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99
99화
깊은 밤이 되자 움막 안은 바글바글해졌다. 나를 비롯해 남자가 셋이고, 여자가 아홉이다.
그리고 내 능력을 보여서인지, 시간이 지나서인지 악어머리 부족민들 여자들이 잡혀간 것에 대한 화가 조금은 수그러들었기에 연꽃은 자기 움막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은 여자들이 이달투에게 잡혀갔을 때만 해도 머리끝까지 화가 올랐지만, 내가 방패와 갑옷을 만들어 준 후에는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더 강해졌다고 좋아하며 끌려간 여자들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악어머리 족장의 눈빛도 달라진 것 같다.
‘여자들은 많으니까.’
부족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았으니 아마도 악어머리 족장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만들어 준 무기를 이용해서 다른 부족을 공격해 여자들을 잡아 오는 것이 더 이득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을 해 놓은 것이 있으니까.’
그래도 악어머리 족장은 부족민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이달투 원정대를 출정시킬 것 같다. 형식적이라도 말이다.
‘이달투 원정대는 내 레벨 업 헌팅이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 원정대를 통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덤으로 미션 클리어도 하고.
* * *
부스럭! 부스럭!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나가는 거냐?”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내가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늑대발톱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별로 안 늙었는데…… 쩝!’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늑대발톱은 불침번을 서듯 매 밤마다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 대신에 해가 뜨면 조금 쪽잠을 잤다.
“예.”
“조심해라.”
“걱정 마세요.”
“나는 네가 왜 밤마다 사냥을 나가는지 모르겠다. 잡아 오는 것도 없고…….”
헌팅과 레벨 업에 대한 개념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테니 내 행동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다녀올게요. 오늘은 뭐라도 잡아 올게요.”
나는 이틀째 야간 헌팅을 나가고 있다.
사나운 맹수들은 낮보다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밤에, 그것도 홀로 헌팅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더 많은 이능을 확보하려면 헌팅을 나서야 한다.
“조심해라.”
“예.”
* * *
목책 앞에 선 나는 목책 위를 주시했다.
목책 위에는 경비를 서고 있는 악어머리 부족 전사가 있었지만 달빛에 의존해 경계를 서고 있을 뿐이었고, 나는 손쉽게 경비의 눈을 피해 으슥한 목책 앞에 섰다.
목책의 높이는 3미터가 훌쩍 넘었다.
“이 정도 목책은 이제 나를 막을 수 없지.”
이능은 레벨 업보다 더 대단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황당한 경우도 많다.
어이가 없지만 3미터가 훌쩍 넘는 목책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능은 벼룩에게서 뽑아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다.
벼룩이라는 놈은 자기 몸보다 몇십 배나 높게 점프를 할 수 있다.
사실 처음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의 눈을 피해 야간 헌팅을 나가려고 했을 때, 내 앞을 막은 것은 바로 이 목책이었다.
목책을 나가려면 넘어가거나 경비가 지키고 있는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뛰어넘어 갈 수도 없고, 문을 통과하자니 경비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 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움막으로 돌아와야 했다.
억울한 마음도 있고 레벨 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초조한 마음도 들어서 잠을 자지 못했다. 자꾸 눈을 감으면 증오가 어린 큰눈의 부릅뜬 눈이 떠올라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놈은 확실히 나를 노리고 있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망할 놈의 벼룩에게 몇 번이고 물렸다.
그때 떠올렸다.
벼룩도 테이밍 몬스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수백 마리의 벼룩을 죽이면서 간신히 테이밍 몬스터를 성공했다.
‘지금 생각을 해도 어이가 없네.’
그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정말 힘 조절을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줄 그때 알았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끝내 벼룩을 테이밍하는 데 성공했고, 나는 벼룩의 이능인 점프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벼룩의 테이밍을 해제해 줬다. 벼룩을 몸에 달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점프라는 이능 하나가 더 생성이 됐다.
사실 점프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착지가 문제였다. 잘못 착지했다가는 발목이 부러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으니까.
처음 이 목책을 점프해서 넘고 착지를 할 때 발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벼룩의 능력을 강탈하면서 점프가 가능해졌기에 착지도 무난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고, 시큰거리는 발목을 붙잡고 한참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오늘 목표는…….’
고양잇과 짐승이다.
나는 목책을 한 번 노려봤다.
내가 뛰어넘은 목책은 유난히도 경계가 삼엄했다.
‘참, 여기는 잡아 온 아이들을 가둬 둔 우리였지?’
요즘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악어머리 부족에 전사가 다른 부족보다 많은 이유는 다른 부족에서 아이들을 빼앗아 이렇게 가둔 후에 키우고 악어머리 부족민으로 동화시키기 때문이었다.
‘과정은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 결과는 똑같다.
“가엽기는 하네.”
우리 속에서 짐승처럼 가둬진 상태에서 잔뜩 웅크리고 잠을 자는 아이들을 봤다. 그런데 한 녀석이 잠을 자지 않고 나를 유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줘!”
아이 하나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내게 손을 내밀었다.
“뭘?”
“배고파! 먹을 것을 줘!”
먹을 것을 달라면서도 구걸하는 눈빛이 아니라 내게 적개심을 보이는 아이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뚜따! 물소 부족이다. 며칠 전에 잡혀 와서 아무것도 못 먹었다. 배가 고파서 죽겠다. 먹을 것 좀 줘!”
