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땅속에서일어서가 이끄는 부대는 늑대발톱이 적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오기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부족 전사들은 완벽하게 강하다. 그러니 일주일 안에 끝날 전투다.
‘지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배트맨을 비롯한 박쥐 정찰 부대가 이 산맥을, 특히 이빨호랑이 놈들을 시시때때로 감시하고 있지만 박쥐인 배트맨이 보는 시선과 사람이 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늑대발톱에 비해 배트맨의 어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니 조심히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흐음,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나는 지금 정찰을 나간 늑대발톱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큰바위와 함께 올 거대불곰 부대를 기다리고 있다.
쿵! 쿵! 쿵쿵!
때마침 지축이 울리는 거대한 발소리가 들렸다.
“족, 족장님!”
전사 하나가 내게로 뛰어와 지축이 울리는 곳을 가리키며 다소 긴장한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드디어 왔군.”
크아아악! 크아악!
포효와 함께 나타난 것은 30마리에 이르는 거대불곰들이다.
“히익, 거대불곰들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거대불곰들 때문에 내 부대 전사들은 혼란에 빠진 것 같다. 내 옆에 있던 거산은 급하게 일어서더니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동작 그만! 적이 아니…….”
“그냥 둬.”
나는 이 상황을 부족 전사들에게 설명하려는 거산을 말렸다.
“예?”
“그냥 둬라. 전사들의 훈련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자.”
내가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전투에 임하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지금 내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로 부하 전사들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고 있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거산은 입맛을 다시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만약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일 없다. 바로 공격한다면 내가 훈련을 시킨 보람이 없을 테니까.”
나는 항상 내 전사들에게 가르쳤다.
“예, 맞습니다. 준비하고 싸운다.”
“그러니까.”
“전투대형을 유지하고 싸움을 시작하는지 보자.”
“예, 알겠습니다.”
거산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급히 움직이고 있는 내 전사들을 봤다. 빛이 있으니 내 생각대로 전투대형부터 유지하고 싸울 가능성이 높겠지만 추측과 실제는 분명 다르다.
크응! 커어엉!
전사들은 바짝 긴장해 곧 다가올 전투를 대비해 움직였고,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전랑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백색 늑대들만 한가로이 전랑대 기수들이 던져준 야크 뼈를 갉아먹고 있었다.
저들이 저렇게 여유를 부리는 것은 저들 역시 거대불곰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땅속에서일어서의 거대불곰이라는 문구를 봤기 때문이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해라!”
전사 하나가 소리쳤다.
적을 발견하면 제일 먼저 발견한 자가 소리를 치라고 가르쳤던 것이 떠올랐다.
‘잘하고 있군.’
흐뭇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족장님을 보호해라!”
“족장님께 알려라.”
내가 아직 거대불곰이 나타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 전사 하나가 소리쳤다. 정말 내가 가르친 그대로 잘하고 있는 내 부하들이었다.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산도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네.”
미리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지 난리가 났다. 하지만 혼란에 빠진 전사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 훈련이 잘된 베테랑이 그렇듯, 자로 잰 것처럼 각자 역할에 맞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기에 내가 없더라도 혼란에 빠져서 당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겁먹을 것 없다! 우리는 강하다!”
사슴부족의 사초가 사기를 드높이려 소리쳤다.
“땅속에서일어서 족장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우리는 지지 않는다!”
와와와! 와와와!
30여 마리의 거대불곰을 노려보고 있는 150여 명의 전사들.
이게 진짜 전투였다면 아무리 수가 우위여도 원시인 전사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분명할 것이다.
“죽뇌대는 시위를 당기고 대기해라!”
빛 역시 능숙한 지휘관처럼 활을 높이 들고 소리쳤고, 그녀의 직속 부하들은 일제히 시위를 당긴 채 대기했다. 그중 일부는 각궁을 당기는 병사들도 몇 보였다.
“방패 부대, 앞으로!”
이달투드워프15가 소리쳤다.
