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22
221화. 앞으로도 계속 저럴 겁니다휘이이잉…….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천주산 정상.
그곳에 선 사대학관의 인솔 강사들은 산 아래를 살피고 있었다.
어느덧 밤이 되어 사위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안법을 수련한 무인들은 수풀의 흔들림이나 드물게 비치는 불빛 따위로 신입 강사들의 움직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일 각 정도만 지나면 하나둘 도착하겠구나.”
말을 꺼낸 이는 남궁세가주의 장남 남궁학이었다.
부드러운 인상에 단정한 용모의 청년으로, 허리춤에 패용한 검만 아니라면 무인이 아닌 학자로 착각할 정도였다.
“잘난 척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걸 혼자만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시오.”
남궁학에게 딴지를 거는 청년은 남궁세가의 차남, 남궁혁이었다. 그는 형과 달리 눈이 부리부리하고 덩치가 컸다.
“……방금 뭐라 했느냐?”
“내가 뭐 못할 말이라도 했소?”
남궁학과 남궁혁.
두 사람은 각각 주작학관과 백호학관의 일타강사로, 남궁세가의 차기 가주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아이 참! 오라버니들은 왜 만나기만 하면 싸워요!”
기 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을 쏘아붙이는 귀여운 소녀의 이름은 남궁미.
올해 열 살인 남궁세가의 막내로, 철혈검이라 불리는 남궁가주가 아끼는 금지옥엽이었다.
“자꾸 싸우시면 아버지한테 다 이를 거예요.”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막내가 통통한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리자, 기 싸움을 벌이던 두 사내가 당황했다.
딸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의 성정을 아는 탓이었다.
막내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터였다.
“막내야. 우린 싸운 것이 아니라…….”
“흠흠. 그냥 대화한 것이다. 오라비들 말투가 원래 이러니 이해 좀 해 다오. 응?”
작은 소녀에게 쩔쩔매는 두 사내.
남궁미는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리고 새침하게 말했다.
“가족끼리 자주 보는 것도 아닌데. 사이좋게 지내세요. 아셨죠?”
“알았다.”
“그래. 그래.”
남궁세가의 정식 후계자가 되기 전까진 남궁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작게 한숨을 내쉰 남궁학은 고개를 돌려 남궁수를 바라봤다.
“셋째야. 너는 왜 아까부터 아무런 말이 없느냐?”
“산 아래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남궁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때, 남궁미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 기웃거렸다.
“셋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일하는 중이다. 귀찮게 굴지 마라.”
“저 배고파요오.”
어릴 때부터 남궁미는 이상할 정도로 남궁수를 따라다녔다.
반면, 남궁수는 무슨 강아지 대하듯 막내를 대했다.
한숨을 내쉰 남궁수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남궁미의 입에 물려주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흔한 당과였다.
“먹어라.”
“히히. 고마워요, 오라버니.”
남궁미는 남궁수가 준 당과를 입에 물고 냠냠 먹었다.
막내의 세상 행복한 표정을 본 남궁학과 남궁혁은 황당했다.
‘이 녀석. 비싼 장신구를 선물로 줬을 때는 시큰둥하더니…….’
‘고작 당과 하나에 저리 좋아한다고?’
심지어 남궁수는 그들과 달리 막내를 대하는 태도도 쌀쌀맞았다.
막내딸 앞에서는 철혈검이 아니라 흐물흐물한 검이 되는 아버지가 보았다면 경을 칠 일.
“시간이 늦었으니 너는 이만 본가로 돌아가거라.”
“저도 무공 익혔거든요?”
“어린애는 잘 시간이다.”
“미아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 무공도 익혔다구요.”
“귀찮군…….”
남궁수가 미간을 모은 채 한숨을 내쉴 때였다.
“백수룡이었나? 올해 청룡학관 신입 강사 중 한 녀석이 제법 뛰어나다며?”
남궁혁이 다가와 남궁수의 어깨에 손을 척 둘렀다.
일견 친하게 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손길에 웬만한 사람은 비명을 지를 만한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남궁수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었다.
“예.”
“하긴, 오죽 뛰어났으면 말이야. 네가 경력까지 걸고 이번 교육에 참여시켰다며? 잘해야 할 텐데.”
“예.”
연이은 단답에 남궁혁의 미간에 힘줄이 돋았다.
하지만 이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도 초조하겠지. 백수룡이란 녀석이 변변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 다들 네가 사람 보는 눈이 그것밖에 안 된다고 여길 테니 말이다.”