악어머리 부족은 잡아 온 아이들을 며칠 정도는 굶기는 것 같다. 그리고 굶어 죽기 전에 조금씩 먹을 것을 주면서 감사한 마음을 품게 하고, 충성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
“물소 부족?”
“그래, 나는 물소 부족이다!”
순간 뚜따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아마 모든 아이들이 악어머리 부족이 원하는 대로 동화가 되는 것은 분명 아닐 것 같다.
“여기로 잡혀 온 거야?”
“잡혀 왔으니 갇혀 있는 거지. 먹을 것을 달라니까!”
그래도 뚜따는 다른 아이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말했다.
혹시나 내가 먹을 것을 줬는데 아이들이 깨면 서로 먹을 것 때문에 아귀다툼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럼 가족들은 다 어떻게 됐지?”
대략 짐작은 되지만 물어봤다.
“죽였잖아. 너희 부족 전사들이 다 죽였잖아.”
다시 한 번 뚜따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나는 악어머리 부족이 아니다. 나는 하늘 부족이다.”
“상관없으니까 먹을 것이 있으면 좀 줘!”
뚜따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 우리에만 스무 명 정도의 아이들이 갇혀 있는 것 같다.
엉성한 우리지만 도망치려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도 도망을 쳐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도망치다가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도 아는 것 같다.
‘설마…….’
장대에 걸려 있는 작은 해골들이 이달투의 해골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나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배낭에서 육포를 꺼내 내밀었다.
“지금 나무 껍데기를 먹으라는 거야?”
뚜따가 나를 째려봤다.
‘눈빛이 살아 있네.’
부하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내게 충성을 다하는 부하 말이다.
‘생존은 현실이다.’
사악해질 생각이다. 인간이 인간을 테이밍한다는 발상은 아주 예전에 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깨닫고 바로 포기했지만 족장이 된 이후로 생존은 처절한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그 사악한 짓을 언젠가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고 있다.
하지만 세뇌하듯 되뇌며 그 생각을 털어 내려고 노력했다.
“나무뿌리 아니니까 먹어 봐.”
“지금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속는 셈 치고 먹어 봐.”
나는 다시 뚜따에게 육포를 내밀었고 뚜따는 내 손에 들린 육포를 잡는 척을 하다가 갑자기 내 손을 물었다.
-물기 공격에 의해 출혈을 통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다! 고기!”
퍽!
나도 모르게 조건반사적으로 뚜따의 얼굴을 후려쳤다.
“으으윽…….”
내 주먹에 맞은 뚜따는 바로 쓰러져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12/350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다.
테이밍 몬스터 스킬 메시지는 죽기 일보 직전에 뜬다. 그리고 내 타격기 공격이 한 번에 생명력을 350이나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이건 상대방의 방어력에 따라 달라지고, 어린아이의 몸은 약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망할!’
나도 모르게 생각만 하고 있던 일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젠…… 젠장!”
나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8/350
망설이는 순간에도 뚜따의 생명력이 하락하고 있다.
이대로 그냥 두면 뚜따는 죽는다.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테, 테이밍 온!”
-테이밍 몬스터에 성공하였습니다.
-펫에게 이름이 필요합니다.
미치겠다.
아니, 충격이다. 내가 사람을 그것도 아이를 테이밍하다니 말이다.
-펫에게 이름이 필요합니다.
‘이건 너의 숙명이야!’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뚜따의 눈동자에 살기가 감돌 때 조심했어야 했다.
뚜따가 내 손가락을 깨물어서 피가 났고 그 피를 마셨다. 그리고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내 손가락을 깨문 뚜따를 후려쳤다.
이건 나와 뚜따의 숙명이다.
“뚜따!”
-땅속에서일어서의 뚜따
종족 : 현생인류(땅속에서일어서의 추종자)
특성 : 따르는 자
레벨 : 1
생명력 : 150/150
근력 : 11
민첩 : 11
지혜 : 11
명성 : 1
“뚜…… 뚜따!”
여전히 내 목소리는 떨렸다. 지난 어비스에서도 단 한 번도 사람을 테이밍해 본 적이 없다. 사실 초반에나 몇 번 했지, 나중 가서는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홀로그램과 동일한 스텟이 뜬 것도 확인했다.
‘허, 헌터다!’
비록 본질적으로는 내 펫이 분명했지만 헌터의 속성은 그대로였다.
‘이 상태에서 속박을 해제한다면…….’
현생인류(땅속에서일어서의 신봉자) 대신에 종족이 헌터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내 특성이 이끄는 자에서 군림하는 자로 변했다는 것이다.
“예, 뚜따입니다.”
뚜따의 눈동자에는 충성심이 가득해 보였다.
“육포다. 배가 고프다고 했으니 먹어라.”
이왕 엎질러진 물이다.
“감사합니다.”
뚜따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육포를 받으며 충성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너는 이제부터 내 부하다.”
“예.”
뚜따가 고개를 끄덕이며 육포를 먹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비밀이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 자라! 네 인생은 이제 나로 인해 완벽하게 달라질 테니까.”
“그런데 눈앞에 뭔가가 보입니다.”
나처럼 홀로그램 창이 보일 것이다.
“그게 보인다고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
“알겠습니다.”
뚜따가 대답했고 마음이 착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