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04
303화.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
남궁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에서는 잡티 하나 찾을 수 없었다. 팔다리도 미세하게 길어졌다.
온몸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활력이 샘솟았다.
‘몸만 변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느껴졌다.
오감이 받아들이는 자극이 전에 없이 예민했다. 온몸이 따끔따끔하게 느껴질 정도. 처음에는 피부에 작은 먼지가 닿는 감촉에도 소스라칠 뻔했다.
“지금은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불편할 거야. 적응되면 괜찮아지겠지만.”
백수룡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남궁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눈동자가 정면으로 마주치자, 백수룡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부작용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 머리가 홀라당 빠져서 다신 안 자라거나, 벙어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부작용…….”
중얼거리며 눈가를 더듬는 남궁수의 금안(金眼)이 보석처럼 빛났다.
환골탈태의 부작용.
앞으로 평생 황금색 눈동자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백수룡이 물었다.
“왜? 사람들이 수군거릴까 봐 신경 쓰여?”
“……남들 시선에 큰 의미를 둔 적은 없다.”
무덤덤하게 대꾸한 남궁수는 손끝에서 천뢰기를 일으켰다.
치지지직!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벼락이 손바닥을 휘감았다.
하지만 남궁수가 놀란 것은 천뢰기의 위력 때문이 아니었다.
“……아프지 않다.”
즉, 천뢰검법이 대성을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공을 대성(大成)했다는 것이 남궁수가 강해질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천뢰검법을 창안한 무인이 정해 둔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
앞으로 천뢰검법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일은 남궁수의 몫이었다.
누구보다 남궁수의 현재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대공(大功)을 이룬 걸 축하한다. 곧 검강도 만들 수 있을걸?”
“……지금도 가능할 것 같은데.”
“지금?”
고개를 끄덕인 남궁수가 손에 맺힌 천뢰기를 압축하기 시작했다.
파지…… 지지직!!!
손에 맺혀 있던 뇌기가 점점 압축되고, 서서히 구체적이고 단단한 형태를 잡아 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남궁수는 검의 형상을 한 벼락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미친…….”
강기를 만들어 낸 당사자보다 오히려 백수룡이 더 놀랐다.
‘이게 첫 시도 만에 된다고?’
앞으로 수련하면 강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말이었지, 지금 당장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남궁수는 단 한 번의 시도로 강기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심지어 남궁수가 만든 강기는, 일반적인 강기와 성질이 달랐다.
백수룡은 남궁수가 만든 강기를 자세히 관찰하며 말했다.
“이건 검강(劍强)이 아니라 뇌강(雷强)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군. 호신강기를 온몸에 두르지 않으면 막는 게 힘들겠어. 너보다 강한 고수에게도 굉장히 까다로울 무기야.”
“…….”
현 무림에서 백대고수라고 불리는 무인들 중에서도 뇌강을 감당할 수 있는 무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백수룡은 확신할 수 있었다.
치지직…….
아직 뇌강을 오래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지, 뇌강은 금방 허공에 흩어졌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줄 문제였다.
“환골탈태에 이어 강기까지 다루게 되다니! 무림사를 뒤져봐도 드물 기연이에요! 축하드려요!”
“축하해요, 오라버니!”
제갈소영과 남궁미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남궁수를 축하해 주었다.
오라버니가 죽는 줄로만 알았던 남궁미는 아예 남궁수의 허리에 매달려서 눈물 콧물을 훌쩍였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남궁수는 여전히 다소 멍한 표정으로 품에 안긴 동생을 안아 주었다.
그러다 백수룡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너…….”
“왜?”
격체전력이 끝나면 백수룡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저 얼굴을 본 순간, 남궁수는 도저히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격체전력을 시전하느라 무척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
그럼에도 백수룡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기연이라도 얻은 것처럼 말이다.
저 얼굴을 보고 어떻게 화를 낸단 말인가.
남궁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금안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그 시선에 백수룡은 속으로 당황했다.
‘격체전력이 너무 아파서 화 났나?’
하긴, 몸을 찢는 고통이었을 테니 충분히 화가 날 법도 했다.
극한의 인내심을 지닌 남궁수니까 환골탈태가 가능했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어쨌든 결과가 잘됐으면 됐지, 뭐.’
백수룡은 매섭게 노려보는 남궁수의 시선을 은근슬쩍 피했다. 그리고 피곤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자. 다들 지쳤으니 말이야.”
“……그러지.”
남궁수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대답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목구멍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백수룡. 너란 놈은…….’
이미 가문이 입은 은혜만으로도 평생 다 갚기 힘들 만큼 큰 빚을 졌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빚을 지게 하다니, 대체 이 은혜를 다 어떻게 갚으란 말인가.
꽈악…….
주먹을 꽉 쥔 남궁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무시무시하게 번뜩이는 안광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뭐, 뭔데?’
백수룡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눈깔이 금색이 되더니, 그냥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 싸워도 내가 이기겠지?’
남궁수는 환골탈태를 한 지 얼마 안 돼서 쌩쌩한 반면, 백수룡은 격체전력을 해 주느라고 죽을 맛이었다.
백수룡의 뇌리에 방금 전에 본 뇌강이 어른거렸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꿀꺽.
괜한 오해로 쓸데없는 긴장감이 높아질 때였다.
“두 사람은 이제 가만히 있어요. 정리는 저희가 할 테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여기서 쉬고 계세요!”
“맞아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
제갈소영과 남궁미가 호들갑을 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갈소영은 해제했던 진법을 복구해 오두막을 외부의 시선에서 숨겼고, 남궁미는 어지러워진 오두막을 청소했다.