남궁수는 어깨에 올려진 형의 손을 털어내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하!”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한 남궁혁은 동생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아버님에게 청룡학관을 천무제에서 우승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며?”
“…….”
남궁세가는 수많은 눈과 귀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차기 가주가 될 확률이 높은 남궁학이나 남궁혁, 둘 중 한 명에게 줄을 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냐? 나이가 드니 너도 후계자 자리에 욕심이 생기더냐?”
“…….”
“셋째야. 행여나 못 오를 나무에 욕심을 내고 있다면 빨리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네 주제를 파악해야지.”
남궁혁의 눈이 맹수처럼 빛났다.
그는 벌써 십 년 이상 남궁세가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과 경쟁하고 있었다.
여기에 서출인 셋째까지 끼어드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만약 주제도 모르고 판에 끼어든다면…….”
남궁혁의 눈동자에 진득한 살기가 맺힌 순간.
“그만해라.”
둘 사이에 끼어든 남궁학이 엄한 표정으로 남궁혁을 나무랐다.
“비록 셋째가 서출이라고 하나, 우리와 같은 남궁세가의 핏줄이다. 어찌 동생을 핍박한단 말이냐.”
“흥. 내 눈엔 편들어 주는 척하면서 서출 운운하는 형님이 더 위선자처럼 보이는데.”
“뭣이라? 네가 오늘 선을 넘는구나!”
남궁세가의 장남과 차남이 서로를 노려봤다. 둘 사이에 사나운 기류가 흘렀다.
“오라버니들! 싸우지 말라니까요!”
남궁미가 싸움을 말리려고 외쳤지만 두 사내는 듣지 않았다.
대남궁세가의 가주가 되기 위한 경쟁.
지금도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일도 결국 가주의 귀에까지 들어갈 터.
명분 없이는 결코 먼저 물러설 수 없었다.
남궁학이 스산한 목소리로 물었다.
“둘째야. 오랜만에 대련이나 한번 할까?”
“바라던 바요. 형님의 창궁무애검법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한번 보고 싶군.”
“오늘 뼈에 사무치도록 견식시켜 주마.”
두 사람이 마주보며 똑같은 기수식을 취할 때였다.
차가운 목소리가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저는 후계자 자리에 관심이 없습니다.”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남궁수였다.
그는 형들을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청룡학관을 천무제에서 우승시키고 싶은 것은,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진심이었다.
남궁수는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님들처럼 가주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뭐라?”
“건방진 놈!”
두 사람이 쏟아내는 맹렬한 기파가 남궁수를 향했다.
하지만 남궁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그의 입꼬리에 가느다란 비웃음이 맺혔다.
“하지만 형님들이 이토록 못난 모습을 보인다면, 저라고 후계자가 되지 못할 것이 없어 보이는군요.”
“방금 뭐라 했느냐?”
“흥.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못난 형들의 다툼을 보고 있자니, 속이 배배 꼬여서 내뱉은 말이었다.
남궁수의 독설에 두 형은 화가 나면서도 당황한 듯했다.
어렸을 적의 남궁수는 있는 듯 없는 조용한 아이였고, 커서도 그 성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남궁수의 입은 독설을 멈추지 않았다.
“뭐가 중요한지 생각하십시오. 신입 강사 연수가 진행 중입니다. 후계자 경쟁은 부디 다른 곳에서 해 주시길 바랍니다.”
“허. 네놈이 실로 오만방자해졌구나.”
“네놈이 일타강사라 불린다고는 하지만, 고작해야 청룡학관이다. 우리와 같은 줄 아느냐?”
저들은 언제나 그랬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서출인 자신을 무시하고, 깔보고, 배척했다.
‘이제 보니 닮았군.’
남궁수는 생각했다.
자신의 처지와 오대학관 사이에서 외면받는 청룡학관의 처지는 닮아 있다고.
어쩌면 청룡학관을 선택하고, 이토록 애착을 두게 된 건 그래서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남궁수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자신들 있으시면 저와 내기하시겠습니까?”
“내기?”
“진심이냐?”
“이번 연수에서 어느 학관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는지로 내기하시지요. 저는 청룡학관에 걸겠습니다.”
남궁수는 ‘누구’라고 말하지 않고, ‘어느 학관’이라고 말했다.
즉, 청룡학관의 평균 성적이 사대학관 중에 가장 뛰어날 거란 의미였다.
남궁학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내기라면 뭘 걸 테냐?”
“이긴 사람이 나머지 둘의 뺨을 한 대씩 치는 건 어떻습니까?”
“……뭐라고?”
“하! 이런 미친놈이! 좋다! 하자!”
황당해하던 두 사람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따귀를 맞는다.
