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31
130화. 학생회장과 망나니 (1)
“젠장. 너 같은 범생이와 같은 조라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너 같은 문제아와 같은 조라니…….”
헌원강과 독고준은 서로를 향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둘은 같은 해에 입학한 동기이자 나이도 같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들에게 비슷한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일하게 오늘, 그들은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기는 했다.
‘이 자식이랑 같이 다니기 싫다.’
한 명은 청룡학관의 모든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장.
한 명은 불과 얼마 전까지 학관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했던 망나니.
당연히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옷차림부터 표정, 언행까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쯧쯧. 벽창호 같은 놈.”
“단순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놈.”
문제의 발달은 오늘 아침.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범죄 우발구역을 순찰한다. 둘 혹은 셋씩 한 조를 이뤄서 움직이는 걸 기본으로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몰랐다.
백수룡이 왜 그렇게 음흉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지.
-그럼 지금부터 조를 발표하지. 일조 독고준, 헌원강.
가장 먼저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불리고, 그 외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학생들이 당황해서 눈을 끔뻑였다.
-……선생님.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 싫어요! 왜 저 새끼랑 같은 조야!
예상대로 엄청난 반발이 뒤따랐지만, 백수룡은 코웃음을 치며 두 사람을 한 조로 묶었다.
-저, 선생님.
둘이 충돌할 것이 걱정됐는지, 수강생 중 유일한 사학년인 거상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말했다.
-일조에 한 명 정도는 더 넣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지원자가 없다면 제가…….
거상웅은 선배로서 살신성인의 모범을 보이려 했으나, 백수룡은 그것조차 거절했다.
-너희는 고학년이라서 둘만 한 조로 묶은 거다. 아니면 뭐야. 빈민가에 있는 사파 애들이 무서워서 그래? 선생님이 같이 가 줘?
자존심을 긁는 백수룡의 말에, 자존심 강하기로는 청룡학관에서 제일을 다투는 두 소년은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이면 충분합니다.
-뭔 소리야! 그깟 순찰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그리고 현재.
두 사람은 아침에 자신들이 한 말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여기선 왼쪽이다.”
“뭔 소리야? 느낌이 딱 오른쪽이구만.”
둘뿐이라서 다수결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한번 의견이 어긋나면 둘 다 웬만해서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그게 겨우 갈림길에서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도…….
“왼쪽이야.”
“오른쪽이다.”
“왼쪽.”
“오른쪽.”
“……한번 붙어? 이긴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해?”
“자신 있나? 후회할 텐데?”
그래서 몇 번이나 으르렁대며 싸울 뻔했지만, 그때마다 떠오른 백수룡의 경고가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순찰 나가서 싸우는 놈들은 돌아와서 첫날 수업을 반복할 거니까 알아둬라. 특히 고학년들. 밖에 나가서 학관 망신시키지 마. 학생주임 선생님도 이 수업에 관심이 정말 많으시거든? 사고 치면 바로 개인 면담이라고 전해 달라고 하시더라.
-…….
백수룡에게 당할 보복도 두려운데 매극렴과의 개인 면담까지!
아무리 그들이 학생회장과 망나니라도, 건드릴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었다.
결국, 둘은 오전 내내 신경전만 벌이다가 정작 순찰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쳐 버렸다.
꼬르륵.
“크, 크흠!”
솔직하기 그지없는 본인의 생체시계에 헌원강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독고준은 무안할 정도로 아무 반응도 없었다.
“야. 독고. 밥이나 먹고 하자.”
“……그러지.”
한숨을 내쉰 독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한 순간이었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객잔 하나가 보였다.
다 무너져갈 듯 허름한 객잔이었지만, 주변이 빈민가인 만큼 그것조차 감지덕지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허리가 굽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파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르신. 여기 주문 좀 하겠습니다. 혹시 차림표가…….”
독고준의 공손한 말투에, 노파는 자신의 귀를 가리키더니 고개를 저었다.
