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722
722회.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오늘에야 인사를 왔나?
신좌에 오른 존재는 저마다 초월적인 이능(異能)을 개화하게 된다.
우샤스 킨샤사는 선지안(先知眼)에 눈을 떴다.
선지안은 한마디로 미래를 보는 눈이다.
우샤스 킨샤사가 ‘지혜의 신’으로 불리게 된 데는 선지안의 역할이 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샤스 킨샤사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미래를 보게 된다.
그것은 ‘삼천의 신’과 ‘왕들’과 ‘군주들’의 죽음이었다.
군주 중 하나인 우샤스 킨샤사에게 그것은 곧 이 세계의 멸망을 의미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삼천의 신’과 ‘왕들’과 ‘군주들’이 죽을 이유가 없어서다.
여하튼 그가 본 미래에 오직 두 신좌만이 이 종말의 세계에서 벗어났다.
천자마와 자신이었다.
그 뒤 우샤스 킨샤사는 천자마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우샤스 킨샤사는 자신과 천자마가 천문(天門)을 열고 이 세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볼 때 천자마의 욕망과 마신의 죽음, 그리고 천문은 운명처럼 얽혀 있었다.
그리고 운명의 끝은 천자마가 천문을 마천으로 가지고 가서 여는 것이다.
그렇게 믿었는데 천문을 움직일 수 없단다.
우샤스 킨샤사는 오히려 천자마에게 묻고 싶었다.
천문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 종말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이 모든 걸 설계한 게 자신인지라 내키지 않아도 답을 줘야 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천문이 아니라면 다른 뭔가가 있었겠지요. 그리고 아직 천문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는 천자마도 반박하지 않았다.
확실히 다른 뭔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천문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신이 건재했고, 마천의 군세도 백리하를 건너지 않았다.
물론 천계(天界, 천족) 역시 참전하지 않았고 말이다.
천자마가 지나가듯 물었다.
“미래에 변화가 있나?”
“운명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참 유감이군.”
천문에 대한 대화는 그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이윽고 우샤스 킨샤사가 천자마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런데 도하(渡河) 준비는 어느 정도나 되셨습니까?”
“다음 달 말이면 끝난다. 시늉만 하다가 돌아갈 계획이니 병력의 안배를 잘 해야 될 것이다.”
중부에 병력을 집중하라는 소리다.
천자마는 이 기회에 마신을 반드시 제거할 생각이었다.
우샤스 칸샤사의 선지안에 의하면 그게 마신의 운명이기도 했다.
어차피 멸망할 세계라 해도 권좌에 대한 그의 욕심은 꺾이질 않았다.
“명심하겠습니다.”
우샤스 킨샤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천자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리고 막 걸음을 떼어 놓으려다가 멈춰 섰다.
“알고 있겠지만 누구도 이 세계를 벗어나지 못해. 죽음조차도 그 법칙을 거스를 수 없지.”
“맞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아니야.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천자마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우샤스 킨샤사가 본 게 하계로 간 분신(分身)들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지나친 비약인지를 알기에 말하지 않았다.
본신(本身)이든 분신이든 어느 한쪽이 죽으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뉘었던 신격이 합쳐지는 것이다.
그것은 이 세계의 저주가 만들어 낸 필연이었다.
‘본신이 죽을 리 없지.’
그건 어떻게 보면 멸망과도 다를 바 없다.
죽는다니? 천자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신과 우샤스 킨샤사는 구주에서 벌어질 ‘태고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태고의 전쟁’만 아니라면 자신과 우샤스 킨샤사가 죽을 일은 없다.
우샤스 킨샤사는 왜 그러냐고 캐묻지 않았다.
마왕 천자마와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그건 둘의 운명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우샤스 킨샤사는 마족을 이해할 마음이 없었다.
***
신수 화풍(和風)이 연적하를 찾아온 뒤로 칠 일 후.
마침내 인간들이 학수고대하던 천계의 군대가 삼채성에 도착했다.
다섯 개 군단으로 오만 명이나 되는 대군이었다.
그중 한 개 군단은 북쪽 황천주, 또 한 개 군단은 남쪽 완산주로 갈라져 나갔다.
마지막으로 중부인 삼채성에 남은 군대는 세 개 군단 삼만 명이었다.
삼채성.
성도(省都) 신행궁.
성도는 거지반 비어 있었다.
그건 성주의 거처인 신행궁도 마찬가지였다.
마천의 마물들이 백리하 건너편에 이르자 성주와 관인들은 꽁지가 빠져라 달아났다.
그 뒤 텅 비어 있던 신행궁은 천계 원정군 총사령관인 젤라툼의 숙소로 사용됐다.
이른 아침.
신행궁으로 천족 지휘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원정군 총사령관 젤라툼이 참모 프리스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프리스카가 헛기침을 터뜨리며 나섰다.
“험, 다들 모이셨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삼채성에 도착한 직후 남부군은 한산주 남쪽 완산주로, 북부군은 한산주 북쪽 황천주로 이동했습니다. 하여 현재 삼채성에 남은 군대는 삼 개 군단 삼만 명입니다. 혹 변동 사항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참모 프리스카가 동부군과 서부군의 사령관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동부군 사령관 페르페투아와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특별한 변동이 없다는 뜻이다.
참모 프리스카는 그들의 표정을 확인한 후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현재 옥천항에 모인 세 개 종문의 고수는 이천 명이 조금 넘습니다. 적은 숫자이지만 노사 이상이라 미약하나마 전력에는 보탬이 될 듯싶습니다. 그렇다고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그저 먼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니까요.”
