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10
309화. 쥐를 잡으려면 (5)
백수룡이 무림맹 정문을 부수고 들어간 이유.
언뜻 무모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행동 같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내가 맹주도 아닌데, 무작정 쳐들어가서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 무림맹이 그렇게 만만한 조직도 아니고.’
하지만 당황하게 할 수는 있다.
정문에서 신원을 밝히고 절차를 밟으면, 일 각도 안 돼서 무림맹 전체에 청룡신협이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다.
즉, 범인이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주게 된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갑자기 쳐들어간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누구든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
무림맹에 숨어 있는 쥐새끼가 당황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리하여 실수를 유발하게 하는 것.
그것이 두 가지 목적 중 첫 번째였다.
“정지! 신분을 밝히시오!”
“저 얼굴은……. 서, 설마?”
무림맹 정문을 지키던 위사들은 당당하게 걸어오는 사내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수룡이 반갑게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랑스러운 무림맹의 형제들. 오늘도 수고가 많다.”
바로 오늘 아침 청룡신협의 용모파기가 무림맹 전체에 배부됐고, 정문의 위사들은 누구보다 저 얼굴을 열심히 외웠다.
““청룡신협!””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청년은 신임 무림맹 총사범, 청룡신협이 틀림없었다.
위사들이 허둥지둥대며 말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에 연락을 드릴 테니…….”
“괜찮으니 잠깐만 옆으로 비켜 보도록 하겠나?”
“예? 아, 네…….”
백수룡은 친근하게 웃으며 위사들에게 잠깐 옆으로 비켜 달라 말했고, 위사들은 얼떨떨해하면서도 상관의 명령이기에 순순히 옆으로 비켜섰다.
그 직후, 백수룡은 무림맹 정문을 주먹으로 날려 버렸다.
퍼어어엉!!
그래도 나름대로 배려해서, 나중에 고치기 쉽도록 검으로 베지 않고 통째로 뜯어냈다.
무림맹에 그걸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누구냐!”
“멈춰라!”
“어떤 미친 새끼야!”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간 백수룡은 자신을 둘러싼 무인들을 살펴봤다.
백 명에 이르는 무인들이 그를 포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반의반 각도 되지 않았다.
‘반응이 꽤 빠르군.’
무인들의 기도가 하나같이 날카로웠다. 평소에도 훈련이 잘돼 있다는 이야기였다.
‘왼쪽이 의천단, 오른쪽에 난잡하게 서 있는 녀석들이 멸사단인가.’
한눈에 알아볼만큼 두 집단은 특징이 달랐다.
의천단은 평소에도 합격진을 연마한 듯 움직임이 질서정연했고, 반대로 멸사단 쪽은 복장이며 무기며 통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멸사단이 의천단보다 약해 보이지는 않았다. 한 명 한 명 따지면 오히려 멸사단이 강해 보였다. 그들은 무림맹 소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살기가 짙었다.
‘쟤들은 악인곡, 갱생문 애들이랑 잘 어울리겠는데.’
백수룡은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새로 부임하게 된 총사범 백수룡이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군.”
지금 이 행동은 어디까지나 신임 총사범의 기선제압, 혹은 성격이 모난 초고수의 기행으로 보여야 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한 훈련이 나름 잘돼 있는 것 같군. 몇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한데…… 앞으로 하나씩 고쳐 나가면 될 거고.”
“…….”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지?’라는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백수룡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표정들 중에서 이질적인 표정이 있는지 찾았다.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었다거나, 혹은 분노에 차서 이를 갈고 있다거나.’
동시에 자신을 포위한 무인들의 자세도 유심히 살폈다.
당황하면 스스로도 모르게 가장 익숙한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었다.
예를 들면, 무림맹에 잠입하기 전에 익힌 혈교의 무공이라든가.
잠시 후, 백수룡은 결론을 내렸다.
‘혈교 무공을 익힌 놈은 없군.’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여기 모인 무인들 대부분이 일반 무인들이었다.
방주를 중독시킨 범인은 독마의 생사독을 익혔다.
무림맹 안에 범인 혹은 공범이 있다면, 저들 중에서 찾는 것은 급이 맞지 않았다.
적어도 방주에게 접촉할 수준은 되어야 할 테니까.
‘진짜는 저기 오는군.’
백수룡이 노리는 대어는 따로 있었다.
격이 다른 두 개의 기가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졌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쩌렁쩌렁한 사자후가 터져 나온 직후, 하늘에서 두 사람이 뚝 떨어져 백수룡 앞에 내려섰다.
건장한 체구의 중년인과 흑의무복을 입은 호리호리한 체구의 여인.
바로 의천단주와 멸사단주였다.
““단주님을 뵙습니다!””
의천단의 무인들은 뒤로 물러나며 약식으로나마 예의를 취하는 반면, 멸사단의 무인들은 히죽 웃으며 단주를 반겼다.
“단주!”
