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키 큰 놈들이 또 공격해 온 모양이다. 이번 놈들은 독하게 공격한다!”
“이번에는 다 죽여야 한다!”
“맞다!”
“동굴에서까지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놈들이 외치는 소리가 미약하지만 내 귀에 들렸다.
-뛰기 시작했답니다요.
시간이 없다.
생각한 것을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해야 했다.
“으으윽!”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는 놈을 향해 나는 과감하게 달려갔고, 마치 놈의 대가리가 축구공이라도 되는 듯 사커 킥을 날렸다.
쩌어억!
수박 깨지는 비슷한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크아아악!”
내 킥에 간신히 일어선 놈이 다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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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생명력이 10분의 1로 줄었다. 그리고 내 조약돌을 맞았지만 쓰러지지 않았던 놈이 겁을 먹은 듯 이마에 피를 흘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돌부리에 걸렸는지 뒤로 벌러덩 넘어졌고, 다가오지 말란 듯 팔을 허우적거렸다.
“늦었거든!”
퍽퍽! 퍽퍽!
몽둥이로 복날에 개를 잡듯 대나무 몽둥이로 머리, 가슴 가릴 것 없이 후려쳤고, 놈은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는 듯 허우적거리던 팔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렸다.
‘힘 조절!’
동굴 속에서 이달투 놈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줄어드는 놈들의 생명력을 확인하면서 두드리고 있다.
“아아악! 아아악!”
놈들의 비명이 래퍼가 마치 라임을 치듯 울려 퍼졌다.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그러려고!”
거의 죽어 가고 있는 놈들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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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탈탈 털고 있는 두 놈의 생명력은 거의 바닥이다. 그냥 이대로 두어도 얼마 못 가 죽는다.
“오늘 제대로 피 본다.”
제대로 피를 봐야 할 것 같아서 그 비린 녹용도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그리고 바로 상아의 뼈로 만든 송곳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찔렀다.
-자해에 의해 미약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응급처치 스킬까지 발동시킬 상처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메시지가 몇 개 떴지만 모두 무시하고 바로 두 이달투의 입에 내 소중한 피를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테이밍 몬스터에 성공하였습니다.
-펫에게 이름이 필요합니다.
“이달투드워프1, 이달투드워프2!”
1차 진입은 성공이다. 1차 진입을 통해 이달투 한 마리를 잡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두 마리를 잡게 되었으니 생각 이상의 이득을 봤다.
펫이 된 두 놈의 이름까지 지정하니 놈들이 놀란 듯 눈을 번쩍 떴다.
이름을 정하고 보니 진짜 이달투드워프처럼 보였다.
키도 작고 땅땅하게 생겼고 얼굴도 크고 털도 많다.
딱 원시시대의 이달투드워프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서 죽어라 일만 할 일꾼들이니 내게 테이밍을 당한 이달투들은 드래곤에게 사로잡힌 이달투드워프 신세나 다름이 없었다.
‘흐흐흐! 나는 사악해질 것이다.’
부족을 이끄는 족장은 사악해질 수밖에 없다.
“뭐 해? 일어서지 않고?”
“예.”
“준비됐냐?”
“예? 뭐를 말입니까?”
“뛸 준비가 됐냐고!”
-바로 앞입니다요!
배트맨이 이달투들이 몰려드는 것을 생중계를 해 줬다.
그래서 나는 치고 빠질 때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현대든 원시시대든 정보는 곧 승리의 핵심으로 귀결된다.
“뛰어!”
“또 저놈이다! 저 망할 놈이 또 왔다!”
급하게 달려온 이달투 놈들이 나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저 망할 놈한테 돌을 던져라!”
역시 근접전을 하기 전에 투석 공격으로 시작할 모양이다.
“저놈을 죽이자!”
이달투들의 수는 스무 명이 넘어 보였는데, 마치 기차놀이를 하듯 한 줄을 지어서 뛰어오고 있었다.
