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그냥 확, 내 성을 단군이라고 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와 직계 혈족의 성을 단군이라고 지으면 내 아들은 단군왕검이 되는 것이다.
‘뭐 그렇게 되라고 왕검이란 이름을 지었으니까.’
내 성을 단군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후 단군들이 수천 년 이상 통치하는 왕국을 건설할 것이다.
‘내 이름은 무엇으로 하지?’
여유가 생기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조선!’
그 이름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단군조선이 조선 왕국을 세우시고 수천 년을 다스린 후에 다음 단군들이 평화롭게 조선을 다스렸다.’
아마도 내 이름이 단군조선이 된다면 그렇게 역사에 기록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년…….’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내가 수천 년을 다스리고 나면…….’
나는 내 옆에서 나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늑대발톱을 봤다. 그리고 그의 얼굴과 함께 어머니이신 제비꽃, 연꽃과 빛이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 왕검의 얼굴도 떠올랐다.
‘아무도 남지 않겠지.’
그렇게 속으로 되뇌자 내 앞에 환영처럼 떠오른 혈족들의 모습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으음…….’
이것이야말로 신이 내린 헌터의 저주일 것이다.
‘수천 년을 다스린다고 해도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옆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남지 않는다면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나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늑대발톱이 물었다.
“아버지.”
내 부름에 늑대발톱이 나를 잠시 물끄러미 봤다. 내가 가끔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늑대발톱은 감격스러워 저런 눈빛을 보이신다.
“오래, 아주 오래 사세요.”
“예?”
“제 옆에서 아주 오래 사셔야 합니다.”
늑대발톱이 나를 물끄러미 봤다.
“폐하를 위해서라도 제가 아주 오래 살겠습니다. 그리고 폐하를 지켜드리겠습니다.”
* * *
모닥불 앞에 술상이 펼쳐졌다. 물론 아직 고래와 크라켄 해체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해체 작업의 마무리는 일꾼들이 해야 할 몫이다. 지금 이 자리에는 이빨인 금치와 큰바위인 대석 그리고 늑대발톱이 앉아 있다.
“술을 따라라.”
시녀 하나가 도기로 된 술병의 술을 조심히 따르며 잘 보이려고 눈웃음 섞인 교태를 부렸다.
하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왕국 안에 있는 모든 여자를 다 차지할 수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어야 욕심이 나는 법인데 다 가질 수 있기에 별로이다.
‘나중에…….’
왕이 됐으니 내 혈족들을 더 늘려야 할 의무는 있지만 굳이 다른 지배자들처럼 혈족들을 그런 방식으로 늘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충성스러운 단단히와 이달투드워프들이 있고.’
일꾼들이 고래와 크라켄을 해체하는 모습이 답답했는지 단단히는 내가 만들어준 고래 해체 전용 칼을 들고 직접 나섰다.
“이렇게 자르란 말이야. 이렇게!”
이곳에 오기 전 작살을 만들면서 고래 해체용 칼까지 만들어 줬다. 내가 수백 토막을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고래는 컸다. 일꾼들이 낑낑거리자 보다 못해 단단히가 나섰다.
‘쉬라고 해도 쉬지 않는다니까.’
일 못 해 죽은 귀신이 붙은 단단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히가 고래 해체 작업에 투입되자마자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퉁가!”
내 부름에 퉁가가 뛰어왔다.
“물에 빠진 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었으니 이 술도 받아라.”
“감, 감사하옵니다.”
“하얀 털옷을 입고 내게 받은 술잔을 기억하며 충성을 다해라.”
“알겠나이다.”
“자 다들 마시자. 술은 마셔서 비우는 거니까.”
내가 잔을 높게 들자 늑대발톱과 금치, 대석이 술잔을 들었다. 퉁가 역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술잔을 들었다.
“지화자! 하하하!”
나는 소리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 지화자에 담긴 뜻을 저들은 모를 것이다. 그냥 내가 술을 마시고 있기에 기분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내 백성들은 무언가 마실 때 나중에 봄에 심은 옥수수를 수확해서 만든 술을 마시면서 지화자라고 외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수수 술…….’
위스키가 떠올랐다. 위스키는 엄청난 도수를 가졌다.
‘거대습지 거머리 기름을 기본으로 해서 고래 기름에 위스키 주정까지 더하면…….’
내가 만들 원시 화염병의 양도 늘고 화력도 향상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다다익선이지.’
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데 고래 기름도 아주 유용하게 쓰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고래 고기가 다 익은 것 같습니다.”
모닥불 위에 놔둔 토기에서 고래 고기가 다 익은 것을 확인한 시녀가 내게 조심히 말했다.
“그럼 먹어야지. 내 신하들 모두 모이라고 해.”
뭔가 먹을 때는 신하들과 함께 나눌 참이다.
“바로 부르겠습니다.”
늑대발톱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아랫사람을 시켜. 저 아이들과 전사들 그리고 일꾼들까지 모두 아랫사람이다.”
내 말에 늑대발톱도 시녀를 봤다.
