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505
1505회. 오라버니, 점심 드셨어요?
2월 26일.
십언시 공안국 5과.
전화를 끊은 모강준 경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임초연 경사의 자리로 걸어갔다.
“임 경사님.”
“왜요?”
“모전구 경찰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답니다.”
“그런데요?”
“실종된 사람이 배주대곡의 마화동 사장이랍니다.”
“장락방의 마 사장요?”
“예, 그의 부인이 어제 출근한 뒤로 연락이 끊어졌다고 신고를 했답니다.”
“고작 하루 외박했다고 실종 신고를 했다고요?”
“지금까지 전화기까지 꺼져 있던 적은 없었답니다. 그리고 어제가 결혼기념일이었답니다.”
“흠, 그건 좀 문제가 있네요. 마 사장이 자기 가족은 끔찍이 여기기로 유명하잖아요.”
“최근 들어 장락방이 계속해서 홍련상회를 자극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홍련상회에서 참지 못하고 마 사장을 쓱싹한 걸까요?”
“장락방 쪽 움직임은 어때요?”
“쥐 죽은 듯 잠잠합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활동이 없습니다.”
“마 사장의 행적을 탐문해 봐야겠군요. 우선 배주대곡 인근의 CCTV부터 싹 털어 봐요. 마 사장이 몇 시에 출근을 했는지, 누구와 회사를 나갔는지……. 시간 단위로 정리해서 보고하세요.”
“알겠습니다.”
모강준이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임초연은 팀의 막내인 강소정 경원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강소정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임초연에게 다가갔다.
“예, 경사님.”
“강소정 경원, 현장 근무하고 싶다고 했지?”
“예! 기회를 주신다면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모전구 경찰서에 배주대곡 마화동 사장 실종 신고가 접수됐단다. 가서 좀 더 자세히 알아 와. 마 사장만 사라진 건지, 다른 사람들도 없어졌는지.”
“예!”
강소정은 절도 있게 경례까지 올려 보인 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모강준과 강소정이 호기롭게 공안 5과 사무실을 나섰다.
***
십언시 장완구.
홍련상회.
정오경.
홍련상회의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짧은 하얀 투피스 스커트에 롱 가죽 부츠를 신은 그녀는 크리스티였다.
막 밖으로 나가려던 악강록이 웃으며 알은체를 했다.
“크리스티! 어쩐 일이냐?”
“아빠랑 점심 먹으려고요. 아빠 계시죠?”
“부사장님? 아까 거래처 사장님과 만난다고 나가셨는데? 약속하고 온 거 아니었어?”
“그냥 지나다가 생각나서 들른 거예요.”
“오! 요즘 만나는 남자 있나 봐? 옷에 신경 좀 썼는데?”
“전혀요. 저 원래 이러고 다니거든요?”
“그나저나 부사장님 안 계셔서 어떻게 하냐?”
“연 오빠는요?”
연적하가 옆에 없다고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연 오빠’라 불렀다.
진과월이 회사에 그를 외조카라고 소개를 한 까닭이다.
“적하도 나갔는데?”
“어디요? 설마 연 오빠에게 일을 시키는 건 아니죠?”
“적하가 여기 직원도 아닌데 우리가 일을 시키겠냐? 아무리 바빠도 그런 짓은 안 한다. 그 녀석 요즘 신랑서점(新浪书店)에 다닌다.”
“신랑서점요?”
크리스티가 의아한 얼굴로 악강록을 보았다.
기본적인 생활 영어도 모른다는 연적하와 서점이 좀처럼 연결되지 않아서다.
“알고 싶은 게 많으시단다. 저녁이나 돼야 돌아올 거다. 신랑서점은 볼거리도 많고, 일단 시설이 엄청 잘되어 있으니까.”
“아…….”
안쪽으로 들어가던 크리스티는 돌아서 악강록과 함께 홍련상회 밖으로 나갔다.
“다음에 보자.”
악강록은 크리스티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우두커니 서 있던 크리스티는 휴대전화를 꺼내 택시 어플을 실행했다.
이윽고 목적지 설정에 신랑서점이라는 네 글자가 찍혔다.
***
십언시 공안국 5과.
아침에 5과를 나갔던 모강준 경원과 강소정 경원이 돌아왔다.
임초연 경사가 강소정에게 먼저 물었다.
“마 사장 실종 신고에 대한 조사는?”
