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악어머리 부족의 넓은 공터에 악어머리 부족민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나와 연꽃의 짝짓기 잔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터 여기저기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사냥한 물소와 산돼지를 도축해 굽고 있다.
한마디로 큰 잔치가 펼쳐지기 직전이다.
‘단상도 만들었네.’
악어머리 족장은 단상 옆에 서서 나를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그리고 단상에는 악어머리 부족의 주술사가 올라와 마치 기도를 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악어의 영혼에게 짝짓기를 한다고 알린다.”
늑대발톱이 내게 속삭였다.
“그렇군요.”
나는 다시 단상 아래 앞에 서 있는 악어머리 족장을 봤다.
“땅속에서일어서야, 앞으로 나와라! 연꽃도 앞으로 나와라!”
악어머리 족장이 소리쳤고, 나와 연꽃이 단상 앞으로 왔다.
“무릎을 꿇어라.”
짝짓기 의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악어 신께 고합니다!”
우리가 단상 앞에 서자 기도를 올리고 있던 주술사가 소리를 질렀고, 소란스러웠던 공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부족민들은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주술사의 말에 약속이라도 하듯 입을 다물고 우리를 봤다.
‘샤머니즘이 투철하군.’
신을 믿는 원시인들은 하나로 단결할 수가 있다.
악어든 늑대를 믿든 상관없이 말이다.
“악어의 새끼인 연꽃을 악어가 아닌 다른 강으로 보냅니다! 이번 일을 통해 악어들이 더 많이 커질 겁니다!”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연꽃이 갑자기 힘을 꾹 주는 게 느껴졌다.
‘혹시!’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유대인들처럼…….’
유대인 남자는 절대 유대인이 아닌 여자와 결혼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는 유대인 남자가 아닌 이민족과도 결혼이 허용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고, 낳은 자식을 돌보는 것은 어미이니 태어난 아이는 유대인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다.
‘설마 그래서 내게 잘해 준 건가?’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가 아픈 법이다.
그리고 온전히 연꽃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만난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이유 없이 나한테 잘해 준 것이 수상했다.
‘……아니다, 나는 다른 남자와는 다르다.’
내가 연꽃에게 잘해 줬던 것은 내 짝이기 때문이다.
연꽃이 만약 악어머리 부족의 스파이 노릇을 한다면 연꽃은 내 짝이 아니라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악어머리 부족이 이렇게 큰 부족으로 성장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인 제비꽃은…….’
같은 악어머리 부족 출신이지만 내게 다른 의도의 눈빛을 보였다. 아마도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악어머리 부족 전사 중 하나가 되는 것보다 하늘 부족의 족장으로 강해지는 것을 바라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연꽃도 내 아들을 낳는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리고 내 아들이 이끄는 부족이 약한 부족이라면 어쩔 수 없이 악어머리 부족에게 머리를 숙이고 부족 전체를 가져다 바칠 수밖에 없겠지만 강하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만 바라보고 사는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연꽃도 엄마처럼 달라질 수 있다.’
그녀 역시 족장의 어머니가 될 테니 말이다.
“짝짓기를 허락해 주소서!”
주술사가 소리치며 몇 번이나 절을 연거푸 했다.
그러고 나서 주술사가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나와 연꽃을 봤다.
“달이 하늘 높이 떴다! 움막으로 들어가서 악어를 만들어라!”
짝짓기 위식이 모두 끝난 모양이다. 그리고 주술사는 또 악어라고 말했다.
‘역시다.’
내가 스무 명의 어린 전사를 악어머리 부족에 심어 놓은 것처럼 저들도 내 하늘 부족에 연꽃을 보내 연꽃이 낳은 자식을 악어로 만들 생각이 분명했다. 그래서 작은 씨족의 족장 후보도 안 되는 늑대발톱에게 엄마를 짝으로 준 것이 분명했다.
‘어림없다.’
“와아아아아!!”
주술사의 말이 끝나자 부족민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졌다.
“이제 땅속에서일어서는 반쪽 악어다!”
“연꽃이 악어를 낳으면 완전한 악어가 된다!”
“와와와! 와와와!”
여기저기에서 함성이 터졌다. 그리고 잔치가 펼쳐졌다.
아마도 악어머리 부족은 지금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부족의 덩치를 키운 것 같다.
“이제 움막으로 들어가서 짝짓기를 해라!”
악어머리 족장이 나와 연꽃에게 다가와 말했다.
연꽃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예.”
민망하기는 했지만 원시시대이니 상관없다.
“연꽃을 잘 부탁한다.”
“예.”
나는 악어머리 족장에게 대답을 하고 연꽃의 손을 잡고 미리 준비해 놓은 초막으로 들어갔다.
“와와와! 와와와!”
“짝짓기 잔치를 시작하라!”
악어머리 족장은 내가 연꽃과 함께 새로 마련한 초막에 들어가는 것을 보더니 뒤를 돌아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짝짓기다!”
“이제 잔치다!”
함성과 함께 온통 부락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이렇게 떠들썩하니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는 않겠지.’
그런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아무런 소리로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어디선가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초막에 바짝 붙어 소리를 엿듣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여긴 원시시대다.
그리고 짝짓기는 신성한 일이다.
나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 채 나를 올려다보는 연꽃의 손을 잡아 내 쪽으로 당겼고, 연꽃에게 입을 맞췄다.
아마도 원시시대에서는 키스는 없을 것이다. 그냥 짐승처럼 후배위로 신성하게 짝짓기만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나를 다르다.
