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51
250화. 영물 사냥 실습 (5)-귀여워! 마물로 변한 독각사는 학생들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운 나쁘게 조우한다면 도망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미간을 좁힌 백수룡은 독각사에게 당한 시체들을 다시 살폈다.
‘시체들에 남겨진 흔적으로 볼 때, 어마어마하게 큰 놈이야.’
만약 천 년 이상 묵은 놈이라면……. 백수룡조차도 쉽게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거의 신수(神獸)에 준하는 존재일 테니 말이다.
‘어쩌면 뱀이 아니라, 승천에 실패한 이무기일지도 모르겠군.’
백수룡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았다.
승천에 실패한 이무기가 절세고수들의 싸움으로 보금자리마저 잃고 마물이 되었다면?
‘아니, 순서가 그 반대일 수도 있지.’
흑야마제와 창천검왕의 싸움으로 인해 이무기가 승천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놈의 분노가 인간을 향하는 것도 납득할 수 있었다 참혹하게 당한 시체들의 형태가 독각사의 분노를 방증하고 있었다.
‘놈은 인간을 먹으려고 사냥한 게 아니야. 고문하고 죽였어.’
시체들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몸이 으스러져 죽었다. 그들이 죽기 전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일그러진 표정에 잘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독각사의 분노가 다 해소되지 않았다면…….
산에 있는 제자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백수룡이 말했다.
“일단 전부 불러들여야겠다. 수혁아.”
“예?”
“맡고 있어라.”
잠든 털뭉치를 야수혁에게 조심스레 넘긴 백수룡이 하늘로 솟구쳤다.
휘익!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구친 그는 품에서 신호탄을 꺼내 위로 쏘아 올렸다.
퍼버버버벙!
붉은 신호탄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제자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우와아…….”
백수룡이 다시 바닥에 내려서자, 산적들은 마치 산신령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수룡이 손을 까닥여 부채주를 불렀다.
“독각사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허억!”
“놀라긴. 지금 당장은 아닐 거야. 놈도 어미 은호랑 싸우면서 적지 않게 다치고 지쳤을 테니까…….”
독각사는 어미 은호의 방해로 이곳에 있는 산적들을 다 죽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은호를 죽인 후 다시 이곳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충분했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건, 독각사도 꽤 크게 다쳤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리라.
……어느 정도는 바람이 섞인 기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며칠 지낼 생각인데. 괜찮지?”
“무, 물론이지요.”
부채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눈앞에서 절세의 신법으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으니, 아무리 불편해도 감히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곳을 주둔지로 삼아서 독각사의 위치를 수색해야겠어.’
백수룡은 영물 사냥 실습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목표는 영물이 아닌 마물이다.
한층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백수룡이 야수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이 주변을 둘러보고 와야겠다. 선배들이 오면 네가 잘 설명해.”
“예? 그러면 이 쬐그만 건요?”
야수혁은 품 안에 안긴 털뭉치를 불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고로롱고로롱…….
털뭉치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는데, 몸이 부풀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야수혁이 영 거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백수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네가 돌봐줘라. 어미 잃은 불쌍한 녀석이니까 괴롭히지 말고.”
“예? 그냥 선생님이 데려가는 게…….”
하지만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백수룡의 신형이 쭉 늘어나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럽게 빠르네, 진짜.”
황망히 그 잔상을 지켜보던 야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품 안에서 자고 있는 털뭉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빌어먹을…….”
아버지를 물어 죽인 호랑이.
평생 잊지 못할 그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후로, 야수혁은 호랑이를 만나는 족족 쳐 죽이리라 맹세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죽인 호랑이만 해도 열 마리가 넘었다.
그런데…….
한 줌밖에 안 되는 털뭉치를 보고 있자니 맥이 탁 빠졌다.
“……쬐깐한 게 줄무늬도 없고. 범 같지도 않아서 그런가.”
이런 게 무슨 호랑이야.
작게 투덜거린 야수혁은 고개를 돌려, 어정쩡하게 서 있는 부채주와 비리비리한 산적들을 바라봤다.
