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1
30화. 단속 나왔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커다란 탁자의 중앙.
팽사혁이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 모인 강사들과 학생들에게 말했다.
“자, 오늘은 제가 사는 거니 마음껏 편하게들 드십시오!”
저녁 식사에는 우리 말고도 신입 강사 지원자들이 수십 명이나 초대되었다. 팽사혁은 그들을 위해 삼 층짜리 객잔을 통째로 빌리는 대범함을 보였다.
‘일개 학생이 빌리기엔 꽤 호화스러운 객잔인데 말이야.’
하긴 오대세가의 소가주.
돈이라면 넘치도록 많을 것이다.
나야 덕분에 수입도 올리니 좋았다.
“그런데 쟨 또 왜 여기 있는 거냐?”
내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곽두용이 동아리 연합회 소속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크하하! 내가 주작학관에서 공부할 때 말이야…….”
저 뚱땡이는 술만 마시면 주작학관 다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얼굴이 대추처럼 붉게 물들어서는 본인이 잘나던 시절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곽두용.
그 주변 학생들도 장단을 맞춰 주기 질린다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악연호가 혀를 찼다.
“이젠 불쌍해 보일 지경인데요. 학생들이 어떻게 보는지 모르는 건가?”
“알아도 상관없는 걸 수도 있지.”
어쨌든 곽두용을 비롯해, 면접장에서 본 얼굴들이 간혹 보였다.
‘다들 한가락씩은 하는 것 같은데.’
이곳에 모인 강사들의 수준이 대체로 높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자리를 빛내 주신 강사님들.”
자리에서 일어난 팽사혁의 한마디에 객잔 안이 조용해졌다.
이 자리에 모인 강사들 중에는 팽사혁보다 무공이 강하거나, 연배가 훨씬 높은 무인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명백히 팽사혁이었다.
“오늘같이 좋은 날, 제가 짧게나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후배가 건방지다 생각하지 마시고 술잔을 채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가 팽사혁이 시키는 대로 잔에 술을 채웠다.
팽사혁은 모두의 시선을 즐기듯 여유롭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 면접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부디 이후에 있을 실기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
곳곳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몇 명은 술을 흘리기도 했다.
“합격이라니…….”
“겨, 결과가 나왔단 말입니까?”
면접 결과가 정식으로 발표되는 것은 내일.
그런데 팽사혁은 이 자리에 있는 강사들이 면접에 붙었다고 말했다.
즉…….
‘결과를 미리 알고 우리를 불렀다 이거군.’
당연히 그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눈치가 조금만 있으면, 팽사혁이 우리를 이곳에 왜 초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예비 강사님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단 몇 마디로, 팽사혁은 자신이 학관 내에서 어느 정도의 권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에게 증명했다.
이러는 이유 또한 노골적이었다.
‘신입 강사들을 미리 길들이겠다는 거로군.’
그에 대한 강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불편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는 부류.
팽사혁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부류.
그리고 눈치 없는 곽두용처럼 그냥 먹고 마시는 부류.
그중 가장 현실에 빨리 순응하는 부류는 곧장 팽사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헤헤. 저희가 더 잘 부탁드려야지요.”
“팽가의 소가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앞으로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알랑방귀를 뀌기 시작하는 날파리들에 둘러싸여, 팽사혁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누가 들으면 오해합니다! 제가 마치 무언가를 바라고 여러분을 모신 것 같지 않습니까?”
“설마 그럴 리가요!”
“어느 놈이 그런 모함을 합니까!”
학생 하나가 말 몇 마디로 강사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에, 자리가 불편해진 이들이 표정을 찌푸렸다.
악연호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악연호가 내게 속삭였다.
“오대세가의 후계자라는 놈이……. 형님. 그냥 나갈까요?”
그나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악연호가 산동악가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불편해도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어린놈이 권력의 맛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군.’
나는 거드름을 피우는 팽가의 애송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악연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속삭였다.
