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93
93화
대나무 목책 앞 공터.
“네 이름이 뭐였더라?”
할머니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재롱을 떨고 있는 멍일을 보며 물었다.
“멍!”
“멍? 그렇구나, 호호호! 그래도 네가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구나. 육포 먹으련?”
육포라는 말에 멍일이 꼬리를 흔들며 더욱더 재롱을 떨었고, 캥과 캭은 그런 멍일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정말 이제는 캭은 사람이 다 된 것처럼 굴었다.
“손!”
할머니가 말하자 육포를 얻어먹겠다는 욕심에 자존심을 접고 바로 손을 올려놓는 멍이었다.
-네 임무는 할머니가 심심하지 않게 놀아 드리는 거다.
멍일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자신에게 따로 내린 명령을 떠올리고는 그렇게 할머니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멍일은 부수익으로 육포를 얻을 수 있었다.
“어머니, 식사하셔야죠.”
그때, 동굴 속에서 제비꽃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생각 없다. 떠난 땅속에서일어서가 밥은 먹고 다니는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앉아서 밥만 축낼 수 없구나.”
“잘 먹고 있을 거예요. 땅속에서일어서는 먹는 것을 끔찍하게 챙기는 족장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그러니까 드셔야 해요. 오늘은 마에 꿀을 발랐어요. 엄청 맛있어요.”
“너는 걱정이 안 되니?”
“저도 걱정이 되죠.”
“……그렇겠지. 내가 괜한 것을 물었구나.”
그때 가만히 할머니 옆에 앉아 있던 캭의 귀가 쫑긋 서더니 송곳니를 드러냈고, 목책 위에 올라서 주변을 살피던 깽도 이상한 것을 감지했는지 빠르게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으르렁!
“왜 그러니?”
으르렁!
캭아악! 캭!
“무슨 일이지?”
할머니는 제비꽃을 봤다.
“이럴 때에는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무조건 목책으로 올라가서 대비를 하라고 했어요.”
동시다발적으로 할머니와 제비꽃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캭과 깽이었고, 뭔가 불길하다는 생각이 든 할머니와 제비꽃은 바로 목책으로 걸어갔다.
“맞다, 맞아.”
“누가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아요.”
으르렁!
컹컹!
이제 멍들도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할머니와 제비꽃을 따라 모두가 목책 위에 섰다.
“저놈들은!”
할머니는 목책을 노려보고 있는 네안데르탈인들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물론 네안데르탈인 전사들도 목책 위에 이빨호랑이인 캭이 서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 *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악어머리 부족 주술사의 움막에는 큰눈이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 있었고, 큰눈이 아프다는 것을 들은 악어머리 족장이 황급하게 움막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무슨 일이냐, 큰눈?”
“으, 으윽……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큰눈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약하다고 생각한 여자에게 남자의 중요한 부분을 걷어차여서 기절했다는 소리를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만약 강가를 순찰하던 악어머리 전사들이 쓰러진 큰눈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잘 모르겠습니다. 뒤에서 누가 공격한 것 같은데…….”
“뭐라고? 누가 너를 감히 공격을 해!”
악어머리 족장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자신과 함께 고기를 먹지 않았다면 땅속에서일어서를 의심했겠지만, 땅속에서일어서는 자신과 함께 있었다.
“보, 보지를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큰눈은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거짓말을 했고, 악어머리 족장은 주술사를 봤다. 그리고 주술사는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는 눈빛을 보였다.
“알았다, 이만 쉬어라. 누가 공격을 했는데 그 정도로 그쳤다니 천만다행이다. 네가 쓰러졌다는 말에 나는 걱정했다.”
“정…… 정말이십니까?”
“그래, 정말이다. 쉬어라!”
악어머리 족장은 바로 돌아서서 움막을 나왔고 주술사가 따라 밖으로 나왔다.
“……족장님, 잠시 좀 걸으시죠.”
“무슨 일이냐?”
“……영 좋지 못한 곳을 제대로 당했습니다.”
“영 좋지 못한 곳? 그곳이 어디인데 제대로 당했다는 거지?”
악어머리 족장이 황당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저…… 그게…… 짝짓기를 하는 곳을 제대로 차인 것 같습니다.”
“뭐? 왜? 누가!”