그의 농담에 천족 지휘관들이 푸들푸들 웃었다.
“중부 지역을 점령한 마신의 군세는 오십오만가량입니다. 그러나 그 중 대부분이 마물이니 천계의 군대를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가 한마디 했다.
“대부분이 마물이라는 말은 너무 부정확하군. 마물이야 고기 방패에 불과하지만, 마귀들부터는 천계의 군대에 맞설 수 있다. 마귀가 몇인지 알 수 있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마물이 일만이면 마귀는 일천이었습니다. 마물이 십만이면 마귀는 일만이라는 말이지요. 오만의 마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예상되는 마족은 몇인가?”
“일만의 마귀에 일백의 마족이니, 마족은 도합 오백 명쯤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족 오백에, 마귀가 오만, 마물이 오십만이라는 건가?”
“예…….”
서부군 사령관이 숫자를 말하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천족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귀부터는 천족에 못지않았다.
즉 천계와 마천의 전력이 엇비슷하다는 소리다.
거기에 최소 오백여 명의 마족은 실로 무시무시한 강자들이다.
그에 반해 천계의 지휘관들은 백여 명.
종문 고수들을 더한다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참모 프리스카는 슬쩍 총참모 벨 소니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쯤에서 그녀가 나서 줬으면 하는 눈치다.
그러자 벨 소니아가 가만히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참모 프리스카가 반색을 하며 벨 소니아를 호명했다.
“총참모님. 말씀해 주십시오.”
벨 소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휘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수적으로 마신의 군세가 조금 앞선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종문에 수상전을 권유했어요. 수상전에서 그 정도 수적 우위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원정군 사령관이 불쑥 물었다.
“종문의 고수들은 어떤가? 그들은 정말 있으나 마나 한 존재들인가?”
벨 소니아는 즉답을 하지 못했다.
문득 대종사와 광명진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떠올라서다.
하지만 전쟁은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대종사가 아무리 뛰어나도 혼자서는 마신과 마족들을 당해 내지 못한다.
“있으나 마나 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흐름을 좌우할 정도도 아니에요.”
큰 도움을 기대하지 말라는 소리다.
총사령관 젤라툼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종문이 대화 소재로 떠오르자 동부군 사령관 페르페투아가 말했다.
“그런데 총참모. 하루가 지났는데 대종사와 종사는 왜 인사를 오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지난밤 참모부에서 전령을 보냈어요. 늦어도 오늘 중으로 방문하라고 했어요.”
“아니 그걸 우리가 알려 줘야 온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누가 가르쳐 주기 전에 스스로 왔어야지.”
“이해해 주세요. 천문 때문에 저들의 마음도 편치 않을 거예요.”
벨 소니아는 종문의 편을 들었다.
행여나 그 문제로 지휘관들이 대종사에게 시비를 걸까 봐 신경 쓰여서다.
동부군 사령관 페르페투아는 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벨 소니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하기야.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천문을 내어 주게 생겼으니…….’
더 이상 질문이 없자 벨 소니아는 참모 프리스카에게 눈짓을 보낸 후 앉았다.
참모 프리스카가 나서서 잡다한 안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회의가 거의 끝나 갈 무렵, 천족 하나가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벨 소니아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총참모님, 지금 종문의 대표들이 찾아왔습니다. 기다리라고 할까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참이에요. 데리고 오세요.”
“예.”
천족이 공손하게 답한 뒤 물러났다.
그가 나가자 벨 소니아가 다시 발언권을 얻어 말했다.
“마침 지금 종문의 대표들이 인사를 위해 찾아왔다고 하는군요. 이리 오라고 했으니 곧 올 거예요.”
그녀의 말에 회의는 잠시 멈추었다.
마침 중요한 논의도 끝났으니 종문 고수의 인사로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잠시 후 회의장으로 네 사람이 들어왔다.
세 종문을 대표하는 연적하 대종사와 광성 존자, 진표 존자, 그리고 곡분조 노조였다.
천족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곡분조 노조가 급히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천지종의 곡분조 노조입니다. 마천의 침략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구주를 구하러 달려와 주신 천계의 구원자님들에게 충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분은 구주의 지배자이시자, 아홉 종문을 대표하는 연적하 대종사님이십니다.”
장황한 소개말과 비교될 정도로 연적하가 짧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연적합니다.”
곡분조 노조가 계속해서 광성 존자와 진표 존자를 소개했다.
“그리고 대종사님의 좌측에 계신 분은 천뢰종의 광성 존자시고, 우측에 계신 분은 태상종의 진표 존자이십니다.”
“광성 존자입니다.”
“진표 존자입니다.”
긴장한 광성 존자와 진표 존자도 최대한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천족의 총참모인 벨 소니아가 직접 나서서 천족들을 소개했다.
“이분은 원정군 총사령관 젤라툼 님,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 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부군 사령관이신 페르페투아 님이세요.”
총사령관 젤라툼과 서부군 사령관 아나타시오, 동부군 사령관 페르페 투아는 자신들의 이름이 불릴 때 가볍게 묵례를 했다.
인간들의 정중한 자기소개에 비하면 은근 오만한 태도였다.
그런 천족의 모습에 광성 존자와 진표 존자는 대종사의 안색을 힐끔힐끔 살폈다.
다행히 대종사는 특유의 ‘무심한 듯 뚱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대종사의 그런 모습을 본 동부군 사령관 페르페투아가 다소 시비조로 나왔다.
“우리가 도착한 게 어제인데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오늘에야 인사를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