“신경 쓰지 말고 비싼 술이랑 안주나 많이 시켜라.”
“이런 상황에서 술이 넘어갈 리가…….”
“안 넘어가도 그냥 시켜. 가게 매상이나 팍팍 올려 줘.”
“여기 매상 오르는 거랑 우리랑 무슨 상관…….”
그때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팽사혁이 술잔을 들고 성큼성큼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 시선은 아까부터 떨떠름한 표정의 악연호를 향하고 있었다.
“악 강사님.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있습니까?”
거리낌 없이 옆자리에 앉은 팽사혁에게, 악연호가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딱히 없습니다만.”
“하하. 불편하신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악가와 저희 팽가는 또 인연이 깊지 않습니까?”
“…….”
“혹시 제가 흥이 과해, 강사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지는 않았는지 걱정이군요.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팽사혁은 팽가의 후계자.
악연호가 아무리 산동악가의 자제라고 해도, 가주의 직계 혈족이 아닌 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악연호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예예. 경청할 테니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새로 생긴 장난감을 구경하듯 악연호를 바라보는 팽사혁.
나는 그런 팽사혁의 옆얼굴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백 강사님은 또 어디 가십니까?”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는 팽사혁에게,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뒷간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아, 그러십시오. 너무 늦지는 마시고요.”
마치 경고처럼 들리는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나는 잠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물론 뒷간에 갈 생각은 아니었다.
“이봐.”
아래층으로 내려온 나는 지나가던 점소이를 불러 세웠다.
“여기로 사람 좀 불러다 줄 수 있겠나?”
“예? 죄송하지만 지금 바빠서…….”
내가 귀찮아하는 점소이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잠시 후 점소이가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봤다.
“예, 옛?”
“알아들었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텐데.”
“아, 알겠습니다!”
후다닥 아래로 내려가는 점소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 형. 뒷간에 간다더니 여기서 뭐 하십니까?”
명일오였다.
그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지금 저 위에서는 난리도 아닙니다. 팽사혁이 악 형에게 계속 시비를 걸고 있는데…… 이러다 사달이라도 날 것 같습니다.”
“싸움이 났습니까?”
“아직은 아니지만…….”
한숨을 푹 내쉰 명일오가 말을 이었다.
“팽사혁의 소문이 많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습니다. 강사들을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한다고……. 그래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뭐, 그럴 만도 하죠.”
무려 오대세가의 후계자.
살면서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아 본 적도 거의 없을 녀석은, 청룡학관도 장난치듯 다니며 왕 노릇을 즐겼을 것이다.
“놈은 강사들이 자기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즐기고 있겠죠.”
“빌어먹을……. 명색이 우리가 선생인데…….”
분한지 명일오가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다시 위층으로 향했다.
“걱정 마요. 나도 이대로 두고만 볼 생각 없으니까.”
팽사혁이라.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니, 곰의 탈을 쓴 뱀 같은 놈이었다.
하지만 나는 놈과 같은 녀석들을 여럿 상대해 봤다.
피식.
‘앞으로 나한테 무공을 배우게 될 놈이 감히 기어올라?’
혈교에 있던 시절, 나는 단 한 번도 하극상을 용납한 적이 없었다.
장소가 청룡학관으로 바뀌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애송이. 인생의 쓴맛을 보여 주지.’
그때였다.
“꺄아아악!”
갑작스러운 비명에, 우리는 동시에 삼 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악연호 옆에 한 여학생이 쓰러져 있었다.
여학생은 치마가 길게 찢어져 드러난 속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팽사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런……. 악 강사님. 아무리 술에 취하셨어도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
팽사혁의 손에, 찢어진 치맛자락이 들려 있었다.
팽사혁은 그것을 악연호의 자리에 두며 말했다.
“학관의 여학생을 희롱하시다니. 이래가지고 청룡학관의 신입 강사가 될 수 있겠습니까?”
