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832
832회.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상단 사람들 중에서 오직 연적하와 구천노도 심통만이 상황의 심각함을 알아챘다.
심통은 호위대의 앞을 괴인들이 막아서자 바람처럼 마차에서 내려 선두로 전진했다.
그때 괴인들 속에서 검기가 뻗어 나왔다.
심통은 즉시 가까이 있는 호위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벼락처럼 휘둘렀다.
두 개의 검기가 태산검 하후찬의 앞에서 정면충돌하며 불꽃을 일으켰다.
파지직-.
검기가 소멸했지만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괴인들 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최전방의 하후찬을 덮친 것이다.
“극락왕생!”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런 괴인의 뒤를 점한 심통은 괴이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을 죽이면서 극락왕생이라니?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찰나지간에 백면서생은 하후찬을, 그런 백면서생의 뒤를 심통이 노렸다.
백면서생은 정수리로 섬뜩한 살기가 느껴지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순간 염소수염의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미친놈! 감히 나를?’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천산에 틀어박혀 있었더니 개가 물겠다고 덤빈다.
그는 즉시 천마행공의 경신술로 허공을 박차고 올라갔다.
하얗게 질려 떨고 있는 먹잇감 대신에 분수를 모르고 나대는 늙은이부터 처리할 생각이다.
한편 심통은 아래로 떨어져 내려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날아오르자 깜짝 놀랐다.
‘헉!’
사람이 새도 아니고, 어찌 떨어지다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저 회칠을 한 듯한 허연 얼굴이라니!
곧이어 심통과 백면서생은 피차 상대가 누군지 모른 채 허공에서 격돌했다.
채채채채채챙-.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검과 검이 맞부닥쳤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두 사람 사이에서 하얀 불꽃이 튀었다.
심통과 백면서생 모두 자신의 기량을 과신했기에 처음부터 거친 공세를 펼쳤다.
심통은 최근 떠오른-늙은-신진 고수고, 백면서생은 전전대의 고수.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우열은 너무도 빨리 갈렸다.
챙강-!
묵직한 울림과 함께 심통의 검이 뚝 부러졌다.
뒤이어 섬전처럼 백면서생의 검끝이 심통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심통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고수.
비록 손에 익지 않은 검이 부러지는 수모를 당했지만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다.
그는 반토막 난 검을 미련 없이 상대에게 던졌다.
반검이 가공할 힘으로 날아오자 백면서생은 검을 휘둘러 쳐 내야 했다.
그 순간 심통은 금강저를 꺼내 들었다.
금강저는 유엽도 다음으로 그가 즐겨 사용하던 무기인지라 자연스러운 응대였다.
하지만 상대의 기량은 그의 예상보다 뛰어났다.
백면서생의 가볍고 잘 벼려진 검이 상대적으로 무겁고 짧은 금강저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파파팟-.
심통의 팔과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그의 공력이 뛰어나 버티고 있는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끝났을 싸움이다.
상대가 버티자 자존심이 크게 상한 백면서생은 전신의 공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예 저 금강저와 늙은이를 함께 베어 버릴 요량이다.
쩌엉-.
그러나 금강저는 잘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력한 검격에 맞은 심통이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날아갔다.
늙은이가 몸을 빼자 백면서생은 버럭 소리쳤다.
“감히!”
동시에 그는 들고 있던 검을 던졌다.
쐐애액-.
파공성과 함께 검이 화살처럼 심통을 향해 날아갔다.
희미한 빛에 휩싸인 검은 척 봐도 범상치 않았다.
깜짝 놀란 심통은 급히 천근추의 신법으로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역시나 급격하게 방향을 튼 검이 심통의 정수리로 내리꽂혔다.
절정의 이기어검이었다.
심통이 금강저로 이기어검을 쳐 내려 할 때다.
멈춰 있던 상단 행렬에서 날아온 검 한 자루가 이기어검을 가볍게 때렸다.
쉬이익- 채앵-!