역시, 이쪽을 대하는 게 훨씬 쉬웠다.
“어이, 형제들. 나 좀 보지.”
산적들이 겁을 잔뜩 먹은 얼굴로 야수혁에게 다가왔다.
“아까 보니까 저쪽에 녹림맹기가 부러져 있던데. 여기 녹림맹에 정식으로 등록된 산채 맞아?”
“……예?”
“이거 봐라? 허락도 안 받고 녹림맹기를 내건 거야?”
녹림의 형제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에 부채주의 답변이 잠시 늦었다.
“마, 맞습니다! 저희는 녹림왕께 정식으로 허가받은 영업장입니다!”
“확실하지? 요즘 그거 가짜로 달고 다니는 놈들도 많다던데.”
“확실합니다. 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시는지…….”
“거기까진 알 것 없고. 정식 업장이면 장부 가져와 봐.”
야수혁은 산적들을 다루는 데 능숙했다.
마치 같은 업계 종사자처럼…….
‘에이 설마…….’
부채주와 산적들이 의심의 눈길로 야수혁을 바라봤다.
그때, 야수혁의 품 안에서 털뭉치가 낑낑거리며 꼼지락거렸다.
“쩝…….”
야수혁은 꼼지락거리는 털뭉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순간, 오해를 한 산적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 설마 잡아먹으려고?’
산적들에게 새끼 은호는 나름대로 정이 든 녀석이었다.
게다가 저 녀석의 어미는 독각사로부터 그들을 구해 준 은인이기도 했다.
‘저 산적보다 더 산적 같은 놈이 은호를 잡아먹으려고 하면 어쩌지?’
‘모, 못 먹게 막아야 하는데…….’
‘하지만 주먹이 너무 큰걸…….’
산적들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자신과 은호를 번갈아 바라보자, 야수혁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뭘 봐?”
““아, 아닙니다!””
다행히도 야수혁이 입맛을 다신 이유는 야들야들한(?) 호랑이 고기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는 털뭉치의 몸 곳곳에 베이고 쓸린 자국을 보고 있었다.
“……금창약 가진 사람 있어?”
“예? 고, 고약이라면 있습니다만…….”
“갖고 와 봐.”
잠시 후, 산적 하나가 야수혁에게 고약을 가져다주었다.
“뛰면서 많이도 자빠지더라니.”
야수혁은 잠든 털뭉치의 몸에 고약을 덕지덕지 발랐다. 깨우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조심스러운 손길로.
“쬐깐한 게 손은 더럽게 많이 가네.”
고약을 다 바른 후, 야수혁은 숨소리가 한결 편해진 털뭉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야. 나도 고아다.”
그 말이 전부였다. 야수혁은 고약으로 눅눅해진 털뭉치를 부채주에게 맡겼다.
피부에 닿는 털 때문에 자꾸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야수혁은 산적들을 불러 함께 시체를 치웠다.
“일단 시체들부터 빨리 치우고,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울타리 정도는 고쳐 놓자고.”
“예.”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산적들의 대답에, 야수혁이 인상을 팍 구겼다.
“목소리 봐라. 이래가지고 영업은 다시 할 수 있겠어!”
“예, 예!”
산적들이 조금 전보다 두 배로 크게 대답했다.
그중 가장 어리바리하게 생긴 산적은 자기도 모르게 “예! 두목!”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로소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야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 좀 낫네. 시체 다 치웠으니까 나무나 베러 가자.”
“예! 두목!”
야수혁은 남들은 두 손으로 들기도 힘든 도끼를 어깨에 대충 걸치고 앞장섰다.
그 모습은 딱 영업을 나가는 산적 두목이었다.
* * *
신호탄을 터트리고 하루가 지나기 전에, 학생들이 하나씩 산채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거상웅이었다.
산속에서 대체 뭘 하고 다닌 건지,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나타난 거상웅은 산적들 사이에 서 있는 야수혁을 보고 놀라서 멈춰 섰다.
