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55
154화. 혈교의 유산 (3)휘익!
벼락같이 달려든 백수룡이 검을 휘둘렀다.
전과 달리 선혈처럼 붉은 검강이 피어난 검.
혈수귀옹은 그 공격에 담긴 힘을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양손에 강기를 형성한 뒤 교차해서 막았다.
쩌어어어엉!!
강기와 강기가 충돌하자, 두 사람을 중심으로 막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크헉!”
혈수귀옹은 거의 벽까지 밀려난 후에야 겨우 멈춰섰다.
하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백수룡의 검에 맺힌 강기를 보고 받은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이다.
“어, 어떻게 네가 강기를……!”
“강기 따위가 뭐 대수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백수룡의 태도에, 혈수귀옹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서른도 안 돼 보이는 나이에 검기성강(劍氣成?)의 경지에 이르다니!
자신은 수십 년을 수련해서 얻은 경지를 저런 애송이가 벌써 얻었다는 생각에, 혈수귀옹의 열등감이 폭발했다.
“갈! 기고만장하기가 이를 데 없구나!”
혈수귀옹은 모든 내공에 더해 진원진기까지 끌어올렸다.
더 이상 힘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여기서 상대를 죽이는 자가, 비동 안에 있는 혈교의 보물을 모두 차지할 테니까.
아니, 어쩌면…….
피눈물을 흘리는 혈수귀옹의 두 눈이 완전히 광기에 잠식됐다.
“크하하하! 너를 죽이고 내가 새로운 혈마가 될 것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쩌어어엉!
또다시 강기와 강기가 충돌했다.
부서진 강기의 파편이 사방을 할퀴었다.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두 고수의 연이은 충돌에, 공동이 흔들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강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 보이는구나!”
어지럽게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속에서 혈수귀옹이 광소를 터트렸다.
반면 백수룡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역시 아직 강기를 사용하는 건 무리로군.’
역천신공이 7성에 이르러야, 임독양맥이 완전히 타통돼 자유롭게 강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백수룡은 피워낸 강기는 억지로 단전과 혈도를 쥐어짜내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부작용으로 몸에 상당한 무리가 오고 있었다.
“흐흐흐. 어설프게 강기를 만들어 봤자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혈수귀옹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자신에게 승기가 완전히 기울었다고 믿은 그가 여유롭게 웃었다.
“우선 네놈이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도록 두 다리를 잘라 주마. 그다음엔…….”
“휴우. 이제야 좀 익숙해지는군.”
“뭐?”
백수룡이 창백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혈수귀옹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살려 달라고 빌어도 모자랄 상황에서, 저렇게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을 수 있다니.
“아직도 허세를…….”
하지만 허세라고 하기엔, 백수룡의 표정이 점점 눈에 띄게 편안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그가 피워낸 검강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츠츠츠츳…….
월영을 감싼 붉은 검강이 점점 얇게 압축되기 시작됐다.
“실전에서 사용해 보는 건 처음이라 조절이 잘 안 됐거든.”
“무, 무슨 짓을…….”
혈수귀옹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 백수룡이 보여 주는 기술은, 자신은 따라 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고절한 기예라는 것.
‘강기를 압축하다니!’
자신보다 까마득하게 높은 경지, 예를 들면 십대고수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기술이었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 백수룡이 씩 웃었다.
“다시 붙어보자고.”
백수룡은 경쾌하게 보법을 밟아 혈수귀옹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강이 압축된 탓인지, 휘두르는 검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하지만 검에 실린 힘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쩌어어엉! 쩌엉! 쩌저저정!
검이 부딪칠 때마다 힘겨워했던 백수룡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마리 표범처럼 날렵하게 보법을 밟으며, 혈수귀옹의 사방에서 나타나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제 궁지에 몰린 쪽은 혈수귀옹이었다.
“크윽…… 까불지 마라!!”
혈수귀옹은 모든 내공을 끌어모아 사방으로 강기를 폭발시켰다.
콰콰콰콰쾅!
강기의 폭발이 반경 십 장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백수룡은 그러한 폭발 속에서도 멀쩡했다.