곧이어 누군가 비조(飛鳥)처럼 심통의 위를 날아갔다.
짐마차 위에 앉아 있던 연적하가 움직인 것이다.
천둔검으로 이기어검을 쳐 낸 그는 곧바로 얼굴이 허연 괴인에게 달려들었다.
이기어검을 쳐 내고, 백면서생에게 날아가기까지 그야말로 눈 한번 깜짝일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백면서생은 누군가 자신의 검을 날리고 짓쳐들어오자 흠칫했다.
그런데 상대의 얼굴을 보니 아직 앳된 애송이다?
한순간 울컥한 그는 성난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정면으로 마주 쏘아 갔다.
“이것들이!”
하다 하다 이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까지 자신에게 덤비다니?
사지를 찢어 죽이리라!
그의 두 손이 핏빛으로 물들어 갔다.
적수공권으로 펼치는 혈룡붕천의 공법을 끌어 올린 것이다.
혈룡붕천, 그것은 ‘피에 물든 용이 하늘을 무너뜨린다’는 파천의 기공이었다.
하지만 붉은빛에 휩싸인 그의 주먹을 연적하는 너무도 쉽게 손끝으로 툭 쳐 냈다.
곧이어 활짝 열린 백면서생의 안면에 연적하의 주먹이 꽂혔다.
쩌억-.
떡메 치는 소리와 함께 백면서생이 추락했다.
백면서생은 눈앞에서 빛이 번쩍인다고 느낀 순간, 정신을 잃었다.
무정신마 한원요가 비호처럼 달려가 떨어져 내리는 백면서생을 받았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살처럼 산 아래로 내달렸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괴인들이 달아나려고 할 때다.
그들 앞에 연적하가 표표히 떨어져 내렸다.
“꼼짝 마! 움직이면 다리를 잘라 버린다.”
경고가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괴인들 중에 하나가 어수선한 틈을 타 숲속으로 냅다 달아났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잠시 갈등할 때다.
쐐애액-.
대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하늘에서 뭔가가 뚝 떨어져 내렸다.
이윽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숲에서 ‘아아악!’하고 처절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검 한 자루가 숲에서 날아왔다.
연적하는 돌아온 천둔검을 잡아 다시 허공중에 풀어 놓았다.
마치 안개처럼 천둔검이 사라졌다.
잠시 후 연적하가 황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괴인들에게 다가갔다.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
괴인들은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녹림 아니지?”
곤혹스러운 얼굴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괴인들 중에 하나가 대표로 말했다.
“저희는 광……. 크윽! 으아악!”
뭔가 말하려던 그는 두 손으로 머리통을 움켜잡고 괴로워했다.
그러더니 연적하가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칠공으로 피를 쏟으며 죽었다.
그뿐이 아니다.
나머지 삼십여 명의 사람들도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더니 그처럼 죽어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길은 서른 구의 시체로 가득 찼다.
황당한 얼굴로 시체를 보고 있는 연적하의 곁으로 심통이 다가갔다.
“공자님, 어떻게 하신 겁니까?”
“내가 한 거 아니야.”
“아니라고요? 그럼 저들이 그냥 죽었다는 겁니까?”
“어. 내가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저렇게 죽어 버리네?”
“흠! 금제(禁制)라도 받은 걸까요?”
“금제?”
“그런 수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죽었대? 한 사람이 죽으면 따라 죽게 되어 있나?”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등장도 그렇고, 죽는 모습도 그렇고, 예사롭지 않네요. 오랜 세월 강호를 떠돌아다녔지만 이런 건 처음 봅니다.”
괴인들의 정체를 두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하후찬이 다가왔다.
“심 대협, 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는 무슨. 너는 이자들이 누군지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행색으로 보아 녹림은 아닌 것 같은데……. 녹림도 아닌데 왜 재물을 노렸을까요?”
“돈이 필요한 무림 방파에서 벌인 짓이겠지.”
심통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던졌다.
하지만 연적하는 ‘돈이 필요한 무림 방파’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얼굴에 회칠을 한 자는 심통보다 고수였다.
