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499
1499회. 당신을 치안 관리 처벌법 66조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십언시 장완구.
이탈리안 레스토랑 플로리스.
초저녁.
창가 쪽 전망 좋은 예약석에 젊은 두 남녀가 마주 앉아 파스타를 먹고 있다.
오가는 대화가 정중하고, 눈빛이 은근한 걸 보면 썸을 타는 관계 같았다.
두 사람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식사가 끝나 갈 즈음 남자, 문강이 지나가듯 말했다.
“홍련상회 요즘 힘들죠?”
“네, 최근 들어 거래처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홍련상회의 경리인 송연비는 그게 대단한 영업 비밀도 아닌지라 감추지 않았다.
“우리 회사도 유통업이다 보니 조금 듣게 되는 소리가 있어서요.”
“어머, 그게 글라트(Glatt)까지 소문이 났어요?”
송연비가 조금은 놀란 눈으로 문강을 보았다.
글라트는 중국에 들어온 유럽의 대형 유통 회사고, 문강은 그곳의 영업 사원이다.
글라트에 비하면 홍련상회는 구멍가게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글라트에 홍련상회의 이야기가 흘러 들어갔다니 조금은 의외였다.
“일단 우리가 다루는 품목에 주류도, 소량이지만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관련 업계의 이야기가 건너 건너 들려오는 편입니다.”
“그랬구나. 그럼 혹시 무슨 문제인지도 아세요? 제가 말단이라 그런지 제 앞에서는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서요.”
“흐음, 말씀드려도 되려나 모르겠네요.”
문강이 슬쩍 한걸음 물러나는 태도를 취하자, 송연비는 궁금한지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아시면 말씀해 주세요. 혼자서만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해 죽겠어요. 혹시 이러다가 우리 회사 망하는 거 아니죠? 그럼 안 되는데…….”
홍련상회는 주류 유통 회사다.
당연히 거래처에 주류를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유통 회사는 많았다.
월급쟁이인 송연비는 자신의 회사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알고 싶었다.
“이건 진짜 말하면 안 되는데…….”
“뭔데요?”
“연비 씨는…… 홍련상회가 어떤 곳인지 알고 계세요?”
“그야 주류 유통 업체잖아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술장사죠. 그리고 일반인은 술장사하기 어렵다는 거 아시죠?”
“예?”
사업을 일반인이 하지 그럼 누가 한다고?
송연비가 눈을 끔뻑이자 문강이 살짝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홍련상회의 뒤에는 삼합회가 있어요.”
“어머!”
송연비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놀란 척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눈앞의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다.
문강이 조금은 의기양양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모르셨구나. 십언시의 주류 유통은 십언시 흑사회가 꽉 잡고 있어요. 그런데 홍련상회는 자체적으로 거래처를 확보하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십언시 흑사회와 홍련상회가 쾅!”
문강이 두 주먹을 얼굴 앞에서 마주쳐 보였다.
“진짜요? 몰랐어요.”
몰랐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 정도 고급 정보를 일개 경리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삼합회는 중국 본토에 공식적으로 들어오지 못해요. 공안에서 바로 체포해 버리거든요. 그러니 도와주러 온다고 해도 극소수일 거예요. 최근 홍련상회에 못 보던 사람이 보이지 않던가요?”
***
십언시 모전구(茅箭区).
십언시 배주대곡 유한공사(十堰市 杯酒大曲 有限公司).
15층 빌딩의 최상층 사장실에 세 사람이 마주 앉았다.
배주대곡 유한공사 사장 마화동과 동방경호 사장 오뢰, 그리고 사가정탐(私家侦探)의 직원 문강이다.
중국의 유서 깊은 흑사회는 대부분 양지로 나왔다.
이를테면 배주대곡은 장락방이, 동방경호는 천무방이 세운 회사다.
장락방과 천무방은 십언의 밤을 동서로 나누어 장악한 방파들로, 삼합회의 십언 진출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동맹 관계를 맺은 상태였다.
다만 흥신소 격인 사가정탐만 흑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공안 출신이었다.