독고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귀가 잘 안 들린다는 것 같은데. 할멈! 내 말 들려!!”
그제야 노파가 웃으며 고개를 아주 천천히 끄덕였다.
헌원강이 씨익 웃으며 독고준을 돌아봤다.
“그렇다네. 대충 앉자고.”
“…….”
헌원강은 독고준을 지나쳐 창가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잠시 후 독고준도 그 맞은편에 앉았다.
허름한 객잔인지라 차림표조차 없었고.
벽에는 달랑 ‘소면’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독고준이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했다.
“……소면 두 개 주십시오.”
손가락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노파가 마른행주를 들고 천천히 탁자로 걸어왔다.
그 답답할 정도로 느린 걸음에, 헌원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이 할멈!”
헌원강의 예의 없는 말투와 갑작스러운 행동에, 독고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녀석이 설마. 아무리 신경질이 났어도 힘없는 노파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만약 그렇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독고준은 은밀히 내공을 끌어올리며, 언제든지 헌원강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거 이리 내놔!”
벌떡 일어난 헌원강은 노파에게 다가가더니, 그녀가 들고 있던 마른행주를 빼앗았다.
휘익!
기가 막힌 금나수의 수법이라 노파는 눈만 끔뻑였다.
“탁자 닦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소면이나 빨리 말아 와.”
“…….”
자리로 돌아온 헌원강이 탁자를 마른행주로 벅벅 닦으며 투덜거렸다.
“배고파 죽겠는데 언제 이걸 다 닦고 요리를 하려고 말이야. 젠장. 이 얼룩은 왜 이렇게 안 지워져?”
내친김에 내공까지 담아 탁자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후에야 헌원강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왜? 뭐?”
독고준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놈. 정말 이상한 놈이야.”
“앙? 이 새낀 왜 또 시비지?”
험악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헌원강의 모습에, 독고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둘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똑같이 명문세가에서 자랐지만 독고준은 가문의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촉망받는 후기지수인 반면, 헌원강은 몰락한 명문가의 제멋대로인 망나니였다.
그래서 어울릴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이 녀석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로군.’
잠시 후, 노파가 대야나 다름없는 커다란 그릇에 소면을 가져왔다.
“오, 맛있겠네!”
어지간히 배가 고팠는지 헌원강은 허겁지겁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반면 독고준은 몇 입 먹다가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대신 시간이 남아 헌원강을 바라봤다.
‘헌원세가의 망나니.’
지난 삼 년 동안 이름보다 그렇게 많이 불린 녀석.
헌원강이 사고를 쳤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마다, 독고준은 항상 혀를 차거나 한숨을 쉬었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얼마 전에 팽사혁과 싸웠다고 들었을 땐, 드디어 퇴학당하거나 자존심 때문에라도 자퇴할 줄 알았다.
‘둘 다 아니었지. 이 녀석은 변했다.’
헌원강은 며칠 굶은 거지처럼 소면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인상이 사납게 생긴 이 녀석은 예의가 부족하고, 아주 안하무인이며,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싸우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싸우면 어떨까?
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쉽게 이길 자신도 없었다.
독고준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청룡학관 학생들 중 최고수인 자신이 헌원강에게 쉽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니.
사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물어볼 게 있는데.”
독고준은 헌원강이 변한, 그리고 강해진 이유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었다.
“백수룡 선생님 말이야.”
“……콜록! 콜록!”
갑자기 사레가 들린 헌원강이 한동안 기침을 하다가 독고준을 홱 노려봤다.
“밥 먹는데 갑자기 소화 안 되는 이름을 꺼내고 지랄이야? 체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같은 집에 사는 사이인데. 이름 좀 들었다고 체해?”
“인마. 맞을 걸 알고 맞는 거랑 방심하고 있다가 처맞는 거랑 같아?”
“무슨 소리인지 대체…….”
독고준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에, 헌원강은 쯧쯧 혀를 찼다.
설명해 줘 봤자 모를 것이다.