그 정도 고수가 재물이 필요해 도적질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됐다.
“돈 때문에 벌인 짓이 아니야. 그 얼굴이 허연 사람은 심 노인보다 고수였다고. 그 정도 고수가 고작 도적질이나 할 것 같아?”
“물론 이상하기는 합니다만, 저들이 처음에 했던 말을 생각해 보십쇼. 물건을 놓고 가라 하지 않았습니까? 목표가 물건이었던 건 틀림없습니다.”
그말에는 연적하도 반박하지 않았다.
괴인들이 물건을 두고 가면 살려 줄 것처럼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 몰라.”
연적하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 냈다.
어차피 괴인들이 노린 게 무엇이든 자신과는 상관없었다.
석경장으로 돌아갈 자금만 모으면 상단의 일을 봐주는 것도 그만할 셈이다.
***
죽산의 기이한 일을 끝으로 더 이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 뒤로도 상단은 서안에 도착할 때까지 세 번이나 녹림의 도적들을 만났다.
하지만 녹림은 심통이 나서서 해결했다.
그 흔한 통행세의 흥정조차 없었다.
어떤 녹림의 산채도 심통이 나서면 거짓말처럼 조용히 물러났다.
일월 말.
산서성.
서안.
정오 무렵, 금인상방의 상단이 서안에 도착했다.
등원용 대행수는 서안의 상방에 싣고 온 짐의 절반가량을 내려놓았다.
물론 빈자리는 다시 서안의 특산품들로 채워졌다.
그렇게 대행수가 상단의 물건을 교체하는 동안 연적하와 심통은 천룡객점에 머물렀다.
그날 저녁.
객점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연적하를 등원용 대행수가 찾아왔다.
그의 곁에는 초로의 노인이 함께 서 있었다.
“남천 대협. 삼정상방의 방주께서 남천 대협께 인사를 올리겠다고 하여 모시고 왔습니다.”
“아, 예에.”
연적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방과는 더 얽힐 일이 없는데 이런 인사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삼정상방의 방주 유하원이 머리를 조아렸다.
“남천 대협. 저는 삼정상방의 주인인 유하원입니다. 천하에 위명이 자자한 남천 대협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연적하예요.”
연적하가 화답하자 유하원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대협께서는 이 년 전 대자은사의 대안탑에서 고서가 발견된 일을 기억하십니까?”
“…….”
순간 연적하의 눈에서 안광이 번득였다.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나.
그 고서에 등장하는 범천 욕계를 자신과 남궁연, 심통이 갔다 왔는데.
연적하와 눈이 마주치자 유하원은 결례다 싶어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그 당시 대안탑의 고서를 쓸어 모은 곳이 금일상방이라는 곳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요.”
“그런데요?”
“그 당시 고서의 거래에 관여된 사람들이 여럿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연적하가 의아한 눈으로 유하원을 보았다.
이 년 전의 이야기를 갑자기 왜 꺼내는지 모르겠다.
유하원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 정도로 대안탑에서 나온 고서가 특별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연적하가 짜증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유하원은 얼른 머리를 숙였다.
“어이쿠! 송구합니다. 사설이 길었군요. 저는 금일상방의 방주 만수귀와 호형호제하던 사이라, 내밀한 사정을 알고 있습니다. 고서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요. 여하튼 저희 삼정상방에서는 그 뒤로 은밀하게 대안탑의 고서를 수집하였습니다.”
“대안탑의 고서를요?”
“예. 몇 권 안 되지만, 저에게 대안탑에서 나온 고서가 있습니다.”
연적하는 조금 호기심이 일었지만 그뿐이다.
이미 왕들의 하늘에 대한 비밀을 아는 터라 딱히 욕심은 생기지 않았다.
“천하에서 이 고서의 가치를 아는 분은 남천 대협과 남궁 부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팔겠다는 거예요?”
“그럴 리가요. 아닙니다. 남천 대협께 드리고 싶어서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