동굴 입구 쪽이 좁으니 저렇게 밖에 뛰어올 수 없다.
“뛰자고!”
“예, 예!”
다다닥! 다다닥!
나는 바로 동굴 밖으로 뛰어나왔다.
‘나와라! 레벨 업도 좀 하자.’
동굴 밖에 나온 나는 바위틈 옆에 바짝 붙어 어깨에 메고 있던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뽑았다. 그러고는 동굴 입구 쪽을 노려봤다.
놈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서 동굴 밖으로 나온다면 자판기처럼 한 놈씩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처음 동굴 입구가 좁은 것은 저놈들에게 유리했지만 이제는 내게 유리하게 변했다.
“놈이 동굴 밖으로 도망쳤다!”
“도망칠 거면서 왜 들어와서 이 난리야?”
“쫓아 나가서 죽이자.”
놈들이 오판했다.
“저놈만 없으면 아무것도 못 본다! 이 망할 놈을 죽여 버리자!”
이달투들은 나 혼자라고는 생각도 못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혼자다.
말 그대로 이달투 1인 원정대다.
그때 이달투 한 놈이 동굴 밖으로 튀어나왔다. 놈은 나를 찾는 듯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렸고, 나를 발견하자마자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신장 차가 있는 만큼 힘 차이가 있고, 나는 놈의 멱살과 놈이 든 몽둥이를 동시에 붙잡았다.
그리고 놈의 멱살을 잡은 손을 당겼고,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죽을 만큼만 조져!”
“예, 알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1과 이달투드워프2가 대답을 하고 쓰러진 이달투를 지근지근 밟기 시작했다.
퍽퍽! 퍽퍽!
“아아악! 왜, 왜 이래?”
그리고 놈은 동료인 이달투드워프1과 2가 자신을 매질하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는지, 넋을 놓고 매질을 당했다.
‘내 말을 잘 듣네.’
뚜따를 테이밍했을 때도 느낀 거지만 사람도 테이밍을 하면 충성을 다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생인류라 해도 한눈에 봐도 차이가 나는 이달투에게도 통하나 해서 지시한 것이었다. 테이밍을 했지만 정보 창으로는 충성도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뽑은 것은 만약 이달투드워프들이 이달투 놈과 합심하여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뽑았지만, 그들에게 겨눌 일이 생기진 않을 것 같다.
“으윽! 이, 이러지…….”
푹!
모진 매질에 놈이 기절해 축 늘어졌다.
“덩굴로 나무에 묶어 놔! 사선 베기!”
나는 다시 튀어나오는 놈을 향해 용의 뼈로 만든 검을 휘둘렀다.
서걱!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크아악!”
뼈가 드러나는 중상을 입은 이달투가 거친 비명을 질렀다.
힐끔 내 펫이 된 두 이달투드워프를 훔쳐봤다.
그들은 내가 이달투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 없이 내가 지시한 대로 기절한 이달투를 나무에 묶은 채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완전 해바라기네.’
놈들은 이제 나만 바라볼 것이다.
아주 충성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
“뭐 해?”
“예?”
“치워야지.”
“예.”
베기 연습에 방해가 된다. 이달투드워프1과 이달투드워프2는 바로 시체가 되어 입구에 널브러진 이달투를 치웠다.
“저기 있다.”
수욱!
이번에는 직선 찌르기였고, 내 검은 놈의 목을 그대로 관통했기에 검에 찔린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쫘아악!
그대로 검을 미끄러뜨려 뽑아냈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쿵!
검에 찔린 놈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비명도 지르지도 못하고 즉사했다. 그렇게 몇 마리의 이달투들이 자판기에서 물건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튀어나오는 대로 내 검에 죽었다.
-레벨 업!
또 한 번 레벨 업 메시지가 떴다.
그때, 동굴 안쪽에서 이달투 놈들의 소리가 들렸다.
“나가지 마라! 밖에 키 큰 놈들이 많을 것 같다!”
리더인 것 같다.
