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70
269화. 조졌다
드디어 의 기말고사 시험날이 되었다.
“……이번엔 어떤 시험일까?”
헌원강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예측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들 궁금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새벽 수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백수룡의 방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위지천이 두려움과 불안감이 반반씩 섞인 얼굴로 중얼거렸다.
“선생님. 밤새 안 주무시는 것 같던데…….”
지난밤, 백수룡은 퇴근 후 방 밖으로는 단 한 걸음도 나오지 않았다.
침식(寢食)마저 잊은 채, 막바지 시험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잠도 안 자고 시험 준비를 했다고?”
“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뭘 준비하는 건지 상상도 안 돼…….”
꿀꺽.
이번엔 또 얼마나 악랄한 시험을 준비했을까?
다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마른 침을 꼴깍꼴깍 넘길 때였다.
“흐흐흐…….”
백수룡의 방 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괴소.
그 음산한 웃음소리에서 집념 어린 광기가 느껴졌다.
‘도대체 뭐야!’
제자들은 백수룡의 방 앞에 모여 귀를 바짝 가져다 댔다. 그들의 등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사각사각사각.
어젯밤부터 방 안에서 들려오던 사각사각거리는 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괴소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캬악!
야수혁의 어깨에 앉아 있던 은호마저 불길함을 느꼈는지 털을 바짝 세웠다. 야수혁이 손바닥으로 털뭉치의 입을 막았다.
‘쉿!’
다행히 백수룡은 고도로 집중했는지, 문 앞에 있는 제자들의 기척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스르릉.
기어이 흑도를 반쯤 빼든 헌원강이 비장한 얼굴로 선후배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먼저 치자.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당할 거야?’
평소 같았으면 가장 먼저 면박을 주었을 거상웅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처음으로 나도 원강이 말에 동의하고 싶어졌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니까!’
‘진짜 거사를 한번 도모해 봐?’
‘너희들 생각은 어때?’
‘가능성만 있다면야…….’
제자들의 눈에 독기가 스며들었다.
백수룡을 따라다니며 온갖 험한 일을 겪어서인지, 이제는 웬만한 사파 고수들도 오금이 저릴 법한 눈빛이었다.
-기말고사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언제든지 내게서 시험 문제를 빼앗거나 훔쳐도 된다. 성공하면 만점을 주지.
백수룡은 기말고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에게 그렇게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그 방법을 시도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대신…… 실패하면 대가를 치러야겠지?
그 마귀 같은 미소를 떠올린 제자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빠르게 눈빛을 교환한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결정을 내린 제자들이 백수룡의 방문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콰지직!
거상웅과 야수혁의 신형이 포탄처럼 쏘아지고, 헌원강이 그 뒤를 받쳤다. 위지천은 은밀하게 뒤로 돌아갔고, 여민은 뒤에서 빙공을 뿌리며 백수룡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완벽한 협공!
헌원강은 서로의 움직임을 완벽히 보완한 이 합격진의 이름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수룡 조지기 팔십팔 번으로 간다!”
콰콰콰콰!
광풍 같은 기세가 방 안을 휩쓸었다.
그러나 백수룡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휙 돌아서며 제자들을 맞이했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애송이들. 한발 늦었구나. 시험 문제는 이미 완성되었단다.”
젠장! 늦었나!
거상웅과 야수혁은 달려들던 속도의 두 배로 튕겨 나갔고, 헌원강의 흑도는 허공을 갈랐다.
위지천의 검은 백수룡의 손가락 사이에 잡혔고, 여민은 도망치려다가 신발이 그대로 바닥에 얼어붙어 꼼짝도 못 하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눈 몇 번 깜빡할 시간에 벌어졌다.
“들어올 때부터 각오는 했겠지?”
백수룡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기습에 실패한 제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하나같이 무림의 종말이라도 목격한 표정이었다.
“……망했어.”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자고 했잖아!”
“전부 원강 선배가 시켰어요!”
