어오게 하라.”
이목의 명이 떨어지자 대회의장 안으로 한 검은 무복의 장년인이 모습을 들어왔다.
반백의 머리카락에 처진 눈매의 장년인은 흑영단의 부관인 맥위종이었다.
‘저 자가 어째서?’
‘맥 부관? 단주 대리로 참석한 것인가?’
장년인의 얼굴을 아는 몇몇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맹의 대회의는 단주급 이상의 서열이 아니면 참석할 수 없다.
‘맥위종 저 자는 강 단주와 함께 북해로 파병을 떠나지 않았나?’
지난 번 회의 때, 그가 무림맹주 이목의 둘째 아들이자 흑영단의 단주 강소아를 따라 북해빙궁으로 파병을 떠난 것을 알고 있는 몇몇 웅주들이었다.
그런데 아직 파병단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가 먼저 도착한 이유가 무엇일까?
-탁!
“본 맹을 이끄시는 영웅분들께 흑영단의 신임 단주인 맥 모가 인사 올립니다.”
“신….임 단주?”
웅주들을 비롯한 각 단주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흑영단의 단주는 강소아였고, 그가 창설한 단이었기에 그 단주가 바뀔 일은 절대로 없었다.
그 단주가 전사하지 않고는 말이다.
“맹주 이게 대체 무슨?”
이웅주인 소림사의 방장 각연 대사가 물어보려 했는데, 맹주가 그것을 자르고 말했다.
“먼저 맥 단주의 보고를 듣겠소.”
“아미타불.”
다소 민망해졌지만 고승인 각연 대사는 경을 외우며 입을 다물었다.
뭔가 일이 터지지 않고는 맹주 이목이 이런 태도로 일관할 리가 없었다.
이목의 명에 맥위종이 운을 뗐다.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극도육무문의 숨겨진 본거지를 찾아냈습니다!”
“극도육무문의 본거지!!!”
-웅성웅성!
전혀 기대치 않은 놀라운 소식에 좌중이 시끌벅적해졌다.
정파의 영역인 강소성을 빼앗긴 후로 여러 차례 그들의 근거지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했다.
여러 세작들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행방불명되어 실패를 거듭했는데, 그것을 찾아냈다고 하니 장내가 시끄러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때 웅주들 중에 누군가 손을 들어 입을 열었다.
“점창의 호현자요. 지금 이 말은 여태껏 본맹의 세작들조차 찾지 못한 것을 맥 부관, 아니 신임 흑영단주가 찾았단 말이오?”
그 말에 맥위종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장문인.”
“그곳이 대체 어디요? 강소성이오? 절강성이오?”
개봉의 황성에서 마교주 천여운에게 팔이 잘린 후로 회의 때 말수가 급격히 없어졌던 팽가의 가주인 팽구유가 호들갑스럽게 물었다.
다른 웅주들 역시도 그것이 궁금해졌는지 맥위종에게 집중되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맥위종이 기다렸다는 듯이 탁자 위에 펼쳐진 중원 전도의 절강성 쪽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바로 이곳입니다.”
“여긴 항주의 황산이 아니오?”
맥위종이 짚은 장소는 절강성 항주에 있는 황산이었다.
정경이었지만 산세가 험하고 가파른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인 곳이다.
이곳이라면 충분히 어떠한 세력이 터를 잡고서 근거지를 숨기기에 적합하기는 했다.
‘아아! 이래서 긴급 소집령을 내린 것인가?’
각 웅주들이 화색이 돌아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소집령을 내릴 만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저들의 근거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전쟁을 치를 수 있다.
“맥 단주! 훌륭하오. 이것은 공을 치하 받아야 마땅한 성과요!”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용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를 믿는 것은 아니었다.
개방의 방주인 홍팔우가 인상을 쓰고서 물었다.
“이곳이 저들의 근거지인지 맥 단주가 어찌 알아냈단 말이오? 지금껏 본방의 거지들조차 절강성에 발을 잘못 들였다가 죽기 일수였소.”
강소성과 절강성을 빼앗은 극도육무문은 워낙 방어망을 견고하게 쳤다.
