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모, 모릅니다, 정말 몰라요.”
“이 망할 것이!”
늑대발톱이 아르메에게 분노를 뿜어냈고, 빛은 혹시 흥분한 늑대발톱이 공룡의 뼈로 만든 칼을 꺼내 아르메에게 휘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나 늑대발톱을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어요. 족장님께서 죽이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휴우…… 알았다.”
늑대발톱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돌아섰다.
“처음으로 족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늑대발톱은 그렇게 말하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얘야.”
제비꽃이 천천히 아르메를 불렀다.
“큰바위를 조심해야 한다.”
“예?”
“큰바위는 착하지만 산딸기를잘따를 아주 좋아했다. 모두 지난 일이지, 어서 물을 먹어라.”
아르메는 그저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
* * *
“뭐하고 있는 거래?”
큰바위에 전사에게 물었다.
“족장님 앞에 엎드려 있는 여자들이 검은얼굴이랍니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큰바위가 전사의 말을 듣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저 여자들이…….”
“검은얼굴이라고!”
큰바위의 외침에 주눅이 든 전사였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사는 말실수한 것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산딸기를잘따!”
큰바위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게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큰바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났다.
“큰바위를 막아! 어서 큰바위를 잡아!”
큰바위는 검은얼굴이라는 말을 듣자 화가 난 듯 얼굴이 잔뜩 붉어졌고, 커다란 콧구멍에서 씩씩 콧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고는 육포로 만들려고 걸어 놓은 야크 고기가 매달려 있는 곳으로 가더니 거대한 장대 하나를 뽑아 들고는 내 쪽으로 달려왔다. 내 앞에 엎드려 있는 여자들을 죽일 기세였다.
“막아! 어서 막으라고!”
성난 황소처럼 쿵쿵거리며 달려오는 큰바위를 항해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비켜!”
내 명령을 들은 전사들이 큰바위를 잡으려고 달려들었지만 큰바위는 팔을 크게 한번 휘둘러 뿌리쳤고, 추풍낙엽처럼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쿵!
“으윽!”
“다 비켜!”
정말 성난 황소 같다.
‘헌터가 아닌데도 힘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안 돼! 멈춰요.”
나는 큰바위의 앞을 막아섰다.
“저것들이 네 엄마인 산딸기를잘따를 끌고 가서 잡아먹었다!”
큰바위가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큰바위가 왜 저렇게 이성을 잃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금 큰바위에게는 짝이 다섯 명이나 있다. 하지만 큰바위는 자신의 짝 중 누구에게도 온전히 살갑게 대하는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큰바위는 착하여 새로 생긴 짝에게 잘 대해 주기는 했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에 대한 답을 주신 분은 어머니셨다.
‘큰바위는 산딸기를잘따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어머니가 내게 해 주신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저것들을 다 죽일 거다!”
“안 된다니까요.”
“산딸기를잘따는 네 엄마라고!”
처음으로 큰바위가 나를 노려봤다.
“알아요, 저도 아니까 그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검은털처럼 저것들은 산딸기를잘따를 잡아가서 산 채로 잡아먹었을 거다. 난 저것들을 죽일 거다!”
큰바위의 눈동자에는 불똥이 튀었다.
“아, 아니에요! 우린 사람을 먹지 않아요!”
여자 하나가 큰바위의 기세에 눌렸는지 잔뜩 웅크린 채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조용히 하고 있어!”
나는 바로 여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여자들이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큰바위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큰바위를 더 자극할 것이 분명했다.
이 순간 큰바위를 진정시킬 방법은 딱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것들을 죽일 거다. 산딸기를잘따의 복수를 해 주고 싶다. 아, 아들아!”
큰바위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를 죽였다면 저것들로 끝을 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흐윽, 흑! 뭐, 뭐?”
큰바위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까지 내면서 울기 시작했고, 그때 목책 밖으로 나온 늑대발톱이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눈빛을 보였다.
“어디에 사는지 알아낸 후에 다 죽일 겁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여자들은 두려울 것이다.
“다 잡아 죽이려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는 거잖아요.”
“정, 정말이냐?”
“예, 제 엄마는 산딸기를잘따니까요.”
물론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큰바위를 위해서 이렇게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를 여전히 아들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큰바위는 여전히 내 엄마는 산딸기를잘따였다. 그 엄마를 잡아간 검은얼굴을 살려둬야 한다고 말하는 아들이 미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흑흑, 진짜지?”
“예, 진짜입니다.”
“알았다, 그럼 바로 준비를 하자. 전사들도 많다. 바로 가서 다 죽이자. 내가 다 죽일 거다.”
나는 큰바위의 눈동자에서 저런 살기를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붉은개가 지랄을 했을 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어.’
“형, 그건 안 돼!”
그때 늑대발톱이 다가오며 소리쳤다.
“늑대발톱!”
이제는 늑대발톱을 노려보는 큰바위였다. 물론 큰바위는 여전히 울먹이고 있었다.
“우린 바다로 가야 한다. 그러니 당장 공격할 수 없다. 그리고 검은얼굴들은 아주 강하다.”
“우리도 강하다. 족장인 내 아들은 이 숲에서 제일 강하다.”
“싸우다가 땅속에서일어서가 죽을 수도 있어.”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큰바위가 멈칫했다.
“땅, 땅속에서일어서는…….”
늑대발톱은 나보다 더 큰바위를 진정시킬 방법을 아는 것 같다.
그리고 그를 통제할 방법은 나라는 것 역시 알게 됐다.