“부인이 신고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어제가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아침에 나간 마 사장이 귀가하지 않았답니다. 점심 즈음부터 전화기도 꺼져 있다고 합니다. 배주대곡에서는 오후 3시 30분쯤 왕주천 고문과 함께 나갔다고 하고, 왕주천 고문은 마 사장을 인민공원 근방에서 내려 주었다고 합니다. 저도 모전구 경찰서로 가서 모 경원님과 함께 CCTV를 뒤져 봤습니다만……. 하필 왕주천 고문이 말한 인민공원 근방 CCTV가 고장 난 상태라…… 그 이상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임초연이 모강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배주대곡과 인근의 CCTV는요?”
“아침에 마 사장이 출근한 것은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왕주천 고문과 함께 나갔다는 부분이 조금 미심쩍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 왕주천의 차량이 빠져나가는 건 찍혔지만, 탑승자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엉뚱한 게 나왔습니다.”
“뭔가요?”
“그날 오후 1시 40분에 배주대곡으로 연적하 씨가 들어가는 게 찍혔습니다.”
“연적하? 성매매 집중 단속 기간에 걸린 홍련상회의 손님요?”
“예.”
“배주대곡과 홍련상회가 서로 오갈 정도로 가깝지는 않잖아요?”
“지금은 오히려 원수죠. 연적하 씨는 2시 45분 경 배주대곡을 나와 택시를 타고 홍련상회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연적하 씨와 관련된 CCTV를 찾아보다 또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이상한 거요?”
“연적하 씨가 배주대곡 정문으로 나온 직후인 오후 3시에, 이번에는 진소향 씨가 배주대곡 정문으로 나온 겁니다.”
“진소향이라면 진과월 부사장의 딸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진소향은 크리스티의 본명이다.
크리스티는 그녀가 홍콩 유학 시절에 사용한 영어 이름이었다.
“진소향 씨는 언제 배주대곡으로 들어갔죠?”
“그게 CCTV를 아무리 돌려봐도 들어가는 장면이 없습니다. 들어갈 때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갈 때는 정문을 이용했다?”
“예, 오후 2시 15분경 동방경호 차량 한 대가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이 차에 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45분 후인 오후 3시에 진소향 씨는 배주대곡 정문 앞에서, 조금 전의 그 동방경호 차량을 타고 홍련상회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니까 홍련상회와 갈등 관계인 배주대곡에 연적하 씨와 진소향 씨가 방문했고, 그 뒤 왕주천 고문이 마 사장과 함께 나갔는데, 마 사장이 실종됐다 이겁니까?”
모강준이 조금은 들뜬 얼굴로 말했다.
“더 있습니다. 실종된 게 마 사장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종 신고가 또 들어왔나요?”
“그건 아닙니다만, 그날 동방경호의 인원이 대거 증발했습니다. 최소 열 명 가까이 퇴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 사장처럼 다른 사람의 차량으로 퇴근했을 수도 있잖아요.”
“지하 주차장에 그들의 차량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배주대곡의 지하 주차장 CCTV를 조사하면 확실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마 사장과 동방경호의 요원 상당수가 함께 사라진 것 같다는 겁니까?”
“예.”
모강준의 대답에 임초연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답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돌연변이 등록법을 시행 중이다.
마화동 사장이야 일반인이라지만 동방경호에서 배주대곡에 파견한 직원들 중에는 돌연변이가 적지 않았다.
돌연변이들을 동원한 조직 간의 전쟁은 있어서 안 될 일이었다.
“모강준 경원은 당장 모전구 경찰들과 함께 배주대곡의 CCTV를 압수 수색하세요. 그리고 강소정 경원!”
“예!”
“공안국 특경(特警)들을 붙여 줄 테니 동방경호 쪽 압수 수색한다. 그날 배주대곡으로 파견 나간 직원들 명단 확보하고, 생사를 빈틈없이 확인해.”
“알겠습니다!”
본격적인 현장 임무에 강소정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공안국 5과는 비밀 조직으로 이급 경원에 불과한 강소정의 권한도 막강하다.
공안국에서 가장 무섭다는 특경까지 지휘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
십언시 장완구.
신랑서점.
연적하는 공안 5과가 배주대곡과 동방경호를 조사 중인 걸 모르고 젊은이들 틈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근대화된 왜구들이 조선을 점령하고, 급기야 청나라까지 쳐들어왔다니 놀랄 일이다.