“웬 미친놈이 쳐들어왔소!”
두 조직의 분위기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의천단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감히 무림맹에 무단으로 침입하다니! 즉결처형해도 할 말이 없는 중죄임을 알고 있으렷다!”
호랑이처럼 눈을 부리부리하게 치켜뜬 의천단주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그가 디딘 발밑의 땅이 저절로 으스러졌다.
콰지직…….
가공할 내공. 의천단주의 분노에 주변을 포위한 무인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백수룡은 태연하게 그 기세를 받아넘겼다.
“……죄송한데 누구신지?”
백수룡은 의천단주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예상대로, 의천단주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본인은 의천단주 진광이다. 청룡신협. 너를 무림맹 무단침입죄로 포박하겠다. 불응할 시에는…….”
“침입이라니요?”
백수룡이 의천단주의 말을 잘랐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무림맹 총사범이 무림맹에 들어온 것이 어째서 무단침입입니까?”
그 뻔뻔한 질문에 의천단주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말장난을 즐긴다더니 사실이었군. 너는 무림맹의 위사들을 위협하고, 정문을 부수고 들이닥쳤다. 이것이 무단침입이 아니란 말인가?”
“밖에 있던 위사들은 스스로 길을 비켜 줬습니다.”
“헛소리를!”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죠.”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정문을 지키던 위사들을 불렀다.
“이봐. 내가 너희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협박을 했나?”
“아, 아닙니다. 저희에게 옆으로 비켜 달라고 하셔서…….”
위사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사실대로 말했다.
실제로 그들의 몸에는 위협을 당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백수룡은 가슴을 당당히 펴고 말했다.
“들으셨습니까? 저는 위사들을 위협한 적 없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정문을 부순 것은 틀림없는 사실.”
“뭐, 그건 저도 인정하겠습니다.”
백수룡은 호쾌할 정도로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얄미운 말투에, 의천단주는 속에서 열불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제가 무림맹 정문을 부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설명드릴 테니…….”
“이자를 당장 포박해라!”
“거참, 꽉 막힌 양반이네.”
백수룡은 다가오는 의천단 소속 무인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멸사단 무인들은 단주가 온 이후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백수룡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경고하지. 더 이상 다가오면 상관모욕죄로 처벌하겠다.”
“……!!”
백수룡에게 다가가던 의천단 소속 무인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멈춰 섰다.
백수룡이 내뿜은 오싹한 살기에 몸이 저절로 굳은 것이다.
하지만 의천단주는 코웃음을 치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상관모욕죄라고?”
“…….”
이제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둘 사이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졌다.
의천단주가 경멸을 담은 시선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청룡신협. 너는 무림맹의 그 누구에게도 상관이라고 자처할 자격이 없다. 망신을 당하기 전에 순순히 포박에 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흐음. 아까부터 꼬박꼬박 존대를 해 주니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피식.
백수룡은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의천단주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총사범은 단주와 동급의 지위야.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포박한다는 거지?”
“감히…….”
의천단주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맹주의 총애를 얻어 총사범 자리를 얻은 주제에, 감히 누구와 동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뿌드득……. 의천단주가 이를 갈며 백수룡을 노려봤다.
“가만히 듣자 하니 같잖은 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언제까지 네 궤변을 들어 줄 것 같은가?”
의천단주의 무복이 부풀어 오르며 미친 듯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디딘 발밑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경악스러울 만큼 무시무시한 공력.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백수룡의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지?’
상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약을 올리고 도발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의천단주는 필요 이상으로 백수룡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증오에 가까워 보였다.
마치 한시라도 빨리 뇌옥에 가둬 버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설마 이자가?’
의천단주 진광.
소림의 속가 제자 출신이자, 천하십대상단 중 하나인 천하상단 출신.
공공연하게 다음 대 맹주를 노릴 만큼 권력욕이 많은 인물이라고, 개방에서 보여 준 인명록에서 읽었다.
진광이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후배에게 충고 하나 하지. 젊은 나이에 분에 넘치는 명성을 얻었다고 오만하게 굴다가는 단명을 면치 못할 것이야. 부디 겸손을 배우도록 하게.”
누가 봐도 충고가 아니라 빈정거림이었다.
당연히 그 말을 못 알아들을 백수룡이 아니었다.
“겸손이라…….”
저런 도발에 별로 화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의천단주가 혈교의 무공을 조금이라도 익혔다면?
직접 싸워 보는 것만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쥐새끼가 맞다면 여기서 증거를 밝혀 잡아 죽이고, 아니면 뭐…… 아닌 거지.’
우득. 우드득. 백수룡은 목을 좌우로 꺾으며 웃었다.
“의천단주께서 나한테 겸손을 가르쳐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자네가 원한다면 기꺼이.”
피식 웃은 백수룡은 창룡검의 검파에 손을 올렸다.
긴장감이 터질 듯 팽배해졌다.
“괜찮겠어? 가르치는 건 내가 그쪽보다 전문인데?”
