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23
222화. 내게 맡겨라신입 강사 연수 첫날, 창천검왕의 첫 번째 실기 교육이 끝났다.
결과는 놀랍게도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의 공동 수석.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 결과에, 인솔 강사들은 물론 조교들까지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저래도 되는 건가?”
“길을 막다니. 저건 부정행위라고 봐야…….”
“허. 허허. 허허허.”
적지 않은 시선이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보는 가운데, 신입 강사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백수룡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을 사마영이었다.
지금 그녀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긴 시간 산속을 달리느라 주작학관의 자랑인 주홍색 무복이 땀과 흙으로 더러워졌고, 단정하게 묶었던 머리는 머리끈이 끊어지면서 산발이 되었다.
한마디로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사마영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백수룡을 쏘아보며 말했다.
“결승선 앞에서 다른 사람의 길을 막다니요? 백수룡 강사의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가르쳐야 할 선생으로서 자격 미달입니다! 이걸 제대로 된 경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주작학관 인솔 강사인 남궁학이 그녀의 발언에 힘을 실어 주었다.
“백수룡 강사의 무공이 뛰어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강한 무공을 악용해 비열한 행동으로 동기들의 순위를 끌어올리는 건, 교육자 정신에 어긋납니다. 대체 학생들이 저런 행동을 보고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남궁학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론에 힘입어 남궁학이 청룡학관 강사들을 슥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또한 이런 행동은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제는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해야지, 어찌 남에게 얹혀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 한단 말입니까.”
졸지에 모자란 능력으로 백수룡에게 얹혀 가는 취급을 당한 청룡학관 강사들의 표정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악연호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말씀이 심하신 것 아닙니까? 수룡 형님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주 동안 계속 선두권이었고요.”
그러자 남궁학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맺혔다.
“제가 알기로 여러분은 백수룡 강사가 남긴 표식을 쫓아서 왔다던데, 그것도 본인들의 실력입니까?”
“그건…….”
순간, 악연호는 말문이 막혔다.
남궁학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대로 백수룡이 남긴 표식을 보고 쫓아온 덕분에 경주가 훨씬 수월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악연호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부터는 표식 없이…….”
“변명은 듣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악연호의 말을 끊은 남궁학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한 신입 강사들, 대기하고 있던 조교들, 그리고 백수룡에게 잔뜩 화가 난 창천검대까지.
이중 청룡학관 강사들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이번 연수에서 청룡학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꼴은 볼 수 없다.’
동생에게 따귀를 맞는 굴욕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만약 청룡학관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가주 경쟁에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셋째야. 네가 먼저 시작한 일이다. 이 자리에서 밟아 주마.’
남궁수를 일별한 남궁학은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모두에게 말했다.
“저는 오늘 시험에서 청룡학관 강사 전원을 탈락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義)와 협(俠).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무인의 정신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자들에겐 강사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뭐, 뭐라구요!”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강하게 반발하는 청룡학관 강사들을 제외하고, 남궁학의 강한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작학관 일타강사이자 남궁세가주의 장남.
남궁학의 발언권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강력했다.
“듣자 듣자 하니까…….”
백수룡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이 실력으로 안 되니 여론전으로 청룡학관을 밟으려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창천검왕은 말리기는커녕 팔짱 끼고 구경이나 하고 있고.’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반응을 관찰하려는 것이다.
백수룡은 창천검왕이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날 의심하고 있어.’
나서기가 좀 찝찝하지만, 그렇다고 저런 말을 가만히 듣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저도 몇 마디 하겠습니다.”
백수룡이 남궁학에게 반박할 말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설 때였다.
누군가가 백수룡의 어깨를 홱 잡아챘다.
남궁수였다.
“이건 내게 맡겨라.”
“뭐?”
백수룡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남궁수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그의 눈빛이 지금껏 본 적 없을 정도로 진지해졌기에 조용히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출발하기 전에 약속했지. 뒷수습은 내가 해 주겠다고.”
“…….”
“내게 맡겨라.”
백수룡 대신 앞으로 나선 남궁수가 자신의 배다른 형과 마주 섰다.
“논리도 근거도 없는 주장. 잘 들었습니다.”
“……뭐라?”