‘물을 뿌리라고 했던 그놈이겠지.’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정말 망할 놈이다.”
‘저놈을 죽여야 하는데…….’
“너희들은 저 망할 놈이 또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지켜라!”
입구를 지켜 준다면 나야 고맙다.
‘좀 쉬고!’
나는 바로 주머니에서 아직 촉촉한 녹용을 꺼내 입에 넣고 씹었다.
“몸이 재산이니까. 쩝!”
-다섯 놈을 입구에 남겨 놓고 돌아갔습니다요!
내가 동굴 안을 살피지 않아도 배트맨과 박쥐들이 생중계로 알려 주었다.
“이달투드워프1, 2!”
“예…….”
“너희들은 앞으로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주종의 관계다.
그러니 호칭은 명확해야 한다.
“예!”
“너희들 배고프지?”
“예, 배고픕니다.”
“너는 나무토막을 더 가지고 오고, 너는 저기 죽은 사슴 넓적다리나 뜯어 와!”
“예, 알겠습니다.”
나를 죽이겠다고 조금 전까지 으르렁거리던 놈들이 펫이 되니 꼬박꼬박 존댓말을 썼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 * *
저 동굴 안에 박혀 있는 이달투 놈들을 아주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 참이다.
-땅속에서일어서의 이달투드워프1
종족 : 호모사피엔스(땅속에서일어서의 추종자)
특성 : 땅속에서일어서를 신처럼 섬기는 자
레벨 : 1
생명력 : 2,100
근력 : 50
민첩 : 10
지혜 : 3
명성 : 0
홀로그램 창으로 놈의 능력치가 떴다.
한눈에 봐도 딱 일꾼이었다. 다른 능력치는 쓸모가 없었고, 근력과 생명력만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레벨이 1인데 근력 수치가 50이라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생명력도 2,000이 넘었다. 생명력이 높다는 것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니 말 그대로 날 위해 노동력을 바칠 놈들인 것이다.
‘돌대가리들이네.’
지혜 스텟이 겨우 3이다. 레벨 업을 백 번 해도 지혜 스텟은 겨우 100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내 부족의 최하층민이 되겠네.’
아무리 힘이 강하다 해도 머리 자체가 나쁘면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 펫이 되었다고 해도 분명한 자유의사가 있다.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다.
단지 나에 대한 무한 충성심이 생겨난 것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리고 이건 추측이지만 내가 죽거나 속박을 해제하는 순간 헌터로 거듭날 수도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장대해야겠지.’
다시 한 번 동굴을 노려보며 들고 있는 녹용을 입에 물고 와작 물어뜯었다.
‘아, 제기랄, 졸라 비리네!’
이래서 한약은 아무나 먹는 게 아닌 모양이다.
* * *
늑대발톱을 위시로 대나무 숲으로 이동하던 하늘 부족 일행들은 강가 모래사장에 모닥불을 피우고 쉬고 있었다.
늑대발톱과 큰바위는 연신 주변을 살폈다.
모닥불을 피운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야생짐승을 쫓는 데는 이롭지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게 된다.
그리고 원시시대에는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부족이 아니면 다 적으로 봐도 무방하다.
“큰얼굴들이 있을지도 몰라.”
늑대발톱이 큰바위에게 속삭였다.
“알고 있다.”
“바짝 긴장해야 해.”
“끼옥이 있다.”
땅속에서일어서는 끼옥을 이들과 함께 보냈다.
지금 상황처럼 지켜야 할 대상이 많을 때 적이 나타난다면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땅속에서일어서의 짝짓기 원정대는 실패로 돌아가게 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러게.”
“땅속에서일어서가 괜찮을까요?”
연꽃이 땅속에서일어서가 걱정이 됐는지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은 우리를 걱정하고 있을 거다.”
“이달투와 싸우러 갔지만 괜찮겠죠?”
“걱정할 것 없다. 족장은 강하다. 그리고 악어머리 전사들도 강하다.”
늑대발톱이 악어머리 전사들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