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162
159화
신격을 부여한다?
쉽게는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다.
다른 스킬들이 그랬듯.
이번 능력 역시 칼리드도 처음 얻은 것이었기에.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으니까.
다만 추측해 보자면.
존경받는 자 스킬로 만들어진 리톤 신교.
거기에 신은 존재하지 않지만, 엄밀히 따지고 든다면 칼리드가 그것과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칼리드의 힘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말과도 같은데.
‘이건 직접 활용해 보지 않고는 모르겠는데?’
당장에라도 신격을 부여해 실험해 보고 싶지만.
어떤 능력인지 알지 못하는 데다가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도 미지수였기에.
칼리드는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 스킬을 꺼내리라 그리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아 다가왔다.
새로운 리톤 성채가 세워지고.
본래 근거지에 살던 주민들이 온전히 이주를 마쳤을 무렵.
크라톤과 엘렌이 다른 팔랑스 몇 명과 함께 칼리드를 찾아왔다.
“칼리드 님.”
“아아, 크라톤, 엘렌. 팔랑스들이 어쩐 일이지?”
자신의 집무실로 몰려 들어온 여남은 명의 팔랑스들을 보며 반갑게 맞이하는 칼리드.
그는 꽤나 결연한 얼굴로 들이닥친 저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가.
크라톤이 힘겹게 꺼낸 말 한마디에 이내 그 뜻을 알아차렸다.
“그… 저희와 함께 만든 리톤 성채는 마음에 드십니까?”
“지어진 지 꽤 되었는데 새삼스럽게 그걸 왜 묻는- 아, 그렇군. 따로 할 말이 있는 건가.”
“혹시 저희와 처음 만났던 때 했던 이야기, 기억하십니까?”
알지.
알고말고.
애초에 팔랑스들이 칼리드를 찾아온 건 자신들이 힘을 보태줄 터이니.
제국과 함께 맞서 싸워달라는 용무로 오지 않았던가.
새로운 성채를 짓는 데 도움을 받았으니.
기브 앤 테이크.
이제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길 테지.
칼리드는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크라톤을 향해 빙긋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어렵게 빙빙 돌리지 않아도 돼. 내게 요구할 것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말해도 좋다.”
“그… 저….”
“에라, 이 덩치만 큰 멍청이. 제가 대신 말할게요.”
칼리드를 우상처럼 여기는 크라톤이 머뭇거리자.
녀석의 어깨를 툭 치고 나서는 엘렌.
그녀는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지 속사포처럼 할 말을 쏟아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최근에 새 성채 근방에서 추적자들을 발견했어요.”
“추적자?”
“팔랑스들을 전문으로 사냥하는 사제들이에요. 그리고 그 녀석들은 제 판단이 맞다면… 북방의 종주가 키워낸 녀석들인 것 같구요.”
강을 다스리는 자, 북방의 종주.
그가 제국이 진행하는 실험과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은.
이미 론 발데아의 정보와 팔랑스들이 전해준 정보의 교차 검증을 통해서 확인을 끝마친 뒤였다.
“그렇지 않아도 빠른 시일 내에 레테라 쪽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잘됐군.”
제국과 맞서 싸우려면 필연적으로 세력을 넓혀야 하는 칼리드.
당연히 주변과는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인데.
가장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북방의 종주, 레테라였다.
게다가 지금은 제국과 힘을 합쳐 팔랑스들을 위협하고 있다니.
하루라도 빨리 손을 쓰지 않았다가는 칼리드와 리톤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
칼리드는 그녀의 말에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단단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준비해.”
“예?”
“너희와 아르센 정도면 충분하겠군. 지금 이 시간부로 우리는 레테라로 간다.”
* * *
정찰병들이 움직인다는 건 언제 이쪽으로 공격 명령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말과 같기에.
칼리드는 놈들의 공격이나 기습을 기다리느니.
이쪽에서 먼저 치고 들어가 고민거리를 없애는 쪽을 택했다.
‘적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데도 가만히 기다리고 앉아서 적에게 기회를 줄 필요는 없지.’
결단은 빨랐고 행동은 더욱 신속했다.
새로운 성채의 외곽 수비는 리치에게.
방어의 총책임은 벨톤과 일라딘에게 일임하고서.
칼리드는 크라톤, 엘렌을 비롯한 몇 명의 팔랑스들과 아르센까지 함께 북쪽으로 향했다.
“그보다 북쪽의 종주와는 어떻게 협상할 생각이십니까?”
레테라로 향하던 말 위에서 질문을 던진 건 초록 머리칼의 덩치, 크라톤이었다.
“그러게요. 그 녀석을 설득하려면 제물 같은 게 많이 필요할 텐데. 저분 가방에 뭔가 많이 준비해 두신 걸까요?”
덩치의 말에 맞장구치는 엘렌.
그녀가 말한 ‘저분’이란 물론 아르센이었다.
녀석은 그리 먼 곳을 다녀오는 것이 아니니만큼.
가볍게 가방 세 개 정도만 챙겨 동행 중이었는데.
팔랑스들은 저 가방들이 아르센의 기본 세팅 정도일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기에.
북쪽의 종주에게 바치는 공물을 챙겨가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아르센을 처음 봤으니 그럴 만도 하지.’
물론 칼리드가 보기엔 그저 평소의 준비성 철저한 아르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아, 저 가방이요? 먹을 거랑 입을 거 같은 걸 챙긴 가방이에요.”
“저, 저 큰 가방에요?”
“그것 말고도 상비 의약품이나 텐트, 간단한 조리도구도 들어 있고… 또 뭐가 있더라? 여하튼 이것저것 들어 있어요.”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엘렌이 말을 더듬으며 묻자.
해맑게 웃으며 답하는 흰 머리 검사.