오 일 전 장락방과 천무방은 삼합회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사가정탐에 홍련상회의 뒷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그 결과를 듣기 위해 모인 것이다.
“……지금까지 외부에서 홍련상회에 유입된 인원은 단 한 사람뿐입니다. 진과월의 외조카인 연적하라는 남자죠. 합비 출신으로 나이는 스물다섯. 삼합회 소속은 아니고, 디피(Dimension Power)도 제로인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말과 함께 문강은 탁자 위에 연적하의 사진 십여 장을 펼쳐 놓았다.
사진을 들고 살피던 마화동과 오뢰는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탁자에 툭 던졌다.
문강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5일 동안 홍련상회를 도감청했습니다. 그쪽도 도청 방지 설비를 해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 홍콩과의 통화가 세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증원이 안 된 것으로 보아 홍련방 본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공안에 조회해 본 결과, 그동안 십언조양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람들 중 삼합회와 관계된 요주의 인물은 없었습니다.”
상대가 흑사회의 두목들이건만 문강의 태도는 호의로 가득했다.
공안과 흑사회가 오랜 세월 돈으로 다져진 끈끈한 관계인 까닭이다.
배곡대주 마화동 사장이 동방경호 오뢰 사장과 시선을 교환한 뒤 짧게 말했다.
“수고했네. 그만 나가 보게.”
“예. 아 참, 저희 사장님께서 이번 주에 윤락가 집중 단속이 있을 거라고 하십니다. 여흥을 즐기실 때 참고하시라고.”
“후후, 알았네. 감사하다고 전해 주게.”
“예, 그럼 이만.”
자리에서 일어난 문강이 두 사람에게 묵례를 올린 후 사장실을 나갔다.
마화동 배곡대주 사장이 먼저 운을 뗐다.
“역시 예상대로 홍련방 본가는 관여를 하지 않을 것 같소. 밤이 길면 꿈도 많다고 하지 않소. 홍련상회가 십언의 돌연변이들을 끌어들이기 전에 마무리 지읍시다.”
그러나 동방경호 사장 오뢰는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마장청과 그의 수하들을 제압했다는 괴인이 있잖소. 그가 누구며, 왜 관여했는지 알아낸 후에 일을 진행하는 게 더 낫지 않겠소?”
“아마도 지나가는 돌연변이였을 게요. 홍련상회의 주변에 그 정도 디피의 돌연변이는 없소. 홍련상회 최고 고수는 진과월이오.”
오뢰는 반박하지 못했다.
정황상 마화동의 말이 맞는 것 같아서다.
만약 괴인이 홍련상회와 관계되었다면 사가정탐의 레이더에 걸려들었을 터였다.
사가정탐은 그저 그런 흥신소가 아니라 호북성 공안의 집합소와도 같았다.
그들은 호북성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공안이 짤리거나, 은퇴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채용했다.
그러니 사가정탐이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이 없다’고 하면 없는 것이었다.
조개처럼 꾹 닫혀 있던 오뢰의 입이 열렸다.
“그래서 마 대인의 계획은 무엇이오?”
“오랜만에 흑사회다운 일을 벌이는 건 어떻소? 공안이 유흥가를 단속한다고 정신없는 틈에 속전속결로다가…….”
배곡대주의 사장이자 장락방 두목인 마화동의 얼굴에 음험한 미소가 어렸다.
***
현묘관을 다녀온 이후로 연적하는 마음 편히 장완구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도관을 찾아다니던 때와 달리 그야말로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큰 건물 위주로 병원과 도서관에서 시작해 관공서까지 좀 신기하다 싶으면 다 들렀다.
그러다 보니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도시는 마치 여자가 화장을 한 듯 못 알아보게 바뀌었다.
연적하는 번화가 중심에서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휘황찬란한 간판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그가 얼빠진 얼굴로 걸어갈 때, 중년의 남자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소형제, 혼자인가?”
“예.”
“끝내주는 술과 아가씨들이 있는데, 어떤가? 혼자라면 기본으로 오백 위안(한화 약 9만 2천원)이면 된다네. 아가씨는 마음에 들 때까지 초이스 할 수 있어.”
“초이스요?”
“고를 수 있다고.”