“큰눈이 말을 안 하니 저야 잘 모르죠.”
그때 전사 하나가 빠르게 악어머리 족장에게로 뛰어왔다.
“족장님!”
“넌 또 무슨 일이냐?”
“사, 사이네가 사라졌습니다!”
“뭐?”
“사이네에게 가져다주라고 하신 고기를 가지고 갔는데, 움막 안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강에 간 게 아니겠느냐?”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부락 주위를 샅샅이 찾았는데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라졌습니다!”
“으음…… 알았다, 이만 돌아가라.”
악어머리 족장은 전사를 물리고, 잠시 큰눈이 누워 있는 움막을 봤다.
‘……아니겠지.’
그리고 다시 주술사를 봤다.
“주술사, 거길 차이면 어떻게 되지?”
“지금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며칠이면 괜찮아질 겁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이 괜찮아지는 건가?”
“그게…… 흔하지는 않지만 얼굴에 수염이 안 날 수도 있습니다.”
“수염이 안 난다는 것은…….”
“……족장님이 지금 생각하시는 것대로 될 수도 있습니다.”
주술사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악어머리 족장은 말을 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절대 안 된다.”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알았다. 며칠이면 괜찮아진다고 했지?”
“예, 족장님!”
“너는 지금 당장 사이네를 찾아라.”
“예, 족장님!”
하지만 이미 사이네는 강 상류로 떠난 상태였다.
* * *
“이, 이빨호랑이다!”
“이빨호랑이가 왜 저 할망구와 같이 있는 거지?”
“이빨호랑이는 강하다. 무섭다.”
대나무 숲 본진 목책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캭을 본 몇 명의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은 겁을 먹은 듯 도망치자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이빨호랑이 고기는 맛있다.”
사퉁이 캭을 노려봤다.
“잡아먹자는 거야? 머리에 돌이 들었어?”
“저놈을 봐라, 하나다. 그리고 우리는 열이나 된다.”
“저 안에 노란얼굴 전사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공격할 때가 아니다. 저 할망구와 여자밖에 없다고 해도 이빨호랑이는 강하다. 너는 샤벨 타이거가 기억나지 않나?”
“맞다. 샤벨 타이거보다 크다.”
“도망쳐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물러설 때라고 말했고, 그렇게 천천히 네안데르탈인을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슉, 쉬익!
팅!
수욱!
“컥!”
그때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오더니 네안데르탈인의 가슴 한복판에 꽂혔다.
할머니가 땅속에서일어서가 알려 준 그대로 활의 시위를 당긴 것이다.
할머니가 쏜 화살은 네안데르탈인이 허리를 숙여 손쉽게 피했지만 맨 처음, 캭을 맞혔을 때처럼 제비꽃이 시간 차이를 두고 화살을 쐈고, 화살은 보란 듯 허리를 숙인 네안데르탈인 전사의 머리에 명중했다.
“저 망할 미친년이!”
자신의 옆에 있던 네안데르탈인 전사가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머지 네안데르탈인 전사가 소리를 질렀지만 캭이 목책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목책으로 달려 나가는 놈은 없었다.
슝!
그렇게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이 당황에 빠져 있을 때 할머니는 바로 다시 시위를 당겨 활을 쐈다. 그리고 또 이번에도 시간 차이를 두고 제비꽃도 같이 시위를 당겼다.
슈웅!
“아, 으아아악! 내, 내 다리!”
네안데르탈인 전사 하나가 다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캭과 깽이 목책을 날듯 뛰어내려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을 덮쳤다.
캬아아악!
커어엉! 컹!
거칠게 울부짖은 캭과 깽이 번개처럼 달려들어 네안데르탈인들을 물어뜯었다.
“이…… 이런 망할!”
소리를 지르며 몸을 돌려서 도망치려는 네안데르탈인 전사를 향해 캭이 달려들어 바로 목덜미를 물어뜯고 사방으로 흔들어서 죽였다.
-레벨 업!
캭에게도 땅속에서일어서처럼 뇌리에 레벨 업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맨 처음, 어린 캭은 이런 메시지를 듣고 당황했지만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오매불망 그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기를 기다렸다.
캬아악!