“왜 나한테 덮어씌워!”
천천히 뒷걸음질 쳐 보지만 다가오는 종말, 아니 백수룡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다들 죽었다고 복창해라.”
빠바바바박!
약 일 각 후, 백수룡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제자들의 앞에 서서 코웃음을 쳤다.
“날 기습하려면 아직 백 년은 멀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백수룡은 내심 꽤 놀란 상태였다. 그는 몇 군데나 베인 자신의 소맷자락을 슬쩍 바라봤다.
‘꽤 날카로웠어.’
좁은 공간이라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지만, 제자들의 실력에 장족의 발전이 없었다면 이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도 뭐.”
아주 조금씩이지만, 제자들이 자신을 따라잡고 있다.
무공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이보다 뿌듯한 일은 없었다.
백수룡의 입가가 씰룩이며 미소가 맺혔다.
“이번엔 나쁘지 않았다. 다음엔 더 잘해 봐.”
백수룡은 시무룩해 하는 제자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후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나 먼저 출근할 테니 너희는 운기조식하고, 어지럽힌 내 방도 치우고 와라.”
“네에…….”
“그럼 시험시간에 보자.”
백수룡은 제자들을 뒤로하고 백룡장을 나섰다.
옆구리에 처음 보는 항아리를 끼고 있었다.
* * *
“형님. 웬 항아리예요?”
백수룡이 옆구리에 항아리를 끼고 오자, 동기들이 관심을 가지며 다가왔다.
목이 좁고 긴 적갈색 항아리였다. 사람 손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는데, 안에는 무언가 내용물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백수룡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거? 오늘 볼 기말고사 시험.”
그 순간, 동기들의 표정이 뭐라 설명할 수 없게 변했다. 다들 멈춰 서서 경계의 시선으로 항아리를 바라봤다.
“……독물을 넣어 온 건 아니죠?”
“절단된 사체라거나…….”
“버, 법은 확실하게 지키고 있는 거죠?”
동기들의 반응에 백수룡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왜 니들이 난리야? 지들이 시험 볼 것도 아니면서.”
“흠흠. 그렇긴 하지만.”
어느새 다들 다가와선 항아리를 자세히 관찰했다.
하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내용물을 전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이번 기말고사 시험이라고요?”
백수룡은 의 기말고사 시험 내용을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다.
그저 ‘실기’라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예전과 달리 청룡신협의 명성이 천하를 들썩일 정도로 높아진 터라 그의 수업에도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갈소영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열어 봐도 돼요?”
“아직 안 돼. 대신 시험 내용은 너희가 가장 먼저 알게 해 줄게.”
백수룡은 몇 번 접어 품에 넣어 둔 대자보를 꺼내서, 동기들에게 하나씩 나눠 줬다. 아침 일찍 그들을 부른 이유였다.
“시험이 시작되기 일 각 전에, 이걸 학생들이 최대한 많이 볼 수 있는 곳에 붙여 줘.”
“이건…….”
백수룡에게 대자보를 받아든 동기들은 그 내용을 읽어 나갔다.
시선이 아래로 갈수록 눈은 휘둥그레졌고, 다 읽었을 땐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이 떡 벌어져 있었다.
“……야 이 악마야!”
“정말 이게 시험이라고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경악과 우려가 뒤섞인 반응에, 백수룡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한 학기 동안 내 수업을 제대로 들었다는 걸 증명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해. 그리고, 그걸로 끝이 아니야.”
백수룡은 왼쪽 옆구리에 낀 항아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며 씩 웃었다.
“진짜는 여기 있거든.”
“예?”
“이것만으로도 애들 죽어날 것 같은데…….”
“하여튼 부탁 좀 하마.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딱 제시간에 맞춰서 붙여 줘. 나중에 내가 술 한잔 살 테니까.”
백수룡은 동기들을 뒤로하고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을 본 청룡학관 동기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애들 괴롭히는 걸 즐기는 것 같은데?”
