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911
911회. 형님! 제가 해결해 드릴까요?
호위 총책임자인 연무백은 곤혹스러운 눈으로 주천교와 모용각을 보았다.
처음부터 아슬아슬하던 분위기는 결국 터지고 말았다.
십만 냥을 들고 와서 외상 거래를 하려고 한 상조상방과 거기에 동조해 지급 보증을 서겠다는 남맹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호천맹 관할 구역에서 남맹의 지급 보증이라니?
아무리 상조상방이 남맹 쪽에 섰다고 해도 그건 호천맹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남맹 고수 앞에서 대놓고 남맹을 무시한 주천교의 언행도 문제였다.
‘총체적 난국이로군.’
‘네 개의 상방’과 ‘남맹’과 ‘칠파일문 출신의 호위들’이 복잡하게 얽혀 도무지 적당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호위 책임자인 그는 일단 주천교를 만류하려다 멈칫했다.
칠파일문의 속가제자인 주천교가 호천맹을 위해 나선 것처럼 보여서다.
‘연가무관도 호천맹 산하의 무관인데…….’
어느새 호천맹과 남맹의 다툼으로 바뀐 지금은 자신도 주천교를 도와야 했다.
‘어쩐다…….’
잠시 고민하던 연무백은 호위들을 데리고 금와상방의 방주에게 다가갔다.
호위 책임자로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로 한 것이다.
“방주님. 제 뒤로 오십시오.”
일촉즉발의 분위기에 다 죽어 가던 구본웅 방주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양측의 혼전 중에 자신이 죽으면 진평상방과 일심상방은 상조상방 손에 넘어가게 된다.
그걸 노리고 혼란의 와중에 자신을 향한 암살 시도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구본웅은 대행수를 이끌고 연무백의 뒤로 몸을 숨겼다.
뒤늦게 진평상방과 일심상방 방주들이 구본웅에게 접근했다.
그들 역시 사태가 심상치 않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이건 금와상방에는 호재인지라 연무백은 그들에게 길을 터 줬다.
진평상방과 일심상방 방주들이 막 연무백을 지나칠 때, 상조상방 호위들이 정면으로 돌진했다.
차차창- 챙-!
“윽!”
처음에 상조상방의 호위들은 금와상방의 호위를 제압할 목적으로 손을 썼다.
그러나 금와상방의 호위들은 강한 데다가 숫자마저도 많았다.
어설프게 굴다가는 도리어 당할 판이라 상조상방 호위들의 손속은 점점 매서워졌다.
그렇게 되자 칠파일문 속가제자들 역시 살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악!”
“크윽!”
양측이 생사를 도외시하고 싸우자 상월정에는 선혈이 난무했다.
극한의 승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상조상방의 공격으로 시작된 싸움은, 한 식경(약 30분)도 안 되어, 상조상방의 패배로 끝났다.
주천교가 강제로 무릎이 꿇려져 있는 모용각에게 다가갔다.
“뭐? 엎드려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고?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상대의 욕설에 모용각이 이를 갈며 말했다.
“주천교!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남맹의 고수들을 죽였으니 네놈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의 악다구니는 아직 살육의 광기를 가라앉히지 못한 주천교를 자극했다.
“그래도 이놈이 남맹을 등에 업고 오만방자한 소리를 하는구나! 입을 찢어 놓으면 좀 조용해지려나?”
말과 함께 주천교가 검 끝을 모용각의 얼굴로 들이밀었다.
핏발 선 주천교의 눈동자에는 티끌만큼의 이성도 남아 있지 않았다.
뒤늦게 ‘아차!’ 싶은 모용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그때 연무백이 주천교를 제지했다.
“적당히 합시다. 불구대천의 원수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해야겠소?”
‘어떤 새끼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주천교가 거칠게 상체를 돌렸다.
호위 책임자 와룡검객 연무백이었다.
주천교와 연무백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칠파일문의 제자들은, 비록 속가제자라 해도, 사문과 자신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칠파일문이 무림의 종주이며 다른 방파들은 그 아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이를테면 남천 연적하를 배출한 와룡장 같은 신비무가(神秘武家)가 그런 곳이다.
