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58
157화. 구음마녀 (2)구음마녀의 거처에 도착한 학생들은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왜 우릴 여기로 데려온 거지?’
‘갑자기 돌변해서 죽이지는 않겠지…….’
악인곡 한가운데에 대궐 같은 집을 지어 놓은 혈수귀옹과 달리, 구음마녀의 집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절벽 한가운데에 동굴을 파서 혼자 지내고 있었는데, 계단도 밧줄도 없어서 오로지 경공으로만 올라와야 했다.
동굴 안은 상당히 넓었지만, 제대로 된 집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계속 서 있을 거냐? 아무 데나 앉아라.”
구음마녀의 말에 학생들이 엉거주춤하게 자리에 앉았다.
어째선지 사내들은 구음마녀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는 상황.
여민이 대표로 구음마녀에게 말했다.
“독에 당한 환자가 있어요. 치료를 좀 해도 될까요?”
“마음대로 해.”
허락을 구한 학생들은 의식을 잃은 위지천을 바닥에 눕히고, 돌아가면서 기를 불어넣고 몸을 주물렀다.
“위지천! 정신 차려! 겨우 이런 데서 죽을 거야?”
“이 자식. 몸이 불덩이야…….”
콰앙! 헌원강이 분한 듯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젠장. 해약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어.”
“맞아요. 그러니까 옆으로 비켜 봐요.”
여민이 태연하게 품 안에서 해약을 꺼내는 것을 보고, 헌원강과 야수혁이 입을 쩍 벌렸다.
“그, 그거 어디서 났어?”
“아까 다들 정신없을 때 슬쩍했죠.”
여민은 위지천을 일으켜 앉히고, 입을 벌린 후 해약을 흘려 넣었다.
그리고 위지천 등에 대고 내공을 불어넣어 약 기운이 전신에 빠르게 퍼지도록 인도했다.
하지만 남은 내공이 거의 없어서 쉽지 않았다.
여민이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독이 너무 많이 퍼졌어요. 내공으로 약 기운이 최대한 빨리 퍼지게 해야 하는데…….”
“우리도 남은 내공이 별로…….”
“젠장.”
내공이 거의 바닥난 것은 헌원강과 야수혁도 마찬가지였다 셋 다 곤란해하고 있을 때, 구음마녀가 다가왔다.
“도와주마.”
구음마녀가 위지천의 등에 대고 내공을 불어넣자, 금세 위지천의 혈색이 좋아졌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위지천이 신음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으으…….”
“괜찮아? 몸은 좀 어때?”
“추, 추워요…….”
으슬으슬 떠는 위지천의 몸 위로 헌원강과 야수혁이 넝마가 된 윗옷을 벗어서 덮어 주었다.
그들의 몸에 생긴 상처를 본 구음마녀가 혀를 찼다.
“하. 누가 누굴……. 너희 상처부터 치료해라.”
구음마녀가 손을 휘젓자, 동굴 구석에 있던 궤짝이 열리고 그 안에서 금창약과 붕대 따위가 날아왔다.
‘허공섭물!’
허공섭물(虛空攝物)은 기를 사용해 멀리 떨어진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이었다.
기에 대한 통제력이 매우 높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기예로, 구음마녀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해냈다.
구음마녀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학생들은 구음마녀가 준 약으로 각자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희를 왜 구해 주신 거예요?”
질문을 한 사람은 이번에도 여민이었다.
구음마녀는 대답 대신 여민을 빤히 바라봤다.
꽤 오랫동안.
여민은 그 시선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왜 그렇게…….”
“언니…….”
“예, 예?”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이던 구음마녀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내가 어린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린애라니.
구음마녀의 진짜 나이가 몇인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만 보면 학생들과 거의 동년배로 보였다.
특히 여민과는 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했다.
[구음마녀랑 여민. 묘하게 닮지 않았냐? 얼굴은 다른데 분위기가…….] [선배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여자들의 대화에 끼지 못한 헌원강과 야수혁이 몰래 전음을 주고받으며 쑥덕거렸다.
[역시 미친년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야. 아까 봤지? 쟤 벽력탄 가지고 다니는 거.] [구음마녀는 남자만 보면 다 찢어 죽인다고 들었는데…… 우리 괜찮겠죠?] [죽일 거면 구해 주지도 않았겠지.] [집으로 잡아 와서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는 마녀일지도 모르잖아요. 아까 벽안귀가 한 말 못 들었어요?] [새끼가 재수 없는 소릴……. 그럴 거면 위지천한테 내공까지 불어넣었겠냐?]구음마녀 정도의 고수가 둘이 전음을 나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두 사내에게 경고했다.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전음을 주고받으면, 다시는 주둥이를 못 열게 얼려 주마.”
““흡!””
헌원강과 야수혁이 동시에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여민은 한심한 선후배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단순한 사내놈들. 무슨 얘기 했을지 뻔하다, 뻔해. 니들 머릿속에는 그런 것밖에 없지?”