‘부성이 엄청나니까.’
큰바위는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이니까.
“그래, 족장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날아드는 창은 사람을 가리지 않아, 형도 잘 알잖아.”
“그, 그럼 어떻게 해? 산딸기를잘따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고.”
“족장님이 다 알아서 하실 거다. 그러니 가만히 있으면 된다.”
늑대발톱의 말에 큰바위가 나를 봤다.
“그래도…….”
“우린 이빨호랑이도 이겼다. 족장님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늑대발톱은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원시 부족과 하늘 부족이 완벽하게 다른 이유 중에 하나라면 하나일 것이다.
“족, 족장!”
“예, 아버지.”
“바다로 가고 다시 이곳으로 올 거지? 이곳으로 와서 검은얼굴들을 다 죽일 거지?”
“……예, 그럴게요.”
나는 큰바위에게 말하며 힐끗 여자들을 봤고 여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알았다. 나는 족장이 한 말을 믿는다. 기다린다.”
큰바위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방금 잔뜩 화가 난 게 거짓이라는 듯이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큰바위는 어깨를 들썩였다.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장대를 들고 다시 야크 고기가 매달린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으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늑대발톱도 대나무 숲 쪽으로 걸어가는 큰바위를 측은한 눈빛으로 보며 내게 말했다.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큰바위를 말리려고 한 소리가 아닙니다. 제가 듣기로는 검은얼굴들은 아주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싸워야 할 것 같군요.”
“지금 당장 말씀입니까?”
늑대발톱이 놀라 내게 되물었다.
“먼저 제 눈으로 확인하고요.”
“그럼 그때까지는 시간이 좀 있겠군요.”
“네, 전쟁은 이긴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거니까요.”
완벽하게 이길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배트맨~ 족장님, 제가 왔습니다요!
그때 배트맨이 내게 초음파 소통을 통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친 것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냐?’
-예, 그렇습니다요!
나는 배트맨의 대답을 듣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자들을 봤다.
“저 여자들을 움막에 가두고 먹을 것과 물을 줘라.”
“예, 족장님!”
전사들이 대답했다.
“큰바위가 얼씬도 못 하게 하고.”
“노, 노력하겠습니다.”
말은 그리했지만 큰바위가 다시 저 여자들에게 달려들면 전사들은 쉽게 막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펄럭! 펄럭!
그때 배트맨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배트맨을 따라갔던 10마리의 박쥐의 모습도 내 눈에 보였다.
‘저, 저건 뭐지…….’
두두둑!
박쥐들이 내 머리 위로 발톱에 들고 왔던 것들을 떨어트렸다.
-이 망할 것들아! 족장님의 머리 위에 떨어트리면 어떻게 해!
배트맨이 자기 부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초음파 소통이 내게도 전달이 됐다.
“이, 이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발아래에 떨어져 있는 옥수수다.
“왜 그러십니까?”
“이, 이게 뭔지 아세요?”
나는 옥수수자루를 들어 늑대발톱에게 보여줬다.
“이게 뭡니까?”
“엄청난 거죠!”
“목, 목소리가 떨리십니다.”
“놀라고 흥분이 되네요. 이걸 바구니에 잘 담아서 가지고 계세요.”
“예, 알겠습니다.”
늑대발톱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옥수수자루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나무 바구니에 담았고, 내 머리 위에 맴돌고 있는 배트맨을 봤다.
‘대나무 숲으로 가자.’
-알겠습니다요!
* * *
레드의 용 부족 부락 공터.
철퍼덕! 철퍼덕!
레드는 맨발로 진흙을 다지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밟아서 다지는 거다.”
“알겠습니다.”
하얀말이 레드의 변화가 놀랍다는 눈빛으로 보며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황제님, 저희가 하겠습니다. 이제 쉬십시오.”
“아니다, 이것도 재미가 있구나.”
땀을 흘리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레드였다.
“하얀말 님! 하얀말 님!”
그때 급하게 전사 하나가 측 늘어진 아이 하나를 들고 허겁지겁 뛰어왔다.
“황제님께서 계시는데 왜 소리를 지르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그, 그게…….”
“그래, 무슨 일이지?”
레드는 아이를 안고 있는 전사에게 물었다.
“아, 아니옵니다,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전사는 그렇게 말했지만 울먹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내가 물었다.”
“사, 사실은…… 제 아들 녀석이 뱀에 물린 것 같습니다.”
전사의 말에 하얀말이 인상을 찡그렸다.
“뱀에 물리면 죽는다.”
“그, 그러니까요. 하지만 예전에 타, 타크 님이…….”
전사는 자신도 모르게 레드의 앞에서 타크의 이름을 꺼냈다.
“타크의 이름은 왜 꺼내는 거야?”
하얀말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레드의 눈치를 살폈다.
“아이를 내게 다오.”
레드가 굳어진 표정으로 전사에게 아이들 달라고 했다.
“뭐하는 거야? 황제님이 말씀하셨다! 어서 황제님께 아이를 드리지 않고.”
전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레드에게 아이를 내밀었고, 레드는 아이들 받아서 마른 땅이 있는 곳으로 가서 조심히 눕혔다.
“으으윽…….”
아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아이의 다리는 뱀에게 물려 팅팅 부어 있었다.
‘다리를 자르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미 온몸에 독이 퍼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레드였다.
‘내가, 내가 타크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레드는 자신의 무능함을 느꼈다. 수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절대자에 가깝게 산 레드가 스스로 무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그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