“너…… 결국 산채 하나를 접수한 거냐?”
“결국은 뭔 결국. 선배는 옷은 왜 다 찢어먹었수?”
“곰이랑 싸우다가 다 찢어졌다. 휴우. 그래도 아랫도리만큼은 어떻게든 사수했지.”
“자랑이라고……. 누가 저 인간한테 옷 좀 갖다 줘라.”
산적들은 야수혁보다 조금 더 크고 두꺼운 사내가 나타나자 잔뜩 겁에 질렸다. 게다가 거상웅에게 맞는 옷도 없었다.
결국, 거상웅은 커다란 곰 가죽을 장포처럼 몸에 둘렀다. 그는 점점 인간보다 곰에 더 가까운 형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선배님! 수혁아!”
두 번째로 도착한 것은 위지천이었다.
거상웅과 달리 위지천은 깔끔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할아버지와 산에서 살았던 경험 덕분에, 낯선 산에서도 그리 고생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헌원강과 여민이 티격태격하며 함께 도착했다.
“야! 너 때문에 제일 늦었잖아!”
“아까 길 잃은 건 선배 때문이거든요?!”
둘 다 고초를 많이 겪었는지, 온몸에 나뭇잎이며 흙 같은 것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음? 그 쬐그만 녀석은 뭐냐?”
“어머 귀여워!”
하얀 털뭉치를 발견한 여민이 달려들어서 녀석을 마구 쓰다듬었다. 이미 위지천과 거상웅이 배를 만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캬아아!
털뭉치는 인간들의 손길이 귀찮은 듯 하악질을 하며 피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인간들은 집요하고 지독했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여민, 위지천, 거상웅이 털뭉치를 서로 만지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던 헌원강도 어느새 슬쩍 손을 뻗었다.
야수혁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배들.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으쇼. 지금 이 산에 독각사라는 마물이 나타났는데…….”
야수혁은 부채주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두에게 전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네 사람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그 와중에도 털뭉치를 만지는 손길을 누구도 거두지 않았지만 말이다.
“마물이라니…….”
“빨리 잡아야겠네요.”
“선생님은 그 녀석을 찾으러 간 거야?”
마물에 대해 이야기하던 학생들은, 이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새끼 은호를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불쌍한 녀석. 이렇게 어린데 어미를 잃다니…….”
“우리가 데려가서 키우는 거죠?”
“난 찬성! 이름은 뭐로 할까?”
“흠흠. 흰 호랑이니까 백범 어때?”
차례대로 거상웅, 위지천, 여민, 헌원강의 말이었다.
헌원강이 낸 의견은 모두에게 비난을 받아 즉시 기각됐다.
“이 털뭉치를 데려가서 키우자고? 다들 미친 거 아니야?”
야수혁은 모두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기회를 보고 있던 털뭉치가 야수혁의 머리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움직임이었다.
“끄악! 이 쬐끄만 게! 안 내려와?”
야수혁이 손을 뻗어 털뭉치를 잡으려 했지만, 그 순간 녀석이 야수혁의 등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영물답게 아주 민첩했다.
낯선 인간들이 자꾸 만지려 하는 통에, 그나마 익숙하고 만만한 야수혁에게 매달린 것이다.
“젠장! 이거 좀 떼 줘!”
안타깝게도 광배근과 팔 근육이 너무 큰 야수혁은 자기 등에 달라붙은 털뭉치를 떼어낼 재간이 없었다.
캬아앗!
신이 난 털뭉치가 야수혁의 넓은 등판에 매달려서 승자의 포효를 터트렸다.
“아 좀! 떼어 달라니까!”
아무도 야수혁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저 부러움의 시선으로 야수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부럽다…….”
“저 자식. 혼자 간택 받았어…….”
“역시, 역시 남자는 등인가?”
백수룡이 산채로 돌아온 건 다음 날이 되어서였다.
그 말은 즉, 야수혁은 그날 내내 털뭉치와 선배들에게 시달렸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