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86
185화. 네가 자처한 거야스윽.
비무대 위에 마주 선 두 젊은 도객이 서로에게 칼을 겨눴다. 그 순간, 햇빛이 칼날에 반사되며 찬란하게 부서졌다.
반사된 빛 때문에 일부 관객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눈 위에 손차양을 만들 뿐이었다.
비무가 시작되었다.
두 젊은 도객은 천천히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서로의 빈틈을 찾았다.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침묵을 강요했다.
“준비를 많이도 했더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선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많은 시선에 긴장했는지, 그의 입술은 평소보다 조금 말라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공개 비무도 네 계략에 내가 말려든 것이겠지.”
선우진은 자신이 헌원강이 파 놓은 함정에 빠졌음을 눈치챘다.
가만히 기다렸으면 어렵지 않게 선거에서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분노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청해서, 헌원강에게 선거에서 역전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가장 화가 나는 건…….’
헌원강이 이 비무에서 이길 거라는 전제하에 이런 함정을 팠다는 사실이었다.
선우진은 치밀어오르는 살기를 감추며 웃었다.
“그래. 네가 날 이기면 회장에 당선될 거다. 이제는 이 비무 자체가 회장 자리를 걸고 열린 것처럼 돼 버렸으니까.”
“잘 아네.”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선우진과 달리, 헌원강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우진은 그 표정과 대답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는 사람만 없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너, 천무제에 나가서 팽사혁을 쓰러뜨리겠다고 떠들고 다닌다며?”
“그래서?”
헌원강이 처음으로 날카롭게 반응했다. 선우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죽거렸다.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심리전을 걸었다.
“꿈이 너무 큰 것 아닌가? 팽사혁에게 열 합도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게 두 달도 되지 않았는데.”
“…….”
“나는 팽사혁이 떠나기 전에 오십 합 이상 겨뤘다. 접전이었지. 패인은 내공의 부족. 다른 부분에선 전혀 밀리지 않았다고 자부해.”
헌원강은 이 자리를 함정이라 생각하고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을 더 빛나게 만드는 자리가 될 것이다. 선우진은 그렇게 확신했다.
헌원강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오십 합이라고?”
“이제 너와 나의 수준 차이를 알겠나?”
“팽사혁 그 새끼가 많이 봐줬네.”
“……뭐?”
“봐준 거라고, 병신아. 진심으로 했으면 너 같은 놈한테 오십 합이나 걸리겠냐?”
피식 웃은 헌원강은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며 칼끝을 까딱거렸다.
중요한 비무라서 신중하게 싸우려고 했지만, 곧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예 어깨에 도를 툭 걸친 헌원강이 걸걸한 입담을 쏟아냈다.
“야 이 한심한 새끼야. 팽사혁이랑 싸워서 진 게 무슨 자랑이냐? 오십 합 버텼으면 칭찬이라도 해 줄 줄 알았어?
사내가 되었으면 진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다음에는 이기려는 독기를 품어야지. 오대세가의 소가주한테 이만큼이나 버텼다고 자랑거리로 삼는 새끼랑은 더 이상 말도 섞고 싶지 않다. 네 느끼한 면상도 보기 싫고. 그러니까 닥치고 빨리 덤벼. 선공은 양보해 줄게.”
헌원강의 거침없는 입담에 관객들이 입을 떡 벌렸다.
이 자리에는 지역의 저명한 인사들과 무인들까지 몰려와 있었다.
사흘이면 비무 결과는 물론이고, 두 후기지수의 평판이 무림에 퍼지게 될 텐데…… 헌원강은 뒤가 없었다.
상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청룡학관주 노군상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둘 다 감정싸움은 자중하도록.”
제대로 싸워 보기도 전에 말로 호되게 얻어맞은 선우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건방도 적당히 떨어라!”
쿵!
한 번의 진각에 바닥에서 먼지가 크게 일어났다.
동시에 선우진의 신형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헌원강은 상대의 움직임을 눈에 담으며 도를 휘둘렀다.
쩌엉!
도와 도가 부딪친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손목을 찌르르 울리는 통증에 선우진이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쉽게?’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다. 단숨에 베어 버릴 생각으로 휘둘렀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살기를 담아서.
하지만 공격이 끝까지 뻗기도 전에, 헌원강이 궤적을 미리 알아채고 막았다.
두 사람이 칼을 맞댔다. 마주 본 헌원강의 두 눈에서 시퍼런 귀화가 타오르는 듯했다.
“이게 다면 안 될 텐데.”
“닥쳐라!”
쩌저저정!
두 줄기 도의 궤적이 어지럽게 얽혔다. 칼날을 뻗어내는 속도가 엄청났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무섭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허어. 제법이군!”
