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03
302화. 부작용
“오라버니!”
남궁미가 달려와 의식을 잃은 남궁수를 살폈다.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과 전신의 수많은 상처들.
벼락에 불타고 찢겨 나간 무복은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 오라버니이……. 으아아앙!”
남궁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소녀는 잠든 오라버니의 멱살을 잡아 흔들면서 엉엉 울었다.
“죽지 마세요! 죽으면 안 돼요! 저 혼자만 두고 죽으면 평생 미워할 거예요!”
“…….”
그대로 두었다간 남궁수가 동생 손에 목이 졸려 죽을 것 같았기에, 백수룡은 남궁미를 진정시켜야 했다.
“괜찮아. 지쳐서 잠든 것뿐이니까.”
“저, 정말요? 우리 오라버니 안 죽어요?”
“음. 계속 그렇게 머리를 흔들면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겠지?”
“아앗! 죄송해요!”
“농담이다. 농담.”
백수룡은 불안해하는 남궁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그사이 제갈소영이 남궁수에게 다가와 부상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단전이 완전히 고갈됐고, 기혈도 크게 상했어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제갈소영은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다시는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백수룡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 자식. 기껏 이겨 놓고…….”
남궁수는 벽력마와의 생사결을 통해 무공에 깨달음을 얻었다.
추측하기로는, 천뢰검법의 경지가 거의 대성에 이르렀을 터.
하지만 몸 상태가 이래서는 깨달음도 소용이 없었다.
침중한 분위기 속에서, 남궁미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외쳤다.
“기를 불어넣어서 치료하면 돼요! 내상을 입으면 그렇게 한다고 가문에서 배웠어요!”
실제로 진기도인으로 내상을 치료하는 것은 가장 흔한 치료 방법이었다.
하지만 제갈소영은 고개를 저었다.
“평범한 내상이라면 가능하지만, 단전과 기혈까지 다친 무인에게는 기를 불어넣는 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그리고…….”
남궁수는 뇌기를 다루는 특수한 심법을 익혔다.
뇌기는 다른 종류의 기보다 사납고 거칠기 때문에, 타인이 함부로 진기를 도인하는 것은 몇 배로 위험했다.
“그, 그래도 수룡 오라버니는 고수니까…….”
남궁미는 간절한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남궁수를 응시하던 백수룡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치료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역시!”
“단,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어.”
부작용이라는 말에 남궁미가 움찔했다.
“어떤 부작용이요? 설마 죽거나 불구가 되는 건…….”
백수룡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종류의 부작용은 아니었다.
“신체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나도 이론으로만 알지, 실제로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방법이거든.”
딱 들어맞는 조건이 거의 없어서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지만, 성공 가능성은 꽤 클 것이다.
‘게다가 지금이라면…….’
백수룡은 손 안에서 꿈틀거리는 금색 거머리를 바라봤다.
이 녀석이 있다면, 치료를 넘어서 남궁수에게 큰 기연까지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미야.”
“네, 네?”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남궁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빛은 더없이 진지했다.
“사실 남궁수한테는 아까 다 설명하고 허락을 받았다.”
“…….”
당사자는 무슨 말인지 듣지 못했지만, 백수룡은 분명 남궁수가 기절하기 전에 허락을 받았다.
남은 것은 곁에 있는 가족의 동의뿐이었다.
“지금 남궁수 곁에 있는 유일한 가족이 너뿐이다. 날 믿고 오라버니를 맡길 수 있겠어?”
“……네.”
남궁미가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족의 허락까지 받았겠다.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어진 백수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
“오라버니는요?”
“찾아볼 게 있어.”
백수룡은 벽력마가 죽기 직전에 외쳤던 말을 떠올렸다.
-신공만 완성했으면, 신공만 완성했으면 네놈 따위는 단숨에 죽일 수 있었다! 남궁제학을 죽이고, 천하를 발아래에 둘 수 있었단 말이다! 눈앞에 있었다! 혼원벽력신공을 완성할 준비는 이미 완벽하게 끝나 있었단 말이다! 열흘만, 아니 사흘만 더 있었다면……!
단순히 죽어 가는 자의 발악으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구체적인 이야기.
“이 산 어딘가에 벽력마의 은신처가 있을 거야. 그곳에 가면 제대로 된 상비약이나 영약이 있겠지. 그것들이 필요해.”
벽력마는 뇌기를 다루는 무공을 익혔던 만큼, 그의 은신처에 지금의 남궁수의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제갈소영이 회의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숨어 지낸 자인데, 은신처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요? 저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요.”