캭의 눈동자가 살기를 뿜어냈고, 깽 역시 자신에게 돌도끼를 휘두르는 네안데르탈인 전사의 돌도끼를 가볍게 피하고 돌도끼를 든 어깨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어깨를 반쯤 끊어 놓은 깽은 다음 목표를 노리고 겁에 질려 땅에 넘어진 채 뒤로 기어가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 으으, 으아아아악!”
대나무 숲 한복판에서 거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열 마리의 멍들이 깽에게 어깨가 물려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 치던 놈을 향해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아아악! 아아악!”
캭과 깽의 압도적인 힘을 본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은 겁에 질려 엉덩방아를 찧더니 돌도끼도 놓고 발버둥을 치며 도망치려 했지만 끝내 멍들에게 물어뜯겨 죽었다.
슈웅! 슝슝! 슝슝!
이어서 몇 발의 화살이 겁에 질린 채 엉금엉금 뒤로 기어가는 네안데르탈인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두 놈이 화살에 맞았고, 고통과 두려움 사이에서 발버둥 쳤다.
“컥!”
캬아악!
그리고 노렸다는 듯이 캭이 쓰러진 놈에게 달려들어 앞발에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놈의 목을 찍어 내렸다.
예전에 땅파기를 할 때와 똑같이 그렇게 찍어 버리는 캭이었다.
“그…… 아아악!”
놈은 목이 눌려 숨을 쉴 수 없는지 기괴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고는 거품을 물기 시작하더니 눈을 홱 뒤집고 죽었다.
“도…… 도망쳐!”
캭은 마치 호랑이처럼 그르렁 하고 위협하는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바로 지근거리에서 캭의 효포를 들은 네안데르탈인 전사는 공황에 빠진 듯 미친 듯이 팔을 휘두르며 일어섰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슝!
놈은 몇 번을 넘어지듯 위태롭게 도망을 쳤다. 하지만 등 뒤에서 화살 하나가 놈을 향해 날아들었고, 등 한복판에 화살이 꽂혀 그대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휴우우우…….”
할머니는 네안데르탈인 놈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그제야 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지만 제비꽃은 도망치는 놈들을 매섭게 노려봤다.
“나쁜 놈들이야! 모두 쫓아가서 다 죽여!”
제비꽃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 놈도 놓치면 안 돼!”
캭! 컹! 멍멍! 멍멍! 킁킁! 킁킁!
땅속에서일어서의 모든 펫이 죽은 네안데르탈인 전사들의 냄새를 몇 번 맡더니 캭을 위시하여 도망치는 놈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나무 숲 저편에서 첫 번째 비명이 목책까지 울려 퍼졌다.
“……아직 세 놈 남았어.”
제비꽃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세 번의 비명 소리가 더 들린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참 다행이야!”
그리고 잠시 후 온몸이 네안데르탈인의 피로 물든 캭과 캥 그리고 멍들이 돌아왔다.
“이 시체들을 아주 멀리 가져다가 버려라.”
캭!
“절대 먹으면 안 돼!”
제비꽃의 말에 캭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캭은 제비꽃의 말에 자신이 처음 사람의 시체에 달려들었을 때 땅속에서일어서에게 맞은 것을 본능적으로 떠올렸고, 고개를 끄덕이듯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주 멀리멀리 가서 버려.”
캭!
그렇게 캭은 죽은 시체 하나를 입에 물고 거대한 산으로 뛰어갔고, 테이밍되기 전에 비하면 부쩍 큰 깽 역시 네안데르탈인 시체를 물더니 질질 끌며 산으로 갔다.
물론 멍들도 단결해서 세 마리가 시체 하나를 물고 이동을 시켰다.
“큰얼굴이 분명해…….”
제비꽃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빨이 큰얼굴들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또 한 번 위기를 넘기는 땅속에서일어서였다. 만약 네안데르탈인 전사가 하나라도 살아서 도망을 쳤다면 더 많은 네안데르탈인 전사를 이끌고 공격해 오거나 레드에게 보고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아직 힘이 미약한 땅속에서일어서와 하늘 씨족은 완벽한 위기에 몰리게 되었을 것이다.
“땅속에서일어서가 빨리 돌아와야 할 텐데…….”
그저 할머니는 넋이 나간 듯 제비꽃을 보며 중얼거렸다.
“예, 그래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