압축된 검강으로 검막을 펼쳐 폭발을 막아 낸 백수룡이 폭발 속에서 걸어 나왔다.
저벅저벅.
“혈수귀옹. 강기를 제외하면 넌 나보다 나은 게 아무것도 없다.”
“닥쳐라!”
검강의 단단함은 상대와 부딪쳐서 부서지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부족한 내공은 기교로 메운다.
물론 제대로 된 초절정 고수가 상대였다면 이 방법으로도 쉽지 않았겠지만…….
“넌 이 정도로 충분하거든.”
십대악인의 악명에 걸맞게 혈수귀옹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였지만, 백수룡의 눈에는 강기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는 반푼이에 불과했다.
“난 강기도 제대로 못 다루는 반푼이는 초절정으로 안 쳐.”
“닥치라고 했다!”
혈수귀옹이 양손의 손톱에 강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달려들었다.
백수룡은 쏟아지는 공격을 막으며 강기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아직은 반 각 정도가 한계인가.’
강기를 압축해 효율을 높이고, 기의 낭비를 최소화했다.
단전과 혈도에 가는 부담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서는 반 각을 유지하는 것이 한계였다.
“뭐, 지금은 반 각이면 충분하지만.”
“찢어 죽일 노오옴!”
완전히 이성을 잃은 혈수귀옹이 온몸으로 강기를 뿜어내며 덤벼들었다.
동귀어진조차 불사한 공격.
하지만 백수룡은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혈수귀옹의 빈틈이 너무나 많이 보였다.
백수룡이 차갑게 웃었다.
“얼굴 보는 것도 지겨운데 이제 마무리하자고.”
월영이 허공에 붉은 궤적을 그렸다.
까가가가각!
혈수귀옹의 강기가 부서지고, 손톱이 잘려나갔다.
불안정한 혈수귀옹의 강기는 백수룡의 압축된 강기를 버텨 내지 못했다.
내상을 입은 혈수귀옹이 피를 토하며 물러났다.
“커허억!”
순식간에 열 개의 손톱이 모두 잘려나갔다.
뿐만 아니라 온몸에 깊은 자상을 입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단전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 안 돼애…….”
혈수귀옹은 자신의 배에 난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내려다봤다.
손바닥으로 급히 상처를 막아 봤지만, 쏟아지는 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내 수십 년의 적공(積功)이…….”
부서진 단전에서 내공이 빠져나가면서, 혈수귀옹의 노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내, 내가 이렇게…….”
혈수귀옹은 혈옥수가 깨지며 가뭄의 논처럼 말라비틀어진 손으로 자신의 배를 틀어막았다.
울컥울컥 피를 게워내던 그는 결국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이미 늦었음을 알면서도, 혈수귀옹은 바닥을 기어서라도 도망치려고 했다.
생에 대한 끈질긴 집착이었다.
“나는, 나는 혈교가 숨겨 둔 보물을 찾아야 한다……. 그 안에서 신공절학과 영약을 섭취해, 환골탈태를 이루어 젊음을 되찾아야 해…….”
“아직도 미련이 남았나.”
혈수귀옹의 등 뒤에 그림자가 졌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 보자, 백수룡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혈수귀옹의 눈빛이 표독스러워졌다.
“네놈! 네놈만 아니었어도 나는……!”
“저승길에 헛된 미련을 버리고 가도록 확실하게 말해 주지. 신공절학과 영약을 얻었어도 당신은 환골탈태를 이룰 수 없어.”
“무, 무슨 소리냐, 그게!”
백수룡은 이런 악인에겐 그 어떤 희망도 남겨 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관의 눈으로 냉정하게 혈수귀옹을 평가했다.
“우선 무공에 대한 자질이 모자라고, 편협한 성격도 신공절학을 익히기에 부적합하다. 오성도 뛰어나지 못해. 그랬다면 진작 혈옥수를 대성해 완전한 초절정을 이루었겠지.”
백수룡의 냉정한 평가에, 혈수귀옹이 바락바락 악을 질렀다.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내가 상승무공을 조금만 일찍 입문했다면……!”
