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machines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16
116. 차원이동을 위해 필요한 것
*
차원이동은 원래부터 불완전한 기술이었다.
말론은 어떻게 해서 차원이동이 가능했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나마 가능한 것은 공간이동 정도.
하지만 짧은 거리라면 모를까 안정적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말론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없는 이상 짧은 거리의 공간이동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번 주변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할 마법진의 변수를 제어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지식을 가진 자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게다가 공간이동을 시도할 때마다 막대한 재화를 일회성으로 소모하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
혼돈을 따른다는 자들이 몇 년씩이나 권력을 이용해 재물을 모아들이고, 옥광산을 통째로 차지한 채 강제노동으로 값싸게 옥을 공급했음에도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쓸모없는 흰색 가루뿐이었다.
그런 미친 것 같은 수준의 낭비는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이 세상의 전근대적인 산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말론은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차원이동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확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차원이동을 재현하려면 앞으로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할 것임을 이한에게 설명했다.
지금 당장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했다.
그러나 이한은 말론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너무 긍정적인 반응이라서 무엇인가 오해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말론이 의심할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자가 보일 법한 태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론은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야 했다.
“내가 한 말을 제대로 이해는 한 건가? 지금 당장 차원이동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 것 같은데?”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앞으로 연구와 실험을 하다보면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나?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것은 나 역시 예상한 일이었어. 우리쪽 세상에서도 기술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기약도 없이 몇 년씩이나 사람과 재원을 쏟아붓는 일은 흔한 일이니까.”
“역시 이해를 못 했군. 미안하네. 내가 너무 돌려서 말한 모양일세. 오해를 피하기 위해 확실하게 말해두지. 나중에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을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론은 숨을 크게 들이킨 후 현실을 적나라하게 집어나갔다.
애매모호한 단어나 오해할 만한 느낌을 줄 만한 부분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일단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네. 내 동료가 되어서 이론을 검토하고 개선할 사람은 물론이고, 단순히 손발 노릇을 하면서 실험을 진행할 사람조차 없다는 말일세. 그래서 내가 말하는 ‘앞으로’는 불과 몇 년을 말하는 것이 아닐세. 최소 몇십 년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희망을 잔뜩 섞은 낙관적인 예상이라고!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 열 배는 더!”
말론의 반응에도 이한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이한은 오히려 여유있는 태도로 말론에게 자신이 낙관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이해를 못한 것은 당신이야. 말론.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혼자가 아니라고. 나도 있다는 점을 기억했어야지. 그리고 조수로 쓸 만한 사람은 교육시키면 돼. 이론을 세우고 검토하는 수준은 무리겠지만, 시키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정도라면 몇 년만 훈련시켜도 가능할 거야. 당신이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당신의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연구는 완료될걸.”
“당신이 연구를 한다고?”
이한의 말을 들은 말론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나 이한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
“마법이 없는 세상에서 왔다는 당신이?”
“나는 천재거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이 넘치는 이한의 태도에 말론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럴 때는 마법이라는 학문을 무시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야 정상이다.
하지만 말론은 이한의 태도에 어린 확신을 무지나 오만으로 인한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지금까지 이한이 보인 실력이 지나치게 뛰어났다.
말론은 이한의 확신을 시험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다면 당신이 천재라는 것을 증명하게.”
“어떻게? 내 머릿속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나?”
“당신이 알고 있는 마법진에 대한 지식을 말해보게. 지금까지 나를 뒤쫓으면서 여러 종류의 마법진을 봤을 테니까 천재라면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어려운 일은 아니군.”
“뭐라고?”
이한은 나뭇가지를 들어서 땅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간이동을 한 마법사들의 탑 표면에 새겨져 있던 프렉탈을 닮은 문양들.
북양의 지하시설에서 본 각종 문양들.
막북에서 본 공간이동을 위한 마법진까지.
물론 진짜로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나노가 보여주는 AR기능을 통해 따라그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각 문양이 가진 기능에 대한 추론 역시 나노의 자기회귀적 연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말론은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이한이 잠깐 스쳐 지나가며 본 것조차 모조리 기억하는 암기의 천재로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문양마다 덧붙이는 설명은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사람이 보일 법한 지식이 아니었다.
단순히 추론만으로 그런 지식을 쌓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결국 말론은 납득하고 말았다.
“당신은 정말 천재로군.”