“확실해요. 전 재산도 걸 수 있어요.”
“걔들도 참. 선생을 잘 만난 건지, 잘못 만난 건지…….”
강사들은 곧 지옥을 경험하게 될 학생들에게 미리 애도를 표했다.
* * *
강의실.
기말고사를 치르러 온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했다.
혹시라도 강의실 안에 함정이나 기습이 있지 않을까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에 대비해 온갖 해독약을 챙겨 온 건 기본이었다.
‘우리도 이제 쉽게 안 당해!’
다들 눈에 독기가 가득했다.
남들은 청룡신협에게 무공 지도를 받으니 좋겠다, 부럽다, 속 편한 소리를 하지만, 정작 수강생들이 배운 건 상상치도 못했던 지저분한 사파의 수법이 대부분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와중에 무공 실력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말이다.
“독이나 함정은 없는 것 같은데…….”
“방심하면 안 돼. 갑자기 천장이 무너질지도 몰라.”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아직도 몰라? 상대는 백수룡이라고!”
다들 바짝 긴장한 상태로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백수룡이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어와 교탁 앞에 선 백수룡이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기말고사 시험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쿵!
백수룡은 가져온 항아리를 교탁에 올려놓았다.
“이 항아리 안에는 향낭과 비밀 임무가 적힌 밀지가 하나씩 들어 있다. 나와서 한 명씩 가져가도록.”
학생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했다. 한 명씩 나가서 항아리에 손을 넣어 향낭을 뽑았다.
“밀지는 안에 없는데요?”
“향낭을 열어 보면 있다. 아직 열지는 말고.”
전부 향낭을 하나씩 가져간 것을 확인한 백수룡이 말을 이었다.
“시험은 간단하다. 너희는 지금까지 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지에 적힌 임무를 완수한 후 증거를 가져오면 된다.”
“시험 기간은 사흘. 기말고사 기간이 끝날 때까지만 완수하면 된다. 어렵지 않겠지?”
“…….”
대답은 없었다.
다들 머릿속으로 시험에 대해서 생각하기 바쁜 가운데, 모범생 독고준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개인 시험입니까? 아니면 다른 학생과 협력해도 되는 시험입니까?”
“협력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향낭과 밀지를 잃어버리면 시험은 거기서 끝이다.”
협력해도 된다고?
예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학생들이 반쯤 의심할 때였다.
“하지만 그냥 하면 재미가 없겠지?”
그럼 그렇지.
방심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내공을 끌어올리며 돌발상황에 대비했다.
하지만 백수룡은 그저 한 번 씩 웃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강의실 칠판에 붙였다.
이곳에 오기 전에 동기 강사들에게 나눠 준 것과 같은 대자보였다.
기말고사 시험 외부자 참여 안내-본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에게 향낭을 하나씩 나눠 주었음.
-향낭을 빼앗아 가져오는 학생에게는 보상으로 청룡신협의 개인 무공 지도와 다음 학기 수업 수강신청권을 제공하겠음.
-단, 이 보상은 청룡학관 재학생만 대상으로 함.
대자보에 적힌 글은 단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이런 미친……!”
“어쩐지 쉽다 했어!”
청룡신협이 무공 지도와 다음 학기에 자신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강신청권을 걸었다!
곧,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한 학생들의 얼굴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지금쯤 이 대자보가 학관 곳곳에 붙었을 거다.”
학생들을 쭉 둘러본 백수룡이 사악하게 큭큭 웃었다.
“여길 나가는 순간부터, 청룡학관 모든 학생이 너희의 향낭을 빼앗으려 할 거란 말이지. 한번 잘 버텨 보도록. 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도 탈락이다. 탈락하면…… 재수강하면 되지 뭐. 그치?”
할 말을 모두 마친 백수룡은 강의실을 나섰다.
쿵!
다들 할 말을 잃고 앉아 있는 가운데, 헌원강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중얼거렸다.
“조졌다…….”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