“둘 다 쾌도가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어.”
무인들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흥에 겨워 박수를 쳤다.
둘 다 엄청난 속도로 도를 휘두르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그 성격이 명확하게 달랐다.
선우진의 도는 정교하고 예리했다.
반면, 헌원강의 도는 사납고 맹렬했다.
두 사람은 한 손으로 도를 휘두르고, 남은 손으로는 장법을 부딪치며 싸웠다.
파바바박!
장법은 어느 순간 권법이 되었다가, 손가락을 발톱처럼 구부리며 금나수로 상대의 도를 빼앗으려 들었다. 그러다 다시 손바닥을 펼쳐 장법을 부딪쳤다.
퍼어엉!
장력을 강하게 부딪친 두 사람의 거리가 벌어졌다.
그 상태로, 그들은 잠시 호흡을 골랐다.
“이거 오랜만에 눈이 호강하는군.”
“후기지수의 수준이 아닌데?”
“그야말로 용호상박! 막상막하의 대결이 아닌가!”
박진감 넘치는 그들의 대결에, 떠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그러나 진짜 고수들은 둘의 실력이 막상막하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저게 막상막하라고? 대체 눈깔이 제대로 달려 있긴 한 것인가!”
유독 흥분한 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며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시오! 호흡이며 자세가 누가 더 흐트러져 있는지! 하체가 흔들리지 않고 보법이 더 안정적인 쪽이 누구인지! 자세히 보고 판단하란 말이오!”
인상이 무척 험악한 사내가 눈을 부라리자, 막상막하라고 외쳤던 호사가들은 자라처럼 목을 움츠렸다.
애초에 저들의 무공을 보는 눈이 부족해서 아무렇게나 떠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헌원수는, 이렇게 외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잘 봐! 내 아들이 훨씬 강해!”
“……내가 다 부끄러우니까 그만 흥분하고 앉으시오.”
보다 못한 백무흔이 헌원수를 잡아끌어 앉혔다.
헌원수가 넋이 나간 얼굴로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현실이 맞겠지? 백 형의 눈에도 보이시오? 내 아들이 지금…….”
“물론 보이고말고. 나뿐만 아니라 웬만한 고수들은 거의 다 보고 있을 거요.”
백무흔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고수들의 시선은 전부 한 명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헌원 형의 아들이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소이다. 아니, 이건 지배한다고 보는 게 맞겠지.”
“……믿을 수가 없소. 대체 우리 강이가 언제 저토록 고강한 도법을 익혔는지…….”
놀랍게도 헌원강은 상대의 실력에 맞춰 주고 있었다.
속도, 호흡, 간격.
그 모든 것을 헌원강이 지배하고 있었다.
심지어 선우진은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
몇 수 위의 고수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비무대 초대된 고수들이 하나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후기지수의 이름이 헌원강이라고?”
“그 헌원세가의 자제였군.”
“허어! 강호 일절로 유명했던 헌원세가의 도법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저 아이가 헌원세가를 다시 부흥시킬지도 모르겠소.”
주변에서 들려오는 아들의 칭찬을 들으며, 헌원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주책맞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뿌연 시선으로 아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강아. 내가 수십 년 동안 못한 일을 너는 하루 만에 해내는구나.’
헌원강이 어떻게 저토록 고절한 도법을 익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들이 가문의 명예를 다시금 드높이리라는 것이었다.
“음?”
그 순간, 아버지의 기척을 느꼈는지 헌원강이 고개를 돌려 헌원수를 바라봤다.
“허허. 이 녀석아. 날 보지 말고 상대에게 집중해야지.”
헌원수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 말을 들었을까?
헌원강이 씩 웃는 것과 동시에, 그의 도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저건……!”
경탄하며 지켜보던 무림인들의 눈이 경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 *
언제부터였을까.
헌원강은 더 이상 비무 상대인 선우진을 바라보지 않았다.
쩌저저정!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도를 부딪치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맹렬하게 도를 휘두르는 쪽은 선우진 혼자였다. 헌원강은 그를 적당히 상대하며, 곤두선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야.’
온몸의 감각이 극도로 활성화된 기분.
선우진이 휘두르는 도의 궤적이 전부 읽혔다. 어디로 보법을 밟을지 미리 알았고, 기의 운용,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읽을 수 있었다.
상대의 수를 미리 알고 바둑을 두는 기분이 이럴까.
‘지금이라면 눈 감고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우진의 도가 귀 옆을 스쳐도 전혀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이 점점 확장되었다.
그렇게 확장된 감각에, 아주 익숙한 기가 잡혔다.
‘아버지?’
고개를 들자, 저 멀리 건물의 지붕 위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헌원강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왜 여기에?”