“별말씀을. 그저 여기에 있는 존재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지. 그 점을 빼고 나를 평가한다면 나 역시 평범한 사람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아.“
이한은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나노에 대한 찬사였다.
나노 역시 그러한 이한의 마음을 알아채고 반응해 왔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 이한 님을 보조하겠습니다.]경망스럽기까지 한 평소와 달리 진중한 어조였다.
만약 인공지능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이한의 평가가 나노의 마음에 든 것이 분명했다.
“당분간은 자네에 대한 교육부터 집중을 해야겠구만.”
“교육은 경사로 돌아가기 전까지를 기한으로 잡아 줬으면 해.”
“자네는 마법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기간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뛰어난 천재를 가르칠 기대에 흥분하던 말론은 이한의 말에 버럭하고 화를 냈다.
오만은 천재의 고질병이라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마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의 기간만으로 마법을 가르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경사로 돌아가게 되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거야.”
“아니 왜?”
“돈을 벌어야지. 연구, 실험, 조수 양성, 마법진 건설. 하나같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텐데 누가 그 돈을 줄 것이 아니잖나.”
이한의 말에 화를 내고 있던 말론은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말론이었다.
사실 본래의 세상에 있었을 당시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도 못했다.
필요한 것은 아래 사람에게 말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심지어 연구나 실험을 위한 비용조차 그랬다.
하지만 말론은 이 세상에 떨어지고 일반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구경하게 된 후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었으니 돈의 가진 힘과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결국 말론은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돈을 버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몇 가지 계획이 있기는 해. 게다가 쓸만한 기반도 있으니 맨땅에 헤딩할 일은 없겠지. 일단은 당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쳐 줬으면 해.”
마법에 대한 교육은 황소 두 마리가 끄는 수레 위에서 진행되었다.
경사로 향하는 길 위에서 이한은 사업계획을 검토했고, 나노는 말론의 교육을 통해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세운 마법이론을 바닥부터 뜯어고쳤다.
그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착상과 의문은 말론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한에 대한 오해 역시 더욱 깊어졌다.
말론은 나노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지식에 의해 많은 자극을 받으며 이전과 다른 수준의 마법사로 발전해 나갔다.
황소 두 마리가 끄는 수레는 경사 인근에 도달할 때까지 멈춤이 없었다.
*
경사 인근에 도착한 이한은 말론을 근처의 소도시에 숨겨두었다.
경사까지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위험성이 컸기 때문이다.
혼돈을 섬기던 자들은 대진국 출신의 도사집단으로 위장한 채 오랫동안 경사에서 활동했다.
마지막 몇 년은 황궁에 들어가서 일반인과 떨어져 지냈다고 하지만, 그전에는 의료활동을 포함해서 도사가 할 법한 여러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사에 사는 사람들과 교류했었다.
그 과정에서 말론과 만난 경험이 있는 자가 적지 않을 것은 뻔했다.
이국적인 생김새 때문에 기억에 남기도 쉬웠다.
만약 말론을 경사에 데리고 들어간다면 정체가 탄로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이한은 경사 인근의 소도시에 말론을 위한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그곳에서 연구를 하다가 충분한 준비가 갖추어지면 다시 제국 북부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차원이동을 위한 본격적인 실험을 하려면 사람이 적은 곳에 자리잡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
이론적인 연구를 하고 조수로 쓸 사람을 교육시키는 정도는 이한이 가진 재산으로도 가능했지만,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하려면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변금이나 변은 같은 재료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변환을 위한 충분한 시간도 필요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나중에 시간낭비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도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광산을 개발하고 산출된 금속을 이용해서 관련 산업을 일으킨다면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까지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광산 확보가 우선.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광산을 확보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광산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경제성 있는 광산을 발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고.
하지만 이한에게는 나노가 있었다.
기존의 광산을 살피고, 민간의 소문을 조사하다 보면 대략적으로 짚이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정보를 참고로 지형까지 함께 분석하면 높은 확률로 광산을 발견할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발견을 광산을 자신의 소유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구에서도 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군대까지 동원하는 내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권력자를 뒤에 엎지 못한다면 분쟁에 휩싸여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내쫓기는 경우도 흔했다.
하물며 인치를 기본으로 하는 이런 전근대의 사회라면?
이한은 당분간 관직을 내려놓는 것은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게 무슨!”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하며 걷고 있던 이한은 갑자기 길이 막혀서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이한의 눈앞에 거대한 공사판이 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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