척척척! 척척척!
그와 동시에 쉬고 있던 이달투드워프 10명이 거대늑대거북 등껍질로 만든 방패를 들고 앞으로 섰다.
방패와 방패 사이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들어갈 틈도 없이 꽉 다물어져 있었다. 비록 겨우 10명이라서 완벽한 방어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흐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군. 훌륭해.”
이 정도라면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은 쉽게 전멸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큰바위 님께서 왜 안 보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큰바위는 제일 뒤에서 걸어오는 모양이다. 나는 별 걱정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이만하면 훈련시킨 보람이 있군.”
흐뭇해지는 순간이다.
“멈춰라!”
이젠 내가 나설 순간이다. 이대로 둔다면 아군끼리 피해를 입히게 될 테니까. 물론 거대불곰들은 공격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두 발로 서서 멀뚱거리고 있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내 부족 전사들은 두려울 것이다.
‘이빨호랑이 놈들은 기겁하겠지.’
저 거대불곰들만으로도 충분히 첫 전투의 기선제압이 될 것 같다.
크아아악! 크아아악!
거대불곰들은 울부짖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가 왔는데 왜 저러고 있냐는 눈빛이다. 거대불곰들의 갑작스러운 출현 때문에 긴장해서 그런지 내 부대 전사들은 거대불곰이 뭉툭하게 난 작은 꼬리를 개처럼 흔드는 것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그게 보인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말이다.
“전투를 멈추라고 했다!”
다시 한 번 내가 외쳤고 그 순간 전투준비를 끝낸 모든 전사들이 나를 봤다.
“왜 그러세요? 족장님!”
“아군이다. 아군끼리 서로 싸울 필요 없잖아.”
“예?”
내 말에 전사들이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나, 왔습니다. 족장! 엥? 뭐야, 왜 이래?”
제일 뒤에서 걸어온 큰바위가 양쪽의 대치를 보고 놀라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큰바위의 뒤에 맹수돌격대의 일원인 전사 10명이 같이 걸어오다가 자신들을 향해 활시위가 당겨진 모습을 보고 놀라 두 손을 내밀어 내저으며 말했다.
“쏘지 마세요! 야수 돌격대입니다. 족장님의 전사들입니다!”
야수돌격대의 원시인 전사들의 외침에 빛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각궁을 내려놨다.
“모두 쉬어!”
빛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죽뇌대 전사들은 활시위를 풀고 죽뇌를 내려놨다.
“오셨어요?”
“예, 이놈들이 하도 빨리 뛰어서 이제야 왔다.”
큰바위는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손에 든 것은 꿀이네.”
“헤헤헤, 먹다 보니까…….”
“다음에는 임무 중에 그렇게 한눈팔지 마세요.”
“응, 족장님!”
이 순간 큰바위는 나를 보며 웃었다. 빛은 놀라 더듬기까지 하며 나를 불렀다.
“족, 족장님!”
“놀라지 마, 우리 부족 돌격대들이다.”
캬악!
그때 캭이 포효했고, 그와 동시에 거대불곰들은 캭의 앞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저, 정말인가요? 저 거대불곰들이…….”
“우리 편이지.”
내 말에 내 부족 전사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식은땀을 훔쳤다.
“이제 모든 부대가 합류한 것이군…….”
이 순간 아쉬운 것은 배트맨이나 끼옥이 내게 없다는 것이다. 배트맨과 끼옥이 있었다면 이렇게 소란이 날 필요도 없고, 미리 저들이 도착하는 것을 알렸을 테니까.
두두두! 두두두!
“족장님! 족장님-!”
전열을 정비하려 할 때, 백색 늑대를 탄 늑대발톱이 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백색 늑대가 내 앞에 멈추어 서자 훌쩍 등 위에서 뛰어내린 늑대발톱은 무릎을 꿇고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무슨 일인데 그리 급하게 뛰어옵니까?”
“앞에 적이 있습니다.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이 약탈을 하고 있습니다.”