정파에서 삼대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개방의 거지들조차 절강성 깊숙이 침투하기만 해도 살해당하거나 행방불명되었는데, 이를 알아냈다고 하니 의구심을 품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먼저 봐주시기 바랍니다. 맹주님.”
맥위종의 부탁에 무림맹주 이목이 고개를 끄덕이고 허락했다.
그러자 회의장에서 서문이 열리며 장정 열 명이 보통 수레보다 훨씬 큰 것에 무언가를 싣고서 들어왔다.
“이, 이건?”
“세상에!”
그것을 본 장내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레에 실려 있는 것은 눈알이 뒤집혀서 죽어있는 거대한 생물체의 머리였다.
오웅주 모당파의 장문인 현진자가 놀라서 소리쳤다.
“용귀!”
그것은 죽은 용귀의 머리였다.
거대한 머리통만 본다면 전설대로 용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각연 대사가 경을 외우며 눈을 감았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일웅주 무구천은 흥미를 가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용귀의 잘린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대개의 웅주들 역시도 그와 같은 반응이었다.
-드르르르!
회의장으로 들어온 것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수레에 실려서 짚을 엮은 천에 가려진 무언가가 들어왔는데, 그것을 들추자 여섯 구의 부폐가 진행되고 있는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시신들에는 하나 같이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머, 머리가?”
하나 같이 머리가 폭발이라도 했는지 비참하게 터져 있었다.
“우욱!”
모두가 코를 들어 막았다.
개방의 방주 홍팔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이 시신들은 어째서?”
“이들은 극도육무문의 문주와 문도들입니다.”
‘!?’
극도육무문의 문주와 문도들이라는 말에 홍팔우가 놀란 눈으로 시신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극도육무문의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극도육무문에서는 철저하게 문도들에게 금제를 걸어놔서 죽은 이들의 경맥조차 손상이 가게 만들어서 그 운기법을 알아낼 수가 없도록 하였다.
-탁탁!
코를 막고서 시신들을 맥을 눌러보며 이리저리 살피던 홍팔우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자신이 몇 차례나 보았던 그들의 시신과 증세가 같았다.
“…..맞소이다. 그들이오.”
검증이 끝나자, 장내가 다시 어수선해졌다.
이에 맹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정숙하고 자리에 다시 착석해주길 바라오!”
맹주의 외침에 소란스러워졌던 장내가 어느 정도 다시 정숙해졌다.
조용해지자 맹주가 본론을 꺼냈다.
“모두 보았듯이 이것은 북해에 있던 용귀의 머리와 극도육무문의 문도들의 시신이오. 맥 단주와 흑영단의 대주들이 훌륭하게도 북해에서 도주하는 이들을 추적하여 극도육무문의 근거지를 찾아내고 용귀의 머리를 탈환하는 성과를 거두었소이다.”
맹주의 간단한 설명과 칭찬에 맥위종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뭔가 기뻐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확실히 맹주의 말대로라면 이건 정파 무림 전체를 통틀어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을 달성한 것이니 말이다.
“증거가 확실하기는 한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구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어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공동파의 장문인인 청수 진인이었다.
원래는 스스로 웅주의 자리에서 물러난 그였지만 팽구유와의 내기에서 이기면서, 그의 남은 한 팔을 보존하는 대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이 말입니까? 청수 진인.”
“물론 세작들과 맥 단주의 무공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누구도 침입하지 못한 절강성에서 어찌 저들의 근거지를 발견한 것이오?”
최대한 둘러서 말했지만 무슨 수로 그들에게 들키지 않았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게다가 용귀의 머리까지 탈취해서 돌아왔다면 저들의 이목을 피할 수 없으리란 것이 정론이었다.
이에 맥위종이 막힘없이 답했다.
“청수 진인의 말씀도 옳습니다. 만약 그들이 원래의 전력을 갖춘 상태였다면 당연히 이 맥 모도 살아 돌아올 수 없었겠지요.”
“음? 지금 그 말은 그들이 원래의 전력이 아니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제가 저들을 몰래 추적하여 항산에서 근거지를 발견했을 때, 저들의 전력의 상당수가 비어있는 상태였습니다. 본맹에서 대대적으로 토벌을 나선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만큼 말입니다.”