“……네가 찢었잖아.”
악연호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처음 보는 모습.
하지만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하하. 제가요? 이 치마를 제가 찢었다고요? 여러분. 제가 그랬습니까?”
팽사혁의 주변을 돌아보며 묻자, 그와 눈이 마주친 신입 강사들 대부분이 시선을 외면했다.
“소가주님이 그럴 리가 없지요!”
“저자가 술에 취해서…….”
심지어 몇몇은 이미 팽사혁 쪽으로 넘어갔다.
사건 현장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아무리 악연호가 여자를 밝히는 녀석이라도 여학생의 치마를 찢을 놈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오호라.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군.”
이 현장에 있는 것은 면접에 합격한 예비 강사들, 그리고 팽사혁의 심복으로 보이는 동아리 연합회 간부들뿐이었다.
‘약점을 잡아서 우리를 지배하려고 한 거였군.’
면접에 합격해 실기시험을 앞둔 예비 강사들.
이들에겐 사소한 흠조차 커다란 결격 사유였다.
팽사혁은 그 사실을 이용해, 이 자리에 있는 예비 강사들의 약점을 만들어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들으셨습니까? 다른 강사님들도 악 강사님이 그랬다는데요?”
“…….”
말없이 팽사혁을 노려보는 악연호.
팽사혁은 히죽 웃더니, 남학생 한 명을 손짓으로 불렀다.
“저런……. 성희롱만 해도 큰일인데 학생에게 폭력까지 저지르실 줄이야.”
“무슨……?”
퍼억!
팽사혁의 주먹에 나가떨어진 학생이 코피를 줄줄 흘렸다.
표정이 돌처럼 굳은 악연호의 앞에서 팽사혁이 히죽 웃었다.
“이러시면 정말 곤란한데요. 상황이 더 커지면 청룡학관의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무림맹 뇌옥에 갇힐지도 모릅니다.”
팽사혁에겐 이 모든 것이 장난이고 놀이처럼 보였다.
악연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녀석이 폭발하기 직전에, 내가 끼어들었다.
“이봐. 그만하지?”
나는 팽사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를 발견한 팽사혁이 피식 웃었다.
“백 강사님도 돌아오셨군요. 안 오시기에 쥐새끼처럼 도망친 줄 알았더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팽사혁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짜아아악!
그동안 꾸준히 단련한 녹림십팔식의 묘리가 깃든 따귀였다.
부지불식간에 얻어맞은 팽사혁이 넘어져서 바닥을 굴렀다.
“이, 이, 이런 미친놈이…….”
곧바로 벌떡 일어난 팽사혁.
녀석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미친놈? 그게 하늘같은 스승님한테 할 말이냐?”
“……하. 제대로 미친놈이 하나 있었군.”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오히려 차분해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의 팽사혁이 딱 그런 경우였다.
처음에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금세 신색을 회복하고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래. 당신은 특별히 대우해 주지. 성추행, 학생 폭행, 기물파손……. 또 어떤 죄명을 더해 줄까?”
팽사혁은 내가 보는 앞에서 여학생들의 옷을 찢고, 남학생들의 따귀를 갈겼다.
탁자를 때려 부수고, 다른 강사들을 협박해 내가 도둑질을 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
팽사혁이 히죽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백 강사님.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나는 의자를 하나 가져와 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잠깐 앉지? 어차피 급한 일도 없어 보이는데.”
“…….”
내 태연한 행동을 본 팽사혁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에게 완벽하게 유리하게 조작된 현장을 둘러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끝까지 허세를 부리는군.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것 같나?”
“왜들 이렇게 늦어? 불러오라고 보낸 지가 언젠데.”
“보내다니 무슨…….”
바로 그때, 난장판이 된 현장에 수십의 포졸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익숙한 얼굴의 포두.
“미성년자 음주 단속 나왔습니다.”
청천이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