“가서 폐하의 신하들인 총군장들을 불러와라.”
시녀들이 금치와 대석을 부르러 달려갔다. 나는 다른 시녀에게 흑수말갈과 퉁가도 데리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모두가 모닥불 앞에 모였다. 물론 나머지 전사들과 일꾼들은 아직 일해야 했다.
“단단히. 고래 기름은 얼마나 모았지?”
“아주 큰 통으로 20개 정도 모았습니다.”
단단히가 말한 아주 큰 통은 50리터쯤 되는 대나무 통이다.
‘많이 모았군.’
1,000리터 정도의 고래 기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지방 덩어리는 얼마나 남았지?”
“제 생각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넌 정확해.”
내 말에 단단히가 미소를 보였다.
“감사하옵니다. 제 생각에는 남은 기름 덩어리로 40개는 더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2,000리터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이 짜야 해. 마른 수건을 짜듯 계속 짜라.”
물론 마른 수건을 짠다는 말의 의미를 단단히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눈빛이다.
“우선 삶아서 기름을 얻고 남은 덩어리로 짜서 기름을 뽑아내겠습니다.”
“그렇지, 최대한 짜라.”
“알겠습니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말이 많았군. 모두 먹자. 이제 일꾼들도 쉬게 해서 먹여라. 모두 나와 같은 것을 먹게 될 것이다.”
완벽하게 나와 똑같은 것을 먹게 될 거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부족한 술을 나눠줄 수는 없으니까.
‘예전에는…….’
부족민의 수가 많지 않을 때는 술도 나눠 마셨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술, 술, 술…….’
이 순간 떠오른 옥수수. 그 옥수수들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는 곳이 떠올랐다.
‘겨울이 오래 이어지면!’
공격할 생각이다.
“일꾼들도 먹이기 위해서 잠시 작업을 멈추게 하겠습니다.”
흑수말갈이 대답했다.
흑수말갈은 신분으로 따지면 6두품쯤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조선 왕국은 정확하게 신분이 구분되는 계급사회이니까.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나는 성골이고 내 아버지와 아들도 성골이다. 물론 제비꽃과 연꽃도 성골이 된다. 빛과 대석과 금치는 진골이 될 것이다. 물론 진골들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하여튼 거산을 비롯한 사초, 흑수말갈과 다른 씨족들의 씨족장들은 6두품 정도의 계급으로 정의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상승이 불가능한 집단은 발전이 없지.’
그래서 내가 진골들이 더 늘어날 거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딱 진골까지다.
“그래, 배불리 먹어야 더 열심히 일하는 법이다.”
그렇게 고래 해체 작업은 잠시 중단됐고 고래 고기 잔치가 시작됐다.
“오!”
고래 고기 수육을 입에 넣은 전사는 놀라움에 눈이 커졌다. 그리고 일꾼들 역시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라워했다.
“이런 맛이 다 있었네.”
“고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폐하 때문이다.”
“폐하 만세!”
고래 고기에 환호하던 일꾼 하나가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자자, 힘 빼지 말고 먹을 때는 먹는 것에 집중해라.”
오늘은 일꾼들에게까지 소금을 하사했다.
소금에 찍어 먹는 고래 고기 수육이니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것이다.
“폐하께서 우리에게 내린 고기다.”
그때 퉁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한마디로 다 들으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입의 혀처럼 노는군.’
퉁가는 더 높은 신분으로 상승하고 싶어 저러는 것이 분명하다.
“퉁가 님! 정말 맛있는 고기입니다.”
검은고래 부족 출신 말고는 고래 고기를 먹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소금에 찍어서 먹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환호성을 치고 있다.
“폐하께서 계시지 않으셨다면 절대 먹을 수 없는 고기다!”
“물론입죠.”
“저는 폐하의 일꾼이라서 너무 좋습니다.”
일꾼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노예에 가깝다. 하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저들은 대만족하고 있었다.
사실 내 조선 왕국에서는 노예에 가까운 일꾼이라고 해도 아예 자유가 없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재산이지도 않기에 저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예의 개념은 분명하게 정립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고팔게 될 것이다.
‘역시 통치의 기본은 식량이다.’
가장 완벽한 통치와 지배는 먹을 것을 장악하는 것이다.
하여튼 내 일꾼들은 먹고 싶을 만큼 고래 고기를 먹고 다시 고래와 크라켄 해체 작업에 투입됐다.
* * *
하루가 빠르게 지났고 나는 천막 안에서 설인의 털옷에서 털을 조금 뽑아내 심지를 꽜다.
-심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심지를 완성하자마자 바로 메시지가 떴다.
‘쉽네.’
손재주 스킬은 이미 12성을 찍었다. 이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런 것들은 쉽게 만들 수 있다.
“그게 뭡니까? 폐하!”
금치가 내게 물었다. 밖에서는 아직도 고래를 해체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혈족들은 이렇게 휴식을 취할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심지.”
“어디에 쓰는 물건입니까?”
예전에는 늑대발톱이나 대석이 내게 물었는데 요즘에는 금치가 자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