오두막 안에는 식량도 넉넉히 있었다.
““요리도 저희가 할게요!””
두 사람이 합심해 솜씨를 발휘하려고 했으나, 곧 정체불명의 냄새를 맡은 남궁수가 그들에게서 조리 도구를 빼앗았다.
“내가 하지.”
환골탈태를 한 남궁수는 무공뿐 아니라 요리도 더 잘하게 되었다. 오감이 전보다 발달한 덕분이었다.
“마, 맛있어……!”
“오라버니가 해 준 요리 중에 최고예요!”
두 소녀는 남궁수가 해 준 요리를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백수룡도 한입 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궁수를 바라봤다.
“맛있는데?”
“……재료가 좋았을 뿐이다.”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다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
남궁수는 환골탈태한 몸에 적응하기 위해 오두막 앞에서 검을 휘둘렀고, 남궁미는 마당 한쪽에 쪼그려 앉아 오라버니를 구경했다.
제갈소영은 오두막 주변에서 희귀한 약초를 찾았다며 눈을 빛냈다.
백수룡은 홀로 오두막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벽력마가 남긴 『혼원벽력신공』의 비급을 읽었다.
“과연…….”
과거 창천검왕도 탐을 냈던 무공이었다.
여기에 벽력마가 수십 년 동안 은둔하며 무공을 보완했으니, 신공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직접 익힐 생각은 없었지만, 비급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백수룡에게 큰 공부가 되었다.
“흡성대법 부분은 지우고, 이 부분은 보강하면 더 나아지겠어. 천뢰검법에 있던 구결하고 겹치는 부분도 있으니…….”
백수룡은 한참 동안 흥미롭게 비급을 탐독했다. 새로운 무공을 분석하는 그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괜히 무공 사부가 천직이 아니었다.
금방 밤이 되었다.
네 사람은 오두막 안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다행히 오두막은 네 사람이 나란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었다.
“오늘은 정말, 정말정말로 긴 하루였어요…….”
한참을 재잘대던 남궁미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그 옆에 누운 제갈소영도 졸린지 눈을 깜빡거렸다.
“안녕히 주무세요…….”
“하암. 잘 자라.”
백수룡도 피곤했는지 하품을 하며 몸을 뒤척이다 곧 조용해졌다.
쿠울…….
쿠울…….
“…….”
다들 피곤했는지 금세 대화가 끊기고 조용해졌지만, 남궁수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환골탈태를 이룬 몸은 너무나 쌩쌩했던 것이다.
스르륵.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수는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그는 백수룡을 한번 힐긋 쳐다봤다.
‘백수룡. 지금은 내가 너한테 도움을 받기만 하지만…….’
밖으로 나온 남궁수는 밤하늘을 올려보며 맹세했다.
더 이상 녀석에게 도움을 받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젠가 이 은혜를 전부 갚고야 말겠다고.
남궁수는 주먹을 꽉 쥐며, 특유의 서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빚은 꼭 갚아 주마. 평생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그 순간, 오두막 안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던 백수룡이 움찔 몸을 떨었다.
‘젠장.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오해가 깊어지는 밤이었다.
* * *
다음 날.
오두막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일행은 마당 앞에 모였다.
두 개의 작은 봉분.
그들은 벽력마에게 죽은 사냥꾼 부부의 무덤 앞에 일렬로 섰다.
“아저씨 아줌마. 부디 극락왕생하세요.”
사냥꾼 부부의 무덤을 이곳에 만들어 주자는 것은 남궁미의 의견이었다.
의견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남궁미는 직접 땅을 파서 어설프게나마 무덤을 만들었다.
비록 사냥꾼 부부의 시체는 벽력마와 남궁수의 싸움으로 흔적도 없이 잿더미가 돼 버렸지만, 그 재를 수습해서 묻고, 흙을 덮어 작은 봉분을 만들었다.
무덤에 인사한 남궁미가 어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사냥꾼 아줌마 아저씨는 착한 사람들이었죠?”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었지.”
남궁수가 어린 동생의 손을 잡아 주며 말했다.
그 역시 사냥꾼이 달려오며 도망치라고 외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만 빨리 눈치채고 행동했다면, 그들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혈교도 그렇고, 벽력마도 그렇고…….”
남궁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동굴 안에서 순박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던 사냥꾼 아줌마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서였다.
남궁미가 새빨개진 눈가를 소매로 훔치며 말했다.
“자꾸 울어서 죄송해요…….”
“괜찮다.”
“이제 안 울도록 강해질 거예요. 오라버니들만큼이요.”
남궁미는 훌쩍이면서 소매로 눈물을 닦아 냈다. 커다란 눈망울에 굳은 각오가 어렸다.
고작 열 살. 아무리 무림세가의 자식이라고 해도, 놀라울 정도로 씩씩한 아이였다.
“열심히 수련해서, 나중에 꼭 청룡학관에 수석으로 입학할 거라구요!”
“당연히 그래야지.”
“오 년 후를 기대할게.”
남궁수와 제갈소영의 입가에도 작은 웃음이 피어났다.
백수룡은 말없이 남궁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냥꾼들이 벽력마의 첩자였을 거라는 말은 할 필요 없겠지.’
때론 그냥 오해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사냥꾼들의 복잡한 사정을 설명하기엔, 남궁미는 아직 어렸으니까.
백수룡은 일행에게 말했다.
“가자.”
며칠 후, 일행은 호북 무한에 도착했다.
그곳은 무림맹의 본부, 그리고 천무학관이 있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