호천맹과 남맹의 사람들은 와룡장의 역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건 주천교도 마찬가지였다.
담담해 보이지만 용암처럼 뜨거운 열기를 품은 연무백의 눈빛에 그는 이성을 되찾았다.
자신과 달리 연무백은 와룡검객이라는 별호로 불린다.
그가 호천맹 무림대회에 참가했다면 호천십걸의 일원이 되었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덮칠 것처럼 투기를 내뿜던 그는 조용히 칼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이윽고 연무백이-모용각의 어깨를 누르고 있던-호위들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보냈다.
호위들은 멈칫했지만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가 호위의 책임자니, 호위로 위장한 이상 그의 지시에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연무백은 모용각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나는 호위 책임자인 연무백이오. 상방 간의 분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니 길게 말하지 않으리다. 그쪽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시오.”
모용각은 뭐라고 말하려는 듯 입을 움찔거렸지만, 끝내 한마디도 못 하고 돌아섰다.
상조상방 사람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그의 뒤를 따랐다.
조금 전 위풍당당하게 등장할 때를 생각하면 실감이 나지 않는 모습이다.
잠시 후 금와상방의 일꾼들이 몰려와 엉망이 된 상월정을 빠르게 정리했다.
금와상방의 구본웅 방주가 진평상방과 일심상방 방주들을 새 탁자로 이끌었다.
“상조상방이 인수에서 손을 뗐고, 두 분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생겼으니, 계약 조건을 다시 정해야겠소. 두 상방을 각각 칠만 냥에 인수하며, 두 상방의 부채에 대한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겠소. 계약을 하지 않아도 좋소. 그럴 경우 오늘 금와상방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두 분께 청구할 생각이오. 어떻게 하시겠소?”
진평상방과 일심상방 방주들은 군말 없이 계약서에 수결을 했다.
두 사람은 ‘괜히 상조상방을 끌어들여 삼만 냥만 날렸다’고 자책했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
상월정에서 벌어진 싸움 소식은 금방 하남성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금와상방과 상조상방의 이권 다툼이지만, 실제로는 호천맹과 남맹의 한판 승부였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호천맹의 안방인 하남성에서 일어난 첫 싸움은 호천맹의 대승으로 끝났다.
호천맹의 사상자가 다섯인 반면 남맹은 무려 열 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상방들은 그 싸움으로 호천맹 산하의 금와상방이 큰 이익을 보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대륙의 상방들 사이에 ‘역시 호천맹’이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더불어 남맹은 단지 남직례성의 패주(霸主)로 인식되었다.
눈치를 보던 상방들이 하나 둘 호천맹으로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호천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맹으로 기울었던 방파들에까지 손을 뻗었다.
남직례성.
합비.
남맹.
천추각의 대회의실.
남맹 총사인 반천일검 모용문이 남맹의 수뇌부들 앞에서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남맹의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현재 대륙의 십대상방들 중 칠 할이 호천맹으로 넘어갔습니다. 우리가 순진했습니다. 그래도 같은 정파 연합이라고 주저할 때, 저들은 칼을 휘둘렀습니다. 호천맹에 심어 둔 정보원의 보고에 의하면 상월정에서 무력을 행사한 금와상방 호위의 절반이 호천맹 무인이었습니다. 특히나 주천교는 중양절 무림대회를 통해 고용된 백 명의 일급 무사들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상조상방이 우리 남맹의 지원을 받는다는 걸 알고 은밀히 일급 무사를 파견했던 겁니다.”
“…….”
남맹의 수뇌부인 오대세가 대표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십대상방의 칠 할이면 대륙을 움직이는 금력의 칠 할이 넘어갔다는 말과도 같았다.
선우세가의 가주 환우검 선우담이 물었다.
“그래서 대책은 있소?”
“금와상방은 호천맹을 지지하는 상방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다른 어떤 상방보다 금와상방을 공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팽가의 원로인 팽무안이 딴지를 걸었다.