“…….”
여민의 일침에 헌원강과 야수혁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만큼 구음마녀에 대한 강호의 소문은 좋지 않았다.
몸 안에 음기가 많아야 익힐 수 있는 빙공을 익힌 데다 아름다운 외모, 신비로운 백발이 더해져서 남자의 양기를 빼앗아 젊음을 유지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소문이야 어쨌건, 구음마녀는 네 사람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죄송합니다! 생명의 은인에게 무례한 오해를 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헌원강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곤 옆에 있는 야수혁의 뒤통수를 잡아 함께 숙였다.
“너도 사과드려, 인마.”
“……죄송합니다.”
두 남자의 빠르고 솔직한 사과에, 구음마녀는 잠시 그들의 뒤통수를 내려 보다가 입을 열었다.
“됐다. 탕녀 취급받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까.”
“…….”
“상처를 치료하면 바로 떠나라. 내가 베푸는 호의는 여기까지다. 다른 놈들은 감히 내 집에 오지 못하겠지만 혈수귀옹은 달라. 그 늙은이가 오면 너희를 그냥 넘겨줄 거다.”
구음마녀는 학생들에게 왜 호의를 베푸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본인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기에, 학생들도 묻지 않았다.
다만, 여민이 뭉친 근육을 풀며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조금만 더 있어도 되나요? 아직 저희 선생님이 안 오셔서요.”
“선생님?”
구음마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순간 여민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이제 와서 숨길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말했다.
“저희는 청룡학관 학생들이에요.”
“청룡학관?”
“사실은…….”
여민은 악인곡에 오게 된 사연을 구음마녀에게 처음부터 말해 주었다.
그녀의 표정은 묘하게 평소보다 밝아 보였는데, 마치 부모에게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이런 사람이 마녀라니…… 말도 안 돼. 아무리 봐도 좋은 사람 같은데.’
십대악인에게 좋은 사람이라니.
누가 들어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여민은 강호의 지저분한 소문보다 자신의 느낌을 믿었다.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엄마가 생각나.’
여민의 어머니는 십 년도 더 전에 돌아가셨다.
구음마녀와는 백발 외에 닮은 부분이 거의 없었지만, 어쩐지 여민은 젊었을 적의 엄마와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재잘재잘 떠들게 되었다.
“그래. 그랬구나.”
구음마녀의 얼음 같은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 곧 표정을 굳힌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쉬다 가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내게 이 이상의 호의를 바라진 마라.”
“저기…….”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여민은 구음마녀를 붙잡지 못했다.
어떤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참아내는 듯한 그녀의 표정 때문이었다.
“……최대한 빨리 떠나는 게 너희에게도 좋을 거다.”
구음마녀는 여민에게 그렇게 말한 후, 동굴 안쪽 길게 이어져 있는 길로 들어갔다.
구음마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학생들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여민이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헌원강에게 말했다.
“구음마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지 않아요?”
“확실히 소문만큼은…….”
“소문만큼 못 믿을 게 없다는 건 선배도 잘 알잖아요. 야수혁도, 너도.”
두 사람 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편견에 의한 소문이 얼마나 허황되게 만들어지고 퍼지는지,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여민이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저렇게 다정한 분이 무림공적이라니. 죄를 뒤집어쓴 게 분명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어쨌든 우리도 이제 좀 쉬자. 이 녀석은 벌써 세상 편하게 자고 있네.”
헌원강은 어느새 편안한 얼굴로 잠든 위지천의 뺨을 툭툭 쳤다.
구음마녀마저 사라지자 몸의 긴장이 탁 풀렸다. 그리고, 오늘 하루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왔다.
“후우…….”
“죽을 것 같다.”
“눕자마자 바로 잘 수 있을 것 같아.”
털썩.
털썩.
털썩.
바닥에 누운 세 사람은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었다.
그들에겐 너무나 긴 하루였다.
* * *
흐윽…….
여민은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반쯤 눈을 뜬 그녀는 졸린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으음……. 무슨 소리야?”
헌원강과 야수혁이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고, 위지천은 추운지 몸을 새우처럼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드르렁~ 피유우- 드르렁~ 피유우-
두 사내 녀석의 코골이도 우렁찼지만, 여민은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훨씬 더 신경이 쓰였다.
흑흑, 흐윽…….
귀곡성처럼 들려오는 여인의 울음소리.
여민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곳은 구음마녀가 들어간 동굴 안쪽이었다.
여민은 불이 완전히 꺼져 있어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한참을 걷다가, 동굴 한가운데 주저앉아 울고 있는 구음마녀를 발견했다.
“구음마녀님?”
“……네가 여긴 왜?”
여민을 발견한 구음마녀는 소매로 급히 눈물을 닦았다.
꽤 오래 울었는지 그녀의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여민이 구음마녀의 반대편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울고 계셨어요?”
“…….”
“왜요?”