이건 백수룡 그 인간한테 직접 당해 본 놈들만 아는 거니까.
“아무튼 선생님이 뭐?”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나 궁금해서.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굳이 캐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독고준은 꽤나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헌원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별건 없어. 죽어라 굴리고, 자세 좀 봐주고, 가끔 한마디씩 던져주고……. 무공도 하나 가르쳐 주긴 하는데.”
“무공을?”
헌원강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배우는 도법이 있거든. 아직 초반부이긴 한데, 이게 아주 끝내줘.”
최근 헌원강은 백수룡에게 수라혈천도의 초반부를 배우고 있었다.
분명 처음 익히는 무공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과거에 익혔던 무공처럼 수라혈천도의 구결이며 초식이 몸에 착착 붙었다.
그 속도에 백수룡도 가끔 놀랄 정도였다.
헌원강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올해 천무제. 이 도법으로 팽사혁 그 자식을 박살 내고 용봉비무에서 우승할 거다.”
“…….”
“뭐야. 반응이 왜 이래? 재수 없다든가 잘난 척하지 말라든가 해야 하는 거 아냐?”
잠시 멍한 표정이던 독고준이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입에서 천무제 우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신기해서.”
“뭐 대수라고.”
헌원강은 대야 그릇에 남아 있는 소면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그리고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누가 하도 닦달을 해서 말이야. 까짓 거 나가서 우승시켜 주지 뭐. 사부님 소원이라는데.”
“……네가 팽사혁을 이길 수 있게 된다면, 청룡학관의 천무제 종합 우승도 꿈은 아니겠지.”
“그래? 그럼 됐네.”
헌원강의 자신만만한 미소에 독고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룡장에서 지내더니, 저 자신감도 선생님을 닮아가는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하루하루 놀라운 속도로 강해지는 헌원강에 비하면, 자신의 무공은 답보상태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독고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몇 달째 독고구검에 진전이 없다.’
사람들은 독고준을 청룡학관 최고의 기재라고 불렀다.
가문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천재라며 칭송받아 왔다.
하지만 독고준은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천무학관이었다면 상위권에 겨우 드는 수준.’
그 수준을 뛰어넘기 위해 하루를 일각 단위로 쪼개가며 수련에 매진한 적도 있었지만, 몇 달째 독고구검의 성취는 거의 그대로였다.
‘이대로는…….’
독고준은 탁자 아래로 내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번 학기에 를 신청한 것도 그래서였다.
뭔가 변화가 생기면, 답보상태인 무공에 진전이 있을까 싶어서.
‘조급해하지 말자. 깨달음이 쉽게 올 리 없으니까.’
마음을 다잡은 독고준이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오후에는 돌아가면서 한 시진씩 조장을 맡고,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은 군말 없이 따르는 게 어떤가?”
“좋아. 진작 그럴 것이지.”
독고준의 제안에 헌원강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순찰 임무의 합의를 끌어낸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가에 앉아 있던 노파에게 계산을 하러 갔을 때였다.
와장창!
객잔의 문이 부서지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안으로 굴러들어왔다.
“커헉! 컥…….”
피투성이가 된 사내가 객잔 바닥을 기었다.
그리고 그 밖에서 사내를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끼가 뒈질려고? 뭐? 상납금을 못 내겠어?”
“적호방에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자고.”
“못 도망치게 뒷문 막아. 니들은 저 새끼 마누라 잡아 오고.”
팔뚝에 호랑이 문신을 한 사내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오며 대화를 나눴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독고준이 그들에게 따져 물었다.
“백주대낮에 이런 짓을…….”
“야.”
“!!”
솜털이 곤두서는 살기에 놀란 독고준이 옆을 돌아보자, 헌원강이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웃고 있었다.
“내가 먼저 한다.”
“……뭘?”
“한 시진 동안 조장하는 거. 그러니까 막지 말라고.”
휘익!
말릴 새도 없이, 헌원강은 곧장 적호방 패거리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