“아!”
그 말에 웅주들이 맥위종에게 집중하다, 커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어째서 맹주가 긴급 소집령을 내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시작되는 것인가.’
맹주 이목은 극도육무문을 상대로 총력전을 결심한 게 틀림없었다.
정도 무림맹을 움직이는 모든 수뇌부들이 한 자리에 소집되었다.
‘저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수뇌부들의 산하에 있는 정파 무림의 모든 힘을 끌어 모은다면 단번에 절강성으로 밀고 들어가, 극도육무문을 쓸어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저들의 전력이 확실히 분산되었다는 것 또한 확실해진다면 말이다.
“군사.”
“네.”
맹주 이목의 부름에 상석의 우측에 앉아있던 제 일 군사 유범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품속에서 장기 말 중에 세 개를 꺼내서, 사(士)의 말은 극도육무문의 근거지라 했던 곳에 올려놓았다.
-탁!
그리고 남은 두 말을 중원 전도에서 벗어난 왼쪽 편과 위쪽에 하나씩을 두었다.
북쪽 편에는 차(車), 왼쪽 편에 놓인 장기 말은,
“왕(王)?”
모두가 의아해하자 제 일 군사인 유범려가 입을 열었다.
“최근 사파 연맹의 영역 쪽에 보낸 세작이 알린 정보입니다. 지금 극도육무문의 수장인 도주가 전력의 일부를 이끌고 서장인 납살로 향했습니다.”
“허어!”
“그렇다면?”
뜻밖의 정보에 웅주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들의 근거지에 주력이 비어있는 셈이었다.
맹주 이목이 전도에서 벗어나 북쪽에 있는 사의 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몇몇 웅주들께서는 알겠지만 북해에도 저들의 전력이 저 용귀를 노려서 향했다고 하오.”
-웅성웅성!
이목의 말대로 이를 모르고 있던 웅주들이 난리가 났다.
파병단을 보낸 사실은 공표가 되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몇몇 웅주들만이 정확히 알고 있던 탓이었다.
설마 극도육무문에서 영물인 용귀를 노렸을 거라 누가 알았겠는가.
범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여러 정보들을 취합한 결과 그들의 노림수가 단순히 중원 정복 이외에도다른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일 군사인 범려.
정식 직책은 무림맹 총괄 군사이다.
그는 무림맹을 대표하는 군사답게 극도육무문의 출범 이후로 맹주의 명에 따라, 모든 기타 업무를 제갈소희와 다른 군사들에게 위임하고 그들을 분석하는 일에 착수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흑영단의 신임단주 맥위종이 가져온 정보를 끝으로 그들이 노리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내었다.
“그들은 황궁을 비롯해 북해, 그리고 납살에 있는 영물을 노리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정확하게 그 목적의 근원에 도달해 있었다.
명색이 정파를 이끄는 정도 무림맹에서 아무 것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미타불! 영물이라니? 그럼 그들이 마교에서 대명제국의 보물인 불기린의 피를 탐내듯이 그것을 노린단 말이오?”
각연 대사의 물음에 유범려가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하나의 서책이었는데,
“선백진경?”
이 서책은 삼대 괴서(怪書)라 불리는 선백진경(仙白眞經)이었다.
워낙 황당무괴한 전설들을 엮어놓은 책이라 학자들조차도 취급하지 않는 괴서였다.
“이 책은 어째서?”
이에 유범려가 선백진경에 접어놓은 부분을 펴고서 말했다.
“각연 대사의 말대로 극도육무문은 영물을 노리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영물이 가진 진원을 노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진원? 그들의 공력의 폭증을 노린단 말인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저 괴서에 나오는 전설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지금 저들이 오령의 영물들을 노리는 것을 보면 확실합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린가? 답답하네. 그려,”
개방 방주 홍팔우의 재촉에 유범려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영생불멸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더군요.”
“영생불멸?”
“선백진경에서 말하는 다섯 영물의 진원을 취한 자는 영생불멸을 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진지하게 듣고 있던 장내의 모든 웅주들과 단주들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영물의 진원이 장수하게 해주고 공력을 폭증시켜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영생불멸이라 함은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