“약탈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놈들의 수가 30여 명 정도 됩니다.”
“첫 전투가 되겠군요.”
적들의 수는 고작 30여 명이라 했다. 우리의 배도 아니고 반절에 못 미치는 수니 긴장할 필요조차 없다.
게다가 놈들의 본거지도 아니니 전랑대가 추격한다면 충분히 전멸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것으로 내 전사들의 사기가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늑대발톱이 한 가지 더 보고했다.
“그런데 놈들의 행동이 좀 이상합니다.”
“뭐가요?”
“다른 씨족들을 약탈할 때는 다 큰 남자는 죽이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놈들은 다 큰 남자들도 묶어서 끌고 가고 있습니다.”
늑대발톱의 말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이빨호랑이 부족의 새로운 족장은 내가 공격해 올 것을 대비하고 있군요.”
단번에 이빨호랑이 놈들이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짐작됐다.
‘공격에는 기습이 최고인데…….’
기습전투는 안 될 것 같다. 물론 이미 배트맨에게 더 높은 목책을 이빨호랑이 부족이 건설했다고 보고를 받은 상태지만 말이다. 그래서 공군과 거대불곰을 테이밍한 것이다.
“예?”
“놈들은 나를 겁내고 있어요. 그래서 전사의 수를 늘리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 쪽입니까?”
“저쪽입니다.”
늑대발톱이 가리킨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끌고 가면서 부락을 모두 불태우고 있군.’
아마도 이빨호랑이 부족의 족장은 곧 전쟁이 일어날 거라 직감하고는 다른 씨족 남자들을 사로잡아 전사의 수를 늘리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파악한 이상으로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의 수가 많다는 의미다.
그들 중에서는, 아니, 끌려온 남자들 대부분은 마지못해서 싸우는 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그들한테 우리와 싸울 수밖에 없을 이유를 세웠을 것이다.
‘분명 애들과 여자들을 볼모로 잡았겠지.’
놈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이 됐다. 그리고 놈들의 전략까지 알 수 있었다.
이빨호랑이 놈들은 자신이 끌고 온 씨족이나 부족의 전사들에게 창을 쥐게 해 싸움의 선봉으로 내몰 것이다. 그리고 한차례 전투가 끝나고 우리가 지쳤을 때, 수적 우위를 내세워 총공격을 할 게 분명했다.
‘이번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은 아예 멍청한 놈은 아니군.’
원시인들의 전투는 일반적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싸우는 백병전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체력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사람인 이상 싸우면 지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싸움에 지쳐 기진맥진했을 때 공격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원시인치고는 제법 그럴싸한 작전을 짜놓은 거였다.
“빛!”
“예, 족장님!”
“네 부대원들 중에 조준 사격이 되는 부하가 몇이나 있지?”
내 물음에 빛이 나를 잠시 봤다.
“저를 포함해서 각궁을 든 전사 10명 정도입니다.”
“그들만 데리고 간다.”
“예?”
“늑대발톱! 전랑대에게 전투준비를 시키세요.”
“예, 알겠습니다.”
늑대발톱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거산!”
“예, 족장님!”
“이곳에서 대기한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네가 큰바위를 도와서 부대를 지휘한다.”
“예, 알겠습니다.”
“가자, 캭!”
캬아악!
캭이 힘껏 일어섰다. 나는 캭에 올라탔고, 그와 동시에 늑대발톱의 전랑대가 내 뒤에 따라 섰다.
“각궁을 든 전사들은 전랑대의 뒤에 타라!”
“예, 알겠습니다.”
“빛은 내 뒤에.”
“예, 족장님!”
빠르게 이동 준비가 끝이 났다.
캭의 옆구리를 약하게 치자 신호를 알아차린 캭은 거세게 포효하고는 바람처럼 달렸다.
빛과 각궁을 든 궁수들. 모두 조준사격이 가능한 사수들이니 한 명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첫 전투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