“추측이지만, 아마 이쪽 방향에 은신처가 있을 거야.”
백수룡은 벽력마가 마지막에 도망치던 방향을 가리켰다.
은신처가 있는 방향이 확실하다면, 수색 범위를 대폭 좁힐 수 있었다.
“반 시진. 그 안에 은신처를 찾으면 신호탄을 하늘로 쏘아 올릴게. 그럼 너희가 남궁수를 데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네.”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백수룡은 곧바로 경공을 펼쳤다.
휘익!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백수룡은 경공을 펼치며 기감을 최대한 넓게 퍼트렸다.
은신처의 단서는 방향뿐.
아무리 절세고수의 기감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백수룡에겐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었다.
“네가 길을 알려 줄 것 같단 말이지.”
꾸물꾸물.
벽력마가 키우던 금색 거머리.
흉측하게 생기긴 했어도, 이 녀석은 영물이 틀림없었다.
최소 수십 년을 살아왔을 테니, 보금자리에 가까이 다가간다면 뭔가 반응이 달라질 거라고 예상했다.
백수룡은 손에 든 거머리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며 산을 수색했다.
그렇게 이 각 정도를 돌아다녔을까…….
꿈틀.
백수룡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죽은 듯 얌전히 잡혀 있던 거머리가 머리를 움직인 것이다.
그 작은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백수룡이 자리에서 멈춰 서서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어디냐?’
그 순간, 백수룡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혈마안을 발동한 것이다.
키이잉-!
기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미세한 흔적이 보였다. 비로소 백수룡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찾았다.”
퍼엉-!
백수룡은 즉시 하늘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벽력마의 은신처를 향해 다가갔다.
“진법으로 숨겨 놨군.”
백수룡이 표정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힘으로 파괴할 수도 있지만, 실수로 벽력마의 은신처가 파괴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다행히 잠시 후 제갈소영이 남궁수를 업고 도착했다.
“은신처를 찾긴 찾았는데, 진법이 가로막고 있어.”
“저한테 맡기세요.”
백수룡에게 남궁수를 맡긴 제갈소영이 진법 가까이 다가가 살폈다.
“삼중으로 겹쳐진 환영진이에요. 벽력마가 진법과 술법에도 제법 조예가 있었나 보네요.”
“해제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아?”
그 순간, 제갈소영이 백수룡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 반 각이면 충분해요.”
기관진식과 술법에 대해서는 천하제일을 자부하는 제갈세가.
제갈소영은 그런 제갈세가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재였다.
잠시 후, 수십 년 동안 벽력마를 숨겨 주었던 은신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르르륵…….
진법이 해제되며 드러난 은신처의 모습에 백수룡이 혀를 찼다.
“산신령 행세를 했다더니. 아주 도원향을 만들어 놨군.”
그림 같은 오두막과, 그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밭.
한쪽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백수룡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구경은 나중에 하고, 일단 들어가자.”
““아, 네!””
오두막 안은 더욱 휘황찬란했다.
벽력마가 수십 년 동안 무인들을 습격해 빼앗은 돈, 보석, 병장기들이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고.
반대편 벽면에는 수백 년은 족히 묵었을 하수오, 영물의 내단, 벽력마가 직접 만든 환약 등이 보관돼 있었다.
마지막으로 침상 맡에는 『혼원벽력신공』 이라고 적힌 비급이 놓여 있었다.
하나같이 무인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보물들.
그러나 백수룡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영약들과 벽력마가 직접 만든 환약만 몇 개 집어 들었다.
“이쪽에 눕히자.”
의식을 잃은 남궁수를 침상에 반듯이 눕혔다. 너덜너덜해진 상의는 아예 벗겼다. 벼락에 지져지고 짓무른 상반신의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라버니…….”
남궁미가 오라버니의 손을 꼭 잡고 울먹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궁수의 상태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다.
“곧 괜찮아질 거다.”
백수룡은 남궁수의 혈도를 몇 군데 짚은 다음, 벽력마가 만든 환약들 중 하나를 자신의 입 안에 넣었다.
제갈소영이 깜짝 놀란 얼굴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설마 입으로……?”
“미쳤어? 독성은 없나 먼저 먹어 보는 거야.”
“죄, 죄송해요.”
백수룡이 직접 먹어 보니 내상을 치료하는 약이 맞았다.
단전이 은은하게 찌릿찌릿한 것이, 희미하게나마 뇌기를 품고 있었다.
“좋아. 먹어도 되겠다.”