“모두 뒤로 물러나라!”
무인들이 뒤로 물러나고 두 사람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두 초고수가 본격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리자, 그들의 발밑에서 시작된 돌개바람이 두 사람을 휘감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콰콰콰콰콰!
무색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번지며 대기를 일그러뜨렸다. 보이지 않은 공력의 충돌. 아직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도 않았지만, 초고수들이 내뿜는 기파는 이미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고 있었다.
“크윽…….”
“허억…….”
내공이 약한 무인들은 창백하게 질렸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거나, 일부는 코피를 흘렸다.
백수룡과 진광은 말없이 서로의 실력을 가늠했다.
‘쉽지 않겠는걸.’
‘저 나이대에 가능한 경지란 말인가!’
백수룡은 검파를 꽉 쥐었고, 의천단주는 주먹을 단단히 말아쥐었다. 따로 기수식은 취하지 않았다. 괜한 움직임은 상대에게 다음 동작을 추측하게 할 뿐이었다.
“…….”
“…….”
언제 화약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상황.
“아하하하! 이거 완전히 꼴통이잖아! 어디까지 하나 보려고 지켜봤더니, 진심으로 의천단주랑 붙으려고 들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명랑한 목소리.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난 멸사단주가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어찌나 즐겁게 웃는지, 그녀의 하나뿐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아쉬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나도 둘이 싸우는 거 진심으로 보고 싶거든? 진짜 보고 싶은데…….”
멸사단주 류설의 시선이 부서진 무림맹의 정문 밖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적지 않은 인파가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이쪽을 염탐하고 있었다.
만약 이 소란이 커져서 밖으로 새어나간다면, 무림맹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이 싸움을 말리지 않으면, 맹주 그 늙은이가 내 대가리를 깨려고 할 거야.”
류설은 이 싸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진심으로 아쉬웠다.
하지만 나중에 돌아온 맹주에게 대가리가 깨지기는 싫었으므로, 그녀는 맹주 대리의 책무를 다했다.
“의천단주. 그만하고 물러나. 총사범 얘기는 내가 직접 들어 보고 처벌을 결정할 테니까.”
그 말에 의천단주가 발끈했다.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듣는단 말인가. 저 오만방자한 녀석을 당장 포박해서 뇌옥에 가둬야 하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이 이상 짜증 나게 하면 월권으로 판단하겠어.”
“뭐라? 월권?”
의천단주는 버럭 화를 내려다가, 멸사단주의 하나뿐인 눈동자에 살기가 일렁이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 맹주 대리가 누구지?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 말을 무시하는 게 월권이 아니면 뭐야?”
“그건…….”
의천단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멸사단주는 부재한 무림맹주의 권위를 대신하고 있었다.
즉, 멸사단주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월권이자 맹주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맹주 영감이 이 일을 알면, 돌아와서 당신 대가리부터 깨려고 할걸? 감당할 수 있겠어?”
“…….”
의천단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눈앞의 멸사단주도, 청룡신협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야율황은 두렵다.
소림의 권위도, 천하상단의 재력도 권왕의 주먹을 막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결국 의천단주는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처벌은 확실하게 해야 하네.”
“물론. 내가 맹주 대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알잖아?”
“일은 제가 다 하…….”
“조용히 해. 너도 월권할래?”
뒤쪽에 있던 모용준이 분에 겨운 듯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단주를 따라온 그였다.
‘건방진 년!’
의천단주는 류설을 한번 쏘아본 후 몸을 홱 돌려 자리를 떠났다. 류설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백수룡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살기가 가득하던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방금 들었겠지만, 나는 맹주 대리야. 그러니까 의천단주와 다르게 얼마든지 널 처벌할 수 있단다. 잘생긴 신임 총사범 동생.”
류설은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두 자루 쌍도를 툭툭 두드리며 웃었다.
“얌전히 따라올래? 아니면 나랑 한판 붙을래?”
“…….”
말만 들으면 의천단주 대신에 자기가 싸워 보고 싶어서 나선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이쯤 해야겠군.’
백수룡은 검을 집어넣었다.
의천단주와 싸우는 건 어느 정도 명분이 있었지만, 맹주 대리인 멸사단주와 싸우는 건 정말 미친 짓밖에 되지 않는다.
“얌전히 따라가겠습니다.”
“……뭐야. 이러면 하나도 재미없는데?”
“같은 단주도 아니고, 맹주 대리한테 덤빌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딱히 그래 보이진 않지만……. 알았어. 일단 맹주실로 가자.”
류설이 먼저 몸을 돌리고, 백수룡은 그녀를 뒤따랐다.
‘자세히 보니 확실하군.’
백수룡은 류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멸사단주는 마공을 익혔다.’
이건 개방에서 본 무림맹 인명록에도 적혀 있지 않던 정보였다.
“…….”
의천단주와 멸사단주.
현재로선 둘 다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