무인에게 이만한 모욕도 없었지만, 둘은 자신들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계 경쟁을 하는 다른 형제에게 망신을 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백수룡이라는 녀석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신입 강사의 평균적인 수준은 우리가 훨씬 높다.’
그렇게 남궁세가의 형제들 사이에 내기가 성립되었다.
남궁미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남궁수를 올려보며 말했다.
“오라버니이…….”
“당과 하나 더 줄 테니 아버님에겐 이르지 말거라.”
“……넵.”
막내의 입에 당과를 물려준 남궁수는 산 아래를 내려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순간 욱했다고는 하나 그런 내기를 제안하다니.
백수룡에게서 나쁜 물이 든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군.”
그때, 한 줄기 빛이 어둠을 뚫고 나오더니, 산 정상 바위에 가볍게 내려섰다.
창천검왕이었다.
여유롭게 뒷짐을 진 모습은 남궁세가에서 출발하기 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남궁가의 형제들이 그에게 달려가 예를 취했다.
“할아버님.”
“할아버님.”
“할아버님.”
“할아버지!”
손주들을 둘러본 남궁제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다렸느냐. 곧 강사들도 도착할 것이니 함께 지켜보자꾸나.”
““예!””
잠시 후,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모두의 예상대로 백수룡이었다.
“음? 녀석이 어깨에 둘러멘 건 누굽니까? 청룡학관의 부상자입니까?”
남궁혁의 질문에 창천검왕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백수룡보다 수십 장 뒤로 거지꼴을 한 사마영이 보였다. 그 뒤로 주작학관, 백호학관 강사들이 한 명씩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청룡학관 강사들이 모여서 함께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으음.”
“흥. 제법이군.”
남궁학과 남궁혁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청룡학관이 선두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선두에서 달려오던 백수룡이 결승선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자리에 멈춰 섰다.
남궁학과 남궁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녀석. 뭘 하는 거지?”
“갑자기 왜…….”
백수룡은 둘러메고 있던 사람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순간, 남궁학와 남궁혁의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설마…….”
“저 녀석…….”
스르릉.
검을 뽑아 든 백수룡이 돌아서서 사마영을 겨눈 순간, 두 사람은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무슨 짓인가!”
“저 간악한 놈이!”
특히 주작학관의 인솔 강사인 남궁학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가 창천검왕을 돌아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저건 부정행위가 아닙니까!”
창천검왕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허허허. 부정행위라고 할 수는 없겠구나. 저러면 안 된다고 한 적도 없으니.”
“그런…….”
그 순간, 백수룡과 사마영이 충돌했다.
까가가강!
백수룡에게 가로막힌 사마영이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이런…… 같으니!!”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부모님 안부와 억양이 강한 된소리가 섞여 있었다.
남궁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창천검대는 대체 뭘 하는 거야? 저런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고?”
“……백수룡의 발아래를 보거라.”
창천검왕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백수룡의 발아래를 향했다.
그의 오른발에 밟혀 있는 사내의 옷이 무척이나 눈에 익었다.
곧 그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설마…….”
“창천검대를 인질로 잡은 겁니까?”
남궁학과 남궁혁.
두 사람은 이제 완전히 미친놈을 보는 눈으로 백수룡을 보고 있었다.
“허허허허.”
창천검왕은 허탈한 웃음만 터트릴 뿐이었다.
백수룡이 아득바득 선두로 나선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처음부터 결승선 앞에 멈춰 서서, 청룡학관이 우승할 수 있도록 경쟁자들을 가로막을 계획이었던 것이다.
백수룡이 동기들에게 소리쳤다.
“뛰어!”
그 순간, 청룡학관 강사들이 아껴 왔던 내공을 단숨에 폭발시키며 속도를 높였다.
휘이이익!
앞쪽에 있는 경쟁자들을 모조리 추월한 그들이 사마영 곁을 지나는 순간, 백수룡도 사마영을 떨쳐내고 몸을 돌렸다.
“또 보자고.”
“야 이 개자식아-!”
결국, 청룡학관 강사들이 가장 먼저 다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일등이다아!”
“으하하하!”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고!”
얼싸안고 좋아하는 청룡학관 강사들.
그리고 망연자실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궁학과 남궁혁.
“…….”
“…….”
막내의 귀를 막고 있던 남궁수가 그들에게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입꼬리에 맺힌 미소는 감출 수 없었다.
“저 녀석. 앞으로도 계속 저럴 겁니다.”
““!!””
그 순간, 남궁세가의 장남과 차남은 자기도 모르게 뺨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