남궁학의 미려한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불쾌감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남궁수 특유의 차가운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가 주변을 죽 둘러보며 말했다.
“이 시험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분들이 계신 것 같아, 같은 강사로서 안타깝습니다.”
“본질이라니?”
“우리에게 하는 말입니까?”
사대학관의 신입 강사들, 조교로 참석한 선배 강사들, 백수룡에게 혼쭐이 난 창천검대의 무인들, 그리고 창천검왕과 남궁수의 형제들.
남궁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들을 감당하면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대사부이신 창천검왕께서 직접, 이번 실기 교육은 실전처럼 생각하며 임하라고 모든 신입 강사에게 강조하셨습니다. 불과 몇 시진 전의 일입니다.”
남궁세가의 존재감 없는 셋째.
서출로 태어나 후계자 경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좌천이나 다름없는 청룡학관행을 스스로 선택한 패배자.
남궁수에 대한 가신들의 평가이자 솔직한 속내였다.
하지만 그런 평가들이 무색하게, 이 순간 남궁수는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남궁수가 남궁학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교육자 정신을 입에 담으셨습니까? 대관절 이번 교육에서 교육자 정신이 왜 필요합니까? 이것은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정신교육이 아닌, 실전에 대비한 생존교육입니다.”
“그건…….”
이 순간, 남궁세가의 가신들은 남궁수의 존재감이 그의 맏형에 비해 작지 않음을 느끼며 놀라고 있었다.
대부분은 당황스러운 감정을 내비쳤고, 일부는 감탄했으며, 그의 두 형제는 커다란 위협을 느꼈다.
모두의 시선을 느낀 남궁학이 눈을 부릅뜨며 반박했다.
“백수룡 강사는 창천검대의 무인을 인질로 삼았다. 무인으로서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실전 교육이라고 해도…….”
“먼저 신입 강사들을 공격한 것은 창천검대입니다. 반격한 것이 어째서 잘못이 됩니까? 저는 오히려 칭찬을 해 줘도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진지한 남궁수의 뒤쪽에서 백수룡이 깐족거리는 태도로 외쳤다.
“잘한다, 우리 일타강사!”
“쉿! 형님은 가만히 좀 있어요!”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창천검대주가 끼어들었다.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저희는 신입 강사들을 죽일 마음이 없었습니다. 반면 백수룡 강사는 협박을…….”
“창천검대주는 입을 다물라.”
남궁수의 몸에서 파지직, 하고 뇌기가 흘렀다. 창천검대주를 돌아보는 두 눈에 새하얀 뇌기가 맺혔다.
“나는 너에게 발언권을 준 적이 없다.”
“…….”
그 사납고 맹렬한 기세에,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깜짝 놀랐다.
‘셋째 도련님의 무공이 저 정도였나?’
‘형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고 들었거늘…….’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놀란 것은 창천검대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궁수의 무공도 무공이었지만, 그는 남궁수에게서 거스를 수 없는 권위와 위엄을 느꼈다.
마치 그가 수십 년간 모셔온 태상가주와 가주에게서나 느낀 감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창천검대주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 장면은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머릿속에 인상 깊게 남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남궁학은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다! 생존교육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마공을 익히거나 인육을 씹어도 된다는 말이냐?”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예시를 들고 있으신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시겠지요.”
순간 어디선가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남궁학이 홱 돌아보니, 백수룡이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입술을 짓씹은 남궁학이 다시 고개를 돌려 남궁수를 노려봤다.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백수룡 강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가 해선 안 될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청룡학관 강사들 역시 자신들의 능력이 아닌 남의 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내 말이 틀렸느냐?”
남궁수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거 아십니까? 요즘 학생들은 형님처럼 꽉 막힌 어른을 꼰대라고 부릅니다.”
“이 자식이!”
“꼰대들은 말문이 막히면 일단 소리부터 지른다더군요.”
“……큭!”
남궁학은 차마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꽉 악문 이에서 피가 배어 나올 것 같았다.
말싸움에서 완전히 졌다.
‘저 자식. 마무리까지 완벽하잖아.’
백수룡은 남궁수에게 휘파람을 불고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양옆에서 악연호와 명일오가 팔을 붙잡고, 제갈소영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읍? 으읍?”