그래도 그런 치욕스러운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은 세계 최고라는 미국과 경쟁한다니, 기분이 묘했다.
그때 옆에서 ‘퍽!’ 소리가 났다.
옆자리 청년이 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가만 보니 누가 와서 뒤통수를 후려친 모양이다.
연적하는 청년의 뒤에 바싹 붙어선 남자를 보았다.
떡 벌어진 어깨에 각진 얼굴을 보니 운동깨나 한 것 같았다.
“이 매국노 새끼, 또 고려봉자(高麗棒子, 한국인) 걸그룹을처보고 있네.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고려봉자들이 대가리를 빳빳하게 쳐들고 다니는 거야, 병신아! 이런 새끼들은 죄다 북조선으로 보내야 정신 차리는데. 씨팔, 중국은 너무 관대하다니까.”
그런데 ‘고려’라는 말이 귀에 박힌 연적하가 불쑥 끼어들었다.
“어이, 대화 중에 미안한데 말 좀 묻자. 고려가 아직도 남아 있냐? 조선이 망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거 아니었냐?”
연씨의 조상은 고구려.
당연히 그 후손이 세운 고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순간 대학 동문에게 욕설을 퍼붓던 두우로가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뭐? 고려? 이게 무슨 계파(鸡巴, 남자의 성기) 같은 소리지? 초급 중학교(한국의 중학교)에서 안 배웠어? 고려 다음이 조선이고, 조선 다음이 한국이잖아. 그런데 좆밥 새끼가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너 나 아냐?”
연적하는 늘 그렇듯 상대의 말을 씹고 자신이 궁금한 걸 물었다.
“그런데 왜 고려봉자라고 했냐?”
“뭐지? 이 씹구녕같이 생긴 놈은? 너 산속에 살다가 어미 아비 뒈져서 기어 나왔냐? 왜 그런 기본적인 걸 모르지? 혹시 간첩 새낀가? 씨발, 공안에 데리고 가 볼까? 야, 병신아, 간첩 신고 얼마 주냐?”
그러자 머리통을 맞은 청년이 연적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십만 위안(한화 약 1,800만 원).”
“씨발, 쥐 좆만큼밖에 안 주네. 애국하는데 존나게 좀 퍼 주지.”
연적하는 신기한 눈으로 욕쟁이를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의 욕설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와 씨발. 녹림보다 더 욕을 잘하네.’
연적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청년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청년과 눈이 마주친 두우로가 주먹을 위협적으로 쳐들며 말했다.
“뭘 봐? 이 씨발 놈아.”
조용하던 서점에 두우로의 거친 욕설이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일반인은 입도 뻥긋하지 못할 정도로 두우로의 얼굴과 체구는 위협적이었다.
때마침 연적하를 찾아 서점을 돌아다니던 크리스티의 눈이 한순간 반짝였다.
찾았다.
그녀는 연적하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시비가 붙은 청년들에게로 쏠렸던 시선이 크리스티를 향해 옮겨 갔다.
그건 시비 당사자인 두우로도 마찬가지였다.
홍콩에서 생활한 크리스티의 옷맵시는 십언시에서 독보적이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얼굴에 늘씬한 몸매까지!
서점 안의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까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머! 연 오라버니, 여기서 뵙네요?”
귀에 익은 음성에 뒤를 돌아본 연적하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크리스티 양. 오랜만입니다.”
“어머, 크리스티 양이 뭐예요. 우리 아빠에게는 숙부라고 하시면서.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연적하는 사양하지 않았다.
크리스티가 연적하의 앞에 버티고 선 청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양아치처럼 생긴 남자는 뭐예요? 시끌벅적하던데……. 설마 이 사람이 오라버니에게 시비를 걸었나요?”
“양아치라니!”
두우로는 발끈했지만 미모의 아가씨 앞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크리스티를 향한 그의 눈빛은 끈적하기만 했다.
보다 못한 연적하가 쓰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다.
“좋게 말할 때 눈 깔아라.”
“…….”
낮게 가라앉은 크리스티의 말에 두우로는 등줄기가 쭈뼛할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
돌연변이들은 본능에 충실하다.
그들의 세계에서 서열을 결정하는 건 차원력(dp).
압도적인 크리스티의 차원력 앞에서 두우로는 순한 양이었다.
방금까지 안하무인으로 굴던 그가 거짓말처럼 눈을 내리깔았다.
크리스티가 연적하에게 생긋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점심 드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