“아! 됐습니다. 그냥 술이라면 모를까? 아가씨를 옆에 끼고 마실 생각은 없습니다.”
“아가씨 싫어하는구나. 그럼 그냥 술만 마셔도 돼. 다른 데는 가짜 술을 팔지만, 이 가게는 진짜만 팔아. 술만 마실 거면 기본으로 이백 위안(한화 3만 6천원)이야.”
연적하가 애매한 얼굴을 하자 사내는 다짜고짜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따라와 봐. 진짜 끝내준다고. 자네 인상이 좋아서 내가 소개해 주는 거야.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도 없지. 인상 더러운 사람들은 내 쪽에서 사양이야.”
“아…… 안 되는데…….”
그러면서도 연적하는 사내를 뿌리치지 않았다.
구천현녀를 만날 방법도 찾았겠다, 모처럼 가벼운 마음에 술을 마시려는 것이다.
중년 남자, 두순이 향한 곳은 십언에서도 유명한 환락가였다.
골목에 접어든 연적하는 소변 지린내와 맥주 냄새가 훅 밀려오자 흠칫했다.
이건 과거 유곽을 지날 때나 맡던 냄새였다.
그때보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더 지독해서 한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아저씨, 술집 가는 거 맞아요?”
“맞아, 술만 마셔도 된다니까. 그 집 양주가 진짜고, 다른 데는 거의 가짜라고 보면 돼. 자네 오늘 나를 만난 게 행운이라고. 집은 어딘가?”
두순은 청년이 의심하기 전에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합비요.”
“이야! 멀리서도 왔네. 나와 만난 걸 조상님께 감사하게.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사내의 허풍에 연적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과거나 현재나 이 바닥에서 노는 인간들은 왜 그리 비슷한지 모르겠다.
사내는 헐벗은 여자를 입간판으로 세워 둔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연적하가 사내를 따라 들어가기 전 본 간판에는 ‘완벽한 천국[完美天堂]’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거 뭡니까?”
“꽐라[过了]가 된 놈입니다. 뭘 얼마나 처마셨는지 인사불성입니다.”
“내가 그걸 몰라서 물은 것 같아요? 신원을 확인했냐고요!”
“아니요. 지갑에 돈은 좀 있는데, 신분증이 없습니다.”
“당장 깨워요.”
“아까부터 깨웠는데 안 일어납니다.”
“죽은 거 아니에요?”
“숨은 쉬던데요?”
“그럼 물이라도 들이부어요. 현행범을 업고 갈 겁니까? 못 깨우면 당신이 업고 가게 할 겁니다.”
임초연 이급 경사(二级警司, 한국의 경위급)의 말에 모강준 일급 경원(一级警员, 한국의 경장급)은 이를 악물었다.
스물다섯 살밖에 안 된 임초연의 지시에 따르는 것도 기분이 더러운데, 꽐라가 된 놈을 업고 가다니?
그러다가 토라도 하면 어쩌라고?
짜증이 난 모강준은 청년에게 다가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따귀를 날려 깨우려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때 청년이 번쩍 눈을 떴다.
모강준은 슬그머니 팔을 내린 뒤 청년에게 말했다.
“당신을 치안 관리 처벌법 66조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소지품에 신분증이 없던데, 이름과 공민신분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황당한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던 연적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부드러운 이불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가며 벌거벗은 상체가 드러났다.
그에 깜짝 놀란 연적하는 황급히 이불을 끌어 올린 뒤 주위를 살폈다.
처음 보는 방 안에 하나같이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도우미를 거절했더니 마담이라는 여자가 옆에 와서 술을 몇잔 따라 주었다.
목으로 술술 넘어가 주는 대로 받아 먹었는데, 눈을 뜨니 낯선 방이다?
“여기가 어딥니까? 내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청년의 물음에 모강준이 답했다.
“완미천당에서 운영하는 모텔입니다. 당신은 저기 원소미라는 아가씨와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됐고요. 이제 내 질문에도 답을 좀 해 주시죠?”
연적하는 남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대 모서리에 처음 보는 여자가 입술을 삐죽이며 걸터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