“감히 내 앞에서 한눈을 팔다니!”
선우진이 성난 고함과 함께 도를 휘둘렀다.
휘익!
헌원강은 한 걸음만으로 그 공격을 피한 후, 좌장을 뻗어 선우진을 뒤로 밀어냈다.
퍼어엉!
십여 걸음을 비틀거리며 밀려난 선우진이 겨우 중심을 잡았다. 그는 비로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이 새끼…….”
이미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자신과 달리, 헌원강은 땀을 별로 흘리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숨도 가빠 보이지 않았다.
선우진이 이를 악물며 물었다.
“날 봐주고 있는 거냐?”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이제 그만두려고.”
아버지를 향해 씩 웃어 준 헌원강은 고개를 돌려, 비무를 보러 온 관객들을 슥 훑었다.
“이쯤이면 충분히 보여 준 것 같거든.”
“뭐라고?”
모두가 헌원강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몰락한 가문의 망나니라 불렸던 그가, 명문세가의 후계자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모습을.
빨리 끝내지 않은 것은 백수룡의 요청 때문이었다.
-너무 빨리 끝낼 생각하지 마라. 관객들도 뭘 봐야 소문을 낼 거 아니냐.
헌원강은 시선은 마지막으로 백수룡에게 닿았다.
‘선생님. 이 정도면 됐죠?’
굳이 전음을 보내지 않아도 뜻이 전해졌다. 눈이 마주친 백수룡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원강은 비로소 고개를 돌려, 더 이상 안중에도 없는 선우진을 바라봤다.
“이제 아버지한테 세상에서 가장 잘난 아들을 보여 드려야겠어.”
“아까부터 개소리를…….”
콰콰콰콰!
헌원강의 발밑에서부터 가공할 기가 소용돌이쳤다.
피어오른 먼지가 헌원강의 몸을 휘돌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흡사 용 한 마리가 헌원강의 몸을 타고 오르며 승천하는 것처럼 보였다.
쿠웅!
무겁게 진각을 밟았다. 두꺼운 비무대 바닥에 쩌적 금이 갔다. 헌원강의 신형이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쩌엉!!
충격이 달랐다. 선우진은 하마터면 일격에 도를 놓칠 뻔했다. 간신히 막아 내고 반격을 준비하는데, 곧장 두 번째 도격이 날아왔다.
쩌어어엉!!
“크윽!”
반쯤 놓친 도를 허공에서 간신히 다시 잡았다. 손목뼈에 금이 간 것 같았다. 허리와 무릎에도 무리가 갔다.
헌원강의 기세가 바뀌고 단 두 합 만에, 선우진은 궁지에 몰렸다.
‘세 번째는 못 막는다.’
억지로 막으려 했다간 어딘가가 잘리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헌원강도 그 사실을 경고했다.
“항복해. 다치기 싫으면.”
그 순간, 선우진은 날아오는 세 번째 도격을 바라보며 뱀처럼 눈을 빛냈다.
그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졌다.”
그 순간, 헌원강은 도에서 힘을 뺐다. 상대가 항복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선우진은 그 찰나를 노렸다.
휘익!
방심한 틈새를 파고들었다. 돌아서면서 헌원강의 도 바깥쪽으로 빠져나갔다.
‘멍청한 놈!’
방금 한 말은 바람 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헌원강에게도 간신히 들릴 소리였으니까.
‘팔 하나는 반드시 가져간다!’
선우진의 눈이 악독하게 빛났다. 그의 쾌도가 헌원강의 오른팔을 노렸다.
“저, 저런!”
“갑자기 왜!”
비무를 지켜보던 많은 무인들이 탄식을 터트렸다. 그들이 보기엔 갑자기 헌원강이 방심한 것으로 보였다.
“안 돼!”
헌원수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비무대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선우진의 도가 헌원강의 어깨에 닿았다.
그 순간,
감각이 최고조로 끌어 올려진 헌원강은 그 찰나에 대응했다.
파밧!
몸을 비틀며 팔꿈치로 도를 쳤다. 각도가 살짝 틀어진 선우진의 도가 헌원강의 단단한 팔 근육에 막혀 잠시 멈췄다. 녹림십팔식의 공능이 발휘되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번 것에 불과했다. 곧 선우진의 도가 헌원강의 팔을 통째로 베어 버릴 터였다. 이미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멈출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네가 자처한 거다.”
헌원강은 오른손의 도를 왼손으로 바꿔 쥐었다. 그 즉시 도를 역수로 쥐고,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휘둘렀다.
그 궤적 안에 도를 든 선우진의 팔이 있었다.
촤아악!
빛이 번쩍이고, 도를 꽉 움켜쥔 팔과 함께 선우진의 도가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