“내가 아는 어떤 노인은 65세에 무공에 입문해, 하루도 쉬지 않고 수련해서 청룡학관에 입관했다. 네가 그 노인보다 더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나는…….”
백수룡의 싸늘한 눈빛에 혈수귀옹이 입을 다물었다.
“신기루 같은 신공절학과 영약만 얻으면 환골탈태를 이룰 거라는 환상에 매달려서, 정작 수련은 게을리했겠지. 안 봐도 뻔하군. 그 대가가 이거다.”
“그렇지 않다! 나도 노력을…….”
“변명은 지옥에 가서 해.”
백수룡이 검을 들어 혈수귀옹의 심장 위에 올렸다.
그가 나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지옥에 가서 사제 만나면 안부 전해 줘.”
“사, 살려……!”
푸욱.
혈수귀옹의 몸이 잠시 바들거리다 축 늘어졌다.
십대악인으로 악명을 떨쳤던 고수치고는 무척 초라한 최후.
지난 수십 년 동안 악인곡의 지배자로 군림하며 숱한 악행을 저질러 온 대악인은, 그렇게 아무도 보지 못한 곳에서 쓸쓸하게 죽었다.
“후우…….”
백수룡은 잠시 서서 호흡을 골랐다.
혈수귀옹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그 역시 내공과 체력이 모두 한계에 달해 있었다.
이 안으로 유인해서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 바닥에 쓰러진 것은 백수룡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이긴 건 이긴 거지.”
백수룡은 혈수귀옹의 시체를 일별하고 돌아섰다.
위에 있을 제자들이 걱정되었지만, 내공이 거의 바닥 난 상태.
안전한 곳에서 잠시 운기조식을 한 후에 움직일 생각이었다.
“영약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백수룡은 벽을 더듬어, 숨어 있는 기관장치를 찾아내 조작했다.
쿠구구구……구궁!
막다른 길인 줄 알았던 벽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시작부터 값비싼 야명주가 천장에 박혀 조명을 대신하고 있었다.
“어디, 망하기 전에 얼마나 꼬불쳐 뒀는지 한번 볼까.”
백수룡은 혹시나 발동할지 모르는 기관장치를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더 이상의 기관장치는 없는 듯했다.
잠시 후 백수룡을 맞이한 것은 함정이나 기관이 아니라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는 금은보화였다.
백수룡이 휘파람을 불었다.
“많이도 쌓아 놨군.”
엄청난 양이었지만, 백수룡은 금은보화에는 잠시 눈길만 준 후 바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가 찾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곳이 정말 혈교가 망하기 전에 미래를 안배한 곳이라면…… 분명 있을 텐데.’
그리고 잠시 후, 백수룡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그럼 그렇지.”
창고 안 깊은 곳, 주먹의 절반만 한 크기의 붉은 영단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탁기와 영약의 약기가 조화를 이룬, 오직 혈마를 위해 만들어진 최고의 영단.
“혈옥…….”
혈옥을 섭취한다면 역천신공의 성취는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다.
혈옥이 담긴 목곽 아래에는 철궤가 놓여 있었다. 백수룡은 철궤를 열어 그 안에 있는 내용물도 확인했다.
그리고 나직이 감탄했다.
“묵룡의(墨龍衣).”
그것은 가죽도 아니고 천도 아닌,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검은색 보의(寶衣)였다.
입고 있기만 해도 한서(寒暑)의 침범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검기를 막아 내며, 내공을 주입하면 강기까지 어느 정도 막아 낼 수 있는 신병이기.
혈교의 많은 보물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보물이었다.
백수룡은 무복 상의를 벗고 맨몸에 묵룡의를 입었다.
촤르르륵.
마치 스스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묵룡의는 백수룡의 몸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하하. 혈옥과 묵룡의라니. 이 둘만으로도 엄청난 횡재로군.”
하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법.
백수룡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보물창고 안을 빠르게 훑었다.
그런 그의 시야에, 구석에 놓여 놓인 낡은 물건 하나가 들어왔다.
“저건……!”
그건, 백수룡이 반드시 찾고 싶었던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