아마 저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묻는 것보다.
저 안에 무엇이 들어있지 않은지를 묻는 편이 어쩌면 더 빠를 수도 있으리라.
칼리드는 그리 생각했다.
“그, 그렇군요.”
“언제든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고, 고마워요.”
엘렌이 저렇게 황당해하는 표정은 처음 보네.
칼리드는 자그마한 해프닝에 피식 웃어 보이며 말을 재촉하려던 찰나.
[중급 물의 정령이 당신의 일행에게 적대감을 표합니다.]갑작스레 느껴지는 살기에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멈춰!”
칼리드의 명령에 그의 뒤를 따랐던 이들이 하나둘씩 말을 멈추었고.
일행은 그를 향해 어리둥절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어오는 이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가 모종의 기운을 느낀 것은.
칼리드 본인의 기감이 워낙에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데다.
마나를 지배하는 자 스킬 덕에 정령이나 성좌 같은 존재들을 남들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니까.
[중급 물의 정령이 당신의 일행에게 적대감을 표합니다.] [중급 강의 정령이 당신의 일행에게 적대감을 표합니다.] [하급 물의 정령이 당신의 일행에게 적대감을 표합니다.]….
처음에는 하나였다가.
이내 순식간에 불어나는 경고.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족히 수십은 넘을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일대에 눅눅한 습기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제야 일행들은 칼리드가 왜 말을 멈춰 세우게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설마… 정령들인가?”
전방의 시야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정령들.
녀석들은 언제 접근해왔는지 앞을 가로막아선 것도 모자라.
좌우, 뒤까지 완벽하게 길을 차단한 채 칼리드 일행을 노리고 있었다.
‘확실히 레테라가 가까워지긴 했나 본데. 이런 놈들이 슬슬 꼬이는 걸 보면 말이야.’
온몸이 물로 이루어진 정령들.
마치 시퍼런 인어족의 형상과도 비슷한 녀석들은.
기다란 삼지창을 꼬나쥔 채 이쪽으로 쏘아보고 있었는데.
특히나 칼리드보다는 동행한 팔랑스들을 향해 적대감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들이, 신성한 종주님의 땅에 발을 들이다니!
-심지어 천한 인간들까지 함께 왔구나!
확실히 레테라가 가까워져서일까.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는 보통의 중급 정령들에게서 감지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진했다.
‘쫓아 보낼까?’
물론 저들 정도는 칼리드에게 있어 그리 까다로운 상대는 아니다.
상급 정령조차도 손쉽게 으깨 줄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중급 정령이야 제아무리 수십, 수백이 뭉쳐 덤빈다 한들.
손짓 한 번이면 마나 단위로 분해해 놓을 수도 있을-
아니지.
마치 갓난아이가 건방진 말을 늘어놓는 꼴을 보듯.
흥미로운 시선으로 저들을 지켜보던 칼리드.
그는 옆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크라톤의 어깨를 툭 쳤다.
“어때?”
“예? 어떻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그보다 방금 제 어깨를 치신 건…! 평생의 가보로 삼고 다시는 어깨를 씻지 않겠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저 정령들 말 하는 것 들었어?”
“그, 그거야 듣긴 했는데-”
“좀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전투에 관련된 성좌를 가지지 않은 다른 팔랑스들이야.
성채를 지으면서 가진 힘을 어느 정도 보았다지만.
전투와 관련된 성좌를 가진 팔랑스들의 힘은 직접 본 적이 없었는데.
특히 칼리드는 크라톤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번 기회에 확인해 보고 싶었다.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낼 수 없는 엄청난 스피드였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다른 이들처럼 가진 성좌를 직접 확인해 볼 수는 없었지만.
칼리드조차도 인지하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를 가졌었던 크라톤.
그는 녀석의 진짜 힘이 궁금했다.
“드,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이, 이 자식들… 감히 건방지게 칼리드 님이 가시는 길을 막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칼리드의 손이 닿은 어깨를 씻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이던 덩치가.
칼리드가 던진 말 한마디에 불독처럼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더니.
훌쩍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지금 우리에게 맞설 셈이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더러운 잡종들.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죽여버리자! 아주 끔찍한 고통을 줘서 죽여버린 다음에 레테라 님의 강 가운데에 떠내려가게 해 주자!
그런 크라톤의 모습을 보며 저들끼리 숙덕대는 정령들.
저놈들의 말이 들리는지 마는지.
크라톤은 제 머리통 반만 한 주먹을 쥐었다 펴더니.
이쪽을 포위하고 있던 정령들을 하나하나 찍어 가리켰다.
“너, 너, 너. 그리고… 너까지. 지금 했던 말, 언제까지 그렇게 떠들어 댈 수 있는지 보자고.”
평소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노기 서린 음성이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그와 함께.
파앗!
시야에서 크라톤의 몸이 사라졌다.
“뭐, 뭐야!”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화들짝 놀라 소리 지르는 아르센.
칼리드 역시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똑같이 화들짝 놀란 티를 낼 뻔했다.
‘놓쳤어!’
순식간에 사라진 인영.
칼리드는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려 고개를 돌렸고.
한참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크라톤의 흔적을 찾아낸 순간.
그의 몸에서 거대한 마나의 충격파가 팡 터져 나왔다.
‘잠깐만.’
동시에 거세게 뒤흔들리는 주변의 마나.
다른 이들은 거기까지는 느끼지 못했는지 멍한 표정으로 크라톤의 위치를 찾고 있었지만.
칼리드는 알 수 있었다.
저 커다란 덩치가 무슨 힘을 지니고 있기에.
저리 말도 안 되는 스피드를 낼 수 있는지.
‘저건… 뇌전의 성좌잖아?!’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3년 02월 22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428 11F 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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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