“형님. 제발 가만히 있어요.”
“남궁수 선생님이 알아서 할 때까지 얌전히 있는 겁니다.”
“입 여는 것도 금지.”
“으으읍!”
그렇게 백수룡이 동기들에게 억류된 와중에, 남궁학과 남궁수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네가 정말 나와 해 보자 이거냐?”
“무엇을 말입니까? 저는 제가 인솔한 신입 강사들을 변호하고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사납게 부딪쳤다.
다툼은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손이 검파로 향하고, 남궁세가의 가신들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둘 다 그만하거라.”
그때까지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창천검왕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두 손자, 특히 남궁수를 바라보는 창천검왕의 표정이 묘했다.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안타까운 것 같기도 한 표정.
하지만, 찰나였다.
창천검왕은 가만히 두면 끝나지 않을 논쟁에 직접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경주의 공동 일등은 청룡학관이다.”
“!!”
“…….”
희비가 교차했다.
남궁학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졌지만, 남궁수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창천검왕이 말을 이었다.
“백수룡 선생의 방식이 과격했다고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선을 넘지 않았다. 오히려 틀을 깨는 사고는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는 누구보다 가장 실전처럼 이번 교육에 임했다.”
“…….”
창천검왕의 말은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이후의 실기 교육에서, 다른 학관도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청룡학관 강사들은 중간부터 표식 없이 이곳을 찾아왔다. 내 말이 맞느냐?”
“맞습니다.”
창천검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수룡이 남긴 표식은 중간부터 창천검대가 모두 지웠다.
청룡학관 강사들은 초반에는 분명 백수룡의 도움을 받았지만, 중간부터는 네 사람이 합심하여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러니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은 결과에 당당해도 된다.”
““감사합니다!””
청룡학관 신입 강사 일동이 기쁜 얼굴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창천검왕은 다른 강사들에게도 일일이 노고를 치하했다.
“주작학관의 사마영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뛰어난 무공, 과감한 판단과 실행력, 많은 강사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감사합니다.”
사마영은 입술을 꽉 깨물며 포권을 취했다.
아직 분한 모습이었지만, 결론이 난 일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그다음은 현무학관의 종리연. 술법이 가미된 은신술이 일절이었다. 아마 대부분이 눈치채지 못했을 테지.”
“누구?”
“으음?”
다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가운데, 어둠 속에서 군청색 무복을 입은 여인이 걸어 나왔다.
“대체 언제 온 거지?”
“저 여자가 세 번째로 들어왔다고?”
워낙에 존재감이 없었던 터라, 대부분의 강사들이 현무학관의 한 명뿐인 참가자 이름이 종리연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
벙어리인 것처럼, 종리연은 아무 말 없이 포권을 취하곤 다시 어둠 속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그녀를 일별한 창천검왕이 다소 늦게 도착한 백호학관 강사들을 바라봤다.
“백호학관도 인상적이었다. 도착하는 데 늦기는 했으나 한 명의 낙오도 없었고, 가장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다음 교육부터는 사고를 조금 더 유연하게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든 것을 함께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내일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당백호가 절도 있게 포권을 취했다.
성적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단순한 성격인 만큼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모두에게 조언을 해 준 창천검왕이 다시 백수룡을 바라봤다.
“청룡학관이 공동 일등이라지만, 내게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는 권한은 백수룡 강사에게만 주겠다. 여기에 불만이 있나?”
““없습니다.””
백수룡을 제외한 청룡학관 강사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창천검왕이 백수룡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허면, 지금 질문을 사용하겠느냐?”
백수룡은 고개를 저었다.
창천검왕에게 묻고 싶은 것이 무척 많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아니요. 질문은 아껴 두겠습니다.”
“기한은 교육이 끝날 때까지니 잘 사용하도록 하게.”
“예.”
짧은 순간,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
“…….”
“…….”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창천검왕이 먼저 몸을 돌렸다. 그가 모두에게 말했다.
“이만 해산하거라. 내일 교육은 이곳에서 시작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신입 강사 연수의 첫날이 지났다.
사대학관 강사들은 하나같이 녹초가 된 채로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시각,
천주산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봉우리 하나가, 짙은 어둠에 잡아먹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