연꽃에게 육체의 쾌락을 알려 줄 생각이다.
“으읍! 으으읍!”
연꽃이 숨이 막히는 듯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계속해서 입을 맞춘 채 천천히 연꽃의 옷을 벗겼고, 갈대가 잘 깔려진 바닥에 조심히 눕혔다.
“돌아야 하지 않아?”
연꽃이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는 내게 말했다.
아마 내가 늑대발톱에게 성교육을 받았던 것처럼 그녀 또한 어디선가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들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자 부끄러움을 참고 말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서로 눈을 보자.”
원시인의 짝짓기는 서로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연꽃의 눈을 보며 짝짓기를 하고 싶다.
“……왜?”
“너는 눈이 예쁘니까.”
그리고 바로 연꽃의 위로 올라갔고 짝짓기는 시작이 됐다.
* * *
초막 밖에서 부족민 모두가 움막을 보고 있었다. 개중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몇몇이 초막에 바짝 붙여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왜 소리가 안 나지?”
악어머리 족장은 걱정이 되는 듯 중얼거렸다.
“아직 땅속에서일어서가 어려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늑대발톱이 말했지만 여전히 악어머리 족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애도 남자다.”
“큰바위의 말이 맞다.”
“아아아~ 아아아~.”
드디어 초막에서 연꽃의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고, 악어머리 족장은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리고 한참 후에 땅속에서일어서가 밖으로 나왔다.
“잔치다! 모두 밤을 새워서 먹어라! 고기는 많다!”
악어머리 족장이 초막에서 나온 그를 향해 우렁차게 외쳤다.
‘……이거 좀 민망하네.’
모두가 나를 보고 있다. 마치 ‘이제 너도 어른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잘했지?”
큰바위가 내게 물었다.
“……예.”
“내 아들이면 잘할 수밖에 없다. 하하하!”
큰바위가 호탕하게 말하며 웃었고 전사 몇이 큰바위의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꼬이는 거 아닌지 몰라…….’
하지만 전사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휴…… 못 들었나 보네.’
놈들이 큰바위의 말을 들었다면 내 할아버지인 악어머리 족장은 나를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만 없다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될 테니 말이다.
‘변수일까?’
* * *
‘돌판은 알아서 준비해 놨네.’
본 것도 있고 먹어 본 적도 있기에 악어머리 족장은 돌판을 미리 준비해 놨다.
그리고 내가 요리를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소금을 기다리고 있었다.
“땅속에서일어서야!”
“예.”
“너는 이제 내 반쪽 아들이다.”
사위를 반쪽 아들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촌수 제대로 꼬였네.’
나는 손자이면서 사위이니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땅속에서일어서야!”
그때 큰눈이 미소를 보이며 나를 불렀다.
‘미소?’
자신의 마음을 숨길 때 미소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이미 놈이 나를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원시인이 소리장도(笑裏藏刀)를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뭐라고 대답을 하지?’
상대가 속마음을 숨기고 거짓 미소를 짓는다면 나도 거짓 미소로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말씀하십시오. 큰눈 형님!”
“하하하! 형님! 그래, 맞다! 내가 형이지!”
호탕한 척 가식적인 웃음이 부락에 울려 퍼졌다.
“그렇죠, 형님이시죠.”
“그래, 네 말대로 우린 이제 형제다.”
입으로는 거짓을 말할 수 있지만 눈으로는 거짓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 생각, 절대 변하지 마라. 너를 위해서라도!’
놈이 나를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당분간은 공격할 생각이 없다.
“예, 맞습니다.”
“너는 비록 반쪽 악어지만 내일 이달투 원정대에서 많은 이달투를 죽이기를 바란다. 네가 죽인 이달투의 목은 모조리 장대에 걸릴 것이고, 네가 자른 목만큼 너를 사람들이 강한 전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큰눈도 족장처럼 나를 반쪽 악어라고 말했다.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이제 맛있는 것을 먹자!”
큰눈이 내게 반목하지 않고 화합하는 척하자 악어머리 족장이 신이 난 것 같다.
“네, 그럼 준비를 하죠.”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뜨겁게 달궈진 돌판에 돼지비계를 올렸다.
쟈르르륵!
돼지비계가 뜨거운 돌판에 닿자 기름이 튀며 고기 굽는 냄새가 퍼졌다.
이곳저곳에서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기름을 꼼꼼히 바른 돌판에 미리 준비해 놓은 고기를 올렸다.
지지직! 지지직!
“소금! 소금도 뿌려라!”
악어머리 족장은 소금의 맛을 잊지 못했는지 재촉을 하듯 말했다.
“예, 뿌려야죠.”
그렇게 모든 부족민이 웃고 떠들며 배부르게 먹는 잔치가 시작됐다.
그리고 악어머리 족장과 큰눈은 내가 구운 고기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고, 점점 더 소금에 관심을 보였다.
‘때가 무르익고 있네.’
내가 먼저 물물교환을 하자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먼저 하자고 하면 지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소금을 원하는 것은 저쪽이고, 알아서 먼저 말할 것이다.
“땅속에서일어서야!”
“예, 족장님!”
나는 나를 부르는 악어머리 족장을 담담한 눈빛으로 봤다.
이제 시작이다.
꼭 돌도끼와 돌창을 들어야만 싸움인 것이 아니다.
말도 훌륭한 칼이 되고 방패가 될 때가 있다.
거래 역시 싸움이고, 누가 먼저 승기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이미 내가 소금 때문에 승기를 잡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