“…….”
“당신을 마녀로 몰아간 나쁜 사람들 때문이죠?”
여민은 구음마녀의 표정이 무척이나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연인지 듣고 싶었고, 같이 울어 주고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동시에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이 통한다는 게 이런 걸까?’
여민이 알 수 없는 끌림에 당황해할 때, 구음마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넌, 하연 언니의 딸이니?”
여민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우, 우리 엄마를 아세요?”
은하연.
여민이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이었고,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름이었다.
아버지의 이름은 모른다.
아주 어려서부터 엄마는 자신을 혼자 키웠다.
그리고 십 년 전에 돌아가셨다.
“우리 엄마를 어떻게…….”
“맞구나.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익었어. 언니랑 많이 닮았어.”
구음마녀는 손을 뻗어 여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눈동자가 아련하고 고통스러웠다.
“그 하연 언니가 아이를 낳았다니…….”
“우리 엄마랑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여민의 재촉에, 구음마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너희 엄마랑 나는 같은 곳에서 자랐단다. 비슷한 처지의 여자아이들이 모인 곳이었어. 다들 고아였고…… 언니랑 나는 그곳에서 함께 무공을 익혔지.”
“세상에…….”
여민은 처음 듣는 이십 년도 더 된 엄마와 이야기였다. 그녀는 정신없이 구음마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곳에선 제대로 무공을 배우지 못하면 매를 맞고 굶어야 했어. 매주 아이들이 죽어 나갔지. 그때 하연 언니가 나를 많이 도와줬어. 자기도 배가 고플 텐데…… 내게 먹을 것을 나눠 주기도 했지.”
“전,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나 보구나. 딸에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테니.”
여민은 갑자기 듣게 된 엄마의 과거사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구음마녀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하연 언니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십 년도 더 전에…….”
“그래. 그랬구나.”
구음마녀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민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언니랑 참 많이 닮았구나. 사실 한눈에 널 알아보았단다. 그래서 악인곡에서 내보내려고 했는데, 벽안귀 그자가 훼방을 놓았어.”
“제가 정말 엄마를 많이 닮았나요? 전 잘 모르겠는데…….”
“닮았단다. 하지만 닮지 않았더라도 난 너를 알아보았을 거야. 왜냐하면.”
구음마녀의 손이 여민의 머리카락에 닿자, 순식간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스스슷.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여민이 뒤로 물러났다.
몸 안에서 느껴진 찬 기운 때문이었다.
“전 빙공을 익히지 않았어요.”
“그런 것 같구나. 어째서? 언니가 가르쳐 주지 않았니?”
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절대로 빙공을 익히지 말라고 하셨어요. 익히면 자기처럼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을 거라면서요.”
“…….”
“하지만 괜찮아요.”
여민이 씩씩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신 약을 먹고 있거든요.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는 걸 막아 주는 약이요. 몸 안에 한기가 차는 걸 막아 줘요.”
“그랬구나. 하긴, 애초에 배우지 않았다면 그런 방법도 있겠어.”
빙긋 웃은 구음마녀는 여민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네 체질은 나와 같아. 약으로 억눌러도 고통스럽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단다. 장해, 정말 장하구나.”
“감사합니다…… 흐윽…….”
어느새 여민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자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구음마녀가 여민을 꼭 끌어안았다.
“울어도 괜찮아. 마음껏 울려무나.”
“흐윽…… 으아아앙!”
여민은 구음마녀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구음마녀는 그녀를 딸처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등을 쓸어내리며,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럼 네 안의 음기는 굉장히 깨끗하겠구나. 빙공을 익히지 않고 오랫동안 억눌러온 음기. 아주 깨끗하고…… 맛있겠어.”
“네?”
순간 여민은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흠칫했다.
구음마녀는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 놔주지 않았다.
“겁먹을 것 없단다.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무, 무슨…….”
여민은 구음마녀의 품에 안긴 채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동굴 벽에 달라붙어 있는 것들이 보였다.
여민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벌레, 새, 짐승, 그리고 사람들.
그 모든 것이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벽에 얼어붙어 있었다.
구음마녀가 자신의 품에 안겨 버둥거리는 여민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너를 보내 주려고 했어. 악인곡을 떠나라고 했잖아. 언니의 딸을 해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안 떠난 것은 너야. 난 기회를 줬어. 깨어나서 바로 동굴을 떠났어야지, 왜 내게로 왔니. 결국 네가 날 찾아왔으니까…….”
할짝.
구음마녀가 여민의 하얀 목덜미를 부드럽게 핥았다.
“더 이상은 못 참겠어.”
구음마녀는 군침을 흘렸다. 여전히 눈에서는 슬픔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민이 바들바들 떨었다.
“제, 제발…….”
“내가 널 한 번 살려 줬으니, 죽여도 너무 원망하지는 말렴.”
“이, 마녀……!”
몸 안으로 밀려드는 아득한 한기에, 여민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