백수룡이 다른 환약과 영약을 짓이겨 남궁수의 입에 넣어 주자, 잠시 후 남궁수가 신음하며 눈을 떴다.
“백수룡……?”
남궁수의 호흡이 전보다 한결 편안해지고 혈색이 돌아왔다. 벽력마의 은신처를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깨어났으니 슬슬 시작해도 되겠다.”
“뭘……?”
“아까 다 설명했잖아. 기연이 찾아왔다고.”
씩 웃은 백수룡은 한쪽에 있던 금색 거머리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금색 구슬을 꺼냈다.
뇌령(雷靈).
수십 년 동안 무인의 피를 먹이고, 자연의 벼락을 맞게 해서 길러 온 영물.
벽력마는 이 뇌령을 흡수해 혼원벽력신공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그만큼 막대한 뇌기를 품고 있다는 의미였다.
백수룡은 망설이지 않고 뇌령의 내단을 삼켰다. 제갈소영은 이번에는 가만히 있었다.
“남궁수. 이 악물고 참아라.”
“무슨…….”
백수룡의 손이 남궁수의 가슴과 아랫배, 즉 중단전과 하단전을 짚었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은 남궁수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격체전력……!”
타인에게 자신의 기운을 전가하는 수법.
극도로 섬세한 공력 조절 능력, 어마어마한 체력을 요하는 수법이었다.
달리 말하면 굉장히 위험했다. 격체전력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관둬라. 너까지 위험하…….”
“입 닫고 받아들여.”
콰콰콰콰콰콰!
몸 안에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뇌기에, 남궁수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가 눈을 부릅뜨며 백수룡을 노려봤다.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참아라.’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남궁수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의 목에 시뻘건 핏대가 섰다.
백수룡은 몸 안에서 녹아내린 내단의 뇌기를 전부 남궁수의 몸 안으로 흘려 넣었다. 어차피 그의 몸에는 있어 봐야 필요 없는 기운이었다.
‘천뢰검법의 구결은 이미 알고 있어.’
천뢰검법의 구결을 따라, 텅 비었던 남궁수의 단전에 새로운 뇌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십이경맥과 전신 세맥, 혈도에도 뇌령의 기운이 스며들어 상처가 회복되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뇌령은 벽력마가 수십 년을 숙성시킨, 천하에서 가장 강렬한 뇌기의 결정체였다.
본래는 벽력마의 혼원벽력신공을 완성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고약한 운명은 뇌령의 기운을 남궁수에게 전했다.
가공할 뇌력(雷力)이, 남궁수의 몸속을 벼락같은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크윽……!’
남궁수는 엄청난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
아무리 뇌기가 주는 통증에 익숙하다지만, 이것은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충격이자 통증이었다.
뿌드득!
어금니가 부러져라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끝장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격체전력을 시전하는 백수룡까지도 위험해진다.
‘빌어먹을 놈! 끝나면 가만두지 않겠다!’
남궁수는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그를 지켜보는 백수룡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뇌령의 기운에 적응하기 위해, 육체가 스스로 변화한다면…….’
천뢰검법에 대한 남궁수의 깨달음은 이제 충분했다.
남은 것은 육체의 변화뿐.
백수룡은 그 변화를 유도했다.
바로 남궁수의 체질을 통째로 바꾸는 것.
뇌령의 기운을 남궁수의 몸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이유였다.
비록 엄청난 고통을 유발하는 방법이지만, 남궁수의 인내심이라면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쩌적, 쩌저적-
이변이 시작된 것은 그때였다.
남궁수의 피부가 마른 논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남궁미가 비명을 질렀다.
“오라버니!”
곤충이 탈피를 하듯 각질이 일어나 툭툭 떨어지고, 그 안에서 도자기처럼 새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동시에, 남궁수의 전신 모공을 통해 몸 안의 노폐물이 땀이 되어 흘러나왔다.
그 광경을 지켜본 제갈소영이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신공이라 불리는 무공을 대성하고, 여기에 천운까지 따라야 간신히 얻을 수 있는 기연이 바로 환골탈태였다.
‘강제로 환골탈태를 시킨다고?’
제갈소영이 알기로, 이것은 무림에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콰콰콰콰…….
오두막 안에 휘몰아치던 기운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격체전력을 끝낸 백수룡이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후우. 겨우 성공이군.”
그때 남궁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아주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오라버니!”
남궁미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외쳤다. 그러나 오라버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소녀는 그만 돌처럼 굳어 버렸다.
“오, 오라버니. 눈동자가…….”
남궁수의 눈은, 벼락을 담은 듯한 샛노란 금안(金眼)으로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