“상방을 공격하다니? 아무리 남맹이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그렇지, 사마외도의 방법을 쓰면 되겠소?”
“오해하지 마십시오. 우리 남맹이 금와상방을 직접 공격하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상월정에서 당한 그대로, 금와상방에 돌려주자는 것입니다.”
그제야 팽무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월정에서 남맹이 당한 대로 돌려 주자는 것은 그도 찬성이었다.
“금와상방의 신년 하례식에 호천맹과의 업무 협약식을 열기로 하였습니다. 그날 진평상방과 일심상방의 방주들이 계약 무효를 주장할 것입니다.”
“계약 무효라니?”
“그래도 되나?”
계약 무효라는 말에 오대세가 대표들이 술렁거렸다.
모용문이 말을 이어 갔다.
“본래 십만 냥에 매입하기로 했으나 계약 당일 금와상방이 칠만 냥에 수결을 하게 했다고 합니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을 목격한 두 방주들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더군요. 진평상방과 일심상방이 남맹에 가입하며 계약의 철회를 요청했습니다.”
물론 사실은 총사부에서 그렇게 하도록 진평상방과 일심상방을 사주했다.
오대세가 대표들은 그 두 상방이 뒤늦게 왜 그러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금와상방의 신년 하례식에서 강제로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호천맹까지 깨부숨으로 천하 무림의 종주가 누구인지 보여 줄 생각입니다.”
“찬성하오.”
“호천맹에 열 배 백 배로 돌려주시오.”
그렇게 남맹 수뇌부는 상방을 앞세워 호천맹에 피의 복수를 계획했다.
***
그날 저녁.
청운검 남궁천은 석경장으로 찾아가 남맹과 호천맹의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털어놓았다.
“남맹에서 기어코 일을 벌이려는 모양이다. 내년 금와상방의 신년 하례식을 거사 일로 잡고 있다.”
연적하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또 금와상방이에요?”
“총사부에서 진평상방과 일심상방의 방주를 회유한 모양이다. 강압적으로 맺은 계약을 무효화하고, 금와상방의 신년 하례식을 뒤집어 엎겠단다.”
“그렇게 대놓고 상방을 건드려도 뒷말이 없어요?”
“신년 하례식 때 호천맹과 업무 협약을 맺기로 했단다. 남맹의 목표는 금와상방이 아니라 호천맹이다.”
“와아! 결국 남맹과 호천맹이 싸우게 되는 건가요! 어이가 없네?”
“그렇다고 남맹을 욕할 수만도 없다. 최근 남맹 쪽에 있던 상방이 호천맹으로 돌아서서 남맹의 피해가 극심한가 보더라. 이대로라면 십 년도 버티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다들 먹고살려고 싸운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맞아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남맹의 내부 사정을 뻔히 알아서 그런지 욕도 못 하겠더라.”
“웃기네. 유명교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왜 같은 편끼리 싸운대요?”
“그러게 말이다.”
쓴웃음을 짓던 남궁천은 남궁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동생은 아기와 놀아 주기만 할 뿐 남맹과 호천맹의 갈등에 일언반구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여동생의 조언이 듣고 싶었다.
“연아, 너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관심 없어요.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쩝, 그러냐.”
남궁천이 떨떠름한 얼굴로 남궁연을 보았다.
자신도 진설하만 아니면 그녀처럼 본체만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호천맹과의 싸움에 사상자가 생기면서 진설하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호법당은 공세를 멈췄지만 일반 무인들이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연적하가 불쑥 끼어들었다.
“왜요? 혹시 형님도 금와상방의 신년 하례식에 가게 됐어요?”
“그건 아니고, 남맹에 사상자가 나오면서부터 진 매가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서……. 보고 있기가 영 그렇다.”
“아니? 화가 나면 호천맹으로 달려가지, 왜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대요?”
“그러게 말이다.”
“형님! 제가 해결해 드릴까요?”
“응? 네가? 어떻게?”
남궁천이 의아한 눈으로 연적하를 보았다.
십전무후라고 불리는 동생이라면 혹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단순